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테리움 마법 학원, 073화: 무지개 비늘 아래의 진실
쿵. 쿵. 쿵.
심장이 발소리에 맞춰 격렬하게 울렸다. 복도 끝, 고대 마법학 교수의 우렁찬 목소리가 거대한 바위처럼 등 뒤를 쫓아왔다. “엘리샤! 너 이 망측한 계집애! 당장 서지 못해!”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력 질주했다. 후회는 없었다. 그 지루한 ‘고대 마법 유물의 빛깔 분석’ 수업 대신, 내 직감은 이 학원 어딘가에 훨씬 더 흥미로운 ‘무엇’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 속삭였다. 게다가, 오늘 아침 식판에 몰래 넣어둔 개구리 알 사탕은 완벽한 복수였다. 교수님, 미안해요. 사실 안 미안해요!
좁은 비상계단을 세 칸씩 뛰어 내려가다, 등 뒤에서 섬뜩한 마법 기류가 느껴졌다. 젠장, 순간이동 마법까지 쓰다니! 교수님, 체면도 없으세요?
“붙잡히면 삼일 밤낮을 금서 열람실에 가둬 버릴 줄 알아라!”
그 목소리는 거의 내 등 뒤에 와 닿은 듯했다. 망했다! 이대로 잡히면 지난번처럼 ‘분노 조절 마법 실패 사례’로 마법 생물에게 둘러싸여 춤추는 굴욕적인 보고서를 써야 할지도 모른다. 내 이미지, 흑역사!
필사적으로 몸을 틀어 왼쪽 복도로 꺾었다. 익숙지 않은 복도였다. 낡고 오래된 벽돌들이 켜켜이 쌓여 있고, 공기마저 축축하게 눅눅했다. 여긴 대체 어디지? 분명 도서관 지하 창고로 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발밑에 놓인 카펫이 찢어져 너덜거렸다. 그 아래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어? 이건 또 뭐지? 호기심이 두려움을 덮었다. 언제나 그랬듯, 내 마법은 위기에서 빛을 발했다.
“루멘 테네브리스!”
내 손끝에서 자그마한 빛의 구슬이 튀어나와 찢어진 카펫 아래를 비췄다. 맙소사. 바닥은 원래부터 갈라져 있었던 게 아니라, 누군가 일부러 만들어 둔 것 같은 좁은 틈이었다. 그리고 그 틈새 너머로 기분 나쁜 어둠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모든 빛을 집어삼키는 듯한.
“엘리샤, 거기 서라! 감히 금지 구역에 접근하려 하다니!”
이번엔 등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교수의 거친 숨소리와는 달리, 완벽하게 정돈된 마법 에너지를 내뿜는 목소리.
“카이젤!”
나는 망연자실해 뒤를 돌아보았다. 에테리움 마법 학원의 수석이자, 완벽주의의 화신, 카이젤이었다. 항상 단정한 교복에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짐 없는 그가, 미간을 찌푸린 채 내게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눈은 마치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동시에 불길처럼 타오르는 듯한 경고를 담고 있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네가 가는 곳엔 항상 문제가 생기니까. 이번엔 또 무슨 기상천외한 일을 꾸미는 거지?”
카이젤은 나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나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바닥 틈새를 힐끗 보았다. 위험한 건 알지만, 저 너머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 미칠 것 같았다.
“금지 구역이라니? 난 그저 길을 잃었을 뿐인데?”
“이 복도는 오래전에 폐쇄된 곳이다. 이 아래엔… 네가 알 바 아니다.”
그의 목소리에 일말의 흔들림이 있었다. ‘네가 알 바 아니다’라니, 오히려 더 궁금하게 만드는 말 아닌가?
그때였다. 카펫 아래의 틈새에서 희미한 무지갯빛이 깜빡였다. 마치 누군가 나를 부르는 듯한, 신비로운 빛이었다. 나의 ‘사고 치는 촉’이 격렬하게 반응했다.
“어? 저기 뭐가…!”
나는 무심코 카펫을 걷어냈다. 틈새는 생각보다 넓었다. 성인 남성 한 명이 겨우 들어갈 만한 깊은 수직 통로. 그리고 그 안에서 올라오는 기묘한 마법 기류는… 내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어떤 마법과도 달랐다. 차갑고, 뜨겁고, 혼란스럽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매혹적인.
“엘리샤! 당장 손 떼지 못해!”
