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허 속 로맨틱 생존기
## 프롤로그: 세계의 잔해 속에서
**[내레이션]**
세상은… 더 이상 푸른 행성이 아니었다. 먹구름이 걷히지 않는 회색빛 하늘, 기형적으로 자라난 콘크리트 숲을 감싼 덩굴들. 한때 문명의 상징이었던 빌딩들은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바람 소리에도 주저앉을 듯 위태롭게 서 있었다. 인류는 희망 대신 생존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만을 좇으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폐허 속에서도, 삶은 기어이 저만의 방식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잊고 있던 아름다운 방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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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 1: 낯선 이와의 동거는 재난인가, 운명인가.**
**SCENE 1: (과거 대형 마트) – 낮**
**[ACTION]**
거대한 마트 건물은 절반쯤 무너져 내린 채 기형적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뻥 뚫린 천장 사이로 빗물이 흘러들어 바닥은 이미 거대한 웅덩이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쇠 비린내가 섞여 코를 찌른다.
화면은 무너진 진열대 사이를 조심스럽게 헤치고 나아가는 한 인물을 비춘다. 그녀는 후드 티를 깊게 눌러쓴 채 마스크로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있다. 낡고 헤진 작업복 차림이지만, 움직임은 민첩하고 거침이 없다. 그녀의 손에는 녹슨 철봉 하나가 들려 있다.
이름은 **지아**.
지아는 잔뜩 찌푸린 미간으로 주변을 경계하며 발소리 하나 내지 않고 걷는다. 그녀의 시선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물건들, 벽에 걸린 찢어진 현수막, 그리고 저 멀리 어둠 속에 잠긴 복도를 훑는다.
**<컷 변경>**
**<컷 설명>** 지아의 시점. 텅 비고 파괴된 마트 내부. 진열대 위에는 먼지 쌓인 텅 빈 상자들만 가득하다. 바닥에는 녹슨 통조림 캔, 깨진 유리 조각들이 뒹군다.
**<음향 효과>** (바람이 웅웅거리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금속 부딪히는 소리, 지아가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 물웅덩이 소리)
**[ACTION]**
지아는 한 진열대 앞에 멈춰 선다. 과거 식료품 코너였던 곳. 여기저기 찢겨진 포장재들과 내용물이 없는 캔들이 널브러져 있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익숙한 듯 한 구석을 향한다. 완전히 찌그러진 진열대 아래, 간신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낡은 상자.
**<컷 변경>**
**<컷 설명>** 지아의 손이 망설임 없이 상자 안으로 들어간다. 먼지와 거미줄로 뒤덮인 상자 안에서 그녀가 찾아낸 것은… 작게 포장된 인스턴트 커피믹스 몇 봉지. 유통기한은 한참 지났지만, 이 세계에서는 이마저도 귀한 물건이다. 그녀의 표정은 변함없이 무심하지만, 아주 미세하게 만족감이 스치는 듯하다.
**<음향 효과>** (지아가 상자를 뒤적이는 소리, 찢어진 포장재 소리)
**지아:** (작게 중얼거린다) 오늘은… 이걸로 됐나.
**[ACTION]**
지아가 커피믹스를 낡은 배낭에 챙겨 넣는다. 그리고 다시 주변을 살피며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였다.
저 멀리, 무너진 천장에서 매달린 위태로운 전선 더미 아래, 누군가 허둥지둥 움직이는 실루엣이 보인다. 지아는 즉시 몸을 숨기고 철봉을 고쳐 쥔다.
**<컷 변경>**
**<컷 설명>** 지아가 기둥 뒤에 숨어 몸을 바싹 낮춘다. 그녀의 눈빛은 날카롭게 변하며 미심쩍은 실루엣을 주시한다. 카메라 앵글은 그녀의 눈을 클로즈업.
**<음향 효과>** (지아의 거친 숨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쿵덕거리는 발소리, 뭔가 부딪히는 소리)
**[ACTION]**
어둠 속에서 비틀거리는 그림자는 점차 선명해진다. 낡은 재킷을 입은 남자. 그는 진열대 위쪽에 위태롭게 놓인 무언가를 향해 팔을 뻗고 있다. 그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가 손이 닿지 않는 과자를 얻으려는 것처럼 필사적이고, 동시에 어딘가 어설퍼 보인다.
