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미스터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첫 번째 조각

밤은 언제나 혼자였다. 아니, 혼자가 되어버렸다.
창밖으로는 화려한 도시의 불빛이 춤을 추고 있었지만, 이 낡은 고층 아파트의 가장 구석진 방에서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눅진한 어둠만이 나의 모든 것을 삼킬 듯 자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싸늘하게 식은 커피잔을 만지작거렸다. 잔뜩 구겨진 일간지 기사가 탁자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선일 그룹 박도현 대표, 젊은 기업인의 아이콘으로 급부상]**

익숙한 이름. 익숙한 얼굴.
사진 속 박도현은 여전히 빛났다. 아니, 예전보다 훨씬 더 빛나고 있었다. 명품 양복을 완벽하게 차려입은 그는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의 뒤로는 으리으리한 선일 그룹 본사의 로고가 선명했다. 내가 내 손으로 직접 세우고, 내 영혼을 갈아 넣어 키웠던 그 회사. 이제는 ‘선일 그룹’이라는 새로운 이름표를 달고 박도현의 제국이 되어 있었다.

“풋…”

나지막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어딘가 삐걱거리는 듯한 소리였다. 이 텅 빈 방 안에는 오직 나 혼자만이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내 손에 들린 낡은 사진 한 장.
빛바랜 사진 속에는 세 명의 젊은이가 어깨동무를 하고 활짝 웃고 있었다. 한 명은 나였다. 강준혁.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열정으로 가득했던 스물여덟의 나. 다른 한 명은 박도현. 누구보다 나를 믿고 따르며, 함께 성공을 꿈꾸던 나의 오랜 친구.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차마 이름을 부를 수 없는, 나의 전부였던 그녀.

우리는 함께 꿈꿨다. 맨바닥에서 시작해 밤낮없이 일했고, 수많은 좌절 속에서도 서로를 믿으며 버텼다. 도현은 내 아이디어를 가장 먼저 이해하고 실현 가능한 계획으로 만들어주는 천재적인 능력을 가졌다. 나는 그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길잡이였다. 우리는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완벽한 파트너가 되었다. 사람들은 우리를 두고 ‘환상의 콤비’라고 불렀다.

하지만 환상은 깨지기 마련이다.
어느 날, 내가 개발 중이던 핵심 기술이 유출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회사는 순식간에 혼돈에 빠졌다. 그때 도현이 내게 말했다. “준혁아, 일단 네가 잠깐만 감옥에 들어가 있어 줘. 내가 이 위기만 수습하고 나오면, 모든 걸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을게. 너는 그저 나를 믿고 기다리면 돼.”
나는 그를 믿었다. 맹목적으로, 아무런 의심 없이.
그 믿음은 나를 지옥으로 이끌었다.

나는 감옥에 갇혔다. 회사 기밀 유출 및 횡령이라는 누명을 쓴 채. 나는 무죄를 주장했지만, 모든 증거는 나를 향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가 모든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완벽하게 조작되어 있었다. 내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조차 나를 포기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감옥 안에서, 나는 박도현이 내 회사를 집어삼키고 나의 모든 것을 빼앗아가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차가운 철창 너머로 들려오는 소식들은 칼날처럼 나를 찢어발겼다. 내가 개발한 기술로 새로운 사업을 성공시켰다는 소식. 내가 쌓아 올린 업적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소식. 그리고… 나의 전부였던 그녀가 박도현의 옆에 서 있다는 소식.

“배신자….”

내 입에서 튀어나온 단어는 분노보다는 절망에 가까웠다. 목이 메었다.
그는 나를 믿어준 가족들에게까지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내가 세상에 남긴 모든 흔적을 지워버렸다. 나는 존재 자체가 부정당한 유령이 되었다.

세월은 나를 바꿔놓았다.
오랜 시간, 나는 짐승처럼 웅크린 채 칼날을 갈았다. 분노는 날것 그대로의 감정이었지만, 증오는 이성적인 도구가 되었다. 나는 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 자신을 해체하고 재조립했다. 과거의 강준혁은 죽었다. 지금 내 앞에는 오직 박도현의 몰락만을 꿈꾸는 그림자만이 존재할 뿐이다.

오랜 침묵 끝에, 나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도현은 내가 감옥에서 썩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니, 이미 죽었거나 존재 자체를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는 지금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서 있다. 태양처럼 빛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성공의 정점에 서 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아무리 높이 떠오른 태양이라 할지라도, 그림자는 길어지기 마련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그림자 속에는 언제나 나 같은 존재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낡은 휴대폰을 꺼냈다. 투박한 외형의 구형 모델이었다. 누구의 추적도 받지 않을 나만의 연락 수단. 액정에는 박도현의 얼굴이 담긴 기사가 여전히 떠 있었다.
나는 그의 눈을 응시했다. 사진 속 그는 여전히 거만하게 웃고 있었다.

“웃어라, 박도현. 실컷 웃어둬.”

나의 중얼거림은 공허한 방 안을 맴돌았다.
“이제부터, 내가 너에게 가장 익숙한 얼굴로 지옥을 선물할 테니.”

내 손가락이 휴대폰 액정 위에서 움직였다.
길고 복잡한 숫자 조합이 입력되고, 통화 버튼이 눌렸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과거의 강준혁이 아니었다.
나는 철저하게 계획된 복수의 첫 번째 조각을 완성하려는 그림자였다.
어둠 속에서, 나의 차가운 눈동자가 섬뜩하게 빛났다.
복수의 서막이 이제 막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