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전생 (Isekai)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제 1장: 그림자의 숲, 금지된 맹세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부를 찢는 듯한 칼바람이 불어왔다. 검은 이끼가 엉겨 붙은 고목들 사이로 스며드는 달빛은 차갑고 날카로웠다. 나는 후드 깊이 얼굴을 파묻고 손에 쥔 오래된 지도를 살폈다. 이세계에 전생한 지 벌써 3년. 덧없이 사라진 전생의 기억은 이제 희미한 꿈결 같았지만, 가슴에 박힌 미련만은 여전했다. 그 미련이 나를 이 위험한 ‘그림자 숲’으로 이끌었다.

“하아… 하아… 망할, 하필 이런 곳에 자란다고 했지.”

내가 찾아 헤매는 건 ‘밤의 눈물’이라 불리는 약초였다. 십 년에 한 번, 달이 가장 어두워지는 밤에만 피어나는 희귀한 약초. 이 약초가 있어야만 내 특이한 재능, 즉 ‘어둠을 정화하는 연금술’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었다. 문제는 이 숲이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금단의 영역이자, 동시에 온갖 밤의 짐승과 잊혀진 종족의 안식처라는 점이었다.

발밑에 밟히는 나뭇가지들이 섬뜩한 소리를 냈다.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마치 누군가의 시선이 등 뒤를 훑는 듯한 불쾌한 감각. 전생의 내가 평범한 직장인이었단 것을 생각하면, 이렇게 생존 본능에 충실해진 자신이 낯설기도 했다. 어쩌면 전생의 후회가, ‘다음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절대 도망치지 않겠다’는 맹세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때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섬뜩한 비명과 함께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뒤이어 터져 나온, 인간의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처절한 울부짖음. 본능적으로 몸을 숲 속 깊숙이 숨겼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야 했다.

조심스럽게 수풀을 헤치고 다가가자, 시야에 들어온 광경은 내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네 명의 인간 사냥꾼들이 횃불을 들고 한 존재를 에워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칼날 아래, 붉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은… 인간이 아니었다.

새까만 머리카락은 밤하늘의 심연처럼 깊었고, 그 사이로 흐르는 핏물은 새벽의 이슬처럼 투명했다. 피부는 달빛에 비쳐 창백하게 빛났고, 비단 같은 옷은 찢겨 너덜거렸다. 무엇보다도,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그녀의 얼굴이었다. 날카롭지만 우아한 턱선, 오뚝한 콧대, 그리고 모든 생채기에도 불구하고 감출 수 없는 완벽한 미모. 그러나 진짜는 그녀의 눈이었다.

깊고 깊은 루비처럼 타오르는 붉은 눈동자. 그 안에 담긴 것은 공포와 분노, 그리고 체념이었다.

“빌어먹을… 하필 ‘밤의 아이’라니!”

사냥꾼 중 한 명이 뱉어낸 욕설에, 나는 그녀의 정체를 확신했다. 전설 속에만 존재한다는, 인간과 어울릴 수 없는 금단의 종족. 달빛 아래에서 그림자를 조종하고, 밤의 마력을 부리는 존재. 인간의 세상에서는 ‘마녀’ 혹은 ‘악마의 화신’으로 불리며 멸시받고 사냥당하는 존재.

“젠장, 도망치지 않고 뭐 해! 죽고 싶어 환장했냐?”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속삭였다. 이들에게 엮이는 순간, 나의 전생 후회 따위는 아무 의미 없어질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 영원히 추방당하고, 어쩌면 그녀와 같은 운명을 맞이할 수도 있다. 게다가 나 또한 강한 전사가 아니었다. 기껏해야 연금술로 만든 몇몇 보조 도구와 최면 최면제를 가지고 있을 뿐. 싸워봤자 승산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에서 본 체념은, 과거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무력하게 모든 것을 포기했던 그때의 나.
그 시선이, 나를 움직였다.

“흥, 이 나약한 것아! 네가 아무리 밤의 아이라 한들, 피는 흐르는 법이지!”

사냥꾼 대장이 낄낄거리며 칼을 들어 올렸다. 날카로운 칼날이 달빛을 받아 번뜩였다. 그녀는 힘없이 눈을 감았다. 그것은 삶에 대한 마지막 포기처럼 보였다.

안 돼.
아니, 안 된다.

내 몸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주머니 속의 작은 유리병을 꺼내 들었다. 특제 수면 가루였다. 재빨리 마개를 열고 바람의 방향을 살폈다.

“이봐, 거기!”

내가 외치는 순간, 사냥꾼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로 향했다. 그들의 눈에는 경멸과 짜증이 서려 있었다.

“누구냐, 네놈은! 감히 ‘밤의 아이’ 사냥에 끼어드는 거냐?”

