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호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조각 (첫 번째 이야기)

“헤르메스 호”는 검은 심해를 유영하는 거대한 고래와 같았다. 칠흑 같은 우주의 장막 속에서, 오직 인공적인 불빛만이 이 기계 고래의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지구에서 출발한 지 5년 째, 인류의 뻗은 손길이 닿지 않는 미지의 구역을 탐사하는 임무는 지루함과 경외감의 연속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공간은 때로는 시적인 아름다움으로, 때로는 압도적인 공포로 승무원들의 정신을 잠식하려 들었다.

함장 리아킴은 함교의 지휘석에 앉아 느릿하게 시선을 옮겼다. 그녀의 눈빛은 무수한 별들과 셀 수 없는 데이터를 지나쳐왔지만, 여전히 흔들림 없는 단단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변화 없음. 예정된 항로 준수 중. 선우, 통신 상태는?”
뒷좌석에서 데이터를 훑던 통신 담당 박선우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에는 오랜 우주 생활의 피로가 옅게 드리워 있었다. 그는 본래 겁이 많고 예민한 성격이었지만, 우주에서의 생활은 그의 신경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었다.
“함장님, 특이사항 없습니다. 잡음이 좀 심하긴 하지만, 이건 이 구역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알았다.”
리아킴은 짧게 답하며 다시 전방의 홀로그램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 너머의 어둠이 이토록 길게 이어질 줄은 몰랐다.

바로 그 순간, 함교를 가득 채우던 규칙적인 기계음들 사이로 날카로운 경고음이 울렸다.
**삐익— 삐이이익!**
“무슨 일이지?” 리아킴의 목소리가 순간 날카로워졌다. 모든 승무원의 시선이 일제히 박선우에게로 향했다.
박선우가 급히 제 모니터를 두드렸다. 그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정신없이 오갔다.
“감지 센서 이상 반응! 비정상적인 에너지 패턴이 잡혔습니다!”
최윤호 수석 과학자가 연구실에서 뛰쳐나왔다. 그의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흥분으로 번뜩이는 눈동자가 그의 성격을 대변했다. 그는 인류가 발견하지 못한 미지의 진리를 찾아 헤매는, 지식에 대한 탐욕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어디야? 정확한 좌표!”
박선우가 땀을 삐질 흘리며 좌표를 띄웠다. “여기입니다! 소규모지만, 이전에는 관측된 적 없는 유형의 에너지입니다. 마치… 블랙홀 근처의 특이점처럼 왜곡된 형태예요!”
강민준 보안 및 전술 담당관이 거친 숨을 내쉬며 함교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의 얼굴은 언제나처럼 무표정했지만, 등에 찬 무장 장비는 비상 상황에 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의 눈빛은 날카롭게 주변을 훑었다.
“정체 불명이라면, 접근에 신중해야 합니다, 함장님.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습니다.”
리아킴은 이미 결정을 내린 듯했다. 그녀의 시선은 홀로그램 스크린 한 점에 박혀 있었다. 호기심과 경계심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이었다.
“조사한다. 선우, 속도 줄이고, 접근 준비해. 윤호, 너는 분석 장비 최대로 가동시켜.”

헤르메스 호는 미지의 존재를 향해 느리게 전진했다. 거리는 빠르게 좁혀졌다.
모니터에 잡힌 형체는 처음에는 그저 거대한 암석 덩어리 같았다. 그러나 근접할수록 그 표면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세상에…” 최윤호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그의 눈은 경외감으로 빛났다.
그것은 거대한 검은색 다면체였다. 매끄럽게 연마된 표면은 마치 빛을 흡수하는 듯했다. 주변의 별빛조차 그 형체에 닿으면 사라지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완벽한 어둠.
“자연적인 형성물은 아니군.” 강민준이 낮게 읊조렸다. 그의 표정에는 경계심이 역력했다. “인공물이야. 어떤 종류의 문명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아.”
그것의 표면에는 복잡하고 기이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어떤 기하학적인 규칙을 따르는 듯했지만, 동시에 불규칙하고 끔찍한 의미를 내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문양들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듯했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광원도 없는 완벽한 검은색이었다.
“읽을 수 없어… 어떤 문명권의 것도 아니야.” 최윤호가 흥분하여 모니터를 확대했다. 그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이건… 우리가 알던 모든 것을 초월한 기술이야. 아니, 기술이라기보다는… 존재 자체에 가까워.”
리아킴은 침묵 속에 홀로그램을 응시했다. 이질감. 불쾌한 위압감. 그녀의 본능이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 오랜 경험이 쌓인 함장의 직감이었다.

