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철컥, 철컥.

낡은 고글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언제나 잿빛이었다. 수십 년 전, 대붕괴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남긴 이 폐허는 거대한 금속의 무덤이나 다름없었다. 아론은 허리춤에 찬 증기압축식 갈고리총의 무게를 느끼며 주저앉은 강철 구조물 위를 조심스레 걸었다. 삐걱거리는 발밑에서 날카로운 금속 파편들이 비명을 질렀다.

코와 입을 가린 방독면 안으로 탁한 공기가 주기적으로 유입되었다. 정화 필터가 열심히 먼지와 부식된 금속 가루를 걸러내고 있었지만, 그래도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 안쪽이 칼칼하게 저려왔다. 그는 익숙한 감각에 아랑곳 않고 눈앞의 잔해 더미를 응시했다. 이 거대한 죽은 도시는 그에게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유일한 시장이었다. 부품, 연료, 때로는 한 조각의 식량까지도.

“젠장, 오늘은 정말 꽝이군.”

중얼거림은 방독면에 갇혀 웅얼거리는 소리로 변질됐다. 벌써 반나절을 헤맸지만, 쓸 만한 건 낡은 태엽 몇 개와 녹슨 나사뿐이었다. 그의 팔목에 달린 압력계는 서서히 바닥을 향하고 있었다. 더 늦기 전에 복귀하지 않으면, 밤의 사냥꾼들에게 제물이 될 수도 있다. 폐허는 낮에도 위험했지만, 밤에는 더욱 그러했다.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부식종들의 붉은 눈은 그 어떤 악몽보다도 생생했다.

거대한 증기 기관차의 잔해 옆을 지나던 아론의 발걸음이 멈칫했다. 지상으로 솟아오른 톱니바퀴들이 기괴한 조형물처럼 얽혀 있는 곳이었다. 이곳은 이전에도 몇 번 탐색했지만, 워낙 복잡한 구조라 미처 확인하지 못한 구석이 많았다. 낡은 증기 동력 파이프 사이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어딘가에서 반사된 햇빛인가? 아니면…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아론은 갈고리총을 꺼내 자세를 낮췄다. 그의 오른팔은 평범한 살점이 아니었다. 매끄러운 황동과 강철로 이루어진 기계 팔. 대붕괴 당시 크게 다쳐 어쩔 수 없이 이식받은 것이었지만, 이제는 그의 몸의 일부이자 가장 강력한 도구였다. 기계 팔의 손가락 끝에 달린 작은 랜턴이 빛을 뿜으며 파이프 내부를 비췄다.

철컥, 철컥.

심장이 쿵쾅거렸다. 랜턴 불빛이 닿은 곳에는 작은 크기의 제어판이 보였다. 아직 완전히 부식되지 않은, 멀쩡한 상태의 제어판이었다! 이런 발견은 드물었다. 작동 여부는 알 수 없었지만, 부품이라도 떼어내 팔면 며칠은 배불리 먹을 수 있을 터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파이프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좁고 어두운 통로. 금속과 흙먼지 냄새가 뒤섞여 비릿했다.

제어판에 가까워질수록 희미했던 소리가 점차 또렷해졌다. 뭔가가 긁히는 듯한, 규칙적인 마찰음. 마치 살아있는 존재가 내는 소리 같았다. 아론은 기계 팔에 장착된 작은 스캐너를 작동시켰다. 삐비빅, 삐비빅. 스캐너가 주변 생체 에너지를 감지했다. 그것도 상당히 강한 에너지를.

“젠장, 함정이었나.”

아론은 이를 악물었다. 욕심이 과했다. 폐허에서 이런 ‘보물’을 우연히 발견할 리가 없었다. 반드시 지키는 존재가 있기 마련이었다. 그는 재빨리 뒤돌아 나가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쉬이이익-!

머리 위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아론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고, 날카로운 금속 발톱이 그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챙! 고글에 부딪힌 발톱이 불꽃을 튀기며 섬뜩한 소리를 냈다.

거대한 톱니바퀴벌레였다.

몸 전체가 짙은 녹색의 단단한 키틴질로 덮여 있고, 등에는 녹슨 톱니바퀴가 박혀 꿈틀거리는 기괴한 모습. 아마 폐허 속에서 버려진 기계 부품들과 뒤섞여 변이한 부식종일 터였다. 녀석의 눈은 붉게 빛나고 있었고, 턱에서는 녹슨 증기 냄새가 뿜어져 나왔다. 마치 살아있는 거대한 기계 괴물 같았다.

아론은 재빨리 몸을 굴려 톱니바퀴벌레의 공격을 피했다. 녀석의 발톱은 콘크리트 바닥을 쉽게 파헤쳤다. 위험했다. 이 통로는 너무 좁았다. 갈고리총을 제대로 휘두르기도 어려웠다.