**남자:** (작게 투덜거린다) 아, 이걸 어떻게 꺼내지? 조금만 더… 조금만…!
**<컷 변경>**
**<컷 설명>** 남자의 모습이 클로즈업된다. 덥수룩한 머리, 먼지로 얼룩진 얼굴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선량하고… 조금은 순진해 보이는 인상이다. 그는 손을 뻗어 위태롭게 매달린 낡은 캠핑용 랜턴을 잡으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랜턴이 걸려 있는 진열대는 이미 한쪽 다리가 부러져 기울어져 있었다.
**<음향 효과>** (남자가 끙끙거리는 소리, 흔들리는 진열대에서 나무가 삐걱거리는 소리)
**[ACTION]**
지아는 남자의 행동을 주시한다. 저 멍청한 짓을 하다간 진열대가 무너져 깔릴 게 뻔하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그곳을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남자:** 으아아악!
**[ACTION]**
남자가 랜턴을 잡는 순간, 진열대가 한쪽으로 심하게 기우뚱거린다. 남자는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다 결국 진열대와 함께 쓰러지기 직전의 아찔한 상황에 처한다.
**<컷 변경>**
**<컷 설명>** 남자가 휘청이며 진열대가 기울어지는 순간. 그의 얼굴은 공포에 질려 있다. 진열대 위에서 녹슨 철골과 유리 조각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다.
**<음향 효과>** (진열대가 무너지는 굉음, 유리가 깨지는 소리, 남자의 비명)
**[ACTION]**
본능이었다. 지아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던져 남자를 밀어낸다. 동시에 철봉을 휘둘러 쓰러지는 진열대의 일부를 간신히 막아낸다. 철봉이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진열대는 간신히 다른 기둥에 걸려 더 이상의 붕괴는 막는다. 남자는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앉아 얼이 빠진 표정으로 지아를 올려다본다.
**지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당신… 진짜 민폐의 끝판왕이네.
**<컷 변경>**
**<컷 설명>** 지아는 팔에 힘줄이 불거질 정도로 철봉을 꽉 잡고 진열대를 지탱하고 있다. 그녀의 후드 사이로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남자는 바닥에 털썩 앉은 채 놀란 토끼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본다. 그의 손에는 방금 건져 올린, 다행히도 멀쩡해 보이는 캠핑용 랜턴이 들려 있다.
**<음향 효과>** (지아의 거친 숨소리, 금속이 긁히는 소리)
**남자:** (얼떨떨한 표정으로) 아… 저, 저기… 그게… 고마워요?
**지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고마울 시간에 얼른 일어나서 이거 좀 치워봐요. 내가 이걸 언제까지 들고 있으라고.
**[ACTION]**
남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벌떡 일어선다. 그의 이름은 **현우**.
그는 지아가 힘겹게 지탱하고 있는 진열대를 붙잡는다. 지아가 철봉을 치우자, 진열대는 위태롭게 버티고 선다. 현우는 어색하게 웃으며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현우:** 죄송해요, 진짜. 제가 좀… 덜렁대서. 저 랜턴이 꼭 필요해서 그랬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지아:** (피곤한 듯 눈을 감았다 뜨며) 그러게, 이 세상에서 ‘그냥’이라는 건 없다니까. 모든 행동엔 대가가 따르는 법이야.
**<컷 변경>**
**<컷 설명>** 지아는 여전히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주변을 살핀다. 현우는 어색하게 진열대 주변에 떨어진 잔해들을 치우고 있다. 그의 옷에는 먼지와 흙이 잔뜩 묻어 있다.
