선협 (신선)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천하무도: 운명의 격류

**1장. 운명의 서막**

수백 개의 섬들이 공중에 떠 있었다. 웅장한 기세를 뿜어내는 거대한 섬들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수많은 부유석들이 마치 별처럼 흩뿌려져 있었다. 섬과 섬 사이를 잇는 거대한 비단길은 구름 속에 감춰져 신비로움을 더했고, 태고의 영기가 감도는 이 공간은 오직 천하무도대회만이 열리는 신성한 장소, ‘천공의 연무대’였다.

연무대 아래, 광대한 대지에는 수만, 아니 수십만에 달하는 관중들이 빼곡히 들어차 숨죽이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저마다의 간절함과 기대, 혹은 냉혹한 야망이 뒤섞여 끓어오르는 기운은 연무대 전체를 거대한 열기로 휘감았다.

지금 이 자리에는 천하의 운명을 짊어진 무림의 정점들이 모여 있었다. 백 년에 한 번, 무림에 거대한 위기가 닥쳐올 때마다 열리는 ‘천하무도대회’는 단순히 무공의 우열을 가리는 자리가 아니었다. 승자는 단순히 무림 지존의 칭호를 넘어, 다가올 혼돈의 시대를 이끌어갈 ‘천하의 인도자’가 된다. 패배는 곧 소멸을 의미했다. 무림의 존망이, 나아가 천하의 미래가 이 대회에 달려 있었다.

그 거대한 군중 속, 한 사내는 고요히 서 있었다.

류 청하(柳靑河).

스무 살을 갓 넘긴 앳된 얼굴은 평범하달 수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맑고 깊었다. 마치 천 년 묵은 고목의 뿌리처럼, 단단한 기운이 그에게서 흘러나왔다. 남루한 옷차림은 그가 어떤 배경을 가졌는지 짐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는 이곳에 영광을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가문의 숙원, 스승의 유언, 그리고 이 천하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함이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각 문파의 기재들, 오대세가의 후예들, 마교의 숨겨진 고수들, 심지어 강호를 떠돈 은둔 고수들까지, 천하의 모든 영웅호걸들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그들 한 명 한 명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청하의 심장을 울릴 만큼 강렬했다. 그러나 청하의 눈동자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잔잔한 호수와 같은 평온함이 깃들어 있었다.

이윽고, 연무장 중앙 무대 위로 한 줄기 오색 영광이 쏟아져 내렸다. 영광이 걷히자 세 명의 인영이 드러났다.

천하무림맹의 맹주, ‘천검’ 진무강.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검기는 하늘을 꿰뚫을 듯 날카로웠다.
천산파의 장문인, ‘만년빙벽’ 설매화. 그녀의 전신에서는 얼음처럼 차갑고도 강인한 기운이 흘러나와 주변을 꽁꽁 얼리는 듯했다.
그리고, 마교의 교주, ‘흑룡대제’ 혈풍. 그의 검은 장포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산한 기운은 마치 지하에서 기어 나온 악룡의 포효와 같았다.

각 무림 세력의 정점들이 위용을 뽐내며 등장하자, 그들의 기운만으로도 광활한 연무장은 침묵에 잠겼다. 수십만 명의 관중과 수천 명의 무림 고수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그들을 응시했다.

진무강 맹주의 우렁찬 목소리가 천지를 울렸다.

“천하의 모든 무인들이여! 드디어 운명의 날이 도래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무림맹 맹주로서의 위엄과, 다가올 미래에 대한 비장함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승자는 천하를 이끌고, 패자는 역사 속에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명심하라! 이 대회는 오직 무도로서만 승패를 가린다! 편법과 술수는 허용치 않으며, 패배를 인정하면 즉시 물러나라! 죽음은 곧 불명예다!”

곧이어 대진표가 발표되었다. 거대한 전광판에 수많은 이름들이 호명되고, 수천 명의 무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경기를 치렀다. 청하의 이름도 마침내 불렸다.

“류 청하! 제7연무장으로!”

첫 상대는… 오대세가 중 하나인 풍뢰문의 ‘뇌전도’ 풍무진이었다. 풍뢰문은 번개와 같은 속도, 천둥과 같은 힘을 자랑하는 문파였다. 풍무진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절정 고수의 반열에 오른 인물로, 이번 대회의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었다.

청하는 무대 위로 걸어가는 풍무진의 뒷모습을 잠시 응시했다. 그는 굳건한 체격에 거대한 도(刀)를 짊어지고 있었다. 그 등에서는 마치 폭풍 전야와 같은 맹렬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피할 수 없는 싸움.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었다. 청하는 조용히 허리에 찬 낡은 검집에 손을 얹었다. 검은 뽑지 않았다. 그저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오랜 침묵 끝에 다시 세상에 나선 그의 검이 과연 어떤 소리를 낼지, 그 자신조차 알 수 없었다.

“류 청하, 무대 중앙으로! 류 청하!”

우렁찬 외침이 청하의 귓전을 때렸다. 그는 천천히, 그러나 단호한 걸음으로 제7연무장을 향해 나아갔다. 수많은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기대와 호기심, 혹은 무관심이 뒤섞인 시선들 속에서, 류 청하는 자신의 운명을 향한 첫 발을 내디뎠다.

마침내, 운명의 서막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