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상세한 애니메이션 대본 및 스토리보드

## 심연의 틈새: 아파트의 폴터가이스트

**장르:** 크툴루 신화, 현대 호러
**핵심 줄거리:** 현대 도시의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폴터가이스트 현상. 평범한 일상이 알 수 없는 존재의 침범으로 서서히 광기로 물들어가는 이야기.

### **프롤로그: 균열의 서막**

**SCENE 01: 이수아의 아파트 거실 – 밤**

**SHOT 01:** [WIDE SHOT]
높은 층의 아파트 거실. 통창 너머로 서울의 야경이 현란하게 펼쳐져 있다. 수많은 불빛들이 점점이 박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빛난다. 거실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지만, 곳곳에 책과 스케치북, 태블릿 PC 등이 놓여 있어 주인의 성격을 짐작하게 한다.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태블릿으로 작업 중인 이수아(20대 후반, 웹소설 작가)의 뒷모습. 그녀의 어깨가 살짝 들썩이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수아:** (나레이션)
어느새 익숙해진 야경이었다. 숨 가쁜 도시의 심장이 저 멀리서도 쿵쿵거리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심장 소리에 맞춰 나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완벽하게 고립된, 나만의 성에서.

**SHOT 02:** [CLOSE UP]
이수아의 얼굴. 헝클어진 머리카락, 살짝 내려앉은 다크서클, 하지만 눈빛만은 형형하게 빛나고 있다. 집중한 표정에서 미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이수아:** (나레이션)
고층 아파트의 편리함과 고독함은 늘 양날의 검이었다. 바깥세상과 단절된 듯한 안락함은 때로는 더 깊은 심연으로 나를 밀어 넣는 것만 같았다. 특히 밤이 되면… 이상한 기운이 감돌 때가 있었다.

**SHOT 03:** [MID SHOT]
수아의 시선이 문득 태블릿에서 벗어나 거실 한쪽 구석에 놓인 작은 탁자를 향한다. 탁자 위에는 마시다 만 커피잔과 몇 권의 책이 놓여 있다.

**SFX:** 아주 미세한, 무언가 ‘스윽’ 하고 긁히는 듯한 소리.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이수아:** (나레이션)
처음엔 환청인 줄 알았다. 아니면 피로가 낳은 착각이거나.

**SHOT 04:** [CLOSE UP]
탁자 위 커피잔. 잔 안에 남은 커피가 아주 미세하게, 찰랑이는 듯 보인다. 마치 누군가 잔을 아주 살짝 건드린 것처럼.

**이수아:** (표정 변화)
수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다.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태블릿으로 시선을 돌리려 하지만, 왠지 모를 찝찝함에 다시 탁자를 바라본다.

**이수아:** (나레이션)
나는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마감은 늘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고, 사소한 감각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하지만 그 ‘사소한’ 것들은 점점 더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SHOT 05:** [SLOW ZOOM OUT]
수아가 다시 태블릿에 집중한다. 하지만 그녀의 등 뒤로, 창밖 야경의 깊은 어둠 속에서, 아주 희미한 녹색 빛이 아파트 건물 어딘가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너무나 희미해서 눈치채기 어렵다.

**BGM:** 낮고 음산한 현악기 소리,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드론 사운드.

### **챕터 1: 어둠 속의 그림자**

**SCENE 02: 이수아의 아파트 주방 – 아침**

**SHOT 01:** [MID SHOT]
햇살이 쏟아지는 아파트 주방. 수아가 식탁에 앉아 토스트와 커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겉으로는 평화로운 풍경.

**SFX:** 싱크대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똑, 똑’ (규칙적으로)

**이수아:** (나레이션)
그날 아침도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아침이었다.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SHOT 02:** [CLOSE UP]
수아가 토스트를 베어 문다. 그때 싱크대에서 들려오는 물방울 소리가 조금 더 크게 들린다. ‘똑, 똑… 똑, 똑…’
수아의 눈썹이 살짝 올라간다.

