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챕터 1: 어둠 속의 속삭임

어둠은 영원할 것만 같았다. 수십억 년 동안 인간의 손길은커녕 시선조차 닿지 않았을 광대한 우주의 심연. 그 적막을 가르며 인류의 탐사선 ‘아틀라스’ 호가 유령처럼 미끄러져 나아가고 있었다. 함교의 대형 스크린은 별이 없는 검은 장막만을 비추었고, 간헐적으로 지나가는 성간 먼지 구름만이 희미한 푸른빛으로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선장님, 현재 위치, 미지의 성단 ‘메두사의 눈물’ 외곽입니다. 예정된 항로를 이탈한 지 37일째.”

부함장 서윤하가 나지막이 보고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살짝 들뜬 기대감이 섞여 있었다. 아틀라스 호는 본래 정해진 탐사 경로를 따라야 했지만, 며칠 전 우연히 포착된 기묘한 에너지 신호에 이끌려 심우주의 미개척 구역으로 들어선 참이었다. 인류가 한 번도 발을 디딘 적 없는, 광대한 우주 미답의 영역.

강준호 선장은 묵묵히 스크린을 응시했다. 그의 시선은 멀리,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고정된 듯했다. 서른다섯의 나이에 인류 최심층 탐사선의 선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그는, 늘 냉철하고 침착했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도 미지의 존재에 대한 인류 고유의 원초적인 호기심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신호의 진원지는 특정되었나?” 강 선장의 묵직한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네, 선장님. 계속해서 미세한 변동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주파수는 불규칙하고, 기존에 알려진 어떤 자연 현상과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인공 구조물에서 발생하는 신호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서윤하의 눈빛이 스크린 위 빨간 점에 박혔다. “게다가… 예상보다 훨씬 거대합니다. 이 정도면 소행성급은 가볍게 넘어서는 크기입니다.”

그때, 통신 장교인 박혁진이 불쑥 끼어들었다. 그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늘 불평을 달고 살았지만, 임무 수행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철저했다. “에이, 설마요. 이 우주에 우리 말고 다른 지적 생명체가 어디 있다고. 그냥 기괴한 형태의 광물 덩어리일 겁니다. 괜히 에너지 낭비만 하는 거죠, 뭐.”

“혁진 씨,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어요.” 서윤하가 날카롭게 응수했다. “이 광대한 우주에서 우리가 유일한 지적 생명체라고 단정 짓는 건 지나친 오만이에요.”

강 선장은 둘의 가벼운 신경전을 제지하듯 손을 들었다. “진정해라, 둘 다. 어쨌든 이건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발견이다.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일 수도 있어.” 그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배어 있었다. “항해 속도 0.5 워프 크루즈로 낮추고, 신호 진원지로 향한다. 모든 승무원은 비상 대기 상태로 전환하고, 탐사 준비에 돌입한다. 위험 물질 감지 시스템을 최대로 가동하고, 에너지 보호막은 항상 활성화시켜라. 민우, 자네는 무장 병력 2인과 함께 제3 격납고에서 대기하고.”

함교에 잠시 긴장감이 감돌았다. 최민우 보안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렷 자세를 취했다. “알겠습니다, 선장님.” 그의 얼굴은 늘 무표정했지만, 이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미지의 존재. 그것은 인류의 지식으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공포가 될 수도 있었다.

***

두 시간 후, 아틀라스 호는 거대한 그림자 앞에 멈춰 섰다. 대형 스크린에 포착된 그 존재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것은 행성이 아니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운석도 아니었다. 압도적인 크기의 구조물. 거대한 고대 도시의 잔해처럼 보이기도 했고, 거대한 해양 생물의 뼈대 같기도 했다. 검고 어두운 표면은 빛을 흡수하는 듯 음산하게 번뜩였고, 그 어둠 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맥동하는 붉은빛이 새어 나왔다.

“세상에… 이건 대체… 뭐야?” 서윤하가 감탄과 공포가 뒤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얼굴은 경이로움과 함께 옅은 창백함으로 물들어 있었다.

“확실히 인공 구조물입니다.” 박혁진의 목소리도 평소와 달리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어떤 금속으로 만들어졌는지 분석이 안 됩니다. 센서가 죄다 먹통이에요.”

