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신선)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청명문의 새벽은 언제나 고요하고 맑았다. 옥빛 산봉우리 사이로 솟아오르는 아침 해는 푸른 기운을 머금고, 산 곳곳에 자리한 누각과 연무장 위로 신비로운 안개를 흩뿌렸다. 그러나 오늘 새벽, 이 고요는 피를 머금은 비명과 함께 산산이 부서졌다.

“청운대사께서… 돌아가셨네!”

울부짖는 소리는 삽시간에 문파 전체를 뒤흔들었다. 청운대사는 청명문에서 가장 고명한 약재사이자 정진한 도인이었다. 그의 거처는 ‘운무당’이라 불리며, 대사 본인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결계와 금제진으로 삼엄하게 봉인되어 있었다. 아무도 허락 없이 들어갈 수 없는, 문자 그대로 ‘철벽’ 같은 공간이었다.

제자들이 헐레벌떡 운무당 앞으로 달려갔을 때, 이미 장로 회색과 몇몇 고위 제자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서성이고 있었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대사가 직접 설정한 푸른색 영기 결계는 여전히 미동도 없이 빛나고 있었다.

“어찌 된 일이냐? 누가 대사님을 해했단 말이냐!” 장로 회색의 목소리가 격분으로 떨렸다. “이 결계는 오직 대사님만이 해제할 수 있다! 외부 침입은 불가능해!”

매화 사저가 떨리는 목소리로 아뢰었다. “아침 공양을 올리러 갔는데… 인기척이 없어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영기 감응을 해보니, 안에서 대사님의 기운이 끊어져 있었습니다.”

강풍 사형이 벽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젠장! 밀실 살인이라니! 대체 누가 이런 짓을… 내부 소행이란 말인가?”

수많은 제자들이 웅성거렸다. 청명문 역사상 이런 충격적인 사건은 전례가 없었다. 더욱이 밀실 살인이라니, 이건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문파의 존엄과 결계를 통째로 부정하는 기만이었다.

장로 회색은 마른침을 삼키며 명령했다. “매화, 강풍. 너희들이 내력으로 결계를 풀어라! 조심해라, 혹시 함정이 있을지 모르니!”

두 고수는 동시에 손바닥을 문에 대고 강력한 영기를 뿜어냈다. ‘파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결계가 흔들렸으나, 여전히 견고했다. 한참을 씨름한 끝에, 영기 결계가 서서히 옅어지며 마침내 사라졌다. 뒤이어 육중한 돌문이 삐걱이며 열렸다.

내부는 예상대로 참혹했다. 청운대사는 좌정 자세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창백하게 굳어 있었고, 눈은 공포에 질린 채 텅 비어 있었다. 생명의 기운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의 심장을 관통하거나, 목이 졸린 흔적도 없었다. 그저 고요히, 그러나 끔찍하게 죽어 있었다.

강풍이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 대사의 몸을 살폈다. “외상은 없습니다. 강한 주술의 흔적도… 독인가? 기경맥을 끊은 건가?” 그의 눈이 혼란으로 가득 찼다.

매화 사저가 대사의 목덜미를 살폈다. “여기… 아주 미세한 점이 있습니다. 벌레에 쏘인 흔적 같습니다만…”

그 순간,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서 있던 한 제자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은 치명적인 ‘환혼화’ 독침의 흔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저님.”

모든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그는 다름 아닌 설우였다. 청명문 외곽 제자 중 한 명으로, 평소에는 존재감 없이 책만 읽는다고 알려진 아이였다. 그의 꾀죄죄한 도포와 병약해 보이는 얼굴은 그를 더욱 평범하게 만들었다.

강풍이 코웃음을 쳤다. “설우? 네가 뭘 안다고 나서는 거냐? 여긴 네가 나설 곳이 아니다.”

그러나 매화 사저는 설우를 알고 있었다. 그가 비록 무력은 보잘것없을지라도, 총명함만은 문파 내 어떤 고수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설우, 네 말은 ‘환혼화’ 독이라는 것인가? 청운대사님은 독에 대해 그 누구보다 박식하셨는데… 게다가 그 독은 희귀하여 구하기도 쉽지 않다.”

설우는 침착하게 답했다. “네, 사저님. 하지만 운무당 안에는 ‘자심화’가 재배되고 있습니다. 그 꽃은 독성이 강한 ‘환혼화’와 생김새가 매우 유사하며, 그 꿀을 탐하는 ‘천비벌’은 독침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로 회색이 눈을 가늘게 떴다. “천비벌? 대사께서는 천비벌의 꿀을 약재로 사용하기 위해 특별히 사육하셨지. 하지만 천비벌은 대사님께 해를 끼치지 않았다. 오히려 대사님의 영기에는 순응하는 기이한 특성을 보였는데.”

“그렇습니다.” 설우는 대사의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며 말했다. 그의 시선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구석의 작은 화분에 꽂혀 있었다. 그곳에는 옅은 보라색 꽃을 피운 자심화 몇 송이가 심겨 있었고, 꽃잎 사이로 작은 천비벌 몇 마리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천비벌은 청운대사님의 영기에 순응하지만, 특정한 종류의 기운에는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강풍이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그 벌이 대사님을 쏘았다는 말인가? 혼자 명상하다가 벌에 쏘여 죽었다는 말인가? 밀실 살인 사건에서 너무나도 싱거운 결론이군!”

