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장: 별의 심장, 피로 물들다
“안 돼! 대마법사님!”
새벽을 찢는 비명이었다. 리리엘은 순간 심장이 발밑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을 느꼈다. 평화롭던 별의 심장 학원에 이런 혼돈은 전례 없던 일이었다. 그녀는 허둥지둥 마력 등불을 챙겨들고 소리가 난 방향, 학원에서 가장 신성시되는 공간 중 하나인 대마법사 아르카누스의 연구실로 달려갔다.
연구실 문 앞에는 이미 몇몇 학술 보조 마법사들과 경비병들이 혼비백산하여 서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빛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리리엘은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경비대장 길버트가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대마법사 아르카누스 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리리엘의 손에서 마력 등불이 떨어질 뻔했다. 아르카누스 대마법사라니! 그는 학원의 기둥이었고, 현존하는 마법사 중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이 중 한 명이었다. 그런 분이 돌아가셨다니, 대체 무슨 일이…
“누가 감히!” 리리엘은 목소리를 높였다. “문은? 봉인 마법은?”
길버트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다. “바로 그게 문제입니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대마법사님께서 직접 거신, 강력한 봉인의 마법진이 활성화되어 있었죠. 내부에서 걸린 잠금 마법이라, 저희는 문을 열 수 없었습니다. 결국 마법 봉인을 해제하는 주문을 사용해야만 했습니다만… 그 과정에서도 어떤 침입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창문 역시 불침투성 마력 방어막으로 완벽하게 보호되어 있었고요.”
리리엘은 눈앞이 캄캄했다. 침입의 흔적도 없이, 굳게 잠긴 방 안에서 대마법사가 살해당했다는 말인가? 밀실 살인? 그것도 고도로 마법이 발달한 이 시대에?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단은… 칼릭스 님께 보고를 드렸습니다.” 길버트는 힘없이 말했다.
칼릭스! 그 이름이 리리엘의 뇌리에 번개처럼 스쳤다. 학원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기이한 사건들의 해결사이자, ‘미궁의 탐정’이라 불리는 남자. 그의 기행과 오만함은 악명이 높았지만, 그의 천재성은 그 모든 단점을 덮고도 남았다. 밀실 살인이라면, 아마도 그만이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을 터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늘 그랬듯 불쑥 나타난 칼릭스가 경비병들과 학자들의 웅성거림을 헤치고 앞으로 걸어왔다. 그의 옷차림은 언제나처럼 단정하면서도 어딘가 기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짙은 남색 코트, 반쯤 감긴 듯한 눈동자, 그리고 입가에 걸린 희미한 비웃음 같은 미소. 그는 혼란에 빠진 사람들을 훑어보지도 않고, 오직 연구실 문만을 응시했다.
“그래서, 대마법사 아르카누스께서 자신의 연구실 안에서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그고 돌아가셨다는 말입니까? 그리고 그 문은 침입자가 물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완벽히 차단하는 마법으로 봉인되어 있었다. 참으로 경이로운 살인 수법이로군요.” 칼릭스는 비꼬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길버트가 안절부절못하며 대답했다. “저희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칼릭스 님. 육안으로도 마법적으로도 어떤 침입의 흔적도 없습니다.”
“흠.” 칼릭스는 짧게 콧소리를 냈다. “그럼 제가 한 번 ‘이해’해볼까요? 리리엘, 자네는 나와 함께 들어오도록. 다른 이들은 이 주변 반경 10아르 이내로 접근 금지입니다. 어떤 단서라도 훼손해서는 안 되니.”
리리엘은 침을 꿀꺽 삼키며 칼릭스의 뒤를 따랐다. 연구실 문이 열리자, 안에서는 오래된 종이 냄새와 특유의 마나 향이 섞인 퀴퀴한 공기가 흘러나왔다.
연구실 내부는 정연했다. 책들은 서가에 가지런히 꽂혀 있었고, 마법 도구들은 각자의 자리에 놓여 있었다. 오직 한 가지, 이 모든 질서를 깨뜨리는 존재만이 이 공간의 파괴된 평화를 증명하고 있었다.