**현우:** 그래도… 덕분에 살았어요. 진짜 은인입니다! 이름이 뭐예요? 전 현우라고 합니다!
**[ACTION]**
현우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민다. 그의 웃음은 이 폐허 속에서는 너무나도 생경하고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밝았다. 지아는 그의 손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자신의 철봉을 다시 고쳐 잡는다.
**지아:** (쌀쌀맞게) 이름 따위 알 필요 없어. 다시 마주칠 일 없을 테니까. 이제 갈 길 가.
**[ACTION]**
지아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려 마트 출구 쪽으로 향한다. 현우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
**현우:** (작게) 너무한 거 아니야…?
**<컷 변경>**
**<컷 설명>** 지아는 빠르게 마트를 벗어나고 있다. 뒤따라오는 현우의 시선이 그녀의 등을 쫓는다. 바닥에 고인 빗물 위로 지아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다.
**[ACTION]**
지아가 마트 출구에 거의 다다랐을 때였다.
갑자기 하늘이 번쩍이더니,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쨍한 번개 소리와 함께 천둥이 울리고, 빗줄기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세진다.
**<컷 변경>**
**<컷 설명>** 마트 밖의 풍경. 회색빛 하늘에서 굵은 빗줄기가 마치 폭포처럼 쏟아져 내린다. 번개가 하늘을 갈랐다. 무너진 건물 잔해들이 비에 젖어 더욱 으스스하게 보인다.
**<음향 효과>** (천둥소리, 빗소리 – 매우 거칠게)
**지아:** (이를 악물고) 젠장!
**[ACTION]**
지아는 비를 피할 곳을 찾아 주변을 둘러본다. 그러나 마트 밖은 이미 물바다였고, 마땅히 몸을 숨길 만한 곳이 없었다. 결국, 그녀는 다시 마트 안쪽, 그나마 천장이 남아있는 곳으로 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컷 변경>**
**<컷 설명>** 지아가 다시 마트 안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그녀의 표정은 불만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곳에는… 현우가 여전히 서 있었다. 그가 들고 있는 랜턴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온다.
**현우:** (어색하게 웃으며) 저기… 아무래도, 당분간은… 여기서 같이 피해야 할 것 같은데요?
**지아:** (현우를 노려보며) 당신… 재수 없게 따라온 거 아니지?
**현우:** (손사래를 치며) 아뇨, 아뇨! 정말 우연이에요! 저도 이 비를 뚫고 갈 순 없잖아요!
**[ACTION]**
지아는 현우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다가, 결국 한숨을 깊게 내쉰다.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녀는 마트 내부의 비교적 안전한 기둥 뒤편으로 향한다. 현우는 그녀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른다.
**<컷 변경>**
**<컷 설명>** 지아가 기둥 뒤편, 비교적 건조한 곳에 주저앉는다. 현우도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앉아 랜턴을 바닥에 놓는다. 랜턴에서 나오는 약한 빛이 어둠을 간신히 밝힌다. 빗소리가 주변을 압도한다.
**<음향 효과>** (거센 빗소리, 천둥소리 – 좀 더 잦아든)
**현우:** (조심스럽게) 저… 지아 씨? 이름이 지아 씨 맞죠? 아까 제가 실수로 들었어요.
**지아:** (미간을 찌푸리며) 듣지 말라고 했을 텐데.
**현우:** (멋쩍게 웃으며) 죄송해요. 그래도… 이렇게 신세를 지게 됐으니까요.
**[ACTION]**
현우는 주머니를 뒤적인다. 그의 손에서 나온 것은… 찌그러진 포장지의 초콜릿 바였다. 비록 반쯤 녹아 끈적거렸지만, 분명 달콤한 초콜릿이었다.