**이수아:** “흐음?”

**SHOT 03:** [MID SHOT]
수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싱크대를 돌아본다. 수도꼭지가 살짝 열려 물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다.

**이수아:** (나지막이)
“내가 안 잠갔나…?”

**SHOT 04:** [CLOSE UP]
수아가 일어나 싱크대로 다가간다. 수도꼭지를 완전히 잠그는 그녀의 손. 물방울 소리가 멎는다.
수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식탁으로 돌아간다.

**이수아:** (나레이션)
잊었을 수도 있지. 요즘 통 잠을 제대로 못 잤으니까.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하지만 불안의 씨앗은 이미 뿌려지고 있었다.

**SCENE 03: 이수아의 아파트 서재 – 낮**

**SHOT 01:** [FULL SHOT]
책으로 가득 찬 수아의 서재.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수아의 모습. 키보드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린다.

**SFX:** 키보드 타이핑 소리. (경쾌하게)

**이수아:** (나레이션)
마감은 다가왔고, 나는 글 속의 세계로 깊이 침잠해 들어갔다. 외부의 모든 자극을 차단한 채.

**SHOT 02:** [CLOSE UP]
수아의 손이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린다. 화면 속에는 그녀가 쓰고 있는 소설의 문장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SHOT 03:** [PANNING SHOT]
카메라가 서서히 수아의 등 뒤로 이동한다. 방 한쪽 구석에 놓인 책꽂이. 가장 아랫단에 꽂혀 있던 낡은 양장본 한 권이, 아주 미세하게, 툭 하고 바깥으로 밀려나와 있다. 방금까지는 분명 제대로 꽂혀 있었을 것이다.

**SFX:** (아주 작게) ‘툭’ 하는 소리.

**이수아:** (나레이션)
나는 몰랐다. 내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이 현실의 장막을 더 얇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혹은, 현실 속의 어떤 균열이 나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SHOT 04:** [OVER-THE-SHOULDER SHOT]
수아는 여전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책꽂이 쪽에서 희미한, 습하고 쿰쿰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살짝 흘러오는 듯하다.

**이수아:** (코를 킁킁거리며)
“무슨 냄새지…?”

**SHOT 05:** [CLOSE UP]
수아의 미간이 다시 찌푸려진다. 그녀는 잠시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하지만 특별히 이상한 점은 발견하지 못한다. 서재는 여전히 깔끔하고, 책들은 제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방금 밀려났던 책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것일까?

**이수아:** (나레이션)
환각, 착각, 망상. 나는 애써 이 모든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들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은 늘어갔다.

