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스릴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빗방울이 두껍게 깔린 유리창을 쉼 없이 두드렸다. 낡은 고택의 어둠은 습기와 곰팡이 냄새를 머금고 스멀거렸다. 저택의 서재는 묵직한 가구들과 오래된 책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압도하는 것은 방 한가운데 붉은 피웅덩이에 코를 박고 쓰러진 시신이었다.

김 형사는 거친 숨을 내쉬며 현장 통제선 안으로 들어섰다. 눈앞의 광경은 그를 수십 년간 겪어온 어떤 살인 사건보다도 깊은 절망감에 빠뜨렸다. 시신은 유명 예술품 수집가이자 재벌인 송태규 회장이었다. 등에는 여러 차례 흉기에 찔린 자국이 선명했다. 그러나 시신보다도 김 형사의 심장을 옥죄는 것은, 바로 이 방의 상태였다.

“김 형사님, 다시 확인했습니다. 모든 창문은 안에서 빗장이 걸려 있었고, 현관 쪽 창문은 쇠창살까지 박혀 있습니다. 문도 마찬가지로 안에서 이중으로 잠겨 있었고요. 강제로 침입한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막내 형사의 떨리는 목소리가 김 형사의 귓가에 박혔다. 밀실. 완벽한 밀실 살인.
김 형사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그들이 의지할 수밖에 없는, 그 존재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서은혁에게 연락해.”
“네? 벌써요? 아직 저희가….”
“더 시간을 끌어봤자 아무것도 안 나와. 완벽한 밀실이야. 저 인간밖에 없어.”

김 형사는 송태규의 시신을 다시 한 번 내려다봤다. 깔끔하게 정돈된 서재, 값비싼 고서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놓인 명백한 살인의 증거. 무엇 하나 흐트러진 것 없이 완벽했다. 아니, 너무 완벽해서 비현실적이었다. 대체 누가, 어떻게 이 방에 들어와 사람을 죽이고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단 말인가.

밤 10시가 넘어서야 서은혁이 모습을 드러냈다. 빗속을 뚫고 온 것인지, 그의 검은 트렌치코는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그는 한 손에 오래된 가죽 가방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젖은 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쓸어 올렸다. 짙은 눈썹 아래로 날카로운 눈동자가 번득였다.

“늦었군, 서 탐정.” 김 형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서은혁은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얇은 입술을 살짝 올리며 답했다.
“교통 체증은 예측 불가능하죠. 변수입니다. 미리 알려드렸잖습니까.”

그는 늘 그랬다. 냉정하고,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투. 하지만 그의 천재적인 두뇌는 그 모든 불쾌함을 상쇄시키고도 남았다.

“사건 개요는?”
“송태규 회장 살인 사건. 오후 7시경 비서가 퇴근하며 잠긴 문을 확인했고, 8시경 집으로 돌아온 아들이 문을 두드렸으나 반응이 없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때,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창문도 모두 안에서 걸려 있었습니다. 감식반이 확인했지만, 외부 침입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사망 시각은 오후 7시 30분에서 8시 사이로 추정됩니다.”

서은혁은 김 형사의 설명을 듣는 둥 마는 둥하며 이미 서재 안을 스캔하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마치 레이저처럼 방 안의 모든 사물을 훑어 지나갔다. 찢어진 카펫 조각 하나, 책상 위 잉크병의 기울기, 심지어 천장의 미세한 균열까지도 놓치지 않는 듯했다.

“밀실입니까.” 서은혁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마치 기계가 정보를 처리하듯.
“예. 완벽한 밀실.” 김 형사의 목소리에는 자포자기가 섞여 있었다.
“완벽한 밀실이란 없습니다. 그저 우리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죠.”

그는 곧장 시신으로 향하지 않았다. 대신, 방 한가운데 놓인 거대한 지구본 옆에 쪼그려 앉아 바닥을 유심히 살폈다. 그의 손가락이 바닥을 스치듯 지나갔다.
“카펫… 교체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군요.”
“네, 몇 달 전에 바꿨다고 합니다. 무슨 문제라도?”
“아니요, 그저… 촉감이 좋아서요.”

김 형사는 기가 막혔지만, 서은혁의 이런 기행은 이미 익숙했다. 서은혁은 시신 주변을 두어 바퀴 돌았다. 송태규 회장은 앤티크 마호가니 책상에 등을 기대고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칼자국은 총 일곱 군데. 흉기는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서은혁은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여 책상을 살폈다. 그의 시선은 책상 위, 그리고 그 너머 벽에 걸린 거대한 유화에 잠시 머물렀다. 그 후, 그는 천천히 방을 가로질러 벽난로 쪽으로 향했다. 낡고 웅장한 벽난로 위에는 온갖 장식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서은혁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섬세한 조각이 새겨진 유리 돔 안에 갇힌 앤티크 시계였다.

