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독립적인 단편 소설

차가운 금속 냄새가 코를 찔렀다.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뒤덮인 벙커의 공기는 늘 그랬다. 습하고, 무겁고, 어딘지 모르게 시체 썩는 냄새가 희미하게 섞인 듯한. 이곳, ‘새벽’ 기지는 인류 최후의 보루 중 하나였지만, 바깥 세상의 지옥을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했다.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지 7년. 생존자들은 폐허 위에서 겨우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강태진은 낡은 야전상의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사령관실 입구 앞에 서 있었다. 그의 곁에는 땀으로 축축한 얼굴의 박상병이 초조한 기색으로 서 있었다. 박상병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손에는 자동소총이 들려 있었지만 그 총은 지금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다. 이 상황은 총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강… 강태진 씨. 소령님이… 소령님이 돌아가셨습니다.” 박상병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강태진은 대꾸 없이 무거운 철문을 응시했다. 사령관 김소령의 집무실이자 숙소로 사용되던 이 방은, 새벽 기지 내에서도 가장 삼엄한 보안을 자랑했다. 외부인은커녕, 기지 내 간부조차 소령의 승인 없이는 발 한 걸음 들여놓을 수 없는 곳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다. 강제로 열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는… 처참했다.

“안에서 잠겨 있었다고요?” 강태진이 짧게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평온했다. 마치 방금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곳에 도착한 것이 아니라, 한가로운 산책을 나온 사람처럼.

“네… 젠장, 밤새 통신이 안 되길래 아침에 와봤더니… 문은 굳게 닫혀있고,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안 나고… 결국 폭파 전문가를 불러서 겨우 열었습니다.” 박상병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설명했다. “그리고 안에는… 소령님이, 그 모습으로…”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강태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전등을 켜 철문 안쪽을 비췄다. 철문은 강철로 만들어져 있었고, 두께만 해도 30센티미터는 족히 되어 보였다. 지문 인식과 망막 스캔, 그리고 수동 잠금장치까지 삼중으로 되어 있었다. 이 문을 강제로 열었다는 흔적은 선명했다. 녹아내린 용접 자국과 군데군데 그을린 철판.

강태진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방 안은 생각보다 깨끗했다. 마치 누군가 치우기라도 한 듯, 불필요한 흔적은 없었다. 방 한가운데 놓인 육중한 철제 책상 뒤로, 김소령이 의자에 기댄 채 쓰러져 있었다. 그의 목에는 선명한 붉은 선이 그어져 있었고, 그 밑으로 검붉은 피가 흥건하게 고여 책상 위 서류들을 적시고 있었다.

“어떤 무기를 사용한 것 같습니까?” 강태진은 시신을 직접 건드리지 않고 눈으로만 살폈다.

“글쎄요… 날카로운 칼 같은 걸로 한 번에 그은 것 같습니다. 총상이나 다른 흔적은 없고요.” 박상병이 덧붙였다. “주변에서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바깥으로 던질 수도 없는 일이고요. 환기구도 너무 작아서 사람이나 물건이 오갈 수도 없어요.”

강태진은 방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벽은 콘크리트로 되어 있었고, 창문은 없었다. 유일한 출입구는 방금 들어온 철문뿐이었다. 환기구는 천장 모서리에 작은 구멍으로 뚫려 있었고, 그 위에는 철망이 씌워져 있었다. 일반적인 성인 팔 하나도 제대로 들어가기 힘들 정도의 크기였다.

그는 천천히 방 안을 배회했다. 김소령의 시신, 책상 위의 피, 그 외에는 딱히 눈에 띄는 것이 없었다. 강태진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먼지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듯 살폈다. 그의 시선은 문에서부터 시작해 벽, 천장, 그리고 다시 바닥으로 이어졌다.

“시신은 언제쯤 발견되었죠?”

“오늘 아침 7시경입니다. 소령님은 어제 밤 11시에 이 방으로 들어가셨고, 그 이후로 아무도 문을 연 흔적이 없습니다. 기록에도 없고요.” 박상병의 목소리에 무력감이 섞여 있었다. 새벽 기지의 보안 시스템은 허술하지 않았다. 모든 출입 기록은 중앙 통제실에 기록되고 있었다. 그 어떤 바이러스보다도 치명적인 것이 바로 내부의 배신과 혼란이었다.