강 선장은 망원경으로 구조물을 응시했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었지만, 심장 박동은 평소보다 빠르게 뛰고 있었다. “접근한다. 셔틀 준비. 윤하, 민우, 그리고 탐사 전문 요원 한 명을 대동하고 직접 탐사에 나선다.”

“선장님, 직접 가시게요?” 서윤하가 놀라서 물었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알아. 하지만 인류가 마주한 첫 외계 문명의 증거일지도 모르는 일이야. 선장으로서 내가 직접 확인해야 해.” 강 선장의 목소리에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다른 이들에게 위험을 떠넘길 수만은 없어.”

***

작은 탐사 셔틀이 거대한 구조물 표면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강 선장과 서윤하, 최민우 팀장, 그리고 젊은 탐사 요원 김지훈이 함께였다. 셔틀 내부의 공기는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김지훈은 땀으로 축축한 손으로 탐사 장비를 꽉 쥐고 있었다. 그는 막 우주 탐사선에 배치된 신참이었다.

“표면에 대기층이 없습니다. 하지만 중력은 지구와 유사합니다.” 서윤하가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내부에 어떤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셔틀이 구조물에 가까워지자, 그 거대한 스케일이 더욱 압도적으로 다가왔다. 표면은 매끄럽고 칠흑 같았다. 이따금씩 섬광처럼 번뜩이는 붉은빛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그 빛은 묘하게도, 뇌리를 울리는 듯한 저주파 진동과 함께 심장을 직접 압박해 오는 것 같았다.

“진입로를 찾았습니다. 표면에 거대한 균열이 있습니다.” 최민우 팀장이 지시했다. 그의 소총은 이미 전자동 모드로 설정되어 있었다.

균열을 통해 셔틀이 내부로 진입하자, 바깥의 어둠과는 또 다른, 더욱 깊은 어둠이 그들을 맞이했다. 셔틀의 전조등이 어둠을 가르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그들은 거대한 대공동 안에 있는 듯했다. 수없이 많은 기둥들이 천장을 받치고 있었고, 그 기둥들 사이로는 기묘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모든 것이 비현실적이고, 초현실적이었다. 이곳은 살아있는 구조물 같았다.

“이게 대체… 뭘까요?” 김지훈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은 두려움으로 하얗게 질려 있었다.

“미지의 문명… 혹은 그 잔해.” 서윤하의 눈은 호기심으로 빛나고 있었다. “에너지 수치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어요. 내부에 무언가가 있습니다.”

셔틀이 중앙의 넓은 공간에 착륙했다. 모든 대원이 긴장한 채 하선했다. 착륙하자마자, 어둠 속에서 맥동하는 붉은빛이 더욱 강렬하게 그들을 에워쌌다. 그 빛은 정체불명의 문자들이 춤추는 환영처럼 눈앞에 아른거렸다.

“각자 위치 사수하고, 센서 최대로 개방한다.” 강 선장이 지시했다. 그의 손은 이미 허리춤의 플라스마 피스톨 손잡이에 닿아 있었다.

김지훈은 탐사 장비를 들고 서윤하의 뒤를 따랐다. 그의 눈은 주변의 기괴한 문양들을 훑고 있었다. 그 문양들은 마치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점점 더 강렬해지는 진동을 느끼며, 묘한 두통과 함께 어지럼증을 느꼈다.

“팀장님, 제 센서가… 이상해요.” 김지훈이 말을 더듬었다. “계속해서… 환영이 보여요. 귓가에 웅얼거리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고…”

“진정해, 김지훈. 단순한 노이즈일 거야.” 최민우 팀장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 하지만 김지훈의 눈은 이미 초점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땀으로 번들거렸고, 동공은 비정상적으로 확장되어 있었다.

“아니요… 저기… 저기 있어요…” 김지훈은 갑자기 손가락으로 어둠 속 한 곳을 가리켰다. 모두의 시선이 그를 따라갔다.

