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전생 (Isekai)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밤은 깊었고, 아르카디아 마법 학원의 드넓은 도서관은 적막에 잠겨 있었다. 낡은 마도서들이 켜켜이 쌓인 서가 사이로, 오직 잉크 마르는 소리와 리아드의 숨소리만이 희미하게 울렸다. 창밖으로는 달빛조차 들지 않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고, 이따금씩 먼 하늘에서 번개가 번쩍이는 것이 유리창에 얼핏 비쳤다.

리아드는 <고대 문명 마법 연구>라는 두꺼운 책을 덮었다. 눈은 이미 피로로 인해 뿌옇게 흐려진 지 오래였지만, 마음 한 구석은 여전히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 답답했다. 어딘가, 알 수 없는 곳에서 자신을 부르는 듯한 기묘한 이끌림. 그건 몇 주 전부터 시작된 현상이었다. 단순히 피곤해서일까? 아니면 이세계로 전생하면서 얻게 된 알 수 없는 감각의 잔재일까?

“하아… 이 정도면 됐겠지.”

그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어깨를 으쓱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찰나였다.

*툭.*

책상 위, 자신이 방금 덮었던 책 아래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작지만 또렷한 소리. 고개를 숙여 보니, 낡고 바랜 양피지 조각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무심코 주워 올린 양피지에는 학원의 오래된 도서관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가 알고 있는 도서관 구조와는 미묘하게 달랐다. 특히 지하의 한 구획은 붉은색 잉크로 덧칠되어 있었고, 그 위에는 알아볼 수 없는 고대 문자가 휘갈겨져 있었다. 흡사 ‘절대 접근 금지’라는 경고문처럼 보였다.

그 순간, 그의 등 뒤에서 작은 기침 소리가 들렸다.

“리아드, 아직 안 갔어?”

돌아보니, 학업 우수생 세린이 눈을 비비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의 눈가에는 피로가 역력했지만, 손에는 여전히 두꺼운 마법 개론서를 쥐고 있었다.

“어, 세린. 너도 아직 있었네.”
“응, 이 부분만 조금 더 보고 가려고. 근데 그게 뭐야?”

세린의 시선이 리아드의 손에 들린 양피지 조각으로 향했다. 리아드는 양피지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거 봐. 도서관 지하 지도 같은데, 못 보던 부분이야. 그것도 금지 구역처럼 표시되어 있고.”

세린은 양피지를 받아들고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의 표정은 점점 진지해지더니, 이내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이건… 내가 예전에 우연히 본 학원 창립 초기 설계도랑 비슷한데? 하지만 이 부분은… 분명히 폐쇄된 구역이라고 들었어. 너무 오래되어서 지반이 불안정하다나? 하지만 이렇게 붉은색으로 덧칠되어 있는 건 처음 봐.”

그녀의 말에 리아드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그가 몇 주 동안 느껴왔던 그 알 수 없는 이끌림이, 이 지도 속 붉은 구역과 맞닿아 있는 듯했다. 단순한 낡은 구역이 아니었다. 강력하고 불길한 마법의 기운이, 희미하지만 끊임없이 이 지도의 한 지점에서부터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감지할 수 없는, 리아드만이 느낄 수 있는 이질적인 파동이었다.

“세린, 혹시… 이 구역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알아?” 리아드의 목소리에는 무의식적으로 긴장이 서려 있었다.

세린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전혀. 다만 도서관 최하층 오래된 서가 뒤편에 비밀 통로가 있다는 소문은 들었어. 워낙 오래된 이야기라 아무도 믿지 않지만… 지도를 보니 정말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리아드는 망설였다. 위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이끌림을 무시하고 돌아선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그의 전생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이 세계에서는 비일비재했다. 그리고 그런 호기심이 때로는 엄청난 재앙을 불러온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가보자.”
“뭐? 리아드, 무슨 소리야? 위험할 수도 있어!” 세린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알아. 하지만… 난 뭔가 끌리는 것 같아. 넌 굳이 안 와도 돼.”
“무슨 소리야! 네가 그렇게 위험한 곳에 혼자 가게 둘 수는 없어. 난 네 친구잖아!”

세린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묻어 있었다. 리아드는 그녀의 의지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상에 전생한 이후, 그는 혼자였던 적이 많았다. 이런 세린의 진심 어린 걱정이 어쩐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까지 위험에 빠뜨리는 것 같아 미안했다.

그들은 도서관의 가장 오래된 구역, 먼지가 수북이 쌓인 고문서 서가 사이를 조심스럽게 헤쳐 나갔다. 낡은 나무 바닥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삐걱거렸고, 퀘퀘한 곰팡이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지도를 더듬어 가며 마침내 한쪽 벽에 다다랐다. 그곳에는 다른 서가들과 달리, 유독 낡고 거대한 책장 하나가 벽에 붙어 있었다. 책장에는 어떤 책도 꽂혀 있지 않았고, 그저 텅 비어 있을 뿐이었다.

리아드는 손을 뻗어 책장 표면을 더듬었다. 그리고 무언가에 손가락이 닿는 순간, 희미하게 마력이 느껴졌다. 일반적인 결계는 아니었다. 마치 봉인된 것을 감추기 위한, 아주 교묘하게 위장된 마법이었다. 그는 전생의 지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직감에 의존하여 책장 한 귀퉁이에 희미하게 새겨진 룬 문자를 눌렀다.

