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제 17화: 그림자 속에서 피어난 황금빛 수수께끼

지하 깊숙한 곳, 축축한 공기가 피부에 달라붙는 고대의 복도. 정휘운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손에 든 랜턴 불빛이 좁은 통로를 가로지르는 넝쿨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그의 시선은 자신보다 한참 앞서 쿵쾅거리는 발소리를 내며 뛰어가는 강슬아에게 향했다. 저 발랄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 꿉꿉한 지하 냄새와 먼지 쌓인 공기 속에서도 그녀는 마치 소풍이라도 온 듯 생기발랄했다.

“정휘운 씨! 여기예요, 여기!”

슬아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며 습기 먹은 벽에 부딪혀 메아리쳤다. 휘운은 한숨을 쉬었다. 저러다 천장이라도 무너지는 날엔… 아니, 이미 여러 번 무너질 뻔했지.

그가 도착한 곳은 사방이 깎아지른 듯한 암석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원형 공간이었다. 중앙에는 바닥에서 솟아난 거대한 원형 제단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 위에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긴 뭔가가 웅크리고 있었다. 슬아는 이미 제단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두 손으로 벽면을 더듬고 있었다.

“세상에… 이건 또 처음 보는 양식인데? 이 섬세한 문양 좀 보세요!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이런 건 단순한 신전이 아니에요. 분명 뭔가를 위한 장치일 거라고요!”

슬아의 눈은 별똥별이라도 떨어진 듯 반짝였다. 휘운은 랜턴을 높이 들어 제단 위에 웅크린 물체를 비췄다. 오래된 청동으로 만들어진 듯한 거대한 새 조각상이었다. 날개는 접혀 있고, 부리는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었다. 그런데 그 새의 눈 부분이 텅 비어 있었다. 마치 뭔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장치든 뭐든, 일단 위험한 건 없어야 할 텐데.” 휘운이 무심하게 중얼거렸다. “저번처럼 또 문이 닫히거나, 바닥이 꺼지거나, 독가스가 나오거나… 하면 곤란하거든.”

“에이, 설마요! 게다가 정휘운 씨가 저 지켜주실 거잖아요.” 슬아는 휘운을 향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그 미소에 휘운은 순간 움찔했다. 뭘 또 당연하다는 듯이…

“지켜주는 건 내 일이지만, 귀찮은 상황은 만들지 말아 달라는 뜻이야.” 그가 툭 던지듯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어딘가 경계심이 스며들어 있었다.

“음… 이 새 조각상… 눈 부분이 비어있네요? 혹시 여기에 뭔가를 끼워 넣어야 하는 걸까요?” 슬아는 손전등을 켜서 조각상 눈 부분을 이리저리 비춰보았다. 그 순간, 그녀의 시선이 제단 주변 바닥에 박힌 작은 돌들에 꽂혔다.

“이 돌들… 모양이 좀 특이하죠? 마치… 보석처럼 다듬어져 있는데, 아무 색깔도 없어요.”

휘운도 랜턴을 숙여 바닥을 살폈다. 열두 개의 작은 홈에 꽂힌 둥근 돌들이 보였다. 언뜻 보면 평범한 돌멩이지만, 자세히 보니 표면이 매끄럽게 연마되어 있었다.

“아무 색깔도 없다고? 어두워서 그런 거 아닐까.”

“아니에요! 보세요.” 슬아는 한 손에 들고 있던 낡은 탐사 일지에서 손가락을 떼고, 다른 손으로 돌 하나를 빼냈다. 투명한 유리구슬 같기도 하고, 영롱한 수정 같기도 했다. 햇빛 한 줌 들지 않는 지하에서 그저 투명할 뿐이었다. “만져보니까 감촉이 굉장히 차가워요. 그리고… 어쩐지 기분이 이상해요.”

그때였다. 그녀가 돌을 뽑아낸 홈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깜빡였다.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규칙적인 간격으로.

“방금 그거 뭐야?” 휘운의 표정이 굳어졌다.

슬아도 놀라 뽑아낸 돌을 다시 홈에 끼웠다. 푸른빛은 이내 사라졌다.