“회수한다.” 리아킴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지만, 결연했다.
“함장님!” 강민준이 반대했다. “위험합니다. 정체도 알 수 없는 것을 함선 내부에 들인다는 건…”
“이건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발견이 될 거야, 민준! 상상해봐! 미지의 존재가 남긴 유물이라니!” 최윤호는 거의 절규하듯 외쳤다. 그의 눈은 이미 유물에 홀린 듯 보였다. “이것이 어떤 지식을 담고 있을지 누가 알아!”
리아킴은 강민준과 최윤호의 시선을 번갈아 보았다. 그녀는 결국 과학적 탐구의 열망에 손을 들어주었다. 어쩌면 자신조차도 이 미지의 존재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조심스럽게. 셔틀에 실어 제1격납고로 이송한다. 윤호, 너는 격납고에서 대기하고, 선우는 모든 함선 시스템을 주시해. 민준,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유물이 헤르메스 호의 격납고로 옮겨지는 동안, 알 수 없는 진동이 함선 전체를 미세하게 흔들었다.
쿵… 쿵…
마치 거대한 심장이 뛰는 소리 같았다. 하지만 그 소리는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었다.
격납고의 거대한 문이 닫히고, 유물은 이제 헤르메스 호의 일부가 되었다.

최윤호는 보호복을 입은 채 유물 앞에 서 있었다. 그의 눈은 탐욕스러운 지식욕으로 빛나고 있었다.
“전력 공급 최대로 끌어올려 봐! 스캔해! 모든 주파수를 동원해서!”
분석 장비가 유물을 향해 무수한 빛과 파장을 쏘아댔지만, 유물은 마치 모든 것을 삼키는 블랙홀처럼 아무런 데이터도 되돌려주지 않았다.
“아무것도 안 잡혀요, 박사님! 물질 구성도, 에너지 방출도… 제로입니다!” 기술자가 절망적으로 외쳤다.
바로 그때, 격납고 안의 조명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치직… 치직…**
어둠과 빛이 불안하게 교차했다.
“뭐야? 전력 계통에 문제라도 생겼나?” 최윤호가 인상을 찌푸렸다.
동시에 박선우가 있는 통신실에서는 잡음이 더욱 심해졌다.
**쉬이이이이익… 지직…**
“함장님, 통신 이상합니다! 외부 통신은 물론이고, 함선 내부 통신망에도 잡음이 너무 심해요! 다른 함선과의 교신이 아예 불가능합니다!”
리아킴은 이마를 짚었다. “다른 시스템은?”
“생체 모니터, 항법 장치… 전부 미세한 이상이 감지됩니다. 수치가 불안정해요.”
함선 전체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는 듯했다. 팽팽한 긴장감이 모두를 옥죄어왔다.

