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에피소드 1: 그림자 아래서

[장면 #1. 빈민가 ‘잿빛 구역’, 밤늦게]

**1. 컷. – 어둠이 짙게 깔린 잿빛 구역의 전경. 녹슨 강철 구조물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 다닥다닥 붙은 허름한 주거용 모듈들. 바닥에는 정체 모를 액체가 고여 반사되는 희미한 빛이 처량하다. 저 멀리, 제국의 중심부 ‘크리스탈 스카이라인’의 휘황찬란한 불빛이 조롱하듯 빛나고 있다.**

(내레이션: 제국의 그림자는 언제나 깊고 길었다. 특히, 우리 잿빛 구역에는 더욱더.)

**2. 컷. – 좁고 더러운 골목길. 재활용 로봇의 팔이 고장 난 채 바닥에 뒹굴고 있고, 퀴퀴한 냄새가 화면을 뚫고 나올 것 같다. 그 골목 끝에서, 어린 소녀 ‘아리’가 낡은 홀로그램 랜턴을 들고 무언가를 찾고 있다. 그녀의 눈은 불안하게 주위를 살피고 있다. 나이는 열두 살 정도로 보이지만, 닳고 닳은 옷과 초점 없는 눈빛은 그보다 훨씬 많은 삶의 무게를 말해준다.**

아리: (속삭이듯) 아무것도 없어… 오늘도…

**3. 컷. – 아리의 시선 위로, 밤하늘을 가르는 묵직한 프로펠러 소리가 들린다. 거대한 감시 드론 ‘워치맨’이 느릿하게 비행하며 붉은 탐조등을 지상에 비춘다. 그 빛이 아리의 발밑을 스치고 지나간다. 아리는 벽에 바싹 달라붙어 몸을 웅크린다.**

아리: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젠장…

**4. 컷. – 워치맨의 탐조등이 그녀가 숨어있는 곳을 향해 다시 움직인다. 아리는 눈을 질끈 감는다. 그 순간, 골목의 그림자에서 손 하나가 뻗어 나와 아리의 입을 막는다. 아리의 눈이 커진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날카로운 눈빛.**

**5. 컷. – 어둠 속의 인물이 아리를 잡아채 다른 골목 안쪽 깊숙한 곳으로 끌어들인다. 워치맨의 탐조등이 아리가 방금 전까지 서 있던 자리를 비추고는,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는 듯 유유히 사라진다.**

[효과음: 드론 프로펠러 소리 멀어지는 효과]

**6. 컷. – 아리의 입을 막았던 손이 치워진다. 아리는 숨을 헐떡이며 그 인물을 올려다본다. 그녀는 ‘시아’다. 시아는 검은 후드 재킷을 걸치고 있으며, 얼굴에는 먼지와 땀이 묻어있지만, 그 눈빛만은 흔들림 없이 강렬하다.**

아리: (떨리는 목소리) 시아… 언니…

시아: (낮고 단호한 목소리) 소리 내지 마. 워치맨은 저런 소리에 민감해. 뭘 찾고 있었던 거야?

아리: 먹을 거… 아니면… 뭐라도 고쳐 팔 수 있는 부품이라도… 그런데 아무것도 없어요. 며칠째…

**7. 컷. – 시아가 아리의 뺨에 묻은 먼지를 엄지로 닦아준다. 그녀의 표정은 차가운 결단력 속에 숨겨진 연민으로 가득하다.**

시아: (한숨) 알아. 제국은 점점 더 숨통을 조여오고 있으니까. 이제 이곳에 미련 둘 시간 없어. 은신처로 돌아가자.

