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도록 반죽을 치대고, 오븐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구워낸 빵은 은채의 유일한 자랑이었다. ‘은채네 빵집’이라는 이름처럼 소박하고, 빵처럼 투박하지만, 속은 쫀득하고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곳. 딱 은채 자신과 닮은 빵집이었다. 하지만 불경기는 은채의 빵집마저 비켜가지 않았다. 진열대 위 빵들은 해가 져도 자리를 지키는 날이 많아졌고, 은채의 한숨도 덩달아 늘었다.
그날도 은채는 팔리지 않은 빵들을 정리하며 씁쓸하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빗방울이 유리창을 톡톡 두드리는 늦은 저녁, 문에 달린 풍경이 맑은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어서 오세요…” 기계적으로 고개를 들었을 때, 은채는 하마터면 들고 있던 바게트를 떨어뜨릴 뻔했다.
문가에 서 있는 남자는 마치 다른 세상에서 뚝 떨어진 것 같았다. 물에 젖어 살짝 흐트러진 검은 머리카락은 짙은 눈썹 위로 드리워져 있었고, 이목구비는 조각처럼 완벽했다. 문제는 그의 차림새였다. 검은색 비단 같은 한복 저고리에 짙은 감색 바지, 그리고 갓까지. 마치 시간 여행을 온 양반 도련님 같았다.
“저… 손님? 혹시… 촬영 중이신가요?” 은채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빵집은 골목 안쪽에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이런 차림은 더더욱 낯설었다.
남자는 길고 곧은 손가락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은채를 응시했다. 그의 눈빛은 짙은 밤하늘처럼 깊었고, 은채는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촬영이라니. 여기가, 인간들의 먹이를 파는 곳이오?” 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그윽했다. 어딘가 오래된 서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말투였다.
은채는 이 남자가 보통내기가 아님을 직감했다. 게다가 ‘먹이’라니.
“네, 빵집 맞습니다만…”
남자의 시선이 진열대 위 빵들에 닿았다. 그의 눈동자에 호기심 어린 빛이 스쳤다.
“이것이… 빵이라는 것이오? 달콤한 기운이 느껴지는군. 허기지니, 하나 먹어봐도 되겠소?”
“네? 아, 네. 그런데 계산을….”
은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의 손이 뻗어졌다. 진열대 유리를 뚫고 들어간 그의 손은 노릇하게 구워진 소보로빵을 쥐더니,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자연스럽게 집어 들었다.
은채는 눈을 비볐다. 분명 방금 그의 손이 유리벽을 통과하는 것을 본 것 같았다. 착각이었겠지. 피곤해서 헛것을 본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남자는 소보로빵을 한입 베어 물더니 눈을 크게 떴다.
“음! 이 오묘한 단맛과 부드러움! 참으로… 감미롭군.”
그는 황홀한 표정으로 빵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저기요, 손님. 계산은… 만원입니다.” 은채가 다시 말하자,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계산이라니? 먹었으니, 그대에게 어떤 보답을 해주면 되는 것이오?”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작은 낡은 엽전 하나를 꺼내 은채 앞에 내밀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나의 기운이 깃든 엽전이니, 소원 하나 정도는 이루어 줄 것이오.”
은채는 엽전을 받아 들고는 할 말을 잃었다. 엽전은 손바닥에 닿자마자 차갑게 식어버리더니, 이내 흙처럼 바스라져 사라졌다.
“이, 이게 무슨…!”
“음, 아직 인간 세상에 익숙하지 않은 물건인가 보군. 흠.” 남자는 제 턱을 매만지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은채는 그제야 상황 파악을 끝냈다. 이 남자, 수상하다. 너무 잘생겨서 잠시 정신이 나갔었나 보다.
“손님! 장난치지 마세요! 지금 외상 달아놓고 가시겠다는 거예요?”
남자는 눈을 크게 뜨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외상이라니? 그대에게 보답을 해주었는데.”
은채는 이마를 짚었다. “보답이고 뭐고, 돈으로 주셔야죠! 돈! 신용카드나 현금 있으세요?”
남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것은 가지고 있지 않소. 나는 인간 세상의 돈이라는 것에 익숙지 않으니.”
“그럼 어쩌시겠다는 거예요? 빵값 안 낼 거예요? 경찰 부르기 전에 빨리 돈 내세요!” 은채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졌다.
