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호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최준영은 낡은 창고 구석에 쭈그려 앉아 먼지 쌓인 옛 서책을 뒤적였다. 눅눅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대학교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뒤 이렇다 할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지방의 작은 향토사 연구소에서 임시직으로 일한 지도 어언 3년. 그마저도 최근엔 예산 문제로 잘려, 그는 이제 그저 백수에 가까운 상태였다. 남은 건 고작 허름한 고물상 아르바이트와 낡은 고서들을 뒤적이는 일. 하지만 그에게는 이것이 삶의 유일한 활력이었다. 특히, 정사에 기록되지 않은 야사(野史)나 잊힌 유적에 대한 이야기에는 병적으로 집착했다.

오늘 그의 손에 들어온 책은 ‘지방 비사(地方秘史)’라는 제목의, 활자 인쇄조차 아닌 필사본이었다. 종이는 누렇게 바랬고 글씨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희미했지만, 준영은 마치 보물이라도 찾은 듯 심장이 뛰었다. 책의 중반부에 이르자, 한 구절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당골, 그곳은 망각된 시간의 저편. 천년의 세월이 그 위에 흐르는 동안, 단 한 번도 태양의 빛을 온전히 허락한 적 없으니… 결코 범접할 수 없는 존재의 흔적이 그곳에 잠들어 있더라.」

사당골. 이름은 익숙했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무서운 이야기를 해줄 때 종종 등장했던, 마을 뒷산 깊은 곳에 있다는 전설 속의 장소. 오래된 절터나 작은 신당이 있을 거라 막연히 짐작만 할 뿐, 실제 그곳을 탐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반인의 발길이 닿지 않는 험준한 산세에 가려져, 그저 노인들의 옛이야기 속에나 존재하는 곳이었다.

준영은 책을 덮었다. 심장이 요동쳤다. 단순한 노인들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 필사본은 사당골이 단순한 전설이 아니라, 어떤 강력한 ‘결계’로 봉인된 미지의 장소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어쩌면, 어쩌면 이곳에서라면 그 지루하고 무의미한 삶에 한 줄기 빛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아니, 그보다 더 강력한, 어떤 운명적인 이끌림 같은 것을 느꼈다. 잃어버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설명할 수 없는 충동이었다.

며칠 뒤, 준영은 최소한의 장비만을 챙겨 사당골로 향했다. 낡은 등산화와 닳은 배낭, 손전등과 작은 곡괭이가 전부였다. 휴대폰은 산 깊숙이 들어서자마자 먹통이 되었다. 숲은 짙었고, 나무들은 하늘을 가려 햇빛 한 줄기 비치지 않는 구간이 태반이었다. 축축한 흙냄새와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만이 그의 동반자였다.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옛 오솔길을 따라 한참을 헤맸을까. 그는 갑자기 기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공기 자체가 달라진 듯했다. 서늘하고 무거웠으며, 마치 거대한 존재가 숨을 쉬고 있는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졌다. 나뭇가지 사이로 빛이 완전히 사라진, 마치 검은 늪처럼 침묵하는 공간이 드러났다. 바로 그곳이었다. 사당골.

오랜 수색 끝에, 그는 마침내 그것을 발견했다. 덩굴과 이끼로 뒤덮여 거의 알아볼 수 없게 된 석축(石築). 자연의 일부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인공적으로 쌓은 흔적이 역력했다. 굳이 이렇게 깊은 산속에, 외부와 단절된 곳에 이런 건축물을 지을 필요가 있었을까? 준영은 묘한 흥분과 함께 곡괭이로 덩굴을 걷어냈다. 덩굴 아래에는 마모되고 풍화된 돌문이 숨겨져 있었다. 문의 표면에는 알 수 없는 상형문자와 기하학적인 문양들이 음각되어 있었다. 보는 순간, 뼛속까지 시린 한기가 엄습했다.

돌문은 예상외로 쉽게 열렸다. 마치 누군가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어둠이 드러났다. 손전등을 켜자, 한 줄기 빛이 수십 년, 아니 수백 년간 갇혀 있던 공간을 비췄다. 내부는 경사진 복도로 이어져 있었다. 축축하고 차가운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벽면에는 기괴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어딘가 일그러지고 뒤틀린 형상들. 그들은 마치 고통받는 듯했고, 어떤 존재를 숭배하는 듯했다. 준영은 불안감에 침을 꿀꺽 삼켰지만, 호기심이 두려움을 압도했다.

복도의 끝, 지하 깊숙한 곳에 이르자 그는 작은 광장을 발견했다. 중앙에는 거대한 검은 돌 제단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붉은빛을 띠는 육각형의 보석이 얹혀 있었다. 보석은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희미하게 박동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촛불을 꽂았던 흔적과 함께 알 수 없는 동물의 뼈들이 흩어져 있었다. 제단 뒤쪽 벽면에는 더욱 기괴하고 거대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눈동자였지만, 수많은 겹을 이루고 있었고, 그 안에는 우주 전체가 담겨 있는 듯했다.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빨려 들어갈 것 같은, 현기증이 느껴지는 형상이었다.

준영은 홀린 듯 제단으로 다가갔다. 보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기운이 그의 손을 이끌었다. 따뜻하면서도 소름 끼치는 이질적인 감각. 망설임 없이 손을 뻗어 보석을 움켜쥐었다.

그 순간, 공간이 뒤틀렸다.

“으악!”

보석에서 뿜어져 나온 강렬한 붉은빛이 그의 온몸을 휘감았다. 빛과 함께 수많은 형상들이 그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인간의 비명, 알 수 없는 언어로 속삭이는 소리, 피와 살이 찢기는 잔혹한 환영들… 그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깊고 어두우며, 동시에 수만 년의 세월을 품은 듯한 목소리.

「…드디어, 왔는가. 나의 계승자여.」

준영은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의 손에 들린 보석은 붉게 빛나며 그의 혈관을 따라 심장으로 파고드는 듯했다. 온몸의 세포가 뒤집히는 듯한 격통과 함께, 그의 눈빛이 일순간 붉게 물들었다. 그의 육신은 더 이상 그 자신만의 것이 아니었다. 고대의 힘이, 망각된 존재가, 천년의 봉인을 깨고 그의 심장으로 침투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그는 홀로 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