*크르르르릉…*

육중한 소리와 함께 책장이 천천히 안쪽으로 밀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어둠만이 가득한 통로가 드러났다. 습하고 차가운 공기가 그들의 얼굴을 스쳤다.

“와… 소문이 진짜였네.” 세린이 숨을 들이켰다.
“이제부터 진짜야.”

리아드는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좁고 구불구불한 통로였다. 천장에서는 주기적으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고, 그들이 내딛는 발자국 소리만이 고요한 심연을 깨트렸다. 리아드는 마력 감각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그럴수록, 점차 강렬하고도 불쾌한 마법의 기운이 온몸을 짓눌렀다. 그것은 단순히 오래된 마법이 아니었다. 어떤 존재의 절규와 원한, 그리고 깊은 어둠이 뒤섞인 것 같은, 섬뜩한 기운이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통로의 끝에 거대한 철문이 나타났다. 육중한 강철 문은 녹이 슬어 있었고, 표면에는 기괴하고 뒤틀린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흡사 꿈틀거리는 생물처럼 보이는 그 문양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오싹함을 불러일으켰다. 문에는 손잡이도, 경첩도 없었다. 그저 거대한 벽처럼 서 있을 뿐이었다.

리아드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철문을 만졌다. 차가운 금속 표면 아래로, 억누를 수 없는 거대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뇌리에 한 줄기 섬뜩한 목소리가 울렸다. 아니, 목소리라고 하기엔 너무나 모호했다. 그것은 형언할 수 없는 존재의 ‘생각’이자 ‘감정’ 그 자체였다. 거대한 절망, 끝없는 갈증, 그리고… *찢어발기고 싶은 충동*.

리아드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리아드! 괜찮아? 얼굴이 왜 그렇게 창백해?” 세린이 그의 팔을 잡으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의 대답하기도 전에, 철문 뒤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쿵… 쿵…*

아주 느리고 육중한 소리였다. 마치 거대한 심장이 뛰는 소리 같기도 하고, 무언가가 문을 아주 천천히 두드리는 소리 같기도 했다. 소리는 점차 규칙적으로 변하더니, 이내 작은 진동이 느껴졌다.

“저, 저게 무슨 소리지…?” 세린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때, 코끝을 스치는 끔찍한 냄새가 확 풍겨왔다. 단순히 썩은 냄새가 아니었다. 철 비린내와 흙먼지, 그리고… 무언가 알 수 없는, 본능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지독하고 역겨운 냄새가 통로를 가득 채웠다.

*쿵! 쿵! 쿵!*

소리가 점점 커졌다. 이제는 둔탁한 타격음이 되어 그들의 뼈를 울리는 듯했다. 철문 표면에 새겨진 기괴한 문양들이 마치 숨 쉬듯이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문 사이의 아주 미세한 틈에서, 희미하지만 불길한 녹색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안 돼… 도망쳐야 해!” 세린이 다급하게 리아드의 팔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리아드는 움직일 수 없었다. 그의 시선은 철문에 박힌 듯 고정되어 있었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혼란스러웠다. 이세계로 전생한 자신에게 이런 끔찍한 존재를 마주할 운명이 부여된 것일까?

*콰직!*

갑작스럽게, 철문 바로 위쪽 벽면에서 섬뜩한 균열 소리가 울렸다. 거대한 철문 자체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봉인된 문을 지탱하는 벽돌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균열은 삽시간에 갈라지며 점점 길어졌다.

그리고 그때였다.

“거기 누구냐!”

통로 저편에서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왔다. 동시에 밝은 마법 빛이 어둠을 꿰뚫고 다가왔다. 발소리가 빠르게 다가왔다. 학원 경비 마법사, 혹은 심야 순찰을 돌던 선배 학생일 것이다.

빛이 그들의 등 뒤를 비추었다. 리아드와 세린은 마치 끔찍한 범죄 현장을 들킨 것처럼 얼어붙었다. 빛 속에서 나타난 것은 아르카디아 마법 학원 최고 성적을 자랑하는 3학년 선배, 카인이었다. 그의 얼굴은 분노와 경악으로 뒤섞여 있었다. 그는 빛나는 마법봉을 든 채, 리아드와 세린을 노려보았다.

“너희들 여기서 뭘 하는 거야! 이곳은 출입 금지…!”

하지만 카인의 시선은 이내 리아드와 세린을 지나쳐, 그들 뒤에 있는 거대한 철문에 박혔다.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철문의 균열을, 그리고 그 틈새에서 새어 나오는 불길한 녹색 빛과 끔찍한 냄새를 목격한 것이다.

*쿵! 쿵! 쿵! 쿵!*

철문 뒤의 소리는 이제 고동치는 북소리처럼 격렬해졌다. 균열은 더욱 커졌다. 철문이 삐걱거리는 끔찍한 소리를 내며, 안쪽에서 밀어내는 듯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았다.

카인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의 입술은 파르르 떨렸다. 공포와 경악으로 물든 그의 눈은 이미 리아드와 세린을 보지 못했다. 오직, 균열이 생긴 철문만을 응시할 뿐이었다.

“이…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봉인이…! 봉인이 풀리고 있어…!”

그의 비명과 동시에, 철문 중앙에서 거대한 마법 문양이 번뜩이더니, 섬뜩한 균열과 함께 안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둠의 기운이 통로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