남자는 잠시 멍하니 은채를 바라보다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이 빵값을 갚을 때까지, 그대의 곁에서 일을 해주어야 하는가? 인간들은 그런 방식으로 빚을 갚는다고 들었소만.”
은채는 남자의 말에 기가 막혔다. 이 잘생긴 도련님이 자처해서 빵집에서 일하겠다고? 그런데 옷차림은 대체 뭐고, 돈은 없고, 엽전은 사라지고…
“도대체 정체가 뭐예요?” 은채가 물었다.
남자는 씨익 웃었다. “나는 현우. 이 산골짜기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자지. 그대에게는 그저 ‘현우’라 부르면 될 것이오.” 그의 눈빛이 장난스럽게 빛났다.
다음 날 아침, 은채네 빵집에는 기묘한 아르바이트생 ‘현우’가 등장했다. 은채는 그가 내민 손에 이끌려 집 밖을 나섰을 때, 어딘가 익숙한 나무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처음 보는 골동품 가게가 번쩍하고 나타났던 것을 애써 외면했다. 분명 어제는 낡은 전봇대가 있었는데. 피곤해서 헛것을 본 거라고, 다시 한번 스스로를 다독였다.
현우는 빵집 유니폼 대신 어제와 비슷한 한복을 고집했다. 은채는 그가 갓만은 벗도록 겨우 설득할 수 있었다.
“손님들이 놀랄 거예요. 제발 평범하게 입으면 안 돼요?”
“평범하게라니? 이 차림이 가장 편한 것을. 게다가, 내 기운과 어울리는 옷이 아니오?”
그래, 그의 미모라면 어떤 옷을 입어도 용서될 것 같긴 했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손님들은 처음에는 현우를 보고 웅성거렸다. “무슨 컨셉인가요?” “배우인가?” 하지만 곧 그의 압도적인 외모와 어색하지만 친절한 태도에 익숙해졌다. 아니, 사실은 익숙해진 것이 아니라 홀린 것에 가까웠다. 빵집 매출은 현우가 온 뒤로 거짓말처럼 상승했다. 젊은 여성 손님들이 그의 얼굴을 보러 매일 찾아왔고, 은채의 빵도 덩달아 불티나게 팔렸다.
문제는 현우가 인간 세상의 모든 것에 어설펐다는 것이다.
“현우 씨, 이거 소보로빵이에요. 초코 소보로가 아니라니까요?”
“음… 똑같이 생겼는데 뭐가 다르오? 어차피 뱃속으로 들어가면 다 똑같지 않소?”
“아니! 맛이 다르잖아요! 그리고… 이거 포스기예요. 현금 누르고 카드 누르는 거예요.”
현우는 복잡한 기계 앞에서 영혼 없는 눈빛으로 한참을 씨름했다. 결국 계산은 은채의 몫이었다.
하지만 그의 기묘한 능력은 가끔 예상치 못한 도움을 주기도 했다.
어느 날, 단골 할머니가 뜨거운 커피를 쏟아 옷을 버리자, 현우가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할머니의 옷이 감쪽같이 말라버렸다. 할머니는 그저 “어이구, 날이 맑아지니 옷도 금방 마르는구나!”라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은채는 그때마다 현우를 흘겨보며 “손님 앞에서 장난치지 말랬죠!”라고 속삭였다. 현우는 씨익 웃으며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하루는 은채가 재료 배달을 받다가 무거운 밀가루 포대에 깔릴 뻔했다. 그 순간, 포대가 공중으로 붕 뜨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창고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현우 씨! 괜찮아요?” 은채가 놀라 묻자, 현우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걱정 마시오. 이 몸은 이 정도로는 끄떡 없으니. 그대나 조심하시오.”
은채는 현우가 범상치 않은 존재라는 것을 점점 더 확신하게 되었다. 그의 눈빛, 말투, 그리고 가끔씩 보이는 알 수 없는 능력들까지.
밤늦게까지 함께 빵을 만들고, 빵집을 정리하면서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졌다. 현우는 서툴지만 은채를 돕기 위해 애썼고, 은채는 그런 현우의 엉뚱함과 순수함에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어느 날 밤, 은채는 잠든 현우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창밖으로 달빛이 스며들어 그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저 남자, 도대체 뭘까.
그녀가 손을 뻗어 현우의 앞머리를 쓸어 넘기려는 순간, 그의 눈이 번쩍 뜨였다.
“무엇을 그리 바라보는 것이오?” 현우의 목소리에 잠기가 가득했지만, 그의 눈은 맑았다.