**8. 컷. – 시아가 아리의 손을 잡고 잿빛 구역의 미로 같은 골목길 속으로 사라진다. 그들의 등 뒤로 워치맨의 붉은 탐조등이 다시 한번 허공을 가로지른다.**

[장면 #2. 반란군 지하 은신처, 밤]

**9. 컷. – 낡고 거대한 지하 벙커. 한때는 제국의 물품을 생산하던 공장이었겠지만, 지금은 각종 해킹 장비와 무기, 그리고 너덜너덜한 천막들이 어지럽게 놓여있다. 중앙에는 홀로그램 프로젝터가 설치된 테이블이 있고,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다.**

**10. 컷. – 홀로그램 프로젝터에서 ‘섹터 7 감시의 눈’이라 명명된 거대한 안테나 구조물의 3D 모델이 푸른빛을 내며 떠 있다. 그 앞에는 시아가 서 있고, 그의 옆에는 건장한 체격의 ‘케인’이 팔짱을 끼고 서 있다. 맞은편에는 마른 체구의 ‘하온’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뭔가를 조작하고 있다. 아리는 시아 옆에 조용히 서 있다.**

시아: (홀로그램을 가리키며) 제국의 감시 시스템, ‘감시의 눈’이다. 섹터 7의 동맥 역할을 하는 이 녀석이 꺼져야만 우리 다음 작전이 시작될 수 있어.

하온: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안경을 치켜올리며) 이론상으로는 간단하죠. 핵심 제어부를 찾아서 메인 전원을 쇼트시키면 끝입니다. 문제는… 보안이 전보다 열 배는 강화됐다는 겁니다. 제국은 우리 같은 그림자들이 자신들의 시스템에 손대는 걸 더 이상 용납하지 않아요.

케인: (냉소적인 비웃음) 언제는 용납했었나? 그냥 쳐들어가서 부수면 되는 거 아니야? 내 주먹이면 저딴 철 조각쯤은…

**11. 컷. – 시아가 케인의 말을 끊는다. 그녀의 눈빛이 날카롭다.**

시아: (단호하게) 무모한 돌격은 자살행위야, 케인. ‘감시의 눈’은 단순한 안테나가 아니라, 섹터 7 전체의 신경망과 연결되어 있어. 무력으로 파괴하면 오히려 모든 섹터에 경보가 울리고, 우리가 노리는 정보는 영원히 잠겨 버릴 거야. 우리가 필요한 건 교란과 무력화, 그리고 데이터 탈취다.

**12. 컷. – 하온이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며 홀로그램에 더 상세한 구조도를 띄운다. 복잡한 회로와 방어 시스템이 번개처럼 깜빡인다.**

하온: 제국 통신망의 가장 깊은 곳, ‘크롬웰 서버’에 접속하려면 이 감시의 눈이 잠시라도 먹통이 되어야 합니다. 최소 20분, 어쩌면 30분.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제국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그들의 진짜 계획이 담긴 자료를 손에 넣어야 합니다.

아리: (작은 목소리로) 제국이 뭘 숨기고 있는데요?

**13. 컷. – 시아의 얼굴에 그늘이 진다. 그녀는 아리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시아: (차분하게) 우리가 알아내야 할 정보가 너무 많아. 왜 빈민가의 자원을 전부 긁어모아 자신들의 요새를 더 높이 쌓고 있는지, 왜 젊은이들을 강제 징집해 어디론가 보내는지… 제국은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어. 그리고 그 거짓말이 우리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지.

**14. 컷. – 시아는 다시 홀로그램을 응시한다. 그녀의 눈은 이미 작전 계획을 구상하는 듯 빠르고 깊이 움직인다.**

시아: 작전명은 ‘검은 심장’. 나, 케인, 하온이 침투조를 맡는다. 아리는 외곽 망원경으로 우리를 지켜보며 위험을 알려주는 역할을 할 거야.

케인: (씨익 웃으며) 드디어 손 좀 풀겠군. 지루해 죽는 줄 알았어.

하온: (안경을 고쳐 쓰며) 침투 경로는 제가 미리 확보해둔 비상 덕트가 최적입니다. 하지만 내부 보안은 보장 못 합니다.