**<컷 변경>**
**<컷 설명>** 현우가 손에 든 초콜릿 바를 지아에게 내민다. 지아는 무심하게 그 초콜릿을 바라본다. 그녀의 눈빛에 아주 미세한 흔들림이 보인다. 초콜릿은 이 폐허에서는 귀한 에너지원이자 사치품이다.
**현우:** 방금 마트 안에서 주웠는데… 좀 찌그러지긴 했지만, 괜찮을 거예요. 반이라도 드세요.
**지아:** (망설임 없이) 필요 없어. 어차피 유통기한 지났을 테고.
**현우:** (능청스럽게) 유통기한이 무슨 소용이에요, 이 세상에서. 오늘 살아남으면 그만이지. 그래도 단 거 먹으면 힘이 나잖아요?
**[ACTION]**
현우는 지아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초콜릿 바를 쪼개어 그녀에게 내민다. 지아는 그의 손과 초콜릿을 번갈아 쳐다본다. 그녀는 여전히 경계심을 놓지 않고 있지만, 현우의 끈질긴 시선과 폐허 속에서 만난 ‘단맛’이라는 유혹에 결국 무심하게 손을 뻗어 초콜릿을 받아든다.
**<컷 변경>**
**<컷 설명>** 지아가 초콜릿을 한 조각 받아 든다. 그녀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입에 넣지만,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듯하다. 현우는 그런 그녀를 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랜턴 불빛이 그들의 모습을 어렴풋이 비춘다.
**<음향 효과>** (초콜릿 포장지 바스락거리는 소리, 현우의 작은 웃음소리)
**현우:** (활짝 웃으며) 괜찮죠? 역시 단 건 최고예요!
**지아:** (씹던 초콜릿을 삼키며) 쓸데없는 소리 말고, 조용히 해. 빗소리에 묻혀서 그렇지, 이런 곳엔 언제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
**현우:** (겁먹은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뭐가요? 설마… 다른 생존자들? 아니면…
**지아:** (현우의 말을 끊으며) 더 쓸데없는 상상 말고. 그냥 조용히 있어.
**[ACTION]**
지아가 눈을 감고 벽에 기댄다. 현우는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초콜릿을 먹는다. 빗소리가 다시 그들을 감싼다. 어둠 속에서 랜턴의 희미한 불빛만이 흔들린다.
**<컷 변경>**
**<컷 설명>** 지아와 현우가 어둠 속에서 각각 벽에 기댄 채 앉아 있다. 랜턴 불빛이 그들의 얼굴을 비췄다가 그림자를 만들었다가 한다. 지아는 굳게 다문 입술과 날카로운 눈빛으로 여전히 경계심을 놓지 않고 있다. 현우는 조금은 겁먹은 표정이지만, 이내 작은 미소를 띠며 지아를 곁눈질한다.
**<음향 효과>** (빗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울부짖음 같은 소리 – 정체불명)
**현우:** (아주 작게 속삭이듯) 그래도… 혼자보단 둘이 낫겠죠?
**[ACTION]**
지아는 대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잠시 현우를 향한다. 혼자 살아남는 것에 익숙해져 있던 그녀의 세계에, 불쑥 나타난 이 낯선 존재는 과연 어떤 의미가 될까. 비는 밤새도록 그칠 줄 몰랐다.
**[내레이션]**
세상은 여전히 절망적이었고, 생존은 혹독한 투쟁이었다. 하지만 그 폐허 속에서, 두 개의 다른 운명이 예상치 못한 만남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는 과연… 재난일까, 아니면 이 혹독한 세계가 허락한 단 하나의 운명적인 로맨스일까.
**<컷 변경>**
**<컷 설명>** 마트 건물 밖 풍경.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 번개가 한 번 더 하늘을 가르고, 무너진 도시의 실루엣을 잠시나마 밝힌다. 빗물에 잠긴 도시의 모습은 쓸쓸하면서도 웅장하다.
**<음향 효과>** (천둥소리, 빗소리 점점 작아지며 페이드 아웃)
**[END SCEN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