카이젤이 다급하게 외치며 내게 달려왔지만, 이미 늦었다. 호기심에 이끌린 내 몸은 이미 균형을 잃고 통로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있었다.
“으악! 카이젤! 잡아줘!”
나는 허우적거리며 외쳤다. 카이젤은 한숨을 쉬는가 싶더니, 망설임 없이 내 손을 뻗어 잡았다. 그의 손은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악력이 느껴졌다.
문제는 내가 너무 빠르게 추락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카이젤도 내 손을 잡은 채로 균형을 잃고 통로 안으로 함께 빨려 들어갔다.
“이런 망할…!”
그의 짧은 욕설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우리는 엉켜서 좁은 통로를 데굴데굴 굴러 내려갔다. 머리가 부딪히고, 팔다리가 꺾이는 고통 속에서도, 카이젤은 끝까지 내 손을 놓지 않았다.
꽤 긴 시간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는 축축한 바닥에 처박혀 있었다. 공기는 차갑고 습했으며, 오래된 흙과 돌멩이 냄새가 났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곳을 가득 채운 마법 기류였다.
“여긴 대체… 어디야?”
내 목소리는 떨렸다. 온몸이 쑤셨지만,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리가 떨어진 곳은 거대한 지하 공간이었다. 천장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았고, 사방은 으스스한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 빛은 어디선가 발산되는 것 같았지만, 그 근원을 찾을 수 없었다. 마치 공간 자체가 살아 숨 쉬는 것처럼.
그리고 저 멀리, 거대한 수정 기둥들이 박혀 있는 제단 같은 것이 보였다. 그곳에서 가장 강렬한 마법의 파동이 느껴졌다. 위험하다는 본능적인 경고음이 머릿속에서 울렸지만, 나의 발걸음은 이미 그곳을 향하고 있었다.
“엘리샤, 기다려! 함부로 움직이지 마!” 카이젤이 내 팔을 붙잡았다. 그의 얼굴은 평소의 냉철함을 잃고 경계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곳은… 학원의 가장 깊숙한 곳에 봉인된, 금기의 심장부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금기의 심장부라니. 이름부터가 이미 ‘로맨틱 코미디’와는 거리가 멀었다. 어쩐지 등골이 오싹해졌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제단 쪽으로 다가갔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법의 기류가 몸을 감쌌다. 기분 좋은 간지러움과 동시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제단 위에 놓인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놓여있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거대하고, 너무나도 생동감 넘치는 존재였다.
크기는 거의 어린 송아지만 했다. 온몸은 무지개색 비늘로 뒤덮여 있었다. 빛에 따라 붉게 타오르다가, 푸르게 반짝이고, 때로는 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났다. 날개는 없었지만, 길고 유연한 몸체는 마치 비단처럼 부드러워 보였다. 거대한 수정 기둥들이 그 존재를 에워싸고 있었고, 그 기둥들에서는 끊임없이 마법 에너지가 흘러나와 존재의 주변을 감쌌다.
그것은… 마법 생물이었다. 내가 아는 어떤 마법 생물과도 달랐다. 강력한 마법 에너지를 내뿜으면서도, 동시에 너무나도 연약하고 아름다운.
그리고 그 존재의 가장 큰 특징은, 온몸에 꽂혀 있는 수십 개의 족쇄였다. 그것들은 빛을 흡수하는 특수한 재질로 만들어져 있었고, 존재의 마법 에너지를 억누르는 듯했다. 마치… 봉인된 괴물처럼.
하지만 괴물이라기엔, 너무나도… 귀여웠다.
그 무지개 비늘 생명체는 제단 위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작고 동그란 코는 주기적으로 씰룩거렸고, 잠꼬대라도 하는 듯 비늘들이 파르르 떨렸다. 마치 아주 깊은 꿈을 꾸고 있는 어린아이처럼.
“이게… 대체 뭐야?” 내 목소리는 속삭이듯 흘러나왔다.
카이젤의 표정은 경악 그 자체였다. “말도 안 돼… 이 아이는… 전설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알려진… ‘무지개 비늘 용’… 마법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존재인데… 이곳에 봉인되어 있었다니.”
무지개 비늘 용. 마법의 심장. 봉인. 금기.
모든 단어들이 내 머릿속에서 엉켜들었다.
그때, 갑자기 무지개 비늘 용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족쇄들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빛을 냈다. 용의 비늘이 더욱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악몽이라도 꾸는 듯, 몸을 뒤척이는 그 모습에 나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엘리샤, 안 돼!” 카이젤이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내 손이 무지개 비늘 용의 머리에 닿는 순간, 거대한 마법 에너지가 폭발했다.