시아: (모두를 둘러보며) 알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거야. 하지만 우리는 준비되어야 해. 잿빛 구역의 모든 이들이 이 작전에 우리의 목숨을 걸고 있어. 실패는 없어.

[장면 #3. 섹터 7 외곽 진입로, 새벽]

**15. 컷. –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 잿빛 구역보다도 훨씬 거대한 공장 지대가 펼쳐져 있다. 녹슨 파이프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거대한 굴뚝에서는 매연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온다. ‘감시의 눈’ 안테나가 멀리서 희미하게 보이며 섬뜩한 실루엣을 드러낸다.**

**16. 컷. – 시아, 케인, 하온이 낡은 화물 트럭 컨테이너 사이에 숨어 섹터 7의 경계선을 살피고 있다. 모두 검은색의 작전복을 입고, 얼굴은 위장 크림으로 가렸다. 케인은 거대한 진압봉을 등에 메고 있다.**

하온: (손목의 장비를 보며) 제국 정규 순찰대, 5분 간격으로 이동합니다. 다음 순찰대까지 3분 남았습니다. 이 터널을 통과해야 해요.

**17. 컷. – 시아가 손을 들어 올린다. 모두의 움직임이 멈춘다. 멀리서 금속성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제국 기갑병의 발소리다. 분명 정규 순찰 시간표에는 없던 소리다.**

시아: (나직이 속삭이며) 잠시만. 예상보다 빠르군. 아니, 이건… 정규 순찰대가 아니야.

[효과음: 금속성 발자국 소리, 점차 가까워짐]

**18. 컷. – 컨테이너 틈새로 보이는 시야. 번쩍이는 제국 제식 갑옷을 입은 병사 두 명이 어두운 터널 입구에서 서성이고 있다. 그들의 무기는 빛을 반사하며 차가운 위압감을 풍긴다.**

케인: (이를 갈며) 빌어먹을. 매복인가?

시아: 아니. 단순한 순찰 강화 같아. 우리가 움직일 때까지 기다릴 거야. 지금이 기회야.

**19. 컷. – 시아가 눈짓을 하자 케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케인은 그림자처럼 컨테이너 뒤를 돌아 병사들의 뒤로 접근한다. 그의 움직임은 거구와 어울리지 않게 놀랍도록 빠르고 조용하다.**

**20. 컷. – 한 병사가 옆을 돌아보려는 찰나, 케인의 주먹이 섬광처럼 날아든다. [효과음: 퍽!] 이어진 진압봉의 날카로운 일격으로 다른 병사마저 소리 지를 틈도 없이 쓰러진다.**

**21. 컷. – 케인이 쓰러진 병사들을 순식간에 그림자 속으로 끌어들인다. 시아와 하온이 그 뒤를 따라 재빨리 터널 입구로 진입한다. 모두의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하다.**

하온: (숨을 헐떡이며) 휴…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요.

시아: (앞장서며)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장면 #4. 감시의 눈 본부 건물 내부, 침투]

**22. 컷. – ‘감시의 눈’ 본부 건물 내부. 복잡한 파이프와 케이블이 천장을 가로지르고, 낮은 조명 아래로 거대한 기계 장치들이 웅장하게 서 있다. 내부 공기는 금속과 오일 냄새로 가득하다. 시아와 하온, 케인은 허리춤까지 오는 환기 덕트를 통해 잠입했다. 그들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23. 컷. – 하온이 손목 장비로 주변을 스캔한다. 홀로그램 지도가 팝업되어 복잡한 내부 구조를 보여준다. 붉은 점들이 경비 로봇의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하온: 좋아요, 제어부는 3층 중앙 서버실. 경비 로봇은 2분에 한 번씩 순환합니다. 1분 30초 안에 이 복도를 통과해야 해요.

