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스릴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고요한 밀실의 비명

늦은 밤의 정적을 깨고 울려 퍼진 한밤중의 비명은, 이 저택의 견고한 벽마저 뚫고 나올 듯 처절했다. 거대한 대리석 바닥에 드리운 샹들리에의 그림자가 흔들리며, 고요하던 모든 것을 산산이 부수어버렸다.

최고급 비단 잠옷 차림의 박여사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서재 문간에 선 채, 한 손으로는 입을 틀어막고 다른 한 손으로는 공포에 질려 떨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서재 안의 풍경은 그야말로 악몽 그 자체였다. 넓고 호화로운 서재 한가운데, 육중한 오크나무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할 강회장은 피로 흥건한 의자에 축 늘어져 있었다. 그의 가슴팍에는 길고 날카로운 은장도가 깊숙이 박혀 있었고, 싸늘하게 식은 눈은 천장을 향해 굳게 고정되어 있었다.

경찰차가 굉음을 울리며 저택의 넓은 진입로를 가로질러 왔을 때, 이미 저택 안은 혼란의 도가니였다. 오랜 세월 강회장의 그림자처럼 일해온 비서 이실장과, 유일한 혈육이자 차기 후계자로 지목된 조카 민준이 패닉에 빠진 채 거실에 앉아 있었다. 박여사는 연신 흐느끼며 발견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지만, 그 어떤 말도 이 상황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밀실입니다, 김형사님. 완벽한 밀실 살인이에요.”

현장 총책임자인 김형사는 서재 안을 둘러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십 년 넘게 강력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었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서재 문은 안쪽에서 이중 잠금쇠로 굳게 걸려 있었고, 창문들은 모두 안쪽에서 잠금장치가 내려져 있었다. 유리창 한 조각 깨진 곳 없이 멀쩡했고, 육중한 커튼 뒤에 숨겨진 비밀 통로 같은 건 애초에 없다고 했다. 환기구는 사람이 드나들기엔 턱없이 작았고, 굴뚝도 없었다. 완벽하게 봉쇄된 공간 안에서 강회장이 살해당한 것이다.

“피해자 강회장. 사망 시각은 자정에서 새벽 한 시 사이로 추정. 사인은 흉기에 의한 과다 출혈. 현장에 외부 침입 흔적 없음. 지문 감식 중이지만, 현재까지는 강회장 본인의 것과 집안 사람들의 것 외에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현장 감식반장이 보고를 올렸다. 김형사는 미간을 찌푸렸다. 모든 것이 상식의 범주를 벗어나 있었다.

그때, 저택의 입구에서 작지만 확고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곳으로 향했다. 김형사의 입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가 올 줄 알았다. 아니, 이런 사건이라면 그가 아니면 풀 수 없을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선 이는 류진이었다. 스물대여섯 정도로 보이는 젊은 얼굴, 무심한 듯 보이는 깊은 눈동자는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을 놓치지 않는 듯했다. 정돈되지 않은 검은 머리카락과, 어딘가 차가워 보이는 분위기. 하지만 그는 대한민국 경찰청이 마지막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천재 수사관이었다. 경찰 제복은커녕, 허름한 코트 차림의 그는 주변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서재 앞으로 향했다.

“김형사, 설명해봐.”

그의 목소리는 나이답지 않게 낮고 건조했다. 김형사는 그에게 다가가 짧게 브리핑을 시작했다.

“강회장이 살해당했습니다. 보시다시피 완벽한 밀실입니다. 문은 안에서 잠겼고, 창문도 안에서 잠겨 있었습니다. 외부 침입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박여사가 아침에 강회장 식사를 챙기러 왔다가 발견했고요. 어젯밤, 이 저택에 있던 사람은 강회장 본인, 박여사, 이실장, 조카 민준, 그리고 외부 손님 한 명입니다만, 그 손님은 밤 10시 이전에 귀가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류진은 김형사의 말을 들으며 서재 내부를 천천히 훑었다. 마치 그림을 감상하듯, 한 점 한 점 시선을 옮겼다. 그의 시선은 강회장의 시신을 잠시 머물렀다가, 곧바로 주변의 모든 사물로 향했다. 낡은 고서들로 가득 찬 벽장, 값비싼 페르시아 양탄자, 화려한 그림들, 그리고 책상 위의 서류들까지.

“흉기는?”

그가 짧게 물었다. 감식반원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강회장의 소장품으로 추정되는 은장도입니다. 지문은 강회장 본인의 것만 나왔습니다.”

“살해당하기 직전, 강회장은 무엇을 하고 있었지?”

“음… 서류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책상 위에 보고서가 펼쳐져 있고, 만년필이 놓여 있었습니다.”

류진은 서재 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의 발걸음은 조심스러웠지만, 망설임은 없었다. 그는 책상 주위를 돌며 살피더니, 갑자기 몸을 숙여 책상 아래를 들여다봤다. 김형사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지켜봤다.

“뭔가 발견했나?”

“아니요. 아직은요.”

그는 고개를 젓더니, 이번에는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두꺼운 커튼을 걷어내고 창문의 잠금쇠를 만져봤다. 틈새 하나 없이 굳게 닫혀 있었다. 외부에서 침입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류진은 다시 서재 한가운데로 돌아와 눈을 감았다. 깊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마치 방 전체의 기운을 빨아들이려는 듯 보였다. 그의 옆에 선 김형사는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었다.

“이 방은 정말 완벽한 밀실입니다. 아무도 들어오고 나갈 수 없었어요. 그렇다면 범인은 대체…?”

김형사의 말이 이어지던 찰나, 류진이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눈동자에는 방금 전까지의 무심함 대신, 날카로운 광채가 스쳤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서재의 높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그것은 섬뜩할 정도로 예리한, 무언가를 간파한 자의 미소였다.

“김형사.”

그의 목소리가 서재 안에 낮게 울렸다.

“이 방은, 처음부터 밀실이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으로는요.”

김형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류진을 바라보자, 류진은 피 묻은 강회장의 시신과, 완벽하게 잠긴 문, 그리고 그들이 간과했던 ‘아주 작은 것’을 번갈아 가리켰다.

“범인은 이 방 안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이 방 안에 있습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문’이 아니라… 이 밀실 자체를 구성하는 ‘벽’이었습니다.”

그의 말은 서재 안에 있던 모두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밀실의 정의를 완전히 뒤집는 그의 말에, 김형사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들이 보지 못했던 진실이, 류진의 눈에는 너무나도 선명하게 비치고 있었다. 이 고요한 밀실은, 사실 처음부터 살인자의 거대한 트릭 속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