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심연의 유적 탐사**
**부제: 잊혀진 속삭임**
—
**[1컷: 밤하늘 아래, 낡은 여관의 희미한 램프 불빛. 테이블에는 고대의 지도 조각들과 빛바랜 양피지 두루마리들이 어지럽게 펼쳐져 있고, 리안이 그 위로 고개를 숙인 채 집중하고 있다. 그녀의 옆에는 닳아빠진 가죽 가방이 놓여있다.]**
**내레이션 (리안):** 내가 이 세계에 눈을 뜬 지 햇수로 5년. 전생의 기억이 흐릿해질수록, 낯선 이 땅의 숨겨진 이야기에 대한 갈망은 더욱 선명해졌다.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혹은 애써 잊으려 하는 거대한 역사의 그림자… 그것이 나를 이끌고 있었다.
**[2컷: 리안의 클로즈업. 램프 불빛이 그녀의 눈동자에 반사되어 지적인 호기심과 고독한 결의를 동시에 비춘다. 그녀의 손가락이 고대 문자가 새겨진 양피지를 조심스럽게 더듬는다.]**
**리안 (독백):** ‘라하르’… 멸망한 왕국, 잊혀진 도시. 모두가 단순한 전설로 치부하지만, 이 지도 조각과 문헌들은 다른 것을 이야기한다. 단순한 문명이 아니었어. 지하 깊숙한 곳에, 그들의 모든 것을 감춘 자들이 있었지.
**[3컷: 다음 날 아침, 시끌벅적한 국경 도시의 시장통. 리안은 낡은 외투를 걸친 채 사람들의 대화에 귀 기울이고 있다. 저 멀리, 우락부락한 체구의 카이가 누군가와 거친 목소리로 흥정하는 모습이 보인다.]**
**행인 1:** 요즘 숲 깊은 곳에서 이상한 일이 생긴다지? 오래된 유물들이 뜬금없이 튀어나오고, 땅이 흔들리고…
**행인 2:** 쉿! 그건 ‘저주받은 땅’ 얘기야. 입 밖에 내지 마. 옛날부터 금기시된 곳이라고!
**[4컷: 리안의 시선이 카이에게로 향한다. 카이는 꽤 알려진 베테랑 탐사꾼이자 용병으로 보인다. 그의 옆구리에는 큰 단검이 차 있고, 얼굴에는 흉터가 몇 개 보이지만, 의외로 날카로운 눈빛을 지니고 있다.]**
**리안 (독백):** 저주받은 땅… 라하르 문명의 흔적이 집중되어 있는 곳. 혼자서는 무리일 거야.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5컷: 낡은 여관의 한쪽 테이블. 리안과 카이가 마주 앉아있다. 리안은 작은 보석 주머니를 테이블 위에 놓는다. 카이는 팔짱을 낀 채 흥미 없다는 표정으로 리안을 바라본다.]**
**카이:** 그래서, 아가씨. 나더러 잊혀진 숲 가장 깊은 곳까지 가자는 건가? 듣자하니 그곳은 요 며칠 사이 괴물들이 들끓는다고 하던데. 게다가… ‘저주받은 땅’에 대한 소문은 아가씨도 들었을 텐데?
**리안:** 소문은 소문일 뿐이에요. 그곳엔 단순한 저주 이상의 것이 잠들어 있어요. 당신의 경험과 나의 지식이 합쳐진다면… 거대한 발견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카이:** 발견이라… (테이블 위 보석 주머니를 힐끗 본다) 그게 대체 나한테 무슨 이득이지? 난 돌멩이엔 별 관심이 없어.
**[6컷: 리안이 미소 지으며 보석 주머니를 카이 쪽으로 살짝 민다. 주머니 안에서 영롱한 빛을 띠는 푸른색 광석이 살짝 보인다.]**
**리안:** 이 광석은 그곳에서 찾은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예요. 아직 가공되지 않았지만, 정제하면 상당한 가치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추며) 제가 찾는 것을 찾게 되면, 이보다 훨씬 더 큰 보상을 약속드리죠.
**카이:** (광석을 잠시 응시하다가) 흠… 솔깃하긴 하군. 하지만 미지의 땅은 위험해. 내 목숨 값은 꽤 비싸.
**[7컷: 리안이 확신에 찬 눈빛으로 카이를 응시한다.]**
**리안:** 당신의 목숨 값, 충분히 지불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한 돈 때문만은 아닐 거라 생각해요. 당신도 결국,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있을 테니까. 그렇지 않나요?