**24. 컷. – 시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먼저 움직인다. 케인은 뒤를 지키며 주변을 살핀다. 그들은 그림자처럼 복도를 빠르게 이동한다. [효과음: 가벼운 발소리, 기계음]**

**25. 컷. – 중앙 서버실 앞. 거대한 강철 문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 문 위에는 붉은색 레이저 센서들이 촘촘하게 얽혀있다. 그야말로 ‘감시의 눈’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철통 보안이다.**

하온: (식은땀을 흘리며) 이런… 레이저 그리드라니. 설계도에는 없던 건데. 제국이 업데이트했군요.

케인: (진압봉을 꺼내 들며) 그냥 부숴버릴까?

시아: (케인을 제지하며) 안 돼. 이 레이저는 단순히 감지용이 아니야. 접촉하면 고주파 경보가 울리고 동시에 감전될 거야. 하온, 우회할 방법은?

**26. 컷. – 하온이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여 장비를 조작한다. 그의 미간에 주름이 깊게 패인다. [효과음: 키보드 타닥거리는 소리, 기계음]**

하온: (집중하며) 레이저 주파수를 분석해서 잠시 교란시킬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10초, 아니 5초 안에 돌파해야 합니다. 그 이상은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27. 컷. – 시아가 하온의 어깨를 잡는다. 그녀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다.**

시아: (굳은 목소리로) 할 수 있어.

**28. 컷. – 하온이 손목의 장치로 레이저 그리드를 향해 푸른색 신호를 쏜다. 잠시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촘촘했던 레이저들이 흐릿해지며 깜빡이기 시작한다. [효과음: 지지직, 시스템 경고음]**

하온: (힘겹게) 지금입니다! 3초!

**29. 컷. – 시아가 먼저 레이저 사이를 통과한다. 유연하고 날렵하게, 마치 춤을 추는 듯하다. 케인이 그 뒤를 거대한 몸으로 조심스럽게 따라간다. 마지막으로 하온이 겨우 몸을 뺀 순간, 레이저 그리드가 다시 선명하게 빛나며 복구를 알린다. [효과음: 삐비빅! 시스템 복구 완료음]**

하온: (안도의 한숨) 간신히…

**30. 컷. – 서버실 내부. 수많은 서버 랙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고, 중앙에는 거대한 ‘감시의 눈’의 코어 프로세서가 푸른빛을 내며 회전하고 있다. 시아가 코어에 손을 얹어 본다. 열기가 느껴진다.**

시아: (낮은 목소리로) 여기에 제국의 검은 심장이 뛰고 있어.

**31. 컷. – 하온이 준비된 데이터 케이블을 꺼내 코어 프로세서의 포트에 연결한다. 그의 손가락이 미친 듯이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복잡한 코드들이 화면에 번개처럼 스쳐 지나간다.**

하온: 이제부터 20분입니다. 시스템에 침투해서 모든 감시망을 마비시키고, 그동안 ‘크롬웰 서버’에 접속해야 합니다. 시간이 촉박해요.

**32. 컷. – 케인이 주변을 경계하며 서버실 문을 지키고 있다. 시아는 하온의 옆에 서서 그의 작업을 돕는다. 그녀의 눈은 하온의 화면을 훑으며 오류 가능성을 살핀다.**

시아: 과거 제국 시스템에 대한 내 데이터가 도움이 될 거야. 이쪽 포트도 열어봐. 서브 코어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

**33. 컷. – [효과음: 위이잉! 비상 경보음!] 갑자기 서버실 전체에 붉은 비상등이 깜빡이며 경보음이 울려 퍼진다. 하온의 화면에 ‘침입 감지! 섹터 7 코어 방어 시스템 가동!’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하온: (경악하며) 젠장! 너무 빠르잖아! 어떻게 벌써…

시아: (표정이 굳어진다) 감지 드론은 전부 제거했는데… 어딘가 우회 감지 시스템이 있었던 거야. 케인! 문을 막아!

**34. 컷. – [효과음: 콰앙! 콰앙!] 서버실 문 밖에서 거대한 충격이 가해진다. 문이 움푹 들어가며 금속 파편이 튄다. 케인이 진압봉을 움켜쥐고 문을 노려본다. 붉은 경보등이 격렬하게 깜빡인다.**

케인: (이를 악물고) 놈들이 오고 있어!

