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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 속 잿빛 그림자】
**장르:** 다크 판타지, 도시 괴담, 심리 스릴러
**작성:** [천재 작가 이름]
## 시놉시스
어둡고 고립된 현대 도시의 고층 아파트, 낡은 1304호에 홀로 사는 웹툰 작가 이서진. 그녀는 마감을 앞두고 신경이 곤두서 있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아파트에서 기묘한 현상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피곤함 때문이라 치부했던 작은 움직임과 소리들이, 점차 자신의 의지를 가진 듯한 폴터가이스트 현상으로 변모하며 서진의 일상을 잠식해 들어간다. 아파트는 살아있는 존재처럼 서진을 조롱하고 위협하며, 그녀의 가장 깊은 불안과 과거의 그림자를 파고든다. 점차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가운데, 서진은 이 기괴한 현상의 근원을 찾아내거나, 혹은 이 어둠에 완전히 삼켜져야만 하는 극한의 상황에 직면한다. 아파트의 벽은 그녀를 가두는 덫이 되고, 그림자는 속삭이며 그녀의 영혼을 잠식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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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 1**
**[1.1] 아파트 – 서진의 작업실 / 밤**
(고요한 밤, 도시의 불빛이 창밖으로 아득하게 펼쳐져 있다. 낡고 오래된 아파트 건물, 그 중에서도 13층. 외벽에 금이 간 자국이 희미하게 보인다. 실내, 이서진의 작업실은 스탠드 조명 하나에 의지해 어슴푸레하다. 스케치북과 액정 타블렛, 커피잔, 간식 봉투들이 뒤섞여 있는 책상 위. 액정 타블렛의 화면에는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눈빛을 가진 그림자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서진은 고개를 숙인 채 액정 타블렛에 집중하고 있다. 그녀의 눈 밑에는 피로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손가락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펜을 쥐고 움직인다. 등 뒤에서는 낡은 에어컨이 윙- 하는 소리를 내며 간헐적으로 작동한다.)
**서진 (N, 지친 목소리):** (한숨) 하아… 마감. 마감… 이 놈의 마감.
(그녀가 찌푸린 미간을 손가락으로 주무른다. 그 순간, 책상 구석에 놓인 머그잔이 아주 미세하게, 거의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끼익’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멈춘다.)
(서진은 알아채지 못한다. 그녀의 시선은 오직 화면에 고정되어 있다. 에어컨 소리가 잠시 멈췄다가, 다시 윙- 하고 돌기 시작한다.)
**서진:** 이런 식으로는… 도저히. (펜을 내려놓고 고개를 뒤로 젖힌다. 목에서 ‘뚝’ 소리가 난다.) 아.
(그녀가 몸을 살짝 일으켜 기지개를 켠다. 그때, 낡은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이 ‘팟!’ 하고 짧게 깜빡인다.)
**서진:** (눈을 가늘게 뜨며 천장을 올려다본다) 뭐야, 또 나갔나?
(형광등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밝게 빛난다. 서진은 피곤해서 헛것을 본 것이라 생각하며 어깨를 으쓱한다. 다시 펜을 잡으려던 찰나, 창문 밖에서 ‘우웅-‘ 하는 낮은 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바람에 창문이 약하게 흔들리는가 싶더니, 창턱에 놓여 있던 작은 화분이, 서진이 눈치채지 못할 속도로, 아주 미세하게 안쪽으로 두어 밀리미터 움직인다.)
(서진은 물을 마시기 위해 머그잔에 손을 뻗는다. 아까보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와 있는 머그잔을 본다.)
**서진:** (혼잣말) 내가 이렇게까지 졸았나?
(머그잔을 들어 올린다. 손가락이 닿았던 자리에 희미한 물기가 남아 있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피곤함 때문이라 생각하며 물을 마신다. 차가운 물이 목을 타고 넘어간다. 등 뒤에서 에어컨이 다시 ‘윙- 웅-‘ 하며 불규칙하게 작동하기 시작한다.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1.2] 아파트 – 거실 / 밤**
(서진이 작업실에서 나와 거실로 향한다. 어둠이 짙게 깔린 거실에는 희미한 달빛만이 비친다. 낡은 소파와 책장, 테이블이 어둠 속에 잠겨 있다. 그녀는 부엌으로 향해 물을 한 잔 더 마시려 한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낡은 마룻바닥이 ‘삐걱- 삐걱-‘ 소리를 낸다. 오래된 아파트 특유의 소음이다.)