“아닙니다, 사형.” 설우는 고개를 저었다. “벌이 쏘기는 했으나, 그것이 단순한 사고는 아닐 겁니다.” 그는 방 한가운데 놓인 대사의 시신으로 시선을 옮겼다. “대사님은 좌정 자세로 돌아가셨습니다. 갑작스러운 습격에 놀라 몸을 움직이려 했을 기색도 보이지 않습니다. 즉, 대사님은 죽음의 순간까지 자신이 안전하다고 여겼거나, 혹은… 움직일 수 없었던 상태였습니다.”

매화 사저는 설우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움직일 수 없었다고? 하지만 외상이 없다…”

설우는 대답 대신 천천히 운무당 안을 걷기 시작했다. 그의 시선은 벽에 걸린 족자, 바닥의 돌 타일, 심지어 천장의 작은 틈새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않았다. 다른 제자들은 답답하다는 듯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들은 거대한 마법이나 강력한 무예를 이용한 살인을 예상했지만, 설우는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탐색하듯 시시콜콜한 것들에만 집중하는 듯 보였다.

그는 대사의 좌대 근처에 쪼그려 앉았다. 그곳에는 대사가 평소 사용하던 향로가 놓여 있었고, 다 타버린 향의 재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설우는 향로를 집어 들어 코를 가져다 댔다.

“무슨 냄새라도 납니까, 설우?” 매화가 물었다.

설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옅게… ‘수면향’의 잔향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수면향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수면향과는 다른, 영기를 흡수하는 특수한 약재가 섞여 있습니다.”

강풍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수면향? 그게 대사님을 잠재웠다는 말이냐? 웃기는 소리! 대사님은 잠결에도 외부의 기척을 느낄 수 있는 경지에 계셨어!”

“수면향이 아닌 ‘수면진향(睡眠鎭香)’입니다.” 설우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확신에 차 있었다. “일반적인 수면향과는 달리, 영기의 감각까지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향입니다. 대사님께서 이것을 피우셨다면, 깊은 잠에 빠져들었을 뿐만 아니라 주변의 기척에도 둔감해졌을 것입니다.”

장로 회색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향은… 청운대사 본인만이 제조할 수 있는 특수한 향이 아니더냐? 정신 수련을 위해 극히 드물게 사용하시던… 자기가 자신을 독살하려 했다는 말이냐?!”

설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살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대사님은 이 향을 피웠을 때,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되었을 것입니다. 문제는… 밀실 안에서 누가 어떻게 대사님을 노렸느냐는 것이죠.”

그의 시선이 다시 방 전체를 훑었다. 완벽하게 밀폐된 공간, 강력한 결계, 그리고 대사를 잠재운 향.
“만약 대사님께서 스스로 향을 피우셨다면, 그는 왜 위험을 자초했단 말입니까? 그리고 만약 타인이 향을 피웠다면, 어떻게 결계를 뚫고 들어왔단 말입니까?”

설우는 천장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눈에 띄지 않는 작은 통풍구가 있었다. 평소에는 대사의 영기 결계에 의해 완전히 막혀 있었던 곳이었다.

“청운대사님은 영기 결계를 만드실 때, 자신의 기운과 가장 친화적인 영기만을 통과시키도록 설정하셨습니다. 그 누구도 뚫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결계를 뚫지 않고도 살해할 방법이 있었다면요?”

모두가 숨을 죽였다. 설우의 눈은 마치 사냥감을 포착한 맹수의 그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 통풍구를 통해 특수한 기운을 흘려보냈을 겁니다. 그 기운은 천비벌을 자극하는 특정 주파수를 지니고 있었을 것이며, 동시에 대사님을 잠재우는 수면진향을 안에서 피우도록 유도했을 겁니다. 아니, 어쩌면 수면진향 자체가 외부에서 통풍구를 통해 스며들어왔을 수도 있습니다.”

강풍이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 “아니, 수면진향은 대사님만 만들 수 있다며! 그리고 설사 그 향이 들어왔다 해도, 벌이 대사님을 쏘도록 유도하는 건 불가능해! 천비벌은 대사님께만 순종적이었다고!”

설우는 희미하게 웃었다. “천비벌이 순종적인 것은 대사님의 ‘본연의 영기’에 대해서였습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대사님의 영기를 모방하거나, 혹은 대사님 영기의 특정 파장을 역이용하여 천비벌에게 오작동을 유발할 수 있었다면요?”

그의 말은 뇌성벽력처럼 모두의 머릿속을 강타했다. 청운대사의 영기를 모방하거나 역이용하다니… 그것은 대사와 가장 가까운 이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설우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청운대사님을 죽인 범인은, 밀실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은밀하게 대사님을 관찰하고, 대사님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자입니다.”

그의 시선은 장로 회색, 매화, 강풍, 그리고 주위의 모든 제자를 훑었다. 모두의 얼굴에 공포와 의심이 교차했다.

“그리고, 그 트릭은 대사님 본인이 만들었던 ‘운무당’의 시스템과 대사님의 오랜 습관을 역이용한 것입니다. 겉보기에는 완벽한 밀실이었지만, 사실은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그 안이 가장 위험한 함정으로 변해버린 것이죠.”

설우는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범인은 대사님의 영기와 천비벌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자신의 손바닥 보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특정 인물에게 향하지 않았으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의심의 칼날이 번뜩이는 것을 느꼈다. 청명문의 고요한 새벽은, 이제 피 묻은 의심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