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독립적인 단편 소설

**아르테미스 호의 마지막 항해 기록**

거대한 검은 망망대해. 그곳엔 끝없는 침묵만이 존재했고, 가끔 아주 드물게 죽어가는 별의 마지막 숨결이 섬광처럼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아르테미스 호는 그 침묵을 가로질러 수십 년째 항해 중이었다. 인류가 명명한 모든 성단을 지나, 미개척 우주의 심연을 탐사하는 것이 임무였다. 이진아 함장은 조용히 함교 의자에 몸을 기댔다. 눈앞의 홀로그램 스크린에는 별똥별 하나 없는 순수한 어둠이 펼쳐져 있었다.

“함장님, 특이사항 없습니다. 모든 시스템 정상 작동 중입니다.”
최유리 항해사가 나른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지루함에 겨운 어조였다.
“그래, 유리. 그게 늘 문제지.” 진아 함장이 피식 웃었다. “아무것도 없다는 게.”

광활한 우주는 아름답지만, 동시에 압도적인 공허함을 선사했다. 때로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감이 거대한 중력처럼 승무원들을 짓누르기도 했다. 그때였다.

삐빅- 삐이빅-!
“함장님! 미확인 에너지 신호 감지되었습니다!” 유리의 목소리에 일순간 긴장감이 서렸다. 나른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위치, 규모, 특성 분석해.”
“네, 함장님. 좌표는… 세타-3121, 페르세우스 팔 바깥 영역입니다. 규모는 행성급으로 보입니다만, 지금까지 관측된 어떤 천체와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홀로그램 스크린에 희미한 붉은 점 하나가 떠올랐다. 마치 우주의 검은 눈동자 속 동공처럼.

김민준 박사가 과학 분석실에서 허둥지둥 함교로 달려왔다. 그의 안경은 늘 그렇듯 삐뚤어져 있었다.
“함장님! 에너지 스펙트럼이… 제가 아는 모든 데이터베이스와 다릅니다!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도, 인공적으로 발생할 수도 없는… 뭔가 완전히 다른 겁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흥분과 경외심이 뒤섞여 있었다.
“태영 경비대장, 전투 태세 준비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진아 함장은 냉정하게 명령했다. 박태영 경비대장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그의 얼굴에는 경계심이 역력했다.

아르테미스 호는 미지의 신호를 향해 나아갔다. 수천 킬로미터를 더 비행했을 때, 스크린 속 붉은 점은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되어 있었다.
“함장님, 시각 센서에 포착되었습니다.” 유리 항해사가 숨죽인 목소리로 말했다.
스크린에 나타난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완벽한 정육면체였다. 매끈하고, 완벽하게 검은 표면은 주변의 모든 빛을 흡수하는 듯했다. 별빛조차 그 검은 표면에서는 자취를 감췄다. 마치 우주의 어둠 그 자체를 조각해 놓은 듯한, 거대한 건축물이었다. 그 규모는 소행성 정도였지만, 정교함은 신의 손길이 닿은 듯했다.

“세상에…!” 민준 박사가 탄성을 내질렀다. “저게… 저게 도대체 뭡니까? 어떻게 저런 형태가…!”
“모든 센서, 저 물체의 표면을 분석해.” 진아 함장이 명령했다.
“접근해, 유리. 최대한 조심스럽게.”

아르테미스 호는 거대한 검은 정육면체에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가까이 갈수록 그 완벽한 형태와 압도적인 존재감에 승무원들은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함장님, 어떤 에너지 방출도 감지되지 않습니다. 생체 신호도, 기계적 반응도 없습니다. 완벽한… 침묵입니다.” 유리 항해사가 보고했다.
“민준 박사, 표면 물질 분석 가능해?”
“네, 함장님. 소형 탐사선을 보내겠습니다.”

탐사선이 정육면체에 가까이 다가갔다. 로봇 팔이 뻗어져 나왔고, 정육면체의 검은 표면에 닿는 순간…
‘찌이잉-!’
아르테미스 호 전체에 뇌를 관통하는 듯한 끔찍한 진동음이 울렸다. 승무원들은 비명을 지르며 귀를 막았다. 진동은 곧 멈췄지만, 그 여파는 심대했다.
“함장님! 탐사선 신호 로스트! 모든 시스템에 원인 불명의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수석정비사! 강선우! 상황 보고해!”
“모르겠습니다, 함장님! 갑작스러운 전력 서지가… 아니, 이건 전력이 아니라… 뭔가 다른 겁니다! 시스템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강선우 수석정비사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다.

“함장님, 제 정신이… 갑자기… 시야가 흐려집니다.” 유리 항해사가 비틀거렸다.
진아 함장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두개골을 열고 뇌를 직접 만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때, 김민준 박사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의 눈은 광기로 번뜩였다.
“아니! 이건 오류가 아니야! 메시지야! 깨달음이라고!”
“민준 박사! 진정해!” 태영 경비대장이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민준 박사는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게 경비대장을 밀쳐냈다.
“닿아야 해…! 저것과 직접 닿아야만 해! 알 수 있어! 모든 것을!”
그는 함교의 비상구 쪽으로 미친 듯이 달려갔다.