(냉장고 문을 열자 차가운 공기와 함께 ‘윙-‘ 하는 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진다. 서진은 물컵을 꺼내 물을 따른다. 그 순간, 거실 한가운데 놓인 낡은 테이블 위에 올려진 유리 화병이 ‘딸랑-‘ 하고 약하게 진동한다.)
(서진은 뒤를 돌아본다. 아무것도 없다. 창문은 굳게 닫혀 있다. 바람 때문이 아니다.)
**서진:** (나직하게) 뭐지?
(그녀는 잠시 화병을 노려보다가, 다시 부엌으로 시선을 돌린다. 물컵을 내려놓고 냉장고 문을 닫는다. 냉장고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거실 한쪽 벽에 걸려 있던 액자가 아주 미세하게, 오른쪽으로 기울어진다. 수평이 어긋난 액자 속 가족사진은 어둠 속에서 마치 비웃는 듯한 형상을 띤다.)
(서진은 액자를 발견하지 못한다. 그녀는 그저 다시 작업실로 돌아갈 뿐이다. 하지만 걸음을 뗄 때마다, 아까보다 더 또렷하게, 등 뒤에서 ‘끼이익, 삐걱’ 하는 마룻바닥 소리가 따라오는 듯하다.)
**[1.3] 아파트 – 서진의 침실 / 밤**
(서진은 작업실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침실로 향한다. 더 이상 작업할 기운도 없다. 침실은 작업실보다 더 어둡다. 창문이 커튼으로 가려져 있어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다.)
(그녀는 침대에 털썩 주저앉는다. 휴대폰을 들고 침대 옆 협탁에 내려놓으려는데, 협탁 위에 놓여 있던 작은 스탠드 조명이 ‘팟!’ 하고 깜빡이더니, 혼자서 ‘따뜻한 노란색’에서 ‘차가운 푸른색’으로 빛깔을 바꾼다.)
**서진:** (눈을 비비며) 아… 진짜. 고장 났나?
(스탠드 조명을 쳐다본다. 조명은 다시 평범한 노란빛으로 돌아와 있다. 서진은 피곤에 절어 휴대폰을 협탁에 던져놓듯 내려놓는다. 침대에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들 것 같다. 그러나 잠이 들려는 찰나, 침대 아래에서 ‘스윽…’ 하는 무언가 끌리는 소리가 들린다.)
(서진의 눈이 번쩍 뜨인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서진:** (속으로) 뭐야? 무슨 소리지?
(그녀는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인다. 다시 ‘스윽… 스윽…’ 하는 소리가 침대 아래에서 들려온다. 마치 기다란 무언가가 바닥을 긁으며 움직이는 듯한 소리다. 소리는 점차 서진의 발밑 방향에서 머리 방향으로 이동하는 듯하다.)
(서진은 몸을 굳힌 채 움직이지 못한다. 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긴다. 눈은 어둠 속을 헤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소리가 그녀의 머리맡, 베개 바로 아래에 다다른다. 그리고 ‘탁!’ 하는 짧고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멈춘다.)
(정적. 숨조차 쉬기 어려운 정적. 서진은 자신의 심장 소리가 귀청을 때리는 것만 같다.)
**서진:** (떨리는 목소리로) 누구 있어요?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는다. 서진은 용기를 내어 침대 가장자리에 몸을 붙이고, 조심스럽게 침대 아래를 내려다보려 한다.)
(그 순간, 침대 아래에서 손바닥만 한 무언가가 ‘툭!’ 하고 튀어 올라와 침대 위로 떨어진다. 그것은 서진이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어릴 적 사진이 담긴 낡은 펜던트였다. 펜던트의 줄은 끊어져 있고, 표면은 긁힌 자국으로 가득하다. 사진 속 어린 서진의 얼굴은 흙먼지라도 묻은 듯 희미하게 얼룩져 있다.)
(서진은 경악하며 몸을 뒤로 젖힌다. 펜던트는 침대 위에서 굴러가더니, 정확히 그녀의 눈앞에서 멈춘다. 긁힌 자국 사이로, 마치 핏자국 같은 붉은 얼룩이 희미하게 보인다.)
(서진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녀는 더 이상 이 모든 것을 피곤함 때문이라고 치부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어둠 속에서, 침대 아래에서, 무언가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음을 직감한다.)
