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푸른 어둠의 눈

강서준은 낡은 나무 이젤 위에 거친 캔버스를 올렸다. 손에 든 붓은 미지의 갈증으로 떨렸다. 이곳, 심연항은 세상의 끝자락에 매달린 듯한 어촌이었다. 끊임없이 안개가 휘감고, 파도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속삭이는 것처럼 절벽을 때렸다. 그는 서울의 번잡함을 뒤로하고 이 외딴곳으로 도망쳐 왔다. 사라진 영감을 찾아서, 혹은 어쩌면,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어떤 존재를 찾아서.

마을 사람들은 서준을 경계했다. 그들의 눈빛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처럼 음침한 무언가가 서려 있었다. 특히 밤이 되면, 그들은 창문을 굳게 닫고 바깥세상과의 모든 교류를 단절했다. 그들의 두려움은 비단 거친 파도나 폭풍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래된 어부들은 술에 취하면 알 수 없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인간의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묘하게 불협화음을 이루면서도 섬뜩하게 아름다운 멜로디. 그것은 바다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자장가 같기도, 혹은 절규 같기도 했다.

서준은 그 노래에 매료되었다. 그는 그 소리를 쫓아 새벽안개가 짙게 깔린 해변을 헤매기도 했고, 썰물 때 드러나는 검은 암초 사이를 탐험하기도 했다. 그의 캔버스에는 갈수록 기이한 형상들이 자리 잡았다. 굳이 설명하려 들면 꿈틀거리는 해초와 같았고, 때로는 심해어의 눈동자 같기도 했으며, 어떤 순간에는 알 수 없는 기하학적 문양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 제 그림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붓이 이끄는 대로 움직일 뿐이었다.

어느 날 밤, 그의 숙소 창문으로 달빛 대신 푸른빛이 새어 들어왔다. 그 빛은 바다에서부터 스며드는 듯했고, 유리창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와 함께 묘한 화음을 이루었다. 서준은 잠 못 이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본능적으로 붓과 스케치북을 챙겨들었다. 몸이 스스로 움직이는 듯했다.

그는 빛을 따라 해변으로 내려갔다. 모래사장에는 푸른 해조류가 반짝이고 있었다. 바다는 잔잔했지만, 그 너머의 어둠 속에서는 무언가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듯했다. 습한 공기 속에는 비릿한 바다 내음과 함께, 이상하리만치 달콤한 향기가 섞여 있었다. 취기라도 오른 듯 머리가 아득해졌다.

그가 발걸음을 멈춘 곳은 마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거대한 바위들이 기괴한 형상으로 솟아 있는 작은 만이었다. 바위 틈새에서 새어 나오는 푸른빛은 마치 심해의 발광 생물처럼 주변을 몽환적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의 한가운데, 기이하게 패인 바위 웅덩이 속에서 한 존재가 빛나고 있었다.

처음 서준의 눈에 들어온 것은 길게 늘어진, 어둠 속에서도 은은하게 빛나는 머리카락이었다. 그것은 마치 깊은 바다의 해초처럼 물속에서 부드럽게 흔들렸다. 그는 눈을 비볐다. 환상일 리 없었다. 이어서 드러난 것은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었다. 매끄럽고 창백한 피부는 달빛 아래서 진주처럼 영롱하게 빛났고, 이목구비는 조각가가 혼을 불어넣은 듯 완벽했다. 그러나 동시에, 완벽함 뒤에 숨겨진 기묘한 이질감이 서준의 오감을 마비시켰다.

그 존재는 인간의 형태를 띠고 있었지만, 어딘가 달랐다. 귓바퀴는 살짝 날카롭게 솟아 있었고, 손가락 사이에는 희미하게 물갈퀴 같은 흔적이 비쳤다. 무엇보다, 서준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은 그 존재의 눈이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푸른 어둠. 검은 동공은 한없이 확장되어 우주를 담은 듯했고, 홍채는 차갑고 섬뜩한 빛을 발했다. 밤바다의 모든 심연이 그 눈동자에 응축되어 있는 것 같았다. 매혹적이었고, 동시에 한없이 두려웠다.

그 존재가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마주쳤다. 서준은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온 목소리는 그의 귀에 낯설게 들렸다. 마치 다른 누군가가 발설한 말 같았다. 푸른 눈동자는 천천히 깜빡였다. 그 움직임마저도 인간과는 다른, 미묘한 유려함이 있었다. 존재의 입술이 조용히 열렸다. 물방울이 맺힌 듯 촉촉한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목소리는 깊은 바다 속에서 울리는 종소리 같기도, 오래된 유적에 부는 바람 소리 같기도 했다. 뇌리에 직접 박히는 듯한 음성이었다.

“당신이 찾던 것을 보러 온 이.”

그 말에 서준은 전율했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찾아 이곳까지 왔는지 알고 있었다. 어쩌면 그 자신이 몰랐던 것까지도. 그는 홀린 듯 붓을 들었다. 이 비현실적인 존재를 캔버스에 담아야만 했다. 존재는 그가 붓을 드는 모습을 조용히 응시할 뿐이었다. 푸른 눈동자는 여전히 깊은 어둠을 품고 있었지만, 그 속에는 오래된 호기심 같은 것이 일렁였다.

서준은 그림을 그렸다. 손놀림은 광기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는 붓을 멈출 수 없었다. 이 순간, 이 아름답고도 섬뜩한 존재가 그의 유일한 세상이었다. 그는 감히 그녀에게 이름을 묻지 못했다. 그 이름이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을 담고 있을까 봐 두려웠다. 다만, 그의 심장은 이미 금지된 매혹에 길들여지고 있었다. 이 밤의 끝이 어디인지, 이 매혹의 끝이 어디인지 그는 알지 못했다.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는 어둠 속에서 푸른 눈동자가 자신을 응시하는 것을 느끼며, 그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알 수 없는 공포 사이의 아찔한 경계에서 춤추는 듯했다. 그의 영혼이 이끌리는 대로, 붓은 종이 위를 미친 듯이 질주했다. 이 만남은 시작에 불과했다.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 존재와의, 돌이킬 수 없는 금지된 사랑의 서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