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별무리호의 이상한 손님

넓고, 광활하며, 동시에 숨 막히게 아름다운 우주의 심연. 별무리호는 마치 칠흑 같은 바다를 유영하는 거대한 고래처럼 조용히 항해하고 있었다. 함교의 투명한 창 너머로는 이름 없는 성운이 보랏빛과 푸른빛으로 물감을 풀어놓은 듯 황홀경을 선사했지만, 오랜 항해에 지친 승무원들의 눈에는 그저 평범한 풍경일 뿐이었다.

“캡틴, 오늘의 보고서입니다. 특별한 이상은 없습니다.”

부함장 겸 과학 담당관인 윤서아 박사가 단정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그녀의 짧게 자른 머리카락은 언제나 그랬듯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날카로운 눈빛은 홀로그램 패드를 응시하고 있었다. 강하준 캡틴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의 시선은 보고서가 아닌 그녀의 옆모습에 잠깐 머물렀다. 새하얀 우주복 소매 끝으로 살짝 드러난 가느다란 손목, 그리고 집중할 때마다 살짝 찡그려지는 미간. 아, 완벽한 과학자이자… 완벽한 내 이상형.

“오늘도 평화롭네요, 캡틴. 이대로 쭉 지구까지 가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조종사 최우진이 등받이에 몸을 깊이 묻은 채 하품을 하며 말했다. 그는 별무리호의 공식적인 분위기 메이커이자 비공식적인 연애 감별사였다. 그의 시선이 하준에게서 서아에게로 미묘하게 움직이는 것을 하준은 애써 모른 척했다.

“평화로운 것도 좋지만, 가끔은 스릴 넘치는 발견도 나쁘지 않죠.”

선미 쪽에서 묵직한 공구 소리와 함께 수석 엔지니어 이진아가 나타났다. 기름때가 묻은 작업복 차림이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늘 단단하고 야무졌다.

그때였다.
함교 전체를 울리는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삐비빅! 삐비비빅!
윤서아 박사가 제일 먼저 자신의 콘솔로 몸을 날렸다. 그녀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춤추듯 움직였다.

“캡틴, 미확인 에너지 반응입니다! 이제껏 기록된 어떤 것과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밀도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하준의 얼굴에서 한순간 장난기가 사라지고 진지함이 자리 잡았다.
“위치는? 시뮬레이션 돌려봐.”
“별무리호에서 전방 0.5 광초. 예상 이동 경로는… 없습니다. 정지해 있습니다.”

하준은 재빨리 판단했다. 이 심우주까지 와서 정지해 있는, 미확인 에너지 반응체라니.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우진, 해당 좌표로 이동해. 속도는 최대한 느리게. 이진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보호막 가동 준비해.”
“접근합니다.” 우진의 목소리에 장난기가 사라졌다.
“보호막 가동 준비 완료.” 진아의 목소리 또한 진지했다.

우주선이 목적지에 다다르자, 스크린에 미확인 물체의 모습이 확대되어 나타났다.
“저게… 뭐지?” 우진이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그것은 한 개의 검은 구체였다. 완벽하게 둥글고, 표면은 거울처럼 매끄러웠으며, 주변의 별빛조차 흡수하는 듯한 압도적인 칠흑의 색을 띠고 있었다. 육안으로 보기에는 그저 매끄러운 검은 돌멩이에 불과했지만, 서아의 스캐너는 계속해서 미친 듯한 에너지를 감지하고 있었다.

“캡틴, 분석 결과 그 어떤 물질의 구성 요소와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비금속, 비유기물… 말 그대로 ‘없음’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에너지는 폭주하고 있어요.” 서아의 목소리에 흥분과 당혹감이 뒤섞였다.
“회수하자. 혹시 모를 오염에 대비해 최상위 격리 프로토콜 가동해.” 하준이 단호하게 지시했다. “우진, 조심해서 접근해.”
“예, 캡틴.”

회수 과정은 순조로웠다. 별무리호의 로봇 팔이 검은 구체를 조심스럽게 집어 올려 격리 챔버 안으로 옮겼다. 챔버 안의 구체는 여전히 빛을 흡수하는 듯한 검은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윤 박사, 분석 시작해.”
“예. 에너지 흐름과 물질 구성 분석부터 시작합니다.”

서아가 터치스크린 패널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구체 주변으로 다양한 색깔의 스캔 레이저가 춤을 추듯 움직였다. 하지만 구체는 아무런 변화도, 반응도 없었다. 마치 모든 스캔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이상하네요. 어떤 스캐너로도 내부를 꿰뚫을 수 없습니다. 마치… 무한한 밀도를 가진 물질 같아요.” 서아가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때, 검은 구체에서 아주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서아의 콘솔에 연결된 진동 감지기가 삐 소리를 냈다. 그리고 구체의 표면에서 얇고 푸른빛의 선이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심해의 해초가 피어나는 듯 신비로운 광경이었다.

“캡틴, 반응이 시작됐습니다!” 서아의 목소리에 긴박함이 서렸다.

푸른 선은 곧 구체 전체를 감쌌고, 이내 구체는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마치 그 작은 구체 안에 무수한 별들이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함교 전체가 그 빛으로 물들었다.

“우와…” 우진이 감탄사를 흘렸다.
“이게 무슨… 에너지 패턴이 급격하게 변동합니다! 감지되는 에너지는… 감정? 감정 에너지?” 서아가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동시에, 하준은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그의 시야가 흐릿해졌다. 눈앞의 윤서아 박사의 모습이 갑자기 평소와는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짧은 머리칼 위로 마치 후광처럼 은은한 노란빛이 아른거렸고, 그녀의 옆모습을 따라 섬세한 무지갯빛이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별무리호의 창 너머로 보이던 성운보다도 더 깊고 아름다운 우주를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아… 윤서아 박사님…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내 마음이 너무 깊어서 이제 환상까지 보이는 건가…’
하준의 가슴 속에서 솟아나는 이 감정들은 마치 격렬한 불꽃처럼 타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하준의 심장 부근에서 작은 하트 모양의 투명한 빛 방울이 뿅 하고 튀어나왔다. 그 빛 방울은 공중에 떠서 서아를 향해 둥실둥실 날아갔다.