**서진 (N, 불안한 목소리):** (속삭이듯) 시작된 거야…
(카메라, 서진의 놀란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그녀의 눈은 공포에 질려 있다. 그리고 서서히 어둠 속 침대 아래로 팬아웃한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차가운 한기만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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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 2**
**[2.1] 아파트 – 서진의 작업실 / 낮**
(다음 날 아침, 창밖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지만, 서진의 작업실은 여전히 어둡고 스산한 기운이 감돈다. 서진은 어젯밤의 공포로 인해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눈은 더 붉게 충혈되어 있고, 얼굴에는 초췌함이 역력하다.)
(그녀는 노트북으로 ‘폴터가이스트 현상’, ‘귀신’, ‘심령현상’ 등을 검색하고 있다. 수많은 글과 영상들이 그녀의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명확한 답은 없다.)
**서진:** (짜증스럽게) 다 헛소리뿐이잖아.
(마우스를 탁 내려놓는다. 화면에 뜬 한 기사의 제목이 그녀의 눈에 들어온다. “오래된 아파트의 기이한 소문, 사라진 입주민들.” 서진은 손을 뻗어 기사를 클릭하려다 멈칫한다. 어쩐지 읽으면 안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녀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었을 때, 작업실 구석에 놓인 낡은 스탠드 옷걸이에 걸려 있던 코트가, 바람 한 점 없는 실내에서 ‘스윽-‘ 하고 한쪽 팔이 길게 늘어졌다 제자리로 돌아간다. 마치 누군가 코트의 팔을 잡아당겼다가 놓은 것처럼.)
(서진은 그 모습을 똑똑히 본다. 심장이 다시 쿵 떨어지는 느낌이다.)
**서진:** (목소리가 떨린다) 뭐, 뭐야…
(코트를 뚫어지게 응시한다. 코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축 늘어져 있다. 서진은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난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코트가 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손을 뻗어 코트를 만져보려던 순간, 코트 주위로 갑자기 싸늘한 한기가 몰려온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차가움이다.)
**서진:** (숨을 헐떡이며) 으읍…
(그녀의 손이 코트에 닿기 직전, 코트의 주머니에서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떨어져 바닥에 부딪힌다. 그것은 어릴 적 서진이 가지고 놀던, 이제는 녹이 슬어버린 낡은 쇠구슬이었다. 쇠구슬은 바닥에서 몇 번 튀어 오르더니, 멈추지 않고 작업실 문 쪽으로 굴러간다.)
(쇠구슬이 문턱에 다다르자, 갑자기 문이 ‘덜컥!’ 하고 혼자서 열린다. 쾅 하고 벽에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작업실 문이 활짝 열리자, 그 뒤로 어둡고 긴 복도가 드러난다.)
**[2.2] 아파트 – 복도 / 낮**
(열린 작업실 문 너머로 보이는 복도. 햇빛이 들어오는 낮이지만, 복도에는 유난히 어둠이 짙게 깔려 있다. 복도 끝에는 현관문이 보인다. 쇠구슬은 멈추지 않고 복도를 따라 현관문 쪽으로 굴러간다.)
(서진은 문턱에 선 채, 쇠구슬의 움직임을 멍하니 지켜본다. 마치 쇠구슬이 그녀를 어딘가로 인도하는 것 같다.)
**서진:** (나직하게) 어딜… 가려는 거야?
(쇠구슬은 마침내 현관문 앞에 멈춘다. 그리고 현관문이 서서히, ‘끼이이익-‘ 하는 끔찍한 마찰음을 내며 안쪽으로 열리기 시작한다. 문틈으로, 아파트 외부의 칙칙한 복도가 보인다. 서진이 사는 1304호의 문이, 스스로 열린 것이다.)
(서진의 눈은 현관문 너머의 어둠에 고정된다. 문이 완전히 열리자, 현관문 바깥에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문밖에서 ‘스윽-‘ 하는 그림자 같은 것이 빠르게 지나가는 듯한 착각이 든다. 동시에, 어디선가 아주 희미하게,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속삭이는 듯한, 그러나 명확하지 않은 소리.)
**알 수 없는 목소리 (V.O, 속삭이듯):** …들어와… …기다려왔어…
(서진은 귀를 기울인다. 목소리는 사라지고 없다. 다시 정적. 하지만 현관문은 여전히 활짝 열려 있다. 문턱에 멈춰 선 쇠구슬은 햇빛을 받아 섬뜩하게 번뜩인다.)
