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고요한 밤이었다. 네오서울의 상공을 가로지르는 비행 택시들의 빛줄기는 아득했고, 한성 마법학원의 돔형 지붕을 감싸는 푸른색 홀로그램 장막은 마치 살아있는 은하수처럼 반짝였다. 이 모든 것이 거짓말 같았다. 이 아름다움 아래, 끔찍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강현은 그렇게 믿지 않기를 바랐다.

강현은 망토의 후드를 더욱 깊숙이 눌러쓰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의 손에 들린 구형 스캐너가 미약하게 깜빡였다. 학원의 보안 시스템은 악명이 높았지만, 그는 가장 오래되고 낡은 부분을 노렸다. 행정동 지하에 버려진 옛 중앙 서버실 통로. 그곳은 100년 전, 마법과 기술의 융합이 막 시작되던 시절의 유물이었다.

“젠장, 이런 곳에 아직도 전력이 흐르고 있다니.”

강현은 거미줄과 먼지로 뒤덮인 통로 끝에서 희미한 녹색 빛을 발견했다. 낡은 금속 문이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해킹 모듈을 꺼내어 문에 부착하자, 스캐너의 불빛이 더욱 빠르게 점멸했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육중한 문이 안쪽으로 스르륵 열렸다. 퀴퀴하고 습한 공기가 코를 찔렀다. 흙냄새와 함께 묘한 금속 비린내가 섞여 있었다.

내부는 오래전에 폐쇄된 연구 시설 같았다. 녹슨 파이프들이 천장을 뒤덮고, 바닥에는 닳아버린 케이블들이 뱀처럼 엉켜 있었다. 강현은 스마트폰의 플래시 기능을 켰지만, 그 빛마저도 이 공간의 어둠을 완전히 몰아내지 못했다. 그의 심장이 목구멍까지 뛰어올랐다. 이곳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 소문은 잊을 수 없었다. 학원에 입학한 지 3년째, 그는 매 학기마다 사라지는 ‘낙오자’ 학생들에 대한 섬뜩한 소문을 들었다. 성적이 저조하거나, 마법 적응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어느 날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이야기. 처음엔 루머로 치부했지만, 가장 친했던 친구, 수아가 지난 학기에 ‘자퇴’ 처리된 후, 그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강현의 스캐너가 갑자기 격렬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희미한 붉은색 점이 전방의 통로 끝에서 나타났다. “이건… 에너지 반응?” 그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통로를 따라가자, 시야가 점차 넓어졌다. 거대한 지하 공동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강현은 얼어붙었다.

수십 개의 투명한 원통형 용기들이 사방에 세워져 있었다. 용기 안에는 탁한 녹색 액체가 가득했고, 그 안에서 희미한 빛을 내는 형체들이 꿈틀거렸다. 처음에는 기괴한 조형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본 순간, 강현의 등골이 오싹하게 식었다.

그것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피부와 근육이 뒤섞여 기형적으로 변형된 몸뚱이들. 어떤 것들은 팔다리가 지나치게 길었고, 어떤 것들은 몸 전체가 은색 금속으로 뒤덮여 있었다. 얼굴은 대부분 녹아내리거나,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일그러져 있었다. 하지만 몇몇 용기에서는, 겨우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의 윤곽이 보였다. 액체 속에서 기포가 뽀글거리며 올라오는 소리가, 마치 그들의 고통스러운 숨소리처럼 들렸다.

“이게… 대체….”

그는 그제야 퀴퀴한 냄새가 액체 속에서 나는 독한 화학약품 냄새와, 생체 조직이 부패하는 듯한 비린내가 섞인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의 눈이 한 용기에 꽂혔다. 다른 것들보다 조금 더 깨끗하고, 사람의 형태가 또렷한 용기였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얼굴을 알아본 순간, 강현은 숨을 들이쉬는 것조차 잊었다.

수아였다.

친구 수아의 얼굴이, 푸른 기포들 사이로 희미하게 떠 있었다. 그녀의 눈은 감겨 있었지만, 주변의 다른 형체들보다는 덜 일그러져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액체 속에서 물미역처럼 흩날렸고, 그녀의 가슴팍에는 얇은 금속 케이블들이 꽂혀 심장박동처럼 주기적으로 빛을 내고 있었다. 케이블들은 용기 아래쪽의 거대한 기계 장치로 이어져 있었다. 기계는 낮게 웅웅거렸고, 뿜어내는 에너지는 스캐너의 붉은 점들을 춤추게 했다.

“수아… 수아!”