“이 더러운 바퀴벌레 같으니라고!”

아론은 기계 팔에 내장된 소형 증기 칼날을 작동시켰다. 쉬이익! 칼날이 빛을 발하며 길게 뻗어나왔다. 톱니바퀴벌레는 아론이 다가오자 더욱 맹렬하게 공격해왔다. 녀석의 몸에 박힌 톱니바퀴들이 덜컹거리며 불길한 소리를 냈다.

아론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녀석의 약점을 찾았다. 톱니바퀴벌레의 키틴질은 단단했지만, 관절 부위는 상대적으로 약할 터였다. 그는 녀석의 공격을 막아내며 거리를 벌렸다. 발밑에는 부서진 금속 파편들이 가득했다. 이것들을 이용해야 했다.

쾅!

톱니바퀴벌레가 다시 돌진했다. 아론은 재빨리 옆으로 몸을 날리며 파편이 가득한 바닥을 기계 팔로 후려쳤다. 촤르르륵! 날카로운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고, 몇 개는 톱니바퀴벌레의 약한 관절 부위에 박혔다.

키이이이익!

괴물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잠깐의 틈이 생겼다. 아론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온몸의 힘을 실어 기계 팔의 증기 칼날을 톱니바퀴벌레의 등에 박힌 가장 큰 톱니바퀴의 연결 부위에 내리찍었다. 칼날이 징그러운 키틴질을 찢고 들어갔고, 녀석의 몸에서 검붉은 액체와 함께 부식된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크아아아악!

톱니바퀴벌레는 몸을 비틀며 발작했다. 아론은 칼날을 빼내지 않고 그대로 몸을 틀어 녀석을 더 깊숙이 찢었다. 콰드득! 톱니바퀴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녀석은 마침내 움직임을 멈추고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와 함께 바닥에 축 늘어졌다. 끈적한 부식액이 폐허 바닥을 흥건히 적셨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아론은 방독면을 벗었다. 폐 깊숙이 스며드는 흙먼지와 비릿한 피 냄새에 그는 몇 번 기침을 했다.

“하아… 죽을 뻔했네.”

기계 팔은 피와 진흙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대충 소매로 닦아내고 아론은 다시 제어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전투 때문에 주변이 더욱 어수선해졌지만, 제어판은 여전히 온전했다. 녀석이 이것을 지키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론은 조심스럽게 제어판에 다가갔다. 전선은 끊어져 있었지만, 복잡하게 얽힌 회로 기판과 작은 증기 압력계가 신기할 정도로 깨끗했다. 이건 평범한 고철 덩어리가 아니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공구 세트를 꺼내 제어판을 분해하기 시작했다. 섬세한 손놀림으로 볼트를 풀고 덮개를 열자, 내부의 핵심 부품이 드러났다.

그때였다.

회로 기판 아래쪽에 숨겨진 작은 공간에서 뭔가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꺼내자, 그의 손에 얹힌 것은 놀랍게도 낡은 황동으로 만들어진 작은 시계추였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는 크기. 평범한 시계추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표면에는 섬세한 기계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중앙에는 정교하게 세공된 푸른색 보석이 박혀 있었다. 보석은 희미하게, 하지만 분명하게 빛을 내뿜고 있었다. 마치 내부에서 에너지가 흐르는 것처럼.

“이게… 뭐지?”

아론은 눈을 가늘게 뜨고 시계추를 응시했다. 이런 물건은 폐허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시계추에서는 아주 미약하게, 하지만 특유의 온기가 느껴졌다. 그는 자신의 기계 팔이 작동하는 미세한 진동과는 다른, 생생한 울림을 그 작은 황동 조각에서 감지했다.

그것은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었다. 분명, 어떤 의미를 가진 물건이었다.

그때, 멀리서 길게 울리는 증기 기적 소리가 들려왔다. 안식처에서 보내는 복귀 신호였다. 밤이 오기 전에 돌아오라는 경고음. 그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아론은 재빨리 제어판의 쓸 만한 부품들을 뜯어내 배낭에 챙기고, 황동 시계추는 옷 안쪽 깊숙한 주머니에 숨겼다.

다시 방독면을 쓰고 폐허의 복잡한 통로를 헤치며 안식처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노을에 물든 하늘은 핏빛처럼 붉었다. 폐허의 실루엣은 더욱 음산하게 느껴졌다. 그의 손 안에서 황동 시계추는 여전히 희미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빛은 어두운 폐허 속에서 작은 등대처럼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생존.
그것만이 그에게 남겨진 유일한 목표였다. 하지만 오늘 발견한 이 작은 황동 시계추는, 그의 무미건조한 생존기에 어떤 새로운 톱니바퀴를 끼워 넣으려는 것일까. 아론은 알 수 없었다. 다만,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과 함께 작은 기대감이 그의 가슴 속에서 조용히 움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