“어? 뭐야… 제가 뭘 건드린 거죠?” 슬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뭘 건드린 건지 모른다는 사람이 이 방에서 지금 제일 신났지, 아마.” 휘운은 기가 막히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다시 빼봐.”

슬아는 조심스럽게 돌을 다시 빼냈다. 이번에는 푸른빛이 더욱 선명하게, 더 오랫동안 깜빡였다. 그녀가 돌을 손에 쥔 채 제단 위 새 조각상의 비어있는 눈에 가져다 대자, 놀랍게도 돌에서 은은한 푸른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머, 세상에! 보셨어요? 빛이 나요! 이 돌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슬아는 흥분으로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휘운은 조용히 상황을 지켜봤다. 단순히 빛이 나는 돌이라면 대단할 것 없겠지만, 저 푸른빛이 제단과 연결된 어떤 반응을 일으킨다면…

슬아는 다른 돌들도 하나씩 빼내어 새 조각상의 눈에 대보았다.
첫 번째 돌: 푸른빛.
두 번째 돌: 녹색빛.
세 번째 돌: 붉은빛.
네 번째 돌: 노란빛.

열두 개의 돌은 각각 다른 색깔의 빛을 발했다. 마치 무지개 조각들을 모아놓은 것 같았다.

“와… 이거 정말 예술이다! 고대인들이 이런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 슬아는 황홀경에 빠진 듯 눈을 감았다가 떴다.

“아직 그들의 기술이 뭔지 알아낸 건 아니잖아.” 휘운은 그녀의 흥분을 가라앉히려는 듯 말했다. “이 색깔들이 뭘 의미하는 걸까? 그냥 예쁜 게 아니라, 분명 어떤 순서나 조합이 있을 거야.”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슬아는 이미 돌들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새 조각상 눈에 대고 있었다. 하지만 매번 실패였다. 빛은 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흐음… 순서라…” 슬아는 턱을 괴고 고민에 빠졌다. “혹시… 빛의 삼원색이나 색의 삼원색 같은 걸까? 아니면 별자리?”

그녀는 고대의 문자나 상형문자에 능통했지만, 이런 물리적인 퍼즐 앞에서는 가끔 엉뚱한 상상력을 발휘했다.

“색의 삼원색은 빨강, 노랑, 파랑이고… 빛의 삼원색은 빨강, 초록, 파랑… 너무 많잖아.” 휘운은 피곤하다는 듯 말했다. “그리고 별자리라면 열두 개가 맞긴 하지만, 저 돌들이 별자리와 무슨 상관인데?”

“그러게요… 뭔가 더 직관적인 게 있을 텐데…” 슬아는 다시 돌들을 빼내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다 문득, 그녀의 시선이 제단 중앙에 있는 새 조각상 아래를 향했다. 제단 표면에 옅게 새겨진 문양이 보였다. 십자형 문양과 함께, 각 끝에 작은 원이 그려져 있었다.

“어? 이걸 이제야 봤네! 보세요, 정휘운 씨. 이 문양… 이건 나침반 같지 않아요? 동서남북을 가리키는 건가?”

휘운은 슬아의 옆으로 바싹 다가가 제단 표면을 살폈다. 과연, 희미하게 새겨진 문양이 나침반 바늘처럼 방향을 가리키는 듯했다. 그리고 각 방향 끝에 있는 작은 원들은… 마치 열두 개의 돌이 놓였던 홈과 비슷한 크기였다.

“그럼 이 열두 개의 돌은 방위와 관계된 건가? 아니면 시간?” 휘운은 의문이 들었다.

“아마도… 이 제단 자체가 시간을 측정하는 도구였을지도 몰라요! 고대 달력이라거나… 아니면 일출과 일몰 같은 태양의 움직임?” 슬아의 눈이 다시 반짝였다. 그녀는 주섬주섬 돌들을 주워 들었다. “만약 태양의 움직임이라면… 동쪽에서 해가 뜨고, 서쪽으로 지잖아요? 그리고 색깔은… 태양의 색깔? 새벽의 푸른색, 아침의 노란색, 정오의 하얀색, 저녁의 붉은색… 같은 식으로?”

