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심연으로 향하는 균열**

메마른 갈증이 목구멍을 긁어댔다. 햇빛 한 점 스미지 않는 깊은 지하의 공기는 축축하고 무거웠다. 휴대용 램프가 겨우 어둠을 베어내며 좁은 시야를 밝힐 뿐이었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은 방금 전 내려온 수직 갱도의 끝, 그리고 거대한 지하 공간의 입구였다. 깎아지른 듯한 암벽 사이로 겨우 몸을 욱여넣다시피 내려온 지 세 시간이 넘었다. 팔다리가 욱신거렸지만, 뼈를 저미는 듯한 피로조차 지금 느껴지는 거대한 미지에 대한 기대감을 꺾을 수는 없었다.

“제길, 대체 누가 이런 곳에 이런 걸 지었을까?”

내 옆에서 땀을 훔치던 수아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얼굴은 흙먼지로 얼룩져 있었지만, 눈빛만은 꺼지지 않는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그녀는 언제나 그랬다. 위험천만한 탐험에 발을 들이밀면서도, 그 안에 숨겨진 미지의 조각들을 찾아내는 것을 가장 즐거워하는 아이 같았다.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듯한 아찔한 순간에도 그녀는 늘 다음 순간을 기대하는, 그런 낙천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었다.

“인류 문명의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존재들이겠지. 아니면, 기록되었으나 철저히 지워진 자들의 흔적이거나.”

수아의 등 뒤에서 걸어오던 현우가 무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언제나 침착하고 이성적인 현우는 고문헌과 신화, 그리고 기이한 전설들을 탐구하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고풍스러운 지도와 낡은 나침반은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잡이였다. 그의 눈빛은 어둠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빛나고 있었지만, 그 심연을 들여다보는 시선 속에는 늘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손전등을 들어 앞을 비췄다. 갱도의 끝에는 거대한 아치가 있었다. 자연적으로 깎인 암벽이라기엔 너무나도 완벽한 곡선을 자랑하는 아치. 그 아치를 따라 새겨진 문양들은 현대의 어떤 문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이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육각형의 별, 휘감기는 촉수, 그리고 셀 수 없는 눈동자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했다. 그 너머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세상에…”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치 너머의 공간은 단순한 동굴이 아니었다. 거대한 지하 도시다. 아니, 도시라고 부르기엔 너무나도 이질적이었다. 기둥과 벽, 그리고 천장까지, 모든 구조물들이 기하학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형태로 얽혀 있었다. 직각으로 꺾이다가 갑자기 나선형으로 휘어지고, 다시 엉뚱한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벽들. 빛을 받은 표면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의 비늘처럼 빛을 흡수하고 뱉어내는 듯했다. 눈앞의 광경은 내가 이제껏 접해본 모든 건축학적 지식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인간의 손으로 이런 것을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수아가 휘파람을 불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경외심과 함께 특유의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 “이런 게 진짜 존재할 줄이야! 현우, 네가 말한 그 ‘잊혀진 건축가’들이 만든 게 틀림없어!”

현우는 말없이 지도를 펼쳐 들었다. 그의 시선은 지도 위에 그려진 알 수 없는 기호들과 눈앞의 풍경을 번갈아 응시했다. “이 지도는… 우리가 지금까지 알던 어떤 문명의 것도 아니야. 고대 수메르의 점토판에서 얼핏 본 적 있는 표식들이지만, 이렇게 정교하게 이어진 것은 처음이다. 이 정도 규모의 유적이라면….”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불안정한 램프 불빛이 그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나는 벽에 손을 짚어 보았다. 차갑고 매끄러웠다. 암석이라기엔 너무나도 균일한 감촉. 마치 거대한 뼈대를 깎아 만든 듯한 느낌이었다. 동시에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온몸을 덮쳐왔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 속으로 스며드는 공기에는 곰팡내와 흙냄새 외에도 설명할 수 없는, 비릿하면서도 금속성 냄새가 섞여 있었다.

“이상하지 않아?” 내가 말했다. “이 모든 것이 너무나도…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어. 수천 년의 세월이 흘렀을 텐데, 마치 어제 지어진 것처럼.”

“시간이 이곳을 비껴갔을 수도 있지.” 현우가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의 눈빛은 이미 저 멀리 어둠 속 깊은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니면, 이곳의 시간 흐름이 우리가 아는 것과 다를 수도 있고.” 그의 말은 불길한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세 명 모두의 눈동자에는 흥분과 함께 미세한 공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자, 그럼 이제 어디로 갈까? 저쪽으로 가면 뭔가 나올 것 같은데?” 수아가 손전등을 저 멀리 어둠 속으로 비췄다. 빛이 닿는 곳에는 육각형 모양의 통로가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통로는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발소리가 울림 없이 흡수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통로를 따라 걷는 동안, 벽면에는 기괴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것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거대한 눈, 촉수, 그리고 상식적인 생물의 범주를 벗어난 형태들이 뒤엉켜 마치 살아있는 듯 꿈틀거렸다. 보는 것만으로도 두통이 밀려왔다. 그림들 속의 존재들은 이 세계의 것이 아니었다. 태고적 어둠 속에 잠들어 있던 광기가 그림으로 발현된 듯했다.