책상에 엎드린 채 미동도 하지 않는 대마법사 아르카누스. 그의 등 뒤로, 희미한 푸른색 마나 잔류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마치 그 잔류 자체가 그의 마지막 숨결인 양. 시신에는 외상이 없었고, 주변에도 싸움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칼릭스는 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천천히, 그러나 집요하게 주변을 훑었다. 그의 시선은 마치 살아있는 탐색 마법처럼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경비대장 길버트. 시신 발견 당시, 연구실의 마법적 봉인은 완벽하게 유지되어 있었다고 했죠?” 칼릭스가 시신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물었다.
“네, 칼릭스 님. 문을 열기 전까지는요.”
“아르카누스 대마법사의 죽음은… 마나 과부하로 인한 영혼 붕괴로 추정됩니다.” 리리엘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학원 경비대원으로서 기본적인 검시 훈련은 받아왔다. “내부에서 강력한 마법 공격을 받은 듯합니다. 하지만 누구도 이 방에 들어올 수 없었으니…”
“누구도 물리적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그거죠.” 칼릭스는 아르카누스의 시신 주변을 맴돌며 손가락으로 공중에 무언가를 그리는 듯했다. “리리엘, 자네는 이 방에서 무언가 평소와 다른 냄새를 느끼지 못했습니까?”
리리엘은 코를 킁킁거렸다. “음… 오래된 책 냄새, 마나 냄새… 그리고 희미하게… 오존 같은 냄새? 폭풍이 오기 전의 그 냄새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만, 워낙 희미해서 기분 탓일지도 모릅니다.”
칼릭스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 탓이라… 마법사에게 후각은 단순한 기관이 아닙니다. 주변의 마나 흐름 변화를 감지하는 레이더나 다름없죠. 대마법사 아르카누스께서는 항상 마나 결정 지팡이를 가까이 두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리리엘의 시선이 재빨리 방 안을 훑었다. “네, 항상 책상 위에 두셨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는 책상 아래, 아르카누스의 손이 닿지 않을 곳에 불규칙하게 놓여있는 마나 지팡이를 가리켰다. “…이상합니다. 마치 떨어뜨린 것처럼.”
“떨어뜨린 것이 아니라, 놓치신 겁니다.” 칼릭스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시선은 아르카누스의 시신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작은 것.”
그는 마치 먼지를 털어내듯, 아르카누스의 소매를 가볍게 스쳤다. 그러자 눈에 거의 보이지 않던, 반짝이는 작은 파편 하나가 그의 손가락 위에 떨어졌다. 그것은 마치 투명한 얼음 조각 같으면서도, 묘한 무지개 빛을 띠고 있었다.
“이것은… 에테르 수정 조각입니다!” 리리엘이 놀라 외쳤다. 에테르 수정은 아주 희귀하고 값비싼 마법 재료였다. 극도로 미세한 마나 흐름까지 증폭하고 집중시키는 데 사용되어, 주로 원거리 정밀 마법에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렇죠.” 칼릭스는 에테르 수정 조각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햇빛에 비춰보며 말했다. “이 작은 파편이 대마법사님의 소매에 박혀 있었다는 것은, 이 수정이 강력한 마나와 함께 날아들었다는 증거가 됩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그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리리엘은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따라 시선을 옮겼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리리엘. 자네는 정면만을 보는 습관이 있군요. 가끔은 위를 보거나, 뒤를 돌아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칼릭스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거의 보이지 않는 천장의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곳에… 아주 희미하지만, 그을린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까? 마치 번개가 친 후에 남는 흔적처럼요.”
리리엘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다시 바라보았다. 정말로, 아주 자세히 봐야만 알 수 있는 정도의 옅은 그을음 자국이 천장의 특정 지점에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그곳은 아르카누스가 앉아있던 의자의 정확히 위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그럼… 범인은… 마법으로 천장을 뚫고 공격했다는 말씀이십니까? 하지만 이 방은 차원 왜곡 방지 결계도 활성화되어 있었는데!” 리리엘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차원 왜곡 방지 결계는 물리적인 차원 이동을 막습니다. 하지만… 에너지 투사까지 완벽히 막는다고는 할 수 없죠. 특히 범인이 충분히 영리하고, 학원의 마법 방어 체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면 말입니다.” 칼릭스의 눈이 빛났다. 그의 발걸음이 서가로 향했다.
그는 서가 한가운데에서 특정 책 한 권을 뽑아 들었다. 책의 제목은 ‘원거리 소환 마법의 원리 및 응용’.