(서진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현관문 밖으로, 마치 무언가가 그녀를 유혹하는 듯한 싸늘한 기운이 흘러들어온다. 그녀는 문을 닫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공포에 질려 굳어버린 것이다.)
**[2.3] 아파트 – 거실 / 낮**
(서진은 간신히 현관문을 닫고, 잠금쇠를 모두 잠갔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푸르다. 거실 소파에 주저앉아 무릎을 끌어안고 몸을 잔뜩 웅크린다. 눈은 불안하게 주위를 맴돈다. 모든 것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
**서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건… 꿈이 아니야…
(그녀가 중얼거리는 순간, 거실 한가운데 놓인 유리 화병이 공중으로 ‘둥실’ 떠오른다. 서서히, 아주 천천히 떠오른 화병은 서진의 눈높이까지 올라온다. 화병 속에는 물이 담겨 있고, 한 송이 시든 꽃이 담겨 있다. 꽃잎은 까맣게 변색되어 있다.)
(서진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공포에 질려 숨조차 쉴 수 없다.)
(화병은 서진의 눈앞에서 좌우로 천천히 움직인다. 마치 그녀의 반응을 살피는 듯한 움직임이다.)
**서진:** (떨리는 목소리로) 하지 마… 제발…
(그녀의 간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화병은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좌우로 흔들리다가, 갑자기 회전하기 시작한다. 화병 속의 물이 넘실거리고, 시든 꽃잎이 물속에서 괴이하게 흐느적거린다.)
(회전하던 화병이 갑자기 멈춘다. 그리고 서진의 머리 위에서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하듯 깨져버린다. 유리 파편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차가운 물방울들이 서진의 얼굴에 튄다.)
(서진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유리 파편이 바닥에 흩뿌려지고, 시든 꽃잎이 그녀의 머리카락과 어깨에 달라붙는다. 바닥에는 물이 흥건하게 고인다.)
(카메라, 깨진 화병의 파편들과 축축한 바닥을 비춘다. 그리고 서진의 흐느끼는 어깨를 따라 천천히 위로 올라간다. 천장에는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서진은 분명히 느낀다. 자신을 향한 싸늘한 시선이 온 거실을 가득 채우고 있음을.)
**[2.4] 아파트 – 서진의 작업실 / 밤**
(밤이 되자 아파트는 더욱 음산한 기운을 뿜어낸다. 서진은 작업실 문을 걸어 잠그고 책상에 앉아 있다. 그녀는 휴대폰으로 친구와 통화 중이다.)
**서진:** (떨리는 목소리로) 그러니까… 진짜라니까. 내 눈으로 봤어. 유리 화병이… 공중에서 깨졌어.
**친구 (V.O, 걱정스러운 목소리):** 서진아… 너 요즘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마감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환각 보는 걸 수도 있어. 일단 좀 쉬어. 우리 집에 올래?
**서진:** 아니… 아니야. 이건… 단순한 환각이 아니야. 어제는 펜던트가 침대 위로 튀어 올랐고, 낮에는 코트 팔이 움직였다고. 누가 날 노리는 것 같아… 이 집이, 나를…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작업실 스탠드 조명이 ‘팟! 팟! 팟!’ 하고 빠르게 깜빡이기 시작한다. 빛과 어둠이 번갈아 작업실을 채운다. 서진은 휴대폰을 든 채 조명을 올려다본다.)
**서진:** (목소리가 갈라진다) 야… 야!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서진이 서둘러 통화를 끊으려 하자, 휴대폰에서 기이한 노이즈가 ‘지지직!’ 하고 터져 나온다. 그리고 노이즈 사이로, 친구의 목소리가 아닌, 낮은 읊조림이 들려온다.)
**알 수 없는 목소리 (V.O, 섬뜩하게 왜곡된 목소리):** …가지 마… …가지 못 해…
(서진은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한다. 휴대폰 액정에 섬뜩한 그림자 형상이 일렁인다. 그것은 마치 여러 개의 팔다리가 뒤엉킨 듯한, 기괴한 형상이다. 빛이 꺼진 스탠드 조명 뒤에서, 희미한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다. 작업실 벽에 걸린 그녀의 웹툰 스케치들 속 그림자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흐느적거린다.)