그곳에는 거대한 원형 제단 같은 것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제단 중앙에는, 붉은빛이 가장 강렬하게 맥동하는 거대한 수정이 박혀 있었다. 수정은 검은 액체로 뒤덮인 채 끈적하게 빛나고 있었고, 그 안에서 어떤 형체가 꿈틀거리는 듯했다.

김지훈은 마치 홀린 듯 그 수정으로 향했다. “김지훈! 멈춰!” 강 선장이 소리쳤지만, 그의 목소리는 김지훈의 귓가에 닿지 않는 듯했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수정에 다가갔고, 망설임 없이 손을 뻗었다.

그의 손이 검은 수정에 닿는 순간, 거대한 에너지 파동이 공간을 뒤흔들었다. “크아악!” 김지훈의 비명과 함께 그의 몸이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그는 바닥에 쓰러졌고, 그의 몸에서 희미한 붉은빛이 새어 나왔다.

“김지훈!” 서윤하가 비명을 지르며 그에게 달려갔다. 강 선장과 최민우 팀장도 경계 태세를 갖추며 그에게 다가갔다.

김지훈은 몸을 일으키려 애썼다. 그의 피부 위로 마치 문신처럼 기괴한 붉은 문양들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눈은 핏발이 서서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입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의 행동은 마치 발작을 일으킨 듯했지만, 그 안에는 묘하게도 본능적인 광기가 번뜩이고 있었다.

“김지훈! 정신 차려!” 최민우 팀장이 소총 개머리판으로 그를 내려치려 했다.

하지만 김지훈은 기이한 속도로 몸을 피했다. 그리고 마치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며 최민우 팀장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손톱은 날카롭게 변해 있었고, 입에서는 거친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의 눈은 더 이상 인간의 눈이 아니었다.

“이건… 우리가 알던 김지훈이 아니야!” 서윤하가 공포에 질려 외쳤다.

강 선장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후퇴! 즉시 셔틀로 복귀한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김지훈은 초인적인 힘으로 최민우 팀장의 다리를 붙잡고 바닥에 내리쳤다. 팀장의 방어구가 찢어지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렸다. 끔찍한 비명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강 선장은 망설임 없이 플라스마 피스톨을 김지훈에게 겨눴다. 하지만 그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눈앞의 괴물은 분명 동료였다.

“선장님! 쏴요! 저건 이미 인간이 아니에요!” 서윤하가 절규했다.

강 선장의 눈빛이 흔들렸다. 망설이는 한순간, 김지훈은 최민우 팀장을 내팽개치고 강 선장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입에서는 짐승 같은 포효가 터져 나왔고, 붉게 빛나는 눈동자에는 오직 파괴만이 가득했다.

강 선장은 겨우 몸을 피했지만, 김지훈의 손톱이 그의 방어구를 스치고 지나갔다. 섬뜩한 한기가 등골을 타고 흘렀다.

“셔틀로! 당장!” 강 선장이 소리쳤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셔틀로 달려갔다. 끔찍한 괴물로 변한 김지훈은 짐승처럼 그들의 뒤를 쫓았다. 셔틀 문이 닫히는 찰나, 김지훈의 손이 안으로 뻗어 들어왔다. 최민우 팀장이 간신히 그의 손을 쳐냈고, 셔틀 문이 완전히 닫혔다.

내부의 비상등이 깜빡이며 붉은빛을 토해냈다. 셔틀 안은 공포와 경악으로 가득했다. 최민우 팀장은 다리를 부여잡고 고통에 신음했고, 서윤하는 울먹이며 김지훈의 변한 모습을 바라봤다.

강 선장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셔틀 창문 밖을 내다봤다. 붉게 맥동하는 구조물 속에서, 김지훈은 광기 어린 눈으로 셔틀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몸에서 붉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했다.

“선장님… 저게… 대체… 뭐죠?” 서윤하의 목소리가 떨렸다.

강 선장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생각뿐이었다.

*괴물은… 우리와 함께 돌아간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인류의 미래를 뒤흔들 거대한 재앙의 서막이 우주의 심연에서 막을 올린 것이다.

셔틀은 거대한 구조물을 뒤로하고, 아틀라스 호를 향해 서둘러 날아올랐다.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이미 그들의 곁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불길한 어둠이 싹트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