**카이:** (피식 웃으며) 제법이군, 아가씨. 좋아. 거래 성립. 언제 출발하지?
**리안:** 지금 당장.
**[8컷: 며칠 후, 우거진 숲의 외곽. 리안과 카이가 말을 타고 깊은 숲 속으로 향하고 있다. 숲은 점점 더 어둡고 으스스해진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다.]**
**카이:** 이 근방부터는 짐승들도 잘 얼씬거리지 않는다고 했지. 이상하게도 조용하군.
**리안:** 그들의 고대 기록에 따르면, 이 땅은 한때 거대한 마법적 재앙으로 황폐해졌다고 해요. 모든 생명이 숨을 죽였던 곳이죠.
**[9컷: 마침내 숲의 끝자락, 거대한 운석 충돌 자국처럼 움푹 파인 거대한 분화구가 나타난다. 가장자리에는 기이한 형상의 바위들이 솟아 있고, 그 아래는 어둠만이 가득하다.]**
**카이:** 이게… ‘저주받은 땅’의 중심부인가? 끔찍하군. 도대체 뭘 찾고 있는 건지…
**리안:** (표정이 굳어지며 분화구 안을 주시한다) 여기예요. 카이 씨. 라하르의 유적은… 저 아래에 있습니다.
**[10컷: 리안이 분화구 가장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아, 흙을 만진다. 그녀의 손에 쥐어진 것은 일반적인 돌멩이가 아닌, 미세하게 빛나는 검은색 파편이다.]**
**리안:** 이 흑요석은… 라하르 문명이 건축에 사용했던 특수한 광물이에요. 주변의 다른 바위들과는 결이 달라요. 보세요, 이 미세한 문양들.
**카이:** (흥미롭게 바라본다) 아무리 봐도 그냥 돌멩인데… 아가씨 눈에는 다르게 보이는군. 그래서, 저 아래로 내려가자는 건가? 방법은?
**[11컷: 리안이 분화구 벽면을 손으로 훑는다. 다른 곳과 달리 매끄럽게 다듬어진 듯한 부분이 있다. 자세히 보니, 거대한 바위들이 교묘하게 맞물려 거대한 문을 형성하고 있다.]**
**리안:** 저주받은 땅이라는 소문 때문에 아무도 자세히 보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이건 자연적으로 생긴 균열이 아니에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입구입니다.
**카이:** (놀란 눈으로 바라본다) 문이라고? 이런 곳에? 믿을 수가 없군…
**[12컷: 리안이 주머니에서 작은 금속 조각을 꺼내, 벽면에 새겨진 고대 문자 중 하나에 가져다 댄다. 금속 조각에서 희미한 빛이 뿜어져 나오며, 문자가 각인된 바위가 움찔거린다.]**
**리안 (독백):** ‘열리지 않는 자는 불결하며, 심연의 비밀을 엿볼 자격이 없다.’ 라하르 문명은 자신들의 지식을 숨기는데 탁월했지. 그들의 지식은… 특정 물질에 반응하도록 설계된 문자에 봉인되어 있다.
**[13컷: 거대한 문이 천천히, 굉음을 내며 열리기 시작한다. 내부에서는 검은 어둠과 함께 퀴퀴한 흙먼지가 뿜어져 나온다. 문 너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심연의 통로다.]**
**카이:** (칼자루에 손을 얹으며 경계한다) 맙소사… 정말 열릴 줄이야.
**리안:** (입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와 어둠 속에서 알 수 없는 흥분을 느낀다) 드디어… 드디어 도착했어. 잊혀진 자들의 성역에.
**[14컷: 리안과 카이가 거대한 문을 통해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딛는다. 문이 열린 틈으로 보이는 것은, 끝없이 아래로 이어지는 듯한 거대한 나선형 계단과, 그 계단을 따라 늘어선 기이한 석상들의 실루엣이다. 그들의 눈에는 알 수 없는 붉은 빛이 희미하게 깜빡인다.]**
**카이:** (나선형 계단을 내려다보며) 끝이 안 보이는군… 저 석상들은 또 뭐야?
**리안:** (한 석상에 손을 뻗어 만지려다 멈칫한다. 석상의 눈에서 붉은 빛이 순간적으로 강렬해졌다 희미해진다.)… 조심해요, 카이 씨. 이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닐지도 몰라요. 깨어나지 않는 잠에 빠진 ‘수호자’들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미 깨어난 자들도 있을지 모르죠.
**[15컷: 마지막 컷. 리안과 카이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뒷모습. 거대한 문은 다시 천천히 닫히기 시작하고, 붉은 눈을 가진 석상들의 실루엣이 어둠 속에 잠긴다. 마지막으로 보이는 것은, 계단 아래에서 번뜩이는 또 다른 붉은 눈동자.]**
**내레이션 (리안):** 망각 속에 잠들었던 심연의 속삭임이… 이제 막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속삭임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진실을 품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