(스탠드 조명이 다시 ‘팟!’ 하고 꺼진다. 작업실은 완벽한 어둠 속에 잠긴다. 창밖 도시의 불빛만이 희미하게 안쪽으로 스며들어온다. 어둠 속에서, 서진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살아 숨 쉬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서진 (N, 공포에 질린 목소리):** 이 집은… 나를 가두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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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 3**
**[3.1] 아파트 – 서진의 작업실 / 심야**
(어둠 속 작업실. 서진은 책상에 웅크려 앉아 두 팔로 머리를 감싸고 있다. 휴대폰은 이미 배터리가 방전되어 꺼져 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그녀의 웹툰 스케치들이 걸려 있는 벽에서 ‘스스스…’ 하는 낮은 마찰음이 들려온다.)
(서진은 고개를 든다. 어둠 속에서 벽에 걸린 스케치들이 마치 물결치듯 흔들리고 있다. 그림 속 캐릭터들의 눈동자가, 섬뜩하게 번뜩이는 것 같은 착시현상이 일어난다.)
**서진:** (떨리는 목소리로) 제발… 그만해…
(그녀의 말에도 불구하고, 흔들림은 더욱 격렬해진다. 스케치들이 벽에서 떨어져 나가기 시작한다. ‘펄럭, 펄럭!’ 하는 소리와 함께 종이들이 공중을 날아다닌다. 작업실은 종이 폭풍에 휩싸인다.)
(날아다니는 스케치들 사이로, 서진이 그린 그림 속의 그림자 형상들이, 점차 입체적인 형태로 변해가는 듯하다. 검은 연기처럼 흔들리다가, 서진의 그림체로 그려진 기괴한 형상들이 허공에 떠오른다.)
(그림자들이 서진을 향해 천천히 다가온다. 그들의 손가락은 길고 앙상하며, 얼굴은 알아볼 수 없는 어둠으로 가려져 있다. 서진의 가장 깊은 불안과 공포가 형상화된 듯한 모습이다.)
**그림자들 (V.O, 수많은 목소리가 겹쳐 속삭이듯):** …네 안의… 어둠… …우리가… 너야…
(서진은 소리를 지르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공포가 그녀의 목을 옥죄고 있다. 그림자 중 하나가 그녀의 눈앞에 다가와 멈춘다. 그 형상의 어둠 속에서, 붉은색 눈동자 두 개가 섬뜩하게 빛난다.)
**그림자 (V.O, 낮게 으르렁거리듯):** …이곳에… 영원히…
(그림자의 앙상한 손가락이 서진의 얼굴을 향해 뻗어온다. 차가운 기운이 그녀의 뺨에 닿을 듯 말 듯 스쳐 지나간다.)
**[3.2] 아파트 – 거실 / 심야**
(서진은 비명을 지르며 작업실 문을 박차고 거실로 뛰쳐나온다. 그녀의 뒤에서 작업실 문이 ‘쾅!’ 하고 혼자서 닫힌다. 거실은 작업실보다 더 큰 어둠과 침묵에 잠겨 있다. 창밖 도시의 불빛은 마치 그녀를 조롱하듯 평화롭다.)
(서진은 숨을 헐떡이며 벽에 등을 기댄다. 온몸이 땀으로 축축하다. 그 순간, 거실 천장에 걸려 있던 낡은 샹들리에가 ‘끼이이익-‘ 소리를 내며 흔들리기 시작한다. 마치 거대한 종이 흔들리는 것처럼 격렬하게.)
(샹들리에의 유리 조각들이 ‘딸랑딸랑’ 소리를 내며 부딪힌다. 그 소리는 점차 불규칙해지더니, 음악처럼 변하기 시작한다. 기괴하고 불협화음적인 음악. 마치 낡은 오르골에서 나는 소리 같다.)
(음악 소리가 커질수록, 거실 벽에 걸린 시계의 초침 소리가 ‘똑, 딱, 똑, 딱’ 하고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들려온다. 시계 바늘이 비정상적인 속도로 움직인다. 째깍거리는 소리는 서진의 심장 박동과 동기화된 듯하다.)
(서진은 두 손으로 귀를 막는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소음이다. 하지만 소리는 더욱 증폭된다. 샹들리에의 불빛이 ‘팟! 팟! 팟!’ 하고 깜빡이기 시작한다. 거실 전체가 불안정한 빛과 어둠 속에 잠긴다.)