그날 밤, 아무도 편히 잠들지 못했다.
박선우는 침대에 누워 뒤척였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의 이름을 부르는 듯한, 혹은 속삭이는 듯한 소리. 하지만 분명하지 않았다. 마치 잠꼬대처럼,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흔들렸다.
그는 벌떡 일어났다. 아무도 없었다. 주변은 완벽한 정적. 하지만 귀 안에서는 여전히 그 소리가 맴도는 듯했다.
**”…선우야…”**
환청인가? 박선우는 불안감에 식은땀을 흘렸다. 그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다음 날 아침, 최윤호는 눈이 충혈된 채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잠도 자지 않고 유물만을 관찰한 모양이었다.
“박사님, 좀 쉬세요! 과로사하시겠습니다!” 기술자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이건 단순한 유물이 아니야… 살아있는 것 같아. 뭔가를… 우리에게 말하려고 해.” 최윤호는 유물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광기와도 같은 집착이 번져 있었다. 그는 유물을 향해 손을 뻗으려 했지만, 기술자가 황급히 그를 막아섰다.
유물은 여전히 침묵했지만, 그 존재감은 더욱 거대해진 듯했다. 마치 그 자체가 함선의 공기를 빨아들이는 거대한 심연처럼 느껴졌다.
강민준은 훈련실에서 무거운 바벨을 들고 있었다. 평소에는 집중력 잃는 법이 없던 그였지만, 오늘은 자꾸만 등 뒤가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을 꿰뚫어 보는 듯한 시선. 그는 불현듯 뒤를 돌아봤지만, 텅 빈 훈련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 시선은 사라지지 않고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리아킴은 함교에서 함선 상태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미세한 전력 소모 증가, 시스템 불안정, 승무원들의 스트레스 지수 상승. 모든 것이 유물이 들어온 후부터 시작된 변화였다.
그녀의 눈은 보고서 위에서 멈췄다. 생체 모니터링 시스템에서 박선우의 수면 패턴이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불안정한 뇌파 활동.
그때, 통신실에서 박선우의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날카롭고 절규에 가까운 비명.
**”아아아악! 저리 가! 저리 가!!!”**

리아킴과 강민준이 통신실로 달려갔을 때, 박선우는 의자에서 몸을 웅크린 채 양손으로 귀를 막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고, 눈은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몸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선우! 무슨 일이야?” 리아킴이 다가섰다.
박선우는 그녀를 보지 못하는 듯했다. 그는 허공을 향해 손을 휘저으며 발버둥 쳤다.
“보여! 보여! 그게… 날 보고 있어! 껍데기 속에서! 심연에서 날 보고 있어! 다가오지 마!”
그의 눈동자는 알 수 없는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몸에서 악취가 나는 듯했다.
강민준이 박선우의 어깨를 잡으려 하자, 박선우는 미친 듯이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다. 그의 목소리는 이미 쉬어 있었다.
“안 돼! 만지지 마! 네 안으로 들어갈 거야! 모든 걸 망가뜨릴 거야! 네 마음을… 네 기억을… 전부…”

바로 그 순간, 함선 전체의 조명이 완전히 꺼졌다.
**쉬이이이이익— 콰아아앙!**
비상등이 붉게 깜빡이며, 통신실 안을 기괴하게 비췄다. 붉은 빛이 박선우의 얼굴 위에서 섬뜩하게 춤을 추었다.
어둠 속에서, 박선우의 눈은 더욱 크게 뜨였다. 그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왔어… 진짜가… 왔어…”
그리고 그의 눈에서 핏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입에서 인간의 것이 아닌, 긁히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치 수십 개의 목소리가 한데 섞여 뒤틀리는 것 같은 끔찍한 소리였다.
**”너희는… 이미… 그 조각에… 속박되었다…”**
박선우의 몸이 경련했다. 그의 입에서 거품이 터져 나왔다.
리아킴은 얼어붙었다. 강민준은 본능적으로 무기를 뽑아 들었지만, 누구를 향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의 손이 땀으로 축축했다.
유물. 모든 것은 유물이 함선에 들어온 후 시작되었다.
어둠 속에서, 격납고 방향에서 들려오는 듯한, 심장을 짓누르는 듯한 낮고 거대한 울림이 함선 전체를 뒤흔들었다.
**웅— 웅— 웅—**
그것은 단순히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존재의 외침이었다. 거대한 심연의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