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뒤틀린 각인

이서준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눅눅한 자취방 공기조차 비명처럼 느껴지는 밤이었다. 잠은 사치였다. 며칠째 제대로 눈을 붙이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알 수 없는 형체들이 기어 다니는 환영에 시달렸고, 눈을 뜨면 벽면에 드리워진 자신의 그림자조차 섬뜩한 괴물처럼 느껴졌다. 모든 것이 조롱하듯 그의 이성을 갉아먹는 기분이었다.

그 빌어먹을 두루마리를 발견한 이후로, 단 한 순간도 편안한 적이 없었다.

대학 도서관 지하 서고에서, 먼지와 곰팡이에 뒤덮인 채 잊혔던 낡은 나무 상자. 호기심으로 열어본 상자 안에는 보물 대신,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졌다고는 믿기 힘든 고문서 하나가 웅크리고 있었다. 건조하고 바싹 마른 양피지처럼 보였지만, 손끝에 닿는 순간 오싹한 한기가 뼈 속까지 스며들었다. 문서 위에는 어떤 학파에서도 본 적 없는 기묘한 상형문자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단순한 문자가 아니었다. 그것들은 마치 살아있는 벌레처럼, 혹은 심해의 촉수처럼 꿈틀거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처음에는 그저 피로와 스트레스 탓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날마다 심해지는 두통과, 귓가에 맴도는 낮고 쉰 목소리의 속삭임은 더 이상 단순한 환청이 아니었다. 어젯밤에는 잠결에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다. 천장을 올려다보니, 희미한 달빛 아래 방구석에 드리워진 그림자들이 마치 거대한 유기체처럼 맥동하고 있었다. 그의 심장이 터질 듯 울렸다. 공포가 목구멍을 틀어막았고, 그는 그저 눈을 감고 필사적으로 아침이 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다르지 않았다. 서준은 몸을 웅크린 채 침대 구석에 등을 기댔다. 벽 시계는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마저 날카로운 송곳처럼 귀를 찔렀다. 그의 눈은 방 한가운데 놓인 낡은 배낭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안에, 서준은 문제의 고문서를 숨겨두었다. 아무도 찾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며, 아니, 아무도 만지지 못하게 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의 결과였다.

하지만 이제는 확신할 수 있었다. 두루마리는 숨겨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배낭이 희미하게 떨리는 것 같았다. 아니, 착각일까? 서준은 마른침을 삼켰다.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방 안의 공기가 점점 차갑고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심해저의 압력이 그의 좁은 방을 짓누르는 듯했다. 오래된 금속 냄새와 함께,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

“젠장….”

낮게 욕설을 내뱉었지만,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그는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와 맨발로 차가운 바닥을 밟았다. 배낭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수록 심장이 더욱 격렬하게 울렸다. 미칠 것 같은 공포와 동시에, 알 수 없는 이끌림이 그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거부할 수 없는, 너무나도 강렬한 충동이었다.

마침내 배낭 앞에 섰다. 쭈그려 앉아 떨리는 손으로 지퍼를 열었다. 그 순간, 배낭 안에서 음습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어둠 속에서 고문서가 스스로 빛을 발하는 것처럼 보였다. 희미하지만, 분명히 그 기이한 상형문자들이 마치 어둠 속의 이빨처럼 드러났다.

서준은 숨을 멈췄다. 그의 눈이 광기에 사로잡힌 것처럼 번뜩였다. 그는 망설임 없이 손을 뻗어 두루마리를 꺼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모든 정적을 깨뜨렸다. 고문서가 손에 닿는 순간, 차가운 전율이 온몸을 휩쓸었다. 이번에는 한기뿐만이 아니었다. 뇌 속에서 번개가 치는 듯한 강렬한 통증과 함께, 그의 의식 속으로 무언가가 쏟아져 들어왔다.

환영이었다.

눈앞의 자취방이 일그러졌다. 벽지가 찢어지고, 벽돌이 무너져 내리는가 싶더니, 이내 거대한 돌기둥들이 솟아오르는 신전으로 변했다. 그러나 그 신전은 인간의 건축 양식이 아니었다. 수직과 수평의 개념이 뒤틀리고, 불가능한 각도로 꺾인 기둥들이 하늘을 뚫을 듯 치솟아 있었다. 천장은 없었고, 그 위로는 검붉은 성운이 소용돌이치며 끊임없이 변형하는 거대한 눈동자들을 품고 있었다.