강태진은 한숨을 쉬었다. 이 상황은 완벽한 밀실이었다. 안에서 잠긴 문, 외부의 침입 흔적 없음, 내부의 도주 경로 없음, 흉기 없음.

“사건이 알려진 후, 이 방에 들어온 사람은 박상병 외에 누가 있었습니까?”

“저와… 의무실의 이박사님, 그리고 통제실의 최이사가 잠시 들어왔었습니다. 소령님 사망 확인을 위해서요. 하지만 아무것도 건드리지 못하게 했습니다.” 박상병은 다급하게 손을 저었다.

“좋습니다.” 강태진은 다시 시신 앞으로 돌아왔다. 김소령의 손은 책상 위에 놓여 있었고, 굳은 표정은 미처 죽음을 인지하지 못한 듯했다. 살짝 벌어진 입가에는 고통의 흔적이 없었다. 이건 자살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했다. 스스로 목을 그은 사람의 손에는 저항이나 마지막 발버둥의 흔적이 남아있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김소령의 손은 깨끗했다. 손톱 밑에 어떠한 이물질도 없었다.

강태진은 문득 천장의 환기구를 올려다보았다. 작은 철망은 먼지로 덮여 있었지만, 그 주변의 미세한 스크래치에 시선이 꽂혔다. 마치 얇고 긴 무언가가 지나간 듯한 자국이었다. 그는 손전등을 들어 더 자세히 비췄다. 철망에 붙어있는 먼지는 오래된 것 같았지만, 스크래치 안쪽에는 비교적 신선한 먼지가 긁힌 자국을 메우고 있었다. 아주 미세한 차이였다. 보통 사람은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그는 환기구에 가까이 다가갔다. 콘크리트 벽과 철망 사이, 아주 작은 틈새가 보였다. 그 틈새를 따라 얇고 끈적한 이물질이 묻어 있었다. 너무 희미해서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 강태진은 가지고 있던 작은 주머니칼을 꺼내 그 이물질을 긁어냈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작은 돋보기를 꺼내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것 참…”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흥미롭다는 듯한 미소였다.

강태진은 방을 나와 복도로 향했다. 복도 끝에는 의무실이 있었고, 그 옆에는 통제실이 있었다. 그는 먼저 의무실로 향했다. 이박사가 땀을 흘리며 약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박사는 기지 내에서 유일한 의사이자 생물학자였다. 좀비 바이러스 연구를 위해 애쓰는 그의 손은 늘 약품 냄새로 가득했다.

“이박사님.” 강태진이 문가에 섰다.

“강태진 씨. 소령님 사건 때문에 오셨군요.” 이박사는 그의 얼굴을 살폈다. 그의 눈은 피곤해 보였지만, 평소처럼 침착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그 방은 파리 한 마리도 못 들어가는 곳인데…”

“혹시 기지 내에서… 인력이 닿지 않는 곳까지 정교하게 작동하는 기계 같은 것이 있습니까?” 강태진이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이박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기계라니요? 글쎄요… 감시 드론 몇 대가 외부 정찰용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만, 내부에서는 사용하지 않고요. 그 외에는 공조 시스템이나 자율 방어 체계 정도가 있겠군요. 모두 정해진 프로그램대로 움직입니다.”

“환기구에 대한 질문입니다. 김소령의 방 환기 시스템은 어떻습니까? 공기가 어떻게 순환되죠?”

“음, 소령님 방은 외부 공기와 직접 연결되지 않고, 내부 공기를 정화해서 재순환하는 방식입니다. 필터 교체 주기가 좀 되긴 했지만, 문제는 없을 겁니다.” 이박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환기구에 관심이 있으시죠?”

강태진은 대답 없이 의무실을 나왔다. 이번에는 통제실로 향했다. 통제실에는 최이사가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앉아 있었다. 최이사는 기지 내 자원 배분과 행정을 담당하는 인물로, 김소령과 자주 마찰을 빚는다는 소문이 있었다.