“저… 저기, 댁들! 그렇게 피를 흘리게 하면 약초의 가치가 떨어집니다! 제가 이 근처에서 밤의 눈물을 찾고 있었는데… 이 밤의 아이의 피가, 그 약초의 성장을 방해해요!”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잠시라도 그들의 움직임을 멈춰야 했다. 순간 당황한 듯 사냥꾼들이 멈칫거렸다. 바로 그때였다.

휘이익!

나는 손목 스냅으로 수면 가루를 뿌렸다. 밤바람을 타고 가루는 정확히 사냥꾼들의 얼굴에 닿았다. 그들은 기침하며 눈을 비볐지만, 이미 늦었다. 연금술로 강화된 수면 가루는 순식간에 효과를 발휘했다.

“커헉! 뭐, 뭐냐… 젠장, 눈이… 감겨…”

사냥꾼들은 휘청거리며 쓰러졌다. 나는 그들이 완전히 정신을 잃었는지 확인한 후, 곧바로 그녀에게 달려갔다.

“괜찮… 으세요?”

나약한 질문이었지만, 그녀는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루비색 눈동자가 흔들렸다.

“…인간?”

그녀의 목소리는 숲 속의 요정처럼 맑았지만, 힘없이 흩어졌다. 나는 망설일 틈도 없이 그녀를 부축했다. 그녀의 몸은 생각보다 가벼웠지만, 뼈에 사무치는 냉기가 느껴졌다.

“지금은 도망쳐야 해요. 이들이 깨어나기 전에… 제가 치료해 드릴게요.”

그녀는 내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럴 기력조차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받치고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몸에서 느껴지는 냉기와는 달리, 묘한 허브 향기가 났다. 그 향기는 피비린내와 섞여 기이한 조화를 이루었다.

우리는 숲 속을 달렸다. 달빛이 흐릿하게 비추는 길을 따라 무작정 내달렸다. 그녀는 제대로 걷지 못했고, 나는 온몸의 힘을 다해 그녀를 지탱했다. 그녀의 어깨에서 피가 쉴 새 없이 흘러내려 내 옷을 적셨다.

“조금만… 조금만 더 가면 제가 아는 동굴이 있어요. 거기까지 가면…”

말을 잇지 못했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심장이 찢어질 듯이 아파왔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이 순간 멈춘다면, 모든 것이 끝장날 것 같았다. 그녀의 루비색 눈동자에 비친 나의 모습이, 어떤 후회도 남기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이전에 발견해 두었던 작은 동굴 입구가 시야에 들어왔다. 덩굴로 덮여 거의 보이지 않는 은밀한 장소였다.

“여기예요… 안전해요.”

나는 그녀를 부드럽게 동굴 안으로 눕혔다. 차가운 바닥에 닿은 그녀의 몸이 희미하게 떨렸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창백한 얼굴이 더욱 부각되었다.

“…왜?”

그녀가 힘없이 물었다. 그 짧은 한 마디에 수많은 질문이 담겨 있었다. 왜 도왔는지, 왜 위험을 감수하는지, 왜 나 같은 인간이 자신을 살리려 하는지.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내 마음속에는 이성적인 답이 없었다. 다만, 그 루비색 눈동자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던 삶의 의지, 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절망이 나를 움직였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우선… 상처부터 치료해야 해요.”

나는 등짐을 풀고 연금술 도구들을 꺼냈다. 정화된 물과 소독 약품, 그리고 상처를 빠르게 아물게 하는 특제 연고. 이 모든 것은 내가 전생의 지식을 바탕으로 이세계에서 발전시킨 것들이었다.

찢겨진 옷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어깨는 깊은 칼날 자국으로 끔찍했다.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나왔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상처 부위를 닦아냈다. 그녀는 통증에 신음했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따끔할 거예요. 하지만 참으셔야 해요.”

약품이 닿자 그녀의 몸이 경련했다. 그러나 그녀는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 루비색 눈동자는 여전히 깊이를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일렁였다. 경계심, 의문, 그리고 아주 희미한… 감사의 빛.

“내 이름은 강하준. 당신은…?”

나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보며 물었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얼굴은 더욱 신비로웠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의 입술이 움직였다.

“…세레나.”

그녀의 이름은 달빛처럼 아름다웠다. 세레나. 밤의 아이. 금지된 존재.
나는 이 밤, 이 동굴에서, 감히 인간으로서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섰다. 그리고 그 선 너머에, 나의 이세계 두 번째 삶의 진정한 이야기가 시작될 것임을 직감했다. 어쩌면 전생의 후회를 갚는 것 이상의, 더욱 거대하고 위험하며, 동시에 지독히도 아름다운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동굴 밖에서는 멀리서 들려오는 사냥꾼들의 발소리와 희미한 횃불 빛이 감지되었다. 그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도피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