[장면 #5. 탈출 및 추격전]

**35. 컷. – 문이 부서지기 직전이다. 붉은 비상등이 번뜩이는 가운데, 하온은 여전히 코드에 매달려 있다. 그의 손은 빠르게 움직이지만, 땀으로 축축하다.**

하온: (절규하듯) 10%! 10% 남았습니다! 감시의 눈 마비까지 10%… 데이터 탈취는… 불가능합니다!

시아: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데이터는 포기해. 감시의 눈만 마비시켜! 지금 당장.

**36. 컷. – [효과음: 콰과광!!!] 서버실 문이 완전히 부서진다. 제국 기갑병들이 섬광탄을 던지며 난입한다. 그들의 무기가 불을 뿜으려 한다. [효과음: 섬광탄 터지는 소리]**

**37. 컷. – 케인이 섬광탄에 눈을 가늘게 뜨면서도 본능적으로 진압봉을 휘두른다. 첫 번째 병사가 힘없이 날아가 벽에 처박힌다. [효과음: 퍽! 금속 충돌음]**

**38. 컷. – 시아가 재빠르게 하온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잡는다. 하온의 화면에 ‘감시의 눈 마비 완료!’ 메시지가 뜬다. 동시에 서버실 전체가 암흑 속에 잠긴다. [효과음: 모든 기계음 정지, 정적]**

하온: (놀란 목소리) 마비… 마비시켰습니다!

시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잘했어! 이제 도망친다!

**39. 컷. – 암흑 속에서 혼란에 빠진 제국 병사들 사이로 시아가 케인의 손을 잡고 하온을 끌고 간다. 그들은 사전에 봐두었던 비상 탈출구, 좁은 환기구를 향해 몸을 던진다.**

케인: (환기구 입구에서 뒤를 돌아보며) 빌어먹을, 놈들이 금방 따라올 거야!

**40. 컷. – 환기구 내부. 금속성 냄새와 먼지가 가득하다. 시아가 앞장서고, 하온이 그 뒤를 따르며, 케인이 가장 뒤에서 육중한 몸으로 환기구를 뚫고 나아간다. 등 뒤에서 총성 소리와 병사들의 고함이 들려온다.**

[효과음: 따다당! 병사들의 고함, 거친 숨소리]

시아: (속삭이듯)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해. 놈들은 이 미로 같은 곳을 잘 몰라.

**41. 컷. – 그들이 환기구 내부를 기어가고 있을 때, 갑자기 머리 위에서 ‘덜컹’ 하는 소리가 들린다. 천장에 설치된 점검 해치가 열리려는 듯 흔들린다. 병사들이 위에서 추격하고 있는 것이다.**

케인: (짜증스럽게) 젠장, 쥐새끼처럼 쫓아오네!

**42. 컷. – 바로 그 순간, 환기구 저 멀리서 희미하게 녹색 불빛이 깜빡인다. 아리의 비상 신호등이다. 동시에 [효과음: 삐이이이익!!!] 하는 날카로운 비명 같은 소리가 건물 전체를 뒤흔든다. 그리고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금속 덩어리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하온: (눈을 휘둥그레 뜨고) 이건… 발전기 과부하?! 아리?!

**43. 컷. – 건물 외부. 아리가 낡은 전선들을 겨우 연결해 ‘감시의 눈’ 본부 건물의 보조 발전기 시스템에 과부하를 일으키는 모습. 그녀의 얼굴에는 결연함과 함께 두려움이 공존한다. 그녀의 작은 몸으로 엄청난 일을 해낸 것이다.**

아리: (이를 악물고) 시아 언니… 케인 오빠… 하온 오빠…!