콰앙!
온몸을 감싸는 빛과 소리에 눈을 질끈 감았다. 마법 기류는 미친 듯이 회오리쳤고, 수정 기둥들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 주변의 공기가 비틀리고, 공간 자체가 뒤틀리는 듯한 기묘한 감각이 들었다.
“으아아악!”
나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카이젤이 급하게 내 어깨를 잡아주었지만, 그도 비틀거렸다.
“젠장, 봉인이 풀린다! 무지개 비늘 용은 주변의 마법 에너지를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그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지만, 내 정신은 이미 혼미했다.
눈을 겨우 뜨자, 믿을 수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주변의 돌멩이들이 갑자기 닭으로 변해 꼬꼬댁거리고, 일부 수정 기둥은 통통 튀는 무지개색 젤리로 변해버렸다. 심지어 카이젤의 완벽하게 정돈된 교복 셔츠는… 반짝이는 분홍색 턱시도로 변해 있었다! 그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었고, 나를 붙잡은 그의 손은… 내 왼손이 되어 있었다.
“뭐… 뭐야?!” 나는 당황해서 내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카이젤의 손이 붙어 있었다!
말 그대로, 나와 카이젤의 손이 서로의 반대쪽 손에 뒤바뀌어 버린 것이다.
“엘리샤! 이건 네 짓이지?!” 카이젤은 분홍색 턱시도를 입은 채 경악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의 목소리는 짜증과 분노로 뒤섞여 있었지만, 내 손을 꽉 잡은 그의 손아귀에는 여전히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내가 뭘 했다고! 난 그냥… 어? 왜 갑자기 이렇게 추워?”
그때였다. 내 몸이 갑자기 오들오들 떨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카이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엘리샤… 네 몸에… 나의 코트가…”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방금 전까지 입고 있던 내 교복은 사라지고, 카이젤의 고급스러운 망토가 내 몸을 휘감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망토는… 어쩐지 너무 헐렁한 것이, 그의 마법이 잔뜩 묻어나는 듯했다.
내 시선이 다시 카이젤에게로 향했다. 그는 이제 얇은 셔츠 차림이었다. 아니, 분홍색 턱시도 셔츠 차림이었다. 그리고 그 추운 지하 공간에서… 마치 얼음물에라도 들어간 듯 파르르 떨고 있었다. 그의 코트는 내 몸에 있었다.
“세상에… 설마… 우리 몸이…!”
“바뀐 건 코트와 손뿐이다! 나머지는 아직 괜찮… 으으 추워!”
카이젤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이미 희미하게 풀려 있었고, 얼굴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는 추위에 약했다. 그리고 나는 더위에 약했다. 지금 내 몸은 그의 망토로 인해 너무나도 뜨거웠다.
“이봐, 카이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 네 망토 너무 더워! 나 쓰러질 것 같아!”
“그럼 벗어! 으으… 내가 얼어 죽게 생겼다고!”
“그럼 너도 벗어! 분홍색 턱시도! 난 네 손으로 내 코를 못 파잖아!”
우리는 서로에게 소리쳤다. 그 와중에도 무지개 비늘 용은 여전히 불안정하게 꿈틀거리고 있었고, 주변의 마법은 계속해서 기묘한 방식으로 변형되고 있었다. 돌멩이들은 토끼로 변하고, 천장에서는 반짝이는 과일이 떨어졌다.
나는 카이젤의 얼굴을 보았다. 추위 때문에 파랗게 질려 있지만, 여전히 나를 붙잡고 있는 그의 손은… 왠지 모르게 따뜻했다. 내 손목에 묶인 그의 손에서 느껴지는 묘한 이질감과 익숙함.
이 알 수 없는 마법의 심장부에서, 우리는 서로의 손에 묶인 채,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휘둘리고 있었다.
어쩌면 이것이… 금기의 시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어이없는 혼돈 속에서, 예상치 못한 두근거림이 내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무지개 비늘 용은 잠시 뒤척이더니, 마침내 눈을 떴다.
찬란한 무지갯빛 동공이 우리를 향했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의 몸은 다시 한 번 격렬하게 뒤섞였다.
“젠장, 이번엔 또 무슨…!”
카이젤의 외침과 함께, 우리의 눈앞은 새하얗게 변했다.
이 금기 아래에 숨겨진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이 혼란 속에서, 우리의 관계는 어디로 흘러갈까?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