“이 그림들은… 대체 뭘 나타내는 걸까?” 수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아까의 활기 넘치던 기색은 사라지고 없었다. “이런 괴물들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기록되지 않은 존재들. 우주 저편에서 온… 혹은 태고적부터 이 땅에 잠들어 있던 것들이겠지.” 현우의 목소리에는 미약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 그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했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의 입술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나의 시선은 그림들 사이의 특정 문양에 고정되었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위로 향한 삼각형과 그 안에 박힌 세 개의 점. 익숙하면서도 낯선, 강렬한 시선을 끄는 문양이었다. 그것은 마치 오래된 기억의 조각처럼, 무의식 깊은 곳에서 어떤 알 수 없는 감정을 자극했다.

문득, 아주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심장 박동과도 같은, 낮고 둔탁한 소리.

툭… 툭…

처음에는 우리들의 심장 소리가 울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리는 점점 더 선명해졌고, 규칙적이었다. 마치 거대한 존재가 움직이는 듯한 진동이 발바닥을 통해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그 진동은 뼛속까지 스며들어 알 수 없는 공포감을 불러일으켰다.

“무슨 소리지?” 수아가 귀를 기울였다. 얼굴에서 장난기가 사라지고 진지한 두려움이 피어올랐다. 그녀는 내 팔을 세게 움켜쥐었다.

현우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나침반은 미친 듯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자성이 완전히 뒤틀린 것처럼, 나침반 바늘은 더 이상 방향을 가리키지 못하고 춤추듯 회전했다. “이… 이건… 지진계가 아니야. 무언가… 무언가 다가오고 있어.”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툭… 툭… 툭… 이제는 마치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손전등을 움켜쥐었다. 빛의 둥근 원이 사방으로 흔들렸다. 벽에 새겨진 기괴한 형상들이 빛에 비춰졌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섬뜩한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그때였다. 통로 끝에서,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일렁이는 것을 보았다. 너무나 거대해서 벽과 천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것은 형태를 알 수 없었다. 그저 검은 심연 그 자체였다. 빛을 흡수하는 듯한 칠흑 같은 존재감은 주변의 모든 공기마저 얼어붙게 만드는 듯했다.

툭… 툭…

소리가 멈췄다. 그리고 심장이 멎을 듯한 정적이 찾아왔다.

우리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등골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은 온몸을 얼어붙게 했다. 어둠 속의 그림자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존재감이 너무나도 거대해서, 그것이 그저 거기 있는 것만으로도 공간이 일그러지는 것 같았다. 우리의 이성이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었지만, 눈앞의 광경은 이해의 범주를 넘어선 것이었다.

“도망가야 해…” 내 목소리는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공포에 짓눌려 발이 땅에 박힌 듯했다. 현우는 나침반을 놓쳐버렸고, 수아는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그녀의 눈가에는 이미 물기가 고여 있었다.

어둠 속의 그림자가 서서히, 아주 천천히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것은 촉수 같기도 했고, 굵은 뿌리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아니었다. 인간의 인지 능력을 초월한 기괴한 형상이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이면서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듯한, 모순적인 존재였다.

그리고 그 순간, 수십 개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섬뜩한 푸른빛을 발하는, 거대한 눈들이었다. 그것들은 우리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 시선은 단순한 응시가 아니었다. 우리의 존재를 꿰뚫어 보고, 우리의 영혼을 갉아먹는 듯한, 혐오스러운 시선이었다.

하나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아주 느리게, 그리고 그 움직임과 함께 지하 공간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묵직한 지반의 흔들림이 우리가 서 있는 곳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안 돼… 이건…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현우가 절규하듯 외쳤다.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이성적이지 않았다. 순수한 공포에 잠식당한, 어린아이의 울부짖음과도 같았다.

바닥에서 거대한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콰앙! 굉음과 함께 통로의 벽이 무너져 내렸다. 천장에서는 거대한 암석들이 쏟아져 내렸다. 우리는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램프가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졌고, 세상은 순식간에 암흑으로 변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나는 마지막으로 그 눈동자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 눈동자들이 품고 있는, 헤아릴 수 없는 증오와 고대적인 광기를 느꼈다. 우리가 감히 침범해서는 안 될, 우주의 어떤 심연에서 솟아난 존재의 광기였다.

우리는 그저 잊혀진 시간의 장난감에 불과했다. 이 지하 심층에 잠들어 있던 존재에게는.

그리고 그 광기가, 이제 막 깨어나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