그 눈동자들은 서준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수백, 수천 개의 눈동자에서 동시에 쏟아지는 시선은 그의 영혼을 발가벗기는 듯한 끔찍한 감각이었다. 귓가에는 아까의 속삭임보다 훨씬 거대하고 웅장한, 수십만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읊조리는 듯한 주문이 메아리쳤다. 그 소리는 어떤 언어로도 번역할 수 없었지만, 그 의미는 강렬하게 그의 뇌리에 박혔다.

*‘깨어나라… 너의 문이 열렸노라….’*

서준은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온몸이 굳어버린 듯 움직일 수 없었다. 현실과 환영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었다. 그는 두루마리를 든 손을 내려다보았다. 고문서 위에 새겨진 상형문자들이 붉은색으로 섬광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이 그의 손을 타고 올라와 팔뚝에, 가슴에, 그리고 마침내 그의 이마에 기이한 문양을 새겨 넣는 듯한 환각에 사로잡혔다. 피부가 불타는 것처럼 뜨거웠다.

그 순간,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방 한쪽 벽에 걸려 있던 낡은 거울. 환영 속에서는 거울이 없었지만, 현실의 거울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그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더 이상 서준이 아니었다.

거울 속의 서준은 눈동자가 검은 심연으로 변해 있었고, 얼굴에는 그 고문서에 새겨진 것과 똑같은 기이한 문양들이 핏줄처럼 돋아나 있었다. 그의 입술은 비정상적으로 길게 찢어져 광기 어린 미소를 짓고 있었고, 귓가에는 수많은 촉수 같은 것들이 꿈틀거리는 듯했다.

그리고 거울 속의 그 ‘서준’이 손을 들어, 천천히 자신을 향해 팔을 뻗었다. 손가락 끝에서 검붉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이제… 너는 우리와 하나가 될 것이다.’*

속삭임이 그의 뇌리 깊숙이 박혔다. 거울 속의 손이 현실의 거울 표면을 뚫고 튀어나오려는 듯, 거울 전체가 끔찍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유리 표면에 비정상적인 파동이 일었고, 날카로운 금이 가더니, 거울 속의 검은 손이 서준의 목을 향해 뻗어왔다.

서준은 그제야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며 두루마리를 떨어뜨렸다. 고문서는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섬광처럼 빛나더니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사라졌다. 동시에 환영도, 뒤틀린 거울도 사라지고, 그의 자취방은 다시 눅눅한 정적 속에 놓였다.

하지만 목을 움켜쥔 손아귀의 감각만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서준은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분명 환상이었을 텐데, 목덜미에는 차가운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의 눈앞에는 아직도 검은 심연으로 변한 자신의 눈동자가 아른거렸다.

그때, 사라졌던 두루마리가 있던 자리에서, 바닥의 마루 틈새로 검붉은 액체가 스며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피와 기름을 섞어 놓은 듯한 끈적하고 불길한 액체였다. 그것은 서서히 퍼져나가더니, 이내 문양을 그리듯 바닥에 기괴한 형체를 만들어냈다. 마치 거대한 눈알이 깜빡이는 듯한 형체였다.

그리고 그 형체 한가운데에서, 낮고 쉰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번에는 더 이상 속삭임이 아니었다. 온 방을 뒤흔들고, 그의 영혼을 꿰뚫는 듯한 거대한 울림이었다.

*“어서 와라, 나의 아이여.”*

서준은 그 소리에 온몸이 마비되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두려움과 절망, 그리고 알 수 없는 굴복감이 그의 의식을 잠식했다. 검붉은 액체로 이루어진 눈알은 서서히 눈꺼풀을 벌리더니, 그 안에서 아득한 심연의 빛이 터져 나왔다. 그 빛은 그의 눈을 꿰뚫고, 그의 정신 속으로 파고들어 모든 저항을 부수어 버렸다.

그의 시야는 암흑으로 뒤덮였다. 마지막으로 들린 것은, 자신의 비명이 아닌,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거대한 무언가의 웃음소리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