“민준 박사, 멈춰!” 진아 함장이 소리쳤다.
하지만 그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비상구는 외부로 나가는 통로와 연결되어 있었다.
“태영 경비대장, 막아! 강제로라도!”
“알겠습니다!” 태영 경비대장이 그를 쫓았다.

잠시 후, 통신이 연결되었다.
“함장님, 민준 박사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말을 듣지 않습니다! 저 물체에 직접 접촉해야 한다고, 그래야 인류가 진정한 진화를 할 수 있다고… 횡설수설합니다!” 태영 경비대장의 목소리에 당혹감이 섞여 있었다.
“함장님! 함선 시스템이… 외부의 영향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함선 자체가 저 물체에 이끌리는 것 같습니다!” 강선우 수석정비사의 비명 같은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아르테미스 호는 마치 거대한 자석에 이끌리듯, 검은 정육면체를 향해 서서히 끌려가고 있었다.

진아 함장은 이를 악물었다. 함선의 통제권을 되찾으려 했지만, 모든 시스템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마비된 듯했다. 스크린 속 정육면체는 점점 더 크게 다가왔다. 그 압도적인 존재감은 공포를 넘어 경외심마저 불러일으켰다.
그 순간, 진아 함장의 뇌리에 이상한 감각이 스쳤다.
차가운 표면. 우주의 심연. 그리고… 헤아릴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침묵하던 존재의 목소리.
그것은 언어가 아니었다. 이미지도 아니었다. 단지… 존재의 확장이었다.
인류가 상상할 수 없는, 너무나 거대한 지성이 웅크리고 잠들어 있는 기분.
그것이 깨어나려 하고 있었다. 아르테미스 호와 승무원들의 존재를 매개로.

진아 함장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모든 승무원! 긴급 탈출선으로 이동하라! 명령이다!”
“함장님! 하지만…” 유리 항해사가 망설였다.
“지금 당장! 아르테미스 호는 포기한다! 살아서 이 사실을 알려야 해!” 진아 함장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그녀 자신도 온몸이 떨렸다. 하지만 이성만큼은 놓지 않으려 발버둥 쳤다.

“함장님은…?” 태영 경비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마지막까지 시스템을 정지시킬 것이다. 너희는 탈출선에 오르면 즉시 이탈해.”
그녀는 함교의 통제권을 되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썼다. 검은 정육면체는 이제 창문 바로 바깥에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유리 항해사가 울먹이며 통신을 끊었다.
“강선우! 함선 자폭 시스템 활성화할 수 있나!”
“함장님… 불가능합니다! 모든 시스템이 저 물체와 연결되어… 아니! 오히려 동화되고 있습니다!”
선우의 목소리도 절망적이었다.

진아 함장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정육면체의 표면이 아르테미스 호의 창문을 통해 보였다. 거울처럼 반사되는 검은 표면이 아니었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심연이었다.
그 순간, 함선 전체가 다시 한번 ‘찌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격렬하게 흔들렸다.
이번에는 단순한 진동이 아니었다. 함선 내부의 모든 금속이 비명을 지르며 뒤틀리는 소리였다.
“함장님! 민준 박사가… 탈출선에 오르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 물체와 함께 있어야 한다고…!” 태영 경비대장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내버려 둬…!” 진아 함장은 이를 악물었다. “그를 붙잡아봐야 소용없을 거야…!”
이미 민준 박사는 그 물체에 의해 잠식당한 것과 다름없었다.

정육면체는 이제 아르테미스 호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함선의 전면부가 서서히 정육면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아니, 착각이 아니었다. 금속이 녹아내리는 듯한 끔찍한 소음이 들렸다.
“함장님! 탈출선 이탈했습니다! 하지만… 함장님…” 유리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들렸다.
진아 함장은 홀로 남았다. 그녀는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정육면체의 존재는 그녀의 심장 박동과 함께 진동하는 듯했다.
그녀의 머릿속에 알 수 없는 언어의 파편들이, 이미지들이 홍수처럼 밀려들어왔다.
광대함. 고독함. 그리고… 깨어남.

“그래…” 진아 함장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것이… 인류가 만나야 할 마지막이었다면…”
그녀는 비로소 정육면체를 똑바로 응시했다.
검은 표면 위로, 빛 한 줄기 없는 곳에서, 마치 그녀의 눈동자를 반영하듯, 희미한 푸른빛이 깜빡였다.
그것은 초대였다. 거부할 수 없는, 너무나 거대하고 오래된 초대.
아르테미스 호는 천천히, 그리고 완전히, 미지의 검은 유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것이 파괴였는지, 아니면 새로운 시작이었는지, 우주의 심연은 침묵할 뿐이었다.
다만, 멀리 떨어진 탈출선 안에서, 살아남은 승무원들의 눈동자 속에는,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검은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들도 알았다. 그들의 내면 어딘가, 저 정육면체의 일부가 이미 심어져 있다는 것을.
그리고, 우주는 다시 침묵했다. 다만, 이전과는 다른, 묘한 기대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