강현은 용기를 향해 뛰쳐나가려 했다. 그때였다. 등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리석은 아이로군. 이곳에 발을 들일 줄이야.”

강현은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학원의 교복을 입고 있었지만, 그에게서는 학생 특유의 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눈은 핏발이 서 있었고, 얼굴에는 피곤함과 함께 냉혹한 광기가 서려 있었다. 그의 손에는 낡은 모양의 지팡이가 들려 있었고, 그 지팡이 끝에서는 검은 연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학원의 어둠 마법 교수, ‘알렉산더’였다.

“교수님… 이건… 대체 무슨 짓입니까?” 강현의 목소리가 떨렸다.

알렉산더 교수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의 미소는 강현이 본 어떤 것보다도 섬뜩했다.

“무슨 짓이냐고? 이건 예술이자, 궁극의 마법이다. 평범한 적성을 가진 자들의 육체를 빌려, 진정한 마법의 근원을 추출해내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 학원이 네오서울 최고의 마법 명문으로 군림하는 이유지.”

알렉산더 교수는 손에 든 지팡이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검은 연기가 더욱 짙어지며, 희미한 비명 소리 같은 것이 강현의 귓가를 스쳤다.

“이건… 금지된 생체 마법…!”

“금지? 그건 약자들이나 하는 말이지. 강한 자만이 역사를 쓰고, 강한 자만이 금기를 깨고 새로운 시대를 연다. 너도 이제 그 위대한 과정의 일부가 될 시간이다, 강현.”

알렉산더 교수의 지팡이 끝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강현은 본능적으로 몸을 피하려 했지만, 그의 몸은 이미 공포에 마비된 듯 움직이지 않았다. 희미하게 용기 속의 수아가 눈을 뜨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그녀의 감긴 눈꺼풀 아래, 푸른빛이 깜빡이는 것 같았다.

검은 기운이 강현을 향해 뱀처럼 뻗어왔다. 강현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끝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손에 들린 스캐너가 갑자기 격렬하게 빛을 뿜어냈다. 붉은 점들이 미친 듯이 춤추고, 스캐너의 액정 전체가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리고 그 빛은 알렉산더 교수가 뿜어낸 검은 기운과 부딪히며 섬광을 일으켰다.

“크윽…!”

알렉산더 교수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며 한 발짝 물러섰다. 그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강현의 스캐너에서 터져 나온 빛은 단순한 빛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고대 마법의 보호막처럼, 검은 기운을 튕겨내고 있었다.

“이… 이건… 낡아빠진 보안 장비에 이런 힘이… 있을 리가…!”

알렉산더 교수가 휘청거리는 틈을 타, 강현은 필사적으로 몸을 돌려 도망쳤다. 그의 발소리가 철골 구조물 사이를 울렸다. 그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친구의 끔찍한 모습과 교수의 광기 어린 고백이 그의 머릿속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뒤에서 알렉산더 교수의 분노에 찬 외침이 들려왔다.

“어딜 도망가려 하는 것이냐! 이 미천한 지식에 감히… 나의 실험을 방해하는 대가는 죽음이다!”

강현은 오직 살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이 끔찍한 진실을 세상에 알려야 했다. 하지만 그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지하 미로 같은 통로 끝에 다다랐을 때, 그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낡은 철문이 아니라, 차갑게 빛나는 거대한 홀로그램 스크린이었다. 그리고 스크린 너머로, 기계적인 음성이 들려왔다.

“경고. 무단 침입자 발생. A-7 구역 봉쇄.”

홀로그램 스크린이 섬광처럼 번쩍이더니, 강현의 탈출로를 완전히 막아버렸다. 그리고 그 뒤에서, 알렉산더 교수의 지팡이 끝이 다시 검은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 강현은 갇혔다. 그의 눈앞에는 차가운 스크린과 분노한 교수, 그리고 등 뒤에는 수많은 친구들의 끔찍한 잔해가 가득한 지하 연구실이 있었다.

그는 절망에 빠졌다. 동시에, 그의 스캐너가 마지막으로 한번 더 강렬하게 붉게 빛났다. 그 빛은 홀로그램 스크린의 한 지점을 강하게 때렸다. 스크린이 순간적으로 깜빡이며, 아주 희미하게, 다른 통로의 지도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마치 누군가 그에게 마지막 희망의 빛을 보여주려는 듯.

강현은 이를 악물었다. 아직 끝이 아니었다. 이 지옥 같은 곳에서, 그는 살아남아야 했다.

살아남아서, 이 모든 것을 세상에 알려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