은채는 민망함에 손을 거두었다. “아니… 그냥… 당신, 혹시… 귀신이에요?”
현우는 피식 웃었다. “귀신이라니. 그런 천한 존재가 어찌 이리 매력적일 수 있겠소.”
“그럼 뭐예요? 요정? 외계인?”
“음… 나는… 이 산의 정령과 같은 존재지. 인간들은 우리를 ‘도깨비’라 부르더군.” 현우는 태연하게 말했다.
은채는 눈을 깜빡였다. “도… 도깨비요?”
“그래. 원래는 이 근방의 수백 년 된 은행나무에 머물고 있었는데, 그대의 빵 냄새에 이끌려 왔지. 그대의 빵은… 참으로 달콤한 기운을 가졌더군.” 현우는 빙긋 웃었다.
은채는 멍하니 현우를 바라보았다. 도깨비. 드라마에서나 보던 그 도깨비가 제 눈앞에 있다니. 게다가 은행나무라니, 그럼 어제 전봇대 자리에 나타난 골동품 가게는…!
“그래서, 은행나무 자리가 어떻게 된 거예요?”
“음, 잠시 다른 곳으로 옮겨두었소. 인간의 눈에 띄지 않게. 그대가 원한다면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도 있네.”
은채는 할 말을 잃었다. 그녀의 빵집에 도깨비가 살고 있었다니. 그런데 이상하게도, 무섭기는커녕 가슴 한구석이 간질거렸다.
그때부터 은채는 현우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 그의 알 수 없는 능력들을 보면 놀라면서도, 이젠 익숙하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현우는 여전히 인간 세상의 규율에는 서툴렀지만, 은채의 말이라면 곧잘 따랐다.
두 사람의 관계는 빵 반죽처럼 쫀득하게 익어갔다. 은채는 현우의 진지하면서도 엉뚱한 매력에, 현우는 은채의 따뜻하고 억척스러운 모습에 점점 깊이 빠져들었다. 현우는 은채의 작은 미소에도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했고, 은채가 힘들어할 때면 늘 곁을 지켰다.
어느 날, 빵집으로 낯선 이가 찾아왔다. 현우와 비슷한 한복 차림이었지만, 그의 인상은 훨씬 위압적이었다. 백발이 성성한 그는 현우를 보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우야, 어찌하여 인간 세상에 그리 깊이 발을 들이었느냐. 천계의 명이 있거늘, 인간과 도깨비는 섞일 수 없는 법이다.”
현우는 표정을 굳혔다. “어르신. 무슨 말씀이십니까.”
“무슨 말이냐니? 네가 인간과 정을 나눈다면, 너의 모든 기운은 소멸할 것이요. 인간의 연모는 너에게 독이 될 것이다. 당장 돌아오너라.”
은채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얼어붙었다. ‘소멸’이라니. ‘독’이라니.
“어르신, 저는 이곳에 남고 싶습니다.” 현우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어리석은 녀석! 네가 인간을 연모하는 순간, 너는 더 이상 도깨비가 아닐 것이다! 모든 힘을 잃고, 유한한 삶을 살게 될 게야!” 노인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은채의 눈이 커졌다. 현우가 자신 때문에 모든 힘을 잃게 된다니.
“현우 씨, 무슨 소리예요? 어르신 말이 사실이에요?” 은채의 목소리가 떨렸다.
현우는 은채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지만, 어딘가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도깨비의 힘보다, 그대 곁에 있는 것이 더 소중합니다.”
노인은 코웃음을 쳤다. “그럼 시험해 보거라. 과연 인간의 연모가 너의 천년의 기운보다 강할지!”
노인의 말이 끝나자, 빵집 안의 모든 조명이 깜빡이더니 이내 꺼졌다. 진열대 위의 빵들은 먼지처럼 스르륵 사라졌다. 빵집 벽에 걸려있던 은채의 가족 사진은 색이 바래고 찢겨나갔다. 은채의 소중한 공간이 순식간에 낡고 황폐한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어르신! 무슨 짓입니까!” 현우가 분노에 차 소리쳤다.
“네가 사랑하는 인간의 세상이 얼마나 허망한지 깨달으라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덧없이 사라지고 말 것을!” 노인은 현우의 힘을 빼앗듯, 주변의 기운을 빨아들였다. 현우는 고통스러운 듯 이마를 짚었다. 그의 몸이 희미하게 흔들렸다.