“캡틴, 방금 뭔가 반짝였는데, 시야 방해 장치라도 작동시킨 겁니까?” 서아가 아무렇지도 않게 물었다. 그녀는 구체에서 나오는 데이터에 더 관심이 많았다.
하준은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아, 아닙니다! 그게, 음… 제가 너무, 너무… 너무… 서아 박사님에게 설레서 그랬나 봅니다!”
하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본인조차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서아를 향해 날아가던 하트 모양의 빛 방울은 그 말과 함께 조금 더 선명해지며 서아의 어깨 위에서 반짝였다.

최우진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와우, 캡틴! 마음이 눈에 보이는 마법인가요? 서아 박사님, 저도 한번 진심을 담아볼까요?” 우진이 장난스럽게 손을 가슴에 얹으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손에서 자그마한 총알 모양의 빛이 퉁 하고 튀어나오더니, 진아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그 빛은 진아의 이마에 콕 박히는가 싶더니 이내 사라졌다.

“최우진, 너 지금 나한테 미사일 날린 거야? 쓸데없는 짓 말고 기계나 점검해. 저게 혹시 감정을 증폭시키는 종류의 유물이면 골치 아파진다.” 진아는 평소처럼 무뚝뚝했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아주 미세하게 붉은 기운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진아 씨 말대로라면…” 서아가 번뜩이는 눈으로 검은 구체를 바라봤다. “…캡틴에게서 나온 저 하트 모양의 형상은 캡틴의 ‘설렘’이라는 감정이, 최우진 조종사에게서 나온 저 총알 모양의 형상은 ‘장난기’라는 감정이 물질화된 걸지도 모릅니다. 세상에, 이런 데이터는 처음이야!”

서아는 눈을 반짝이며 구체로 다가갔다. 과학자로서의 순수한 호기심이 그녀를 지배하는 듯했다.
“만약 이 유물이 감정을 물리적인 형태로 발현시키는 것이라면…” 서아가 구체에 손을 뻗는 순간, 구체의 빛이 한층 더 강렬해졌다.

그리고 서아의 머리 위로, 갑자기 투명한 홀로그램 같은 것이 떠올랐다. 그것은 마치 만화 속 말풍선처럼 서아의 머리 위에서 반짝였다. 그 안에는 이런 문장이 선명하게 떠올라 있었다.

『흥미롭지만… 캡틴 강하준의 저 당황한 얼굴이 더 재밌는 데이터가 될 것 같아. 그의 마음속에는 어떤 감정들이 폭주하고 있는 거지? 아, 심박수 증가폭도 주목할 만해!』

함교 안의 모든 승무원들이 서아의 머리 위 홀로그램을 보고 굳어버렸다. 특히 하준은 자신의 심장 박동이 너무 커서 우주선 전체에 울리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서아 박사의 저 냉철한 분석 뒤에 저런 ‘흥미롭다’는 감정과 함께 자신의 심박수까지 계산하고 있었다니!

서아 역시 자신의 머리 위 홀로그램을 뒤늦게 깨닫고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아, 아니, 이건… 측정 오류입니다! 말도 안 돼!”
그녀가 당황하며 홀로그램을 손으로 휘저었지만, 홀로그램은 끈질기게 그녀의 머리 위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최우진이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푸하하하! 서아 박사님! 저도 ‘측정 오류’라는 감정이 폭발하네요! 캡틴, 이 유물 대박입니다! 이대로 지구로 가져가면 연애 상담은 끝장이겠어요!”
“닥쳐, 최우진! 그리고 당장 이 유물의 작동 원리를 밝혀내!” 하준은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진 채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당황과 분노, 그리고 아주 미세한 행복감이 뒤섞여 있었다. 그의 심장에서는 또다시 여러 개의 하트 모양 빛 방울들이 뿅뿅 튀어나와 서아를 향해 날아갔다. 서아의 머리 위 홀로그램에는 새로운 문장이 추가되었다.

『강하준 캡틴의 ‘당황’과 ‘분노’ 속에 ‘행복’이 1.7% 검출됨. 흥미로운 모순이다. 그리고 하트 모양 물질의 개수 증가. 감정의 양과 비례하는가?』

서아는 홀로그램에 자신의 속마음이 그대로 노출되는 상황에 경악하며 비명을 질렀다.
“멈춰! 멈추라고! 데이터 노출 금지!”

그러나 검은 구체는 더욱 강렬한 빛을 뿜어내며, 별무리호의 함교를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과학적 탐구심과 미묘한 설렘이 뒤섞인 윤서아 박사, 그리고 그녀를 향한 감정 표현을 전혀 제어할 수 없게 된 강하준 캡틴이 있었다.

이게 과연 우주적 발견일까, 아니면 이들의 로맨틱 코미디의 서막일까?

다음 순간, 하준의 머리 위에도 투명한 홀로그램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오직 한 사람의 얼굴만이 가득했다. 바로 윤서아 박사였다.
그리고 그 얼굴 옆에는 이런 글귀가 반짝였다.

『사랑해, 윤서아. 우주에서 가장 빛나는 별보다 더.』

함교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윤서아의 얼굴은 홀로그램의 푸른빛만큼이나 창백해졌다.

과연 별무리호는 이 이상한 손님과 함께 무사히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이 심우주에서 뜻밖의 사랑을 싹틔우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