**SCENE 04: 이수아의 아파트 복도 – 밤**

**SHOT 01:** [LOW ANGLE SHOT]
아파트 복도의 긴 그림자. 현관문 쪽에서 방금 들어온 수아가 신발을 벗고 있다. 복도 등이 어슴푸레하게 켜져 있어 분위기가 다소 스산하다.

**SFX:** 문이 닫히는 소리, 열쇠 소리, 신발 벗는 소리.

**이수아:** (나레이션)
동료들과의 저녁 식사 후, 밤늦게 귀가하는 길이었다. 잠시나마 외부와 교류했던 덕분일까. 아파트의 공기가 한결 낯설게 느껴졌다.

**SHOT 02:** [MID SHOT]
수아가 신발을 벗고 막 거실로 들어서려 한다. 그때, 거실 한가운데 놓인 작은 유리 테이블 위에 있던 열쇠 꾸러미가, 아주 천천히, 가장자리로 미끄러진다.

**SFX:** (아주 미세하게) ‘스륵’ 하는 마찰음.

**이수아:**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어?”

**SHOT 03:** [CLOSE UP]
열쇠 꾸러미가 테이블 끝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위태로운 균형을 이루고 있다.

**SHOT 04:** [FULL SHOT]
수아가 뻣뻣하게 굳은 채 열쇠 꾸러미를 응시한다. 그녀의 표정에는 의아함과 함께 미미한 공포가 스치고 지나간다.

**이수아:** (나지막이, 거의 속삭이듯이)
“이… 이게 왜…”

**SFX:** 갑자기 ‘덜컹!’ 하고 현관문이 크게 흔들리는 소리.

**SHOT 05:** [EXTREME CLOSE UP]
수아의 눈동자가 극도로 흔들린다. 동공이 크게 확장된다.

**SHOT 06:** [QUICK CUT]
현관문이 방금 닫혔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수아는 분명히 자신이 잠갔다고 확신한다.

**이수아:** (나레이션)
이번에는 환청이 아니었다. 착각도 아니었다. 내 눈으로 똑똑히 봤고, 내 귀로 분명히 들었다.

**SHOT 07:** [MID SHOT]
수아가 천천히 현관문으로 다가간다. 손을 뻗어 문손잡이를 잡으려 하지만, 망설이는 듯 움찔거린다.

**이수아:** (거친 숨소리)
“누구… 없어?”

**SFX:** 대답 없는 정적. 다만 아파트의 구조에서 오는 듯한 ‘끼이익’ 하는 낡은 소리가 미세하게 들린다.

**SHOT 08:** [CLOSE UP]
수아가 조심스럽게 문손잡이를 잡고 흔들어본다. 잠겨 있다. 확실히 잠겨 있다.

**이수아:** (나레이션)
무언가가, 이 안에 있었다. 나를 보고 있었다. 숨죽인 채, 나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부터 나의 아파트는 더 이상 안전한 피난처가 아니었다. 좁고 답답한 감옥이 되어가고 있었다.

**BGM:** 긴장감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불협화음, 낮게 울리는 진동음.

### **챕터 2: 보이지 않는 손**

**SCENE 05: 이수아의 아파트 거실 – 새벽**

**SHOT 01:** [WIDE SHOT]
어둠에 잠긴 거실. 창밖의 도시 불빛만이 희미하게 실루엣을 비춘다. 소파에 앉아 잠 못 이루는 수아. 그녀는 담요를 끌어안고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다.

**SFX:** 희미하게 들려오는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바깥의 아주 먼 경적 소리.

**이수아:** (나레이션)
며칠 밤낮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눈을 감으면 천장과 벽이 일그러지는 것 같았고, 눈을 뜨면 모든 물건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신경쇠약에 걸린 사람처럼 예민해져 있었다.

**SHOT 02:** [CLOSE UP]
수아의 얼굴. 충혈된 눈과 파르르 떨리는 입술. 불안과 공포가 그녀의 얼굴을 지배하고 있다.

**이수아:** (혼잣말)
“말도 안 돼… 진짜… 무슨 일이야…”

**SFX:** (아주 미세하게) 어딘가에서 물방울이 ‘똑, 똑, 똑’ 하고 떨어지는 소리. 이번엔 속도가 더 빨라졌다.

**SHOT 03:** [MID SHOT]
수아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간다. 소리가 나는 곳은 주방. 어둠 속에서 싱크대 쪽이 희미하게 보인다.

**SHOT 04:** [CLOSE UP]
수아의 손이 담요를 더욱 강하게 움켜쥔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지 못하고, 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 주방을 노려본다.

**SFX:** ‘쾅!’ 하고 거실 창문이 크게 흔들리는 소리.

**SHOT 05:** [EXTREME CLOSE UP]
수아가 비명을 삼킨다. 눈을 질끈 감았다 뜨는 그녀의 모습.

**SHOT 06:** [QUICK CUT]
창밖의 야경이 일그러지는 듯한 착시. 유리창에 거대한, 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가 스쳐 지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수아:** (나레이션)
나는 이제 내가 미쳐가고 있다고 확신했다. 혹은, 내가 미쳐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미쳐가고 있거나.