“강태진 씨.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최이사가 묻기보다 다그치듯 말했다. “소령님의 죽음은 기지 전체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겁니다. 지금 같은 때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최이사님은 어젯밤 어디에 계셨습니까?”

“저는 밤새 통제실에 있었습니다. 보고서도 직접 확인하고 싶으면 보여줄 수 있습니다.” 최이사는 약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건 그렇고, 혹시 소령님이 최근에 누군가와 심하게 다툰 적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바로 저와요.” 최이사는 숨기지 않았다. “자원 배분 문제로 의견 충돌이 있었습니다. 소령님은 외부 정찰대 지원을 늘리자고 했지만, 저는 기지 내부의 식량과 보급품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뭐, 그게 살인 동기가 될 리는 없지만요.”

강태진은 최이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서 딱히 특별한 정보를 얻지는 못했다.

다시 복도를 걷는 강태진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 같았다. 그는 다시 김소령의 방으로 돌아왔다. 박상병은 여전히 문 밖을 지키고 있었다.

강태진은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서서, 김소령의 시신과 피 묻은 책상을 다시 한 번 응시했다. 그리고 천천히,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듯 모든 정보를 재조합하기 시작했다.

밀실. 완벽한 밀실.

하지만 강태진은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했다. 단지 아직 그 방법을 모를 뿐이라고.

‘안에서 잠겼다… 안에서.’

그는 바닥의 미세한 스크래치에 다시 시선을 고정했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자국이었다. 하지만 너무 얇고 길었다. 무언가가 문틈에 끼어들었다가 빠져나온 흔적 같았다.

그리고 환기구의 스크래치. 그리고 이박사가 말한 ‘재순환 시스템’.

강태진은 숨을 들이쉬었다. 머릿속에서 모든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박상병.” 강태진이 문밖의 박상병을 불렀다. “모두를 이 방으로 모아주십시오. 이박사님과 최이사, 그리고 이 사건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잠시 후, 박상병과 이박사, 최이사가 방 안에 모여들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불안과 궁금증이 뒤섞여 있었다. 김소령의 시신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강태진은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사건은 밀실 살인입니다. 겉보기에는 말이죠.”

최이사가 코웃음을 쳤다. “겉보기에는이라니요?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아무도 들어갈 수도 나갈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들어갈 수도 나갈 수도 없었죠. 하지만, 죽음을 가져올 수는 있었습니다.” 강태진의 시선이 이박사에게 향했다. 이박사는 순간적으로 눈을 피했다.

“이박사님. 소령님 방의 환기 시스템은 재순환 방식이라고 말씀하셨죠? 필터 교체 주기가 좀 되었다고요.”

“그렇습니다만,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이박사가 살짝 당황한 기색으로 물었다.

“상관이 있습니다. 바로 그 필터 교체 주기에요. 필터 교체는 수동으로 이루어집니다. 외부에서 환기구를 열고 필터를 갈아야 하죠. 맞습니까?”

이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필터 교체는 한 달에 한 번, 정해진 날에만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지난주에 교체했습니다.”

“그렇다면 질문 하나 더 드리겠습니다. 환기구의 공기 배출구가 외부로 노출되어 있을 때, 정화된 공기가 다시 방 안으로 들어오기까지, 그 환기 시스템은 일시적으로 ‘열린’ 상태가 될 수 있습니까? 아주 잠깐이라도요.”

이박사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강태진은 계속 말을 이었다. “이박사님. 당신은 기지 내의 모든 시스템을 알고 계십니다. 특히 공조 시스템은 더더욱 잘 아시겠죠. 당신은 소령님 방의 환기 시스템의 미세한 결함… 혹은 당신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틈을 이용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이박사에게로 향했다. 이박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굳어 있었다.

“소령님 방의 환기구 철망에는 미세한 스크래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스크래치에는 방금 전 제가 긁어낸 이물질이 묻어있었죠. 아주 얇고 끈적한 유기체 성분… 좀비 바이러스에 사용되는 특수 연구 물질이었습니다. 오직 당신만이 다룰 수 있는.”