**44. 컷. – 발전기 과부하로 인해 건물의 전력 시스템이 일부 마비되고, 추격하던 병사들이 혼란에 빠진다. 어둠과 경보음 속에서 그들은 잠시 주춤한다. 그 틈을 타 시아 일행은 빠르게 환기구를 빠져나와 잿빛 구역과 연결된 버려진 하수도로 떨어진다.**

[효과음: 철푸덕! 물에 떨어지는 소리, 거친 숨소리]

[장면 #6. 은신처 복귀 – 에필로그]

**45. 컷. – 다시 지하 은신처. 시아와 케인, 하온은 지쳐 쓰러지듯 앉아있다. 옷은 더러워지고 얼굴에는 상처가 있지만, 눈빛은 살아있다. 아리가 그들에게 따뜻한 물수건과 낡은 포션 병을 건넨다.**

아리: 다들 괜찮으세요? 크게 다친 곳은 없고요?

케인: (어깨를 주무르며) 이 정도 상처쯤이야. 식은 죽 먹기지. 젠장, 병사 셋은 더 처리할 수 있었는데!

하온: (한숨을 쉬며) 다행히 제어 코어를 마비시켰습니다. 12시간 동안은 감시의 눈이 제 기능을 못 할 겁니다. 하지만… 데이터는…

**46. 컷. – 시아가 고개를 젓는다. 그녀는 허리춤에서 작은 데이터 스틱을 꺼낸다. 아무도 몰랐던 그녀의 은밀한 움직임이었다.**

시아: (미소 지으며) 아니. 포기하지 않았어. 감시의 눈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동안, 놈들의 통신망에서 짧은 파편을 잡아챘지. 하온, 해독할 수 있겠어?

**47. 컷. – 하온이 데이터 스틱을 받아 자신의 장비에 연결한다. 그의 눈이 스크린에 고정된다. [효과음: 데이터 처리음] 몇 분간의 침묵이 흐른다.**

**48. 컷. – 하온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진다. 그리고 이내 경악으로 물든다. 그의 스크린에 띄워진 파편적인 이미지들과 텍스트들은 섬뜩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온: (떨리는 목소리) 이건… 제국이… 제국이 빈민가 구역의 모든 ‘부적격자’들을… 새로운 ‘작업 구역’으로 이송하려는 계획입니다… 대규모로…

**49. 컷. – 시아와 케인, 아리의 표정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진다. ‘부적격자’, ‘작업 구역’이라는 단어는 제국이 불필요한 인력을 처리할 때 쓰는 완곡한 표현이다. 이는 곧 죽음이나 다름없는 강제 노동, 혹은 그 이상의 비극을 의미한다.**

시아: (낮고 단호한 목소리) 그래서 그동안 감시를 강화하고, 자원을 죄다 가져갔던 거군. 빈민가를 통째로 쓸어버리려는 계획이었어.

**50. 컷. – 시아가 스크린에 비친 텍스트를 응시한다. 그녀의 눈빛은 이전보다 더욱 강렬하고, 타오르는 불꽃처럼 번뜩인다. 이 모든 것이 예고된 참사였음을, 이제야 확신한다.**

시아: (주먹을 꽉 쥐며) 12시간. 감시의 눈이 다시 뜨기 전까지, 우리는 저들의 본거지에 침투해서 이 계획을 세상에 알려야 해. 더 이상 제국의 그림자 아래에서 죽음을 기다릴 순 없어.

**51. 컷. – 시아의 눈빛이 스크린 속 제국의 크롬웰 서버를 향한다. 이제 그들의 목표는 더 분명하고, 더 위험해졌다. 모두의 얼굴에 피할 수 없는 싸움을 앞둔 결연함이 서려있다. 어두운 지하 은신처, 그들의 작은 반란은 이제 막 거대한 제국의 심장을 향해 뻗어나가려 한다.**

(내레이션: 그림자 아래서 시작된 작은 불씨는, 이제 거대한 불꽃이 되어 제국의 심장을 태우려 한다. 어둠 속에서… 우리의 외침은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