**SCENE 06: 이수아의 아파트 서재 – 낮**

**SHOT 01:** [WIDE SHOT]
어수선해진 서재. 책들이 책꽂이에서 제멋대로 튀어나와 있거나, 아예 바닥에 떨어져 뒹굴고 있다. 컴퓨터 모니터는 켜져 있지만, 수아는 그 앞에서 멍하니 앉아 벽을 응시하고 있다.

**이수아:** (나레이션)
수리공을 불렀다. 관리실에 문의했다. 수도관 문제일 거다.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걸 거다. 창문이 오래돼서 그런 걸 거다. 모두, 합리적인 대답만 내놓았다. 하지만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았다.

**SHOT 02:** [CLOSE UP]
수아의 눈은 초점을 잃은 듯 멍하다. 그녀의 손톱은 짧게 깎여 있지만, 손가락 끝은 하얗게 변해 있다.

**SFX:** (멀리서) 낮게 깔리는, 웅웅거리는 듯한 소리. 마치 땅속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것처럼.

**SHOT 03:** [MID SHOT]
수아의 시선이 천천히, 서재의 한쪽 벽면으로 향한다.
벽지 무늬가 원래는 단순한 기하학적 패턴이었는데, 지금은 마치 검은 곰팡이가 피어오르듯이 불규칙하고 기괴한 형태로 얼룩져 있다.

**이수아:** (나지막이, 떨리는 목소리)
“저건… 없었는데…”

**SHOT 04:** [ZOOM IN]
벽의 얼룩진 무늬. 자세히 보면 그것은 단순한 얼룩이 아니다. 무수한 선들이 얽히고설켜, 마치 어떤 미지의 언어나 문양처럼 보인다.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혼미해지는 듯한 불쾌한 감각을 유발한다.

**이수아:** (나레이션)
그것은 곰팡이가 아니었다.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는, 하지만 형태를 알 수 없는… 무언가였다.

**SHOT 05:** [POV SHOT – 수아의 시선]
벽의 무늬가 꿈틀거리는 것처럼 보이다가, 순간적으로 심연의 동공처럼 커다란 구멍으로 변한다. 그 구멍 너머에서 형언할 수 없는 어둠이 뿜어져 나오는 듯한 착시.

**SFX:** 웅웅거리는 소리가 점차 커지면서, 귓속을 파고드는 듯한 고주파음이 섞인다.

**이수아:** (고통스러운 듯 머리를 감싸 쥐며)
“아아아아악…!”

**SHOT 06:** [FULL SHOT]
수아가 의자에서 떨어져 바닥에 쓰러진다. 벽의 무늬는 다시 평범한 얼룩처럼 보이지만, 그 기이함은 여전하다.

**이수아:** (나레이션)
나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이 아파트는, 이 벽은, 나를 삼키려 하고 있었다.

**SCENE 07: 이수아의 아파트 침실 – 밤**

**SHOT 01:** [OVERHEAD SHOT]
침대에 웅크리고 누워 있는 수아. 불을 모두 끈 채, 창밖의 희미한 불빛만이 침실을 간신히 밝힌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몸을 떨고 있다.

**SFX:** (아주 작게) 이불 밖에서, 마치 손톱으로 벽을 긁는 듯한 소리. ‘스스슥… 스스슥…’

**이수아:** (나레이션)
아파트를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현관문 손잡이를 잡는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다. 마치 보이지 않는 끈에 묶인 것처럼. 나는 도망칠 수 없었다.

**SHOT 02:** [CLOSE UP]
이불 속 수아의 얼굴.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 공포에 질린 눈동자가 흔들린다.

**SFX:** 긁는 소리가 침대 프레임 아래에서 들리는 듯, 점점 더 가까워진다. ‘스스슥… 스스슥…’

**이수아:** (절규하듯이, 하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생략)*

**SHOT 03:** [PANNING SHOT]
카메라가 침대 아래로 내려간다. 어둠 속에서, 침대 밑 공간이 보인다. 아무것도 없어야 할 그곳에서, 희미한 윤곽의 그림자가 마치 물결처럼 흐느적거리고 있다.

**SFX:** (점점 더 크게) 물속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움직이는 듯한 ‘철썩’ 거리는 소리, 축축한 소리. 그리고 낮고 음산한 ‘흐으으읍…’ 하는 흡입음.