**알 수 없는 목소리 (V.O, 사방에서 울려 퍼지듯):** …숨어라… …숨을 곳은… 없다…
(그 순간, 서진이 기댄 벽의 벽지에서 ‘우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벽에 금이 가더니, 그 균열 사이로 검은 곰팡이 같은 것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곰팡이는 빠른 속도로 번져나간다. 마치 벽이 썩어들어가는 것처럼.)
(벽 전체가 검은색으로 변하고, 그 위에서 수많은 작은 그림자들이 꿈틀거린다. 마치 벽 자체가 거대한 눈동자처럼 서진을 응시하는 것 같다. 거실의 모든 물건들이 흔들리고, 진동한다. 바닥은 울리고, 천장은 낮아지는 듯하다.)
**서진:** (비명) 안 돼!
(그녀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비명을 지른다. 눈앞의 광경은 현실이 아닐 만큼 기괴하고 끔찍하다. 그녀는 이 아파트에 갇혔음을 깨닫는다. 아파트는 살아있는 존재가 되어 그녀를 집어삼키려 한다.)
**[3.3] 아파트 – 현관문 앞 / 심야**
(서진은 비틀거리며 현관문으로 향한다. 살아야 한다는 본능적인 외침이 그녀를 움직이게 한다. 현관문 앞에 다다른 서진은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잡는다. 하지만 문고리는 얼음처럼 차갑다.)
(잠금쇠를 풀려 하지만, 잠금쇠는 마치 녹슨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억지로 돌리려 하자 ‘끼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고리에서 검은 피 같은 액체가 스며 나온다. 액체는 서진의 손에 묻어 차가운 감각을 선사한다.)
**서진:** (흐느끼며) 열어줘… 열어줘!
(그녀가 문을 흔들자, 현관문 전체가 ‘우두둑!’ 하는 소리를 내며 뒤틀리기 시작한다. 문짝의 나무 결이 마치 살아있는 살점처럼 뒤틀리고, 틈새에서는 검은 그림자들이 삐져나온다. 문 전체가 거대한 얼굴처럼 변모한다.)
(현관문 중앙에, 섬뜩하게 일그러진 얼굴 형상이 떠오른다. 눈은 없지만, 어둠 속에서 붉게 타오르는 두 개의 빛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입은 기괴하게 벌어져 있고, 그 안에서 낮은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파트의 그림자 (V.O, 낮고 굵게, 수많은 목소리가 합쳐진 듯):** …넌… 이곳에서… 태어났고… 이곳에서… 죽을 것이다…
(아파트 전체가 울린다. 서진은 절망감에 무너진다. 그녀는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음을 깨닫는다. 이 아파트는 그녀를 위한 무덤이었다.)
(그림자 얼굴의 입이 더욱 크게 벌어진다. 그 안에서 무수한 검은 촉수들이 삐져나와 서진을 향해 뻗어온다. 촉수들은 벽과 천장에서 튀어나와 서진의 사지를 붙잡으려 한다.)
**서진:** (절규) 안 돼!!!!!
(서진은 마지막 힘을 다해 몸을 뒤로 던진다. 촉수들이 그녀의 팔을 스쳐 지나간다. 그녀는 다시 거실 한가운데로 쓰러진다. 아파트는 그녀를 완전히 포위했다. 모든 탈출구는 막혔다.)
(카메라, 촉수들이 서진을 향해 뻗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서진은 바닥에 쓰러져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그녀의 눈동자에 절망과 공포,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체념이 스쳐 지나간다.)
(화면, 서서히 어두워진다. 아파트의 심장이 뛰는 듯한 ‘쿵, 쿵’ 하는 낮은 울림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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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 4**
**[4.1] 아파트 – 거실 / 새벽**
(모든 것이 멈췄다. 끔찍한 소음과 움직임들이 사라지고, 아파트는 기이할 정도로 고요해졌다. 거실 바닥에는 깨진 유리 파편들과 시든 꽃잎, 그리고 찢어진 스케치들이 흩어져 있다. 벽은 여전히 검은 곰팡이와 그림자 형상들로 뒤덮여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정지된 그림처럼 고요하다.)
(서진은 거실 한가운데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는다. 그녀의 얼굴은 흙빛이 되어 있고, 눈은 반쯤 풀려 있다.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모습이다.)