“이 시계… 유리 돔이 원래 이렇게 고정되어 있었습니까?” 서은혁이 물었다.
“예? 아니요, 제가 알기로는 그냥 씌워져 있는 걸로….” 김 형사가 기억을 더듬었다.
서은혁은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조심스럽게 유리 돔을 만져보더니, 곧이어 돔과 받침대 사이에 가느다란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메워진 부분을 발견했다. 마치 본래부터 하나의 조각처럼 보였다.

“흐음….”
서은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시계와 유리 돔을 응시할 뿐이었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마치 유리 돔의 투명한 표면을 꿰뚫고 그 너머의 숨겨진 진실을 읽어내려는 듯했다.

잠시 후, 그는 몸을 일으켜 다시 시신 쪽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바닥에 떨어진 낡은 안경 하나를 발로 툭 건드렸다. 송태규 회장의 안경이었다. 렌즈 한쪽이 깨져 있었다.
“안경이 깨졌군요.”
“네, 아마 저항하다가 떨어진 것 같습니다.”

서은혁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대신 그의 눈은 시신 주변의 바닥, 특히 안경이 떨어진 곳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그의 시선은 깨진 렌즈 조각들을 따라갔다. 그리고는 아주 미세하게 떨리는 콧방울과 함께,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요, 김 형사님. 이건 저항하다 떨어진 게 아닙니다.”
김 형사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럼… 무슨 말씀이십니까?”

서은혁은 깨진 안경테를 응시하며 나직이 말했다.
“범인은 아직 이 방에 있습니다. 단지… 우리가 볼 수 없을 뿐이죠.”
그의 말은 서늘한 공포를 몰고 왔다. 밀실 안에 범인이 아직 존재한다는 말은, 모두가 간과한 치명적인 맹점이 있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완벽한 밀실은 없다고 했지만, 이 방은 조금 다릅니다.”
서은혁은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시선은 방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굵은 나무 기둥에 닿았다.
“이 방은… 애초에 외부에서 침입할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오히려 외부로 나가는 것이 문제였겠죠.”

김 형사의 얼굴은 혼란으로 일그러졌다. “도대체 무슨…?”
서은혁은 김 형사의 질문을 무시한 채, 젖은 트렌치코 자락을 휘날리며 천천히 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굳게 잠긴 문을 한 번 응시한 뒤,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차가운 쇠붙이의 감촉이 그의 손에 전해졌다.

“김 형사님. 이 문은 안에서 잠겼지만, 처음부터 굳게 잠겨 있었던 건 아닐 겁니다.”
그의 말에 김 형사는 할 말을 잃었다. 문은 분명히 안에서 걸쇠로 굳게 잠겨 있었고, 외부에서 강제로 열린 흔적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이 시계.”
서은혁은 다시 벽난로 위 앤티크 시계를 가리켰다.
“이 시계는 범인이 현장에서 빠져나가는 열쇠였을 겁니다. 마치… 시간을 조종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의 말을 마지막으로, 서은혁은 더 이상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다시 한번 시신 주변을 맴돌다, 결국 깨진 안경테에 멈췄다. 그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 그것은 마치 복잡한 퍼즐의 첫 조각을 찾아낸 자의 만족감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퍼즐의 전체 그림은, 아직 그 누구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밀실은 완벽했다. 하지만 서은혁은 그 완벽함이 오히려 하나의 트릭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감쪽같이 사라진 곳에, 보이지 않는 그림자가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그림자는 분명히, 이 방 안에 존재했다.
그는 이 서재에서 벌어진 모든 것들이 치밀하게 계획된 환상임을 확신했다.
이제 그 환상을 깨부술 시간이었다.

서은혁은 가죽 가방에서 작은 손전등을 꺼내 벽난로 쪽 유리 돔 시계의 받침대 틈을 비췄다. 미세한 반짝임이 그의 눈에 포착됐다. 그가 손으로 조심스럽게 그것을 긁어내자, 손가락 끝에 얇고 투명한 실오라기 같은 것이 묻어났다. 그것은 마치 거미줄처럼 보였으나, 훨씬 강하고 질긴 촉감이었다.
그리고 서은혁의 눈에, 시계 받침대 안쪽,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아주 작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구멍이 보였다.

“이게 바로 트릭입니다.” 서은혁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빗소리는 여전히 창문을 때리고 있었고, 저택의 어둠은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밀실의 비밀은 이제 막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비밀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서은혁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뇌 속에서는 이미 수많은 가설과 그림들이 빠르게 교차하고 있었다. 멈춰버린 시계 속에서, 살인자의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