“이 책은… 대마법사님께서 자주 보시던 책이 아니었는데.” 리리엘이 의아해했다.
“아르카누스 대마법사님은 주로 원소 마법과 공간 마법의 대가였죠. 소환 마법, 특히 원거리 소환은 그의 전문 분야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최근에 열람된 흔적이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칼릭스는 책을 손에 든 채 미소 지었다. 그의 눈은 이미 모든 것을 꿰뚫어 본 듯했다.
“범인은… 이 방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칼릭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니, 물리적으로는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마법은 이 방에 침투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교묘하게.”
리리엘은 숨을 죽였다.
“대마법사 아르카누스께서는 자신의 연구실을 강력한 마법으로 봉인하셨죠. 그 봉인 마법은 외부의 물리적 침입이나 무분별한 마법 침투를 막는 데 탁월합니다. 하지만 모든 방어막에는 맹점이 있는 법입니다. 특히, 마법사 자신이 걸어놓은 마법은 종종 자신의 특정 마법적 흔적이나 에너지 흐름에만 반응하도록 설계되는 경우가 많죠.”
칼릭스는 아르카누스가 앉아있던 의자 옆, 바닥에 아주 희미하게 남은 젖은 자국을 손가락으로 스쳤다. 일반적인 눈으로는 절대 알아볼 수 없는 흔적이었다.
“이것은 응축된 마나 방울이 증발한 흔적입니다. 일반적인 마나가 아니라, 특정 형태를 띤 마나의 잔류죠.”
그의 시선이 다시 천장의 그을음과 손에 든 에테르 수정 파편, 그리고 책상 아래의 지팡이로 향했다.
“범인은 ‘영체 투사 마법’ 혹은 ‘원거리 마나 정수 소환’이라는 고등 마법을 사용했습니다. 아르카누스 대마법사께서 늘 연구실을 잠가두는 습관을 이용한 것이죠.”
리리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영체 투사요? 그럼 범인의 영혼이 이 방에 들어왔다는 말입니까?”
“정확히는 범인의 영혼의 일부, 혹은 마법적으로 정교하게 형상화된 마나의 정수가 들어온 겁니다. 강력한 에테르 수정을 촉매로 삼아, 대마법사님의 연구실 천장에 미세한 마나 통로를 열고, 그 통로를 통해 마법 에너지를 투사한 거죠. 아르카누스 대마법사께서는 천장에서 불시에 쏟아진 강력한 마법 공격에 방어할 새도 없이 당하신 겁니다. 공격이 너무 갑작스러웠기에, 평소 늘 지니던 지팡이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놓치셨던 거고요.”
오존 같은 냄새는 고도로 응축된 마나가 방출될 때 발생하고, 천장의 그을음은 그 폭발적인 마나의 흔적. 에테르 수정 조각은 원거리 마법을 집중시킨 촉매. 그리고 ‘원거리 소환 마법의 원리’ 책은 범인이 이 복잡한 살인 트릭을 준비하며 참고했을 가능성이 높은 단서였다.
“영체 투사는… 시전자의 마나 흔적을 남깁니다. 그것도 아주 독특하고 선명하게요.” 칼릭스는 미소를 거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특히 이런 고도의 마법을 사용했다면, 마나 흔적은 더욱 뚜렷할 겁니다. 범인은 이 방에 들어오지도, 문을 부수지도 않았지만, 그의 마법은 이미 이곳에 발자국을 남겼습니다.”
그의 시선은 다시 아르카누스의 시신으로 향했다. 마치 죽은 대마법사가 모든 진실을 털어놓는 것을 듣는 듯한 눈빛이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입니다. 이 방에 남은 마나의 발자국을 추적하여, 그 발자국을 남긴 주인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그에게 묻는 겁니다. 왜, 가장 안전해야 할 학원의 심장부를 피로 물들였는지.”
칼릭스는 고요한 연구실 한가운데 서서, 마치 모든 수수께끼를 해결한 마법사처럼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리리엘은 그의 등 뒤에서 전율을 느꼈다. 밀실 살인의 트릭은 깨졌다. 이제 남은 것은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일뿐이었다. 이 모든 것이 한 천재 탐정의 날카로운 통찰력 덕분이었다. 학원에 드리워진 어둠의 장막이 걷히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