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연의 메아리
「가람호」는 성운의 가장자리에 위태롭게 떠 있었다. 심우주 특이점들의 압력에 선체가 삐걱거렸지만, 첨단 센서는 방금 전 불가능에 가까운 무언가를 포착해냈다. 함교의 긴장감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함장님, 아직도 신호가 잡힙니다. 이 정도 규모의 물체가 탐사망에 포착되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탐사팀장 이지혜 박사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화면을 노려봤다. 그녀의 눈은 발견될 리 없던 고대 유적을 찾아낸 고고학자의 그것처럼 번뜩였다.
김선우 함장은 턱을 쓰다듬었다. 그의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패여 있었다.
“스캔 결과는요? 인공물입니까?”
“확실합니다. 비정상적인 밀도, 완벽하게 매끄러운 외벽… 자연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최소 길이 100킬로미터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게다가… 내부에서 뭔가 약한 파동이 감지됩니다.”
정비팀장 박준영이 미간을 찌푸렸다.
“파동이요? 에너지 반응입니까?”
“아니요, 이상합니다. 일반적인 에너지 파동과는 다릅니다. 규칙적인 진동인데, 마치… 무언가 살아있는 듯한 리듬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체 신호라고 하기엔 너무 크고, 기계음이라고 하기엔 너무 불규칙적입니다.”
“생체 신호라고요? 이 크기에?” 의무관 최유진이 마른침을 삼켰다. “혹시 모를 바이러스나 미생물 유출 가능성은요?”
선우 함장은 고개를 저었다.
“탐사정 ‘은하’를 출동시켜 직접 확인한다. 지혜 박사와 박 팀장, 그리고 최 의무관이 동승한다.”
“함장님, 너무 위험합니다!” 준영이 반대했지만, 선우의 눈은 단호했다.
“이런 발견은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해. 하지만 최대한의 안전수칙을 지켜라. 함선과는 교신을 유지하고,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즉시 철수한다.”
—
탐사정 ‘은하’는 거대한 검은 물체 주위를 맴돌았다.
가까이서 본 그것은 상상을 초월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주변의 별빛조차 흡수하는 듯, 완벽한 무광의 외벽은 어떤 반사광도 허용하지 않았다. 마치 거대한 블랙홀의 조각을 보는 듯했다.
“세상에… 이건….” 지혜 박사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화면에 코를 박을 듯이 집중했다. “아무런 문양도, 연결부도, 하다못해 배기구조차 없습니다. 완벽한 하나의 덩어리입니다.”
“이게 어떻게 우주에 떠 있을 수 있죠?” 준영이 조종간을 잡은 채 중얼거렸다. “이 정도 질량이면 자체 중력으로 인해 주변 소행성들을 끌어당겨야 할 텐데요.”
“그게 바로 미스터리죠.” 지혜가 눈을 빛냈다. “어쩌면… 이건 단순한 물체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주를 항해하는 어떤… 생명체일 수도.”
그 순간, ‘은하’의 선체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무슨 일입니까?” 유진이 불안하게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추진기에 이상은 없습니다.” 준영이 계기판을 확인했다.
*쉬이이익…*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묘한 바람 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은하’ 내부의 공기 순환 시스템에서 나는 소리인가? 아니, 더 깊은 곳에서, 저 거대한 검은 물체로부터 흘러나오는 소리 같았다.
“함장님, 저걸 보세요!” 지혜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켰다.
거대한 검은 물체의 한 부분이, 마치 물 위에 잉크가 번지듯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아주 미세한 빛이었지만, 그것은 확실히 이전에는 없던 변화였다.
*웅- 웅- 웅-*
빛이 나는 부위에서부터 시작된 낮은 진동음이 선체를 타고 울렸다. 조종석의 의자들이 미세하게 흔들렸고, 유리창 너머로 보이던 거대한 물체가 진동에 따라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스캐너가 다시 먹통이 됩니다!” 준영이 다급하게 외쳤다. “중력장 교란인가요? 아뇨, 이건… 스캔 대상 자체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선우 함장의 목소리가 통신으로 날아들었다. “은하, 상황 보고해! 무슨 일이냐!”
“함장님, 알 수 없습니다! 저 물체가… 반응하고 있습니다! 외벽에서 빛이 나고, 알 수 없는 진동이 감지됩니다!” 지혜가 다급하게 설명했다.
“즉시 철수한다! 반복한다, 즉시 철수!” 선우 함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거대한 검은 물체의 빛나던 부위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쩌억, 하고 거대한 입이 벌어지는 듯한 착시를 일으키며, 내부의 어둠이 더 짙게 드러났다. 그 안에서는 또 다른 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유진은 비명을 삼켰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벌어진 틈새 너머로 보이는, 셀 수 없이 많은 작은 점들이었다. 그것들은 마치 거대한 눈동자를 이루는 무수한 동공들처럼, 저마다 다른 색으로 깜빡이며 ‘은하’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건… 문이 아니야….” 지혜가 중얼거렸다. 그녀의 얼굴은 공포와 경외심으로 일그러졌다.
“움직여! 박 팀장! 빨리 여기서 벗어나!” 유진이 준영의 어깨를 흔들었다.
준영은 손이 굳은 듯 조종간을 잡은 채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눈동자는 공포에 질려 거대한 틈새 안쪽의 무수한 빛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벌어진 틈새 안쪽에서, 가장 깊고 어두운 곳으로부터, 하나의 빛이 섬광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마치 존재해서는 안 될 색깔처럼, 모든 색을 빨아들이면서도 동시에 맹렬하게 빛났다. 그 빛은 ‘은하’를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 나왔고, 그 빛줄기가 닿는 순간, 탐사정의 모든 시스템이 비명을 지르며 다운되었다.
*지지직!*
통신이 끊겼다.
내부의 비상등마저 꺼진 ‘은하’는, 거대한 존재의 벌어진 입 속으로 천천히 끌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먹이를 낚아채는 심해어처럼.
마지막으로 지혜의 눈에 들어온 것은, 칠흑 같은 심연 속에서 자신들을 향해 거대한 눈을 번뜩이던, 헤아릴 수 없는 존재의 형상이었다.
그리고, 그 형상이 닫히기 직전, 그녀는 아주 짧은 순간, 그것이 마치 자신들에게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았다고 느꼈다.
다음 순간, ‘은하’는 어둠 속에 완전히 삼켜졌다.
‘가람호’의 브릿지에서는, 선우 함장이 끊긴 통신 화면을 보며 절규했다.
“은하! 응답하라! 은하!”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그저 깊은 우주의 침묵뿐이었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저 멀리, 거대한 검은 물체는 다시 한번 희미한 파동을, 마치 승리를 노래하는 심장의 박동처럼, 우주에 울려 퍼트리고 있었다.
그것은 이제, 인류에게 알 수 없는 메시지를 던질 준비가 된 것처럼 보였다.
심연에서 깨어난 고대의 존재는, 새로운 방문객을 맞이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