슬아는 눈치 없이 휘운에게 바싹 붙어 돌을 새 조각상 눈에 대기 시작했다.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나는 은은한 풀 향기가 휘운의 코끝을 스쳤다. 그는 본능적으로 살짝 뒤로 물러섰지만, 좁은 공간 탓에 크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들의 팔이 스치고, 어깨가 닿았다.

“이봐, 그렇게 들이댈 필요는 없는데.” 휘운이 헛기침을 했다.

“아, 죄송해요! 너무 집중하다 보니까…” 슬아는 민망한 듯 얼굴을 붉혔다. 그 모습에 휘운은 왠지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슬아는 다시 진지한 얼굴로 돌들을 번갈아 끼워 넣었다. 첫 번째 돌은 푸른색. 새의 눈이 푸르게 빛났다. 두 번째 돌은 노란색. 새의 눈이 노랗게 빛났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거 아닌가…” 슬아의 어깨가 축 처졌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휘운이 말했다.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해봐. 예를 들면… 열두 개의 달.”

“달?” 슬아의 눈이 커졌다.

“그래. 이 문명을 만든 사람들이 달을 숭배했다는 기록이 있었잖아. 12개의 돌이 12개의 달을 의미하고, 그 달마다 상징하는 색깔이 있다면?”

“오! 그럴싸한데요? 그럼 어떤 색깔이 무슨 달을 상징하는 걸까요?” 슬아는 재빨리 고대 문헌을 떠올렸다. “1월은 탄생의 달이니 흰색, 2월은 얼음의 달이니 푸른색…”

그녀는 휘운의 아이디어에 따라 다시 돌들을 끼워 넣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순서가 달랐다.
첫 번째, 흰색 돌. 새의 눈에서 고요한 흰빛이 뿜어져 나왔다.
두 번째, 푸른색 돌. 흰빛과 푸른빛이 섞여 신비로운 에메랄드색을 만들어냈다.
세 번째, 연두색 돌…

열두 개의 돌이 모두 제자리를 찾자, 새 조각상의 눈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형형색색의 빛을 발했다. 빛의 조각들이 제단을 타고 흘러내려 바닥의 홈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새의 부리 끝에서 황금빛 섬광이 번쩍였다.

쿵!

거대한 진동이 지하 공간을 뒤흔들었다. 슬아는 놀라서 휘운에게 기대다시피 했다. 휘운은 본능적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아 지탱해주었다.

“이, 이게 무슨…!” 슬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들의 눈앞에서, 제단 중앙의 새 조각상이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묵직한 기계음과 함께, 제단 아래의 바닥이 좌우로 갈라졌다. 그 틈새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황금빛에 두 사람은 눈을 가늘게 떴다.

빛이 잦아들자, 갈라진 틈 사이로 끝없이 아래로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계단의 벽면에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기하학적인 문양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계단 아래에서 알 수 없는 고대의 언어로 된 웅장한 합창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마치 수천 년 전의 노래가 지금 이 순간 다시 울려 퍼지는 것처럼.

“세상에… 정말 숨겨진 통로였어…” 슬아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녀의 눈은 이미 저 깊은 곳을 향해 있었다.

휘운은 여전히 슬아의 어깨를 잡은 채, 나선형 계단 아래로 시선을 고정했다. 그의 얼굴에는 경계심과 함께 미묘한 호기심이 스쳐 지나갔다. 고대 유적의 비밀이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비밀의 한가운데, 빛과 소리가 이끄는 새로운 모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휘운 씨…! 가봐야겠죠?!” 슬아는 흥분으로 가득 찬 눈으로 휘운을 올려다보았다.

휘운은 한숨을 쉬었다. 이럴 줄 알았지. 그녀의 뜨거운 열정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끌려갈 뿐. 그는 슬아의 어깨를 잡고 있던 손을 놓지 않은 채, 천천히 계단 아래로 시선을 돌렸다.

“어차피 여기까지 온 거… 끝을 봐야지.”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대신, 이번엔 내 뒤에 바싹 붙어 있어. 뭐 하나라도 놓치지 말고.”

“네!” 슬아는 환하게 웃었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다시 한번 지하 공간에 울려 퍼졌다.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나선형 계단 아래로,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미지의 영역을 향한 발걸음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발걸음은 어쩌면, 단순한 유적의 비밀을 넘어 그들 자신만의 운명까지도 뒤흔들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