(거실 천장의 샹들리에가, 아까와는 달리 아주 약하게, 간헐적으로 ‘팟… 팟…’ 하고 깜빡인다. 그 빛이 서진의 얼굴을 비추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서진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인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벽을 바라본다. 검은 곰팡이와 그림자 형상들로 뒤덮인 벽. 그 벽 위에서, 서진이 그린 웹툰의 주인공 그림자가, 그녀를 향해 아주 희미하게 미소 짓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마치 ‘이제는 너도 우리와 같아졌다’라고 말하는 듯한 미소.)
**서진 (N, 공허한 목소리):** (속삭이듯) 난… 이제… 어디에도… 갈 수 없어…
(그녀의 입가에 힘없는 미소가 번진다. 절망과 공포가 너무 깊어, 오히려 그 너머의 평온에 다다른 듯한 미소다.)
(그 순간, 작업실에서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액정 타블렛의 화면이 켜진다. 화면에는 아직 완성되지 못한 웹툰의 마지막 컷이 떠 있다. 그곳에는 어둠 속에 갇힌 주인공이, 절망적인 표정으로 서 있다. 그런데 그 주인공의 얼굴이 서서히, 서진의 얼굴로 변해간다. 그리고 주인공의 눈빛에서, 붉은 섬광이 번뜩인다.)
(액정 타블렛의 빛이 거실까지 희미하게 비친다. 빛은 서진의 얼굴에 닿는다. 그녀의 눈동자에도, 그림 속 주인공처럼 붉은 섬광이 스쳐 지나간다.)
**[4.2] 아파트 – 1304호 외부 복도 / 새벽**
(1304호 현관문 밖, 낡고 어두운 복도. 문은 굳게 닫혀 있다. 문틈으로 희미한 붉은 빛이 새어 나온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다. 정적만이 흐른다.)
(그때, 복도 끝 엘리베이터 문이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린다. 한 남자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그는 1305호 주민이다. 손에는 배달된 신문이 들려 있다.)
(남자는 1304호 문을 지나가다가 멈칫한다.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붉은 빛과, 문 전체에서 느껴지는 서늘하고 불길한 기운 때문이다.)
**남자:** (궁금한 듯 문을 바라본다) 으음… 불을 안 끄고 잤나?
(그가 문에 귀를 기울인다.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너무나도 완벽한 정적.)
(남자는 어쩐지 찜찜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갸웃하다가, 다시 자신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가 완전히 사라진 후, 1304호 문틈에서 새어 나오던 붉은 빛이 서서히 사라진다. 그리고 문짝의 나무 결 사이로, 아주 미세하게, 검은 그림자 같은 것이 스멀스멀 기어 나와 문 주위를 감싼다. 마치 문이 살아있는 존재의 피부처럼 숨 쉬는 듯한 모습이다.)
(카메라, 1304호 문을 클로즈업한다. 문은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범한 낡은 아파트의 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고리에는 아직도 희미하게 검은 피 같은 액체가 말라붙어 있고, 문 전체에서는 여전히 음산하고 기이한 기운이 감돈다.)
**[4.3] 아파트 – 서진의 작업실 / 새벽**
(다시 서진의 작업실. 액정 타블렛의 화면은 여전히 켜져 있다. 화면 속 웹툰의 마지막 컷. 주인공인 서진의 얼굴은 이미 그림자 형상으로 완전히 변모했다. 눈동자에는 붉은 빛이 섬뜩하게 빛나고, 입가는 기괴한 미소를 띠고 있다.)
(웹툰의 컷 하단에, 서진의 필체로 다음과 같은 대사가 추가되어 있다.)
**[텍스트]**
…이제, 나도 이곳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너를 기다리면서.
(타블렛 화면에서 붉은 섬광이 ‘팟!’ 하고 강하게 번뜩인다. 그 빛이 작업실 전체를 붉게 물들인다. 그리고 서서히 어둠 속으로 잠식된다. 모든 빛이 사라지고, 완벽한 어둠만이 남는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누군가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섬뜩하고, 광기 어린 웃음소리.)
(그것은 서진의 웃음소리였다.)
**서진 (V.O, 낮고 묘한 웃음소리):** 흐흐흐… 하하하…
(카메라, 작업실의 어둠을 응시한다. 그리고 서서히 줌 아웃하며 아파트 건물 전체를 비춘다. 낡고 오래된 아파트 1304호의 창문은 어둠 속에 잠겨 있다. 도시의 불빛 속에서, 그곳만이 유독 검은 구멍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섬뜩한 어둠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된 것처럼 보인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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