은채는 눈앞의 상황에 망연자실했다. 그녀의 빵집이, 그녀의 소중한 추억들이 훼손되고 있었다.
“그만해요! 제발 그만해 주세요!” 은채는 노인에게 달려들었다. “현우 씨한테 이러지 마세요!”
그녀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가 잡고 있는 현우의 손은 차갑게 식어갔다.
현우는 고통 속에서도 은채의 손을 꽉 잡았다. “은채… 괜찮소. 내가… 지켜줄 것이오.”
현우의 몸에서 푸른빛이 희미하게 빛나더니, 이내 빵집 전체를 감싸 안았다. 노인의 공격으로 낡아버렸던 빵집의 모든 것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깨끗한 진열대 위에는 방금 구운 듯한 빵들이 먹음직스럽게 놓여있었다. 가족 사진은 다시 선명한 색을 되찾았다.
하지만 현우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몸을 가누기 힘들어 보였다.
“네 어리석은 사랑이 결국 너의 힘을 소진시키는구나. 이대로라면 너는 소멸하고 말 것이다!” 노인이 경고했다.
현우는 간신히 몸을 지탱하며 은채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은채를 향한 애정으로 가득했다.
“소멸이라니… 제가 사라지는 한이 있더라도… 저는 이곳에 남겠습니다.” 현우는 힘겹게 말했다. “그대의 빵 냄새를 맡으며… 그대와 함께 웃고… 그대와 함께 늙어가고 싶소.”
그의 말에 은채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안 돼요! 안 돼! 제발… 사라지지 마세요, 현우 씨…”
은채는 현우를 품에 안았다. 그녀의 따뜻한 체온이 현우의 차가운 몸을 감쌌다.
그 순간, 현우의 몸을 감싸던 푸른빛이 더욱 강렬하게 타올랐다. 그리고 놀랍게도, 노인의 얼굴에도 당혹감이 스쳤다.
“이것은…?”
현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은 은채의 몸속으로 스며들더니, 이내 은채와 현우를 연결하는 찬란한 빛의 고리가 되었다.
노인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인간의 연모가… 도깨비의 힘을… 증폭시킨다고?”
현우의 몸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창백했던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의 푸른빛은 은채의 따뜻한 체온과 섞여 황금빛으로 변해갔다.
“어르신… 제가 틀렸습니다.” 현우의 목소리는 이제 힘이 넘쳤다. “인간의 사랑은 독이 아니라… 저를 완성시키는 힘이었습니다.”
노인은 한참을 현우와 은채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분노 대신 복잡한 감정으로 물들었다. 이 도깨비는 천계의 명을 어겼지만, 동시에 전례 없는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했다.
“흐음… 그래. 정녕 네 뜻이 그러하다면… 내가 어찌 더 말리겠느냐.” 노인은 마지못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네가 이 인간 세상에 머무는 동안은… 도깨비의 힘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빵집은… 너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될 것이니, 잘 보살피도록 하거라.”
노인은 말을 마치자마자, 바람처럼 사라졌다.
은채는 현우의 품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은 예전처럼 잘생겼지만, 어딘가 더욱 인간다운 온기가 느껴졌다.
“현우 씨… 정말 괜찮아요?”
현우는 환하게 웃으며 은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대의 사랑 덕분에… 나는 새로운 존재가 된 것 같소. 이제는 빵을 만들 힘도, 계산하는 법도 완벽하게 익힐 수 있을 것 같군!”
은채는 피식 웃었다.
“정말요? 그럼 이제 빵값 외상 다 갚은 거죠? 이제 월급 줘야겠네?”
“월급이라니? 빵값은… 평생 갚아도 모자랄 것 같소만.” 현우는 은채의 손을 잡고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대 곁에서 평생 빵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오.”
은채는 그의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 도깨비의 로맨틱한 고백이라니.
“그럼… 이제 제가 사장님이고 현우 씨가 직원인 거예요?” 은채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현우는 빙긋 웃으며 은채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음, 나는 그대의 빵집 ‘수호 도깨비’라고 해두지. 그리고… 그대의 남편도 좋고.”
은채는 현우의 엉뚱한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비록 평범한 사랑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빵집은 이제 사랑과 따뜻함, 그리고 달콤한 빵 냄새로 가득 찬 특별한 공간이 되었다. 그녀의 빵집에는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인간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요상한 도깨비가 빵을 굽고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