**SHOT 04:** [CLOSE UP]
침대 발치에서, 이불 끝자락이 아주 천천히,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이불 밑의 어둠이 이불을 삼키려는 듯.

**이수아:** (나레이션)
그것은 형체가 없었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거대한 심연의 존재가 내 밑에서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나의 모든 것을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SHOT 05:** [EXTREME CLOSE UP]
수아의 눈이 공포로 가득 찬 채, 침대 발치를 응시한다. 그녀의 눈동자에, 어둠 속에서 비치는 희미한 녹색 빛이 반사된다.

**SFX:** ‘철썩… 흡읍…’ 하는 소리가 절정에 달한다.

**SHOT 06:** [QUICK CUT TO BLACK]
갑자기 모든 소리가 멎고 화면이 암전된다.

### **에필로그: 문턱을 넘어선 존재**

**SCENE 08: 이수아의 아파트 거실 – 낮 (며칠 후)**

**SHOT 01:** [WIDE SHOT]
햇살이 쏟아지는 거실. 모든 것이 평범해 보인다. 며칠 전의 기괴한 얼룩도, 흔적도 없이 사라진 벽. 책들은 제자리에 가지런히 꽂혀 있고, 식탁 위에는 깨끗한 커피잔이 놓여 있다.

**BGM:** 잔잔하고 평화로운 피아노 선율.

**SFX:** 새소리, 바깥의 일상적인 소음 (자동차, 사람들의 웅성거림)

**SHOT 02:** [MID SHOT]
소파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수아의 뒷모습. 그녀는 차분하고 평온해 보인다. 모든 악몽이 사라진 듯.

**이수아:** (나레이션)
모든 것이 사라졌다. 아니,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돌아왔다. 나는 이제 잠도 잘 자고, 글도 다시 쓰기 시작했다.

**SHOT 03:** [CLOSE UP]
수아의 얼굴. 미소를 띠고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럽고 텅 비어 보인다. 그녀의 눈동자는 예전의 생기 대신 묘한, 깊이를 알 수 없는 광택을 띠고 있다.

**이수아:** (나레이션)
어쩌면 나는 너무 피곤했던 걸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꿈이었을지도. 혹은…

**SHOT 04:** [EXTREME CLOSE UP]
수아의 눈동자. 그녀의 눈동자 한가운데, 아주 미세하게, 심연의 바닥에서 솟아오른 듯한 기이한 녹색 문양이 아른거린다. 마치 눈동자 속에 또 다른 세계가 깃들어 있는 것처럼.

**SFX:** (아주 미세하게, 하지만 분명하게) 수아의 목 안에서, 깊고 축축한 ‘흡읍…’ 하는 소리가 짧게 들린다. 인간의 목소리라고는 할 수 없는, 짐승의 것도 아닌, 어떤 원시적인 존재의 소리.

**이수아:** (나레이션)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SHOT 05:** [PULL BACK SHOT]
수아가 앉아 있는 소파 뒤로, 그녀의 그림자가 벽에 드리워진다. 그림자의 가장자리가 아주 미세하게, 기이한 형태로 일렁이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그림자가 살아있는 존재인 것처럼.

**SHOT 06:** [WIDE SHOT]
아파트 건물 전체를 비춘다. 수많은 창문 중 수아의 아파트 창문만 유난히 밝게 빛나고 있다. 그 빛 속에서, 아주 잠시, 검고 거대한 형체가 일렁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수아:** (나레이션)
이곳은 이제 완벽하다. 나의 안식처. 영원히…

**BGM:** 평화로운 피아노 선율이 갑자기 기괴한 불협화음으로 변조되면서, 낮고 깊은 웅웅거리는 소리가 모든 것을 압도한다.

**FADE TO BL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