강태진은 손에 들고 있던 주머니칼과 돋보기를 들어 보였다.

“당신은 지난 밤, 필터 교체 타이밍을 조작하거나, 아니면 당신만이 아는 환기 시스템의 맹점을 이용했습니다. 당신은 환기구를 통해 특수 제작된 아주 얇은 강철 와이어에 날카로운 칼날을 부착한 장치를 집어넣었을 겁니다.”

“말도 안 돼!” 최이사가 소리쳤다. “그 작은 구멍으로 어떻게 사람이 들어갈 수도 없는 곳에 칼날을 넣는단 말입니까!”

“칼날은 작았습니다. 그리고 그 와이어는 유연했겠죠. 당신은 공조 시스템의 압력을 이용해 그 와이어를 소령님 방 안으로 밀어 넣었을 겁니다. 그리고 소령님이 앉아있는 책상 위까지 정교하게 조종해서… 단숨에 목을 그었겠죠.”

강태진은 다시 김소령의 시신을 응시했다. “그리고 이 피의 흔적… 칼날이 지나간 후, 피는 뿜어져 나온 것이 아니라, 책상 위로 떨어져 고였습니다. 이것은 칼날이 재빨리 사라진 후의 흔적입니다. 와이어가 다시 환기구 밖으로 빠져나갔다는 증거죠.”

“그럼 문은요?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다고요!” 박상병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것도 트릭입니다. 이 방의 문은 특정 조건 하에, 외부에서 강제로 잠글 수 있는 보조 잠금장치가 있습니다. 다만, 그 보조 잠금장치는 소령님 방의 내부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어서, 소령님 방에서 내부적으로 ‘잠금’ 신호를 보냈을 때만 활성화될 수 있죠. 이박사님, 당신은 그 ‘잠금’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강태진은 이박사를 똑바로 응시했다. 이박사의 얼굴은 이미 백지장처럼 창백했다.

“당신은 김소령의 죽음을 확인한 후, 그 와이어를 이용해 소령님의 손을 조종하여 방의 자동 잠금 버튼을 누르도록 했을 겁니다. 아니면,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소령님의 손에 쥐여 있던 펜이나 다른 물건을 이용해 문 안쪽의 잠금장치를 눌러놓고 와이어를 빼냈을 수도 있겠죠. 문이 닫히면서, 바닥에 있던 그 얇은 와이어가 문틈에 살짝 끼었다가 빠져나오며 미세한 스크래치를 남겼을 겁니다. 그것이 제가 문 앞에서 발견한 미세한 스크래치의 정체입니다.”

방 안은 정적에 휩싸였다. 모두의 눈은 이박사에게 고정되었다.

“대체… 왜요, 이박사님!” 박상병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이박사는 고개를 떨궜다. 그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소령님은… 소령님은 제 연구를 막았습니다. 이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을… 당신은 너무 조심스러웠고, 너무 많은 것을 통제하려 했어!” 이박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광기에 가까운 절규였다. “좀비는 기다려주지 않아요! 인류의 희망은 당신의 결재 서류 밑에 깔려 죽어가고 있었다고요!”

강태진은 아무 말 없이 이박사를 바라보았다. 그의 천재적인 두뇌는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 또 하나의 인간이 만들어낸 비극을 해결해냈다. 하지만 그에게 남는 것은 공허함이었다. 바깥 세상은 좀비들로 가득 차 있었고, 안에서는 인간들이 서로를 죽였다. 인류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박상병이 다가가 이박사의 팔을 붙잡았다. 이박사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는 절망과 함께 희미한 해방감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강태진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은 다시 김소령의 싸늘한 시신으로 향했다. 완벽한 밀실은 없었다. 다만, 인간의 절망과 광기가 만들어내는 불가능해 보이는 트릭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리고 강태진은, 언제나 그 트릭의 뒤에 숨겨진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마주해야 했다. 좀비보다 더 무서운 것은, 어쩌면 인간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그는 사령관실을 나섰다. 복도 너머에서 좀비들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듯했다. 아니, 어쩌면 그건 그저 그의 귓가에 남은, 인류의 마지막 비명이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