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시간여행)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강렬한 섬광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낡은 시계추가 째깍이는 소리가 갑자기 거슬릴 정도로 증폭되더니, 모든 소음이 뚝 끊긴 듯한 착각에 빠졌다. 강민준은 삐걱이는 마룻바닥에 선 채 눈앞의 풍경이 잠시 뒤틀리는 것을 느꼈다. 마치 낡은 비디오테이프가 재생되다 순간적으로 멈춰 섰다가, 느리게 역재생되는 것처럼.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정경위의 경직된 목소리가 현실로 그를 다시 불러들였다. 민준은 눈을 한 번 깜빡였다. 뒤틀렸던 시야는 제자리를 찾았고, 멍하니 천장을 보던 정경위의 얼굴에는 여전히 당혹감이 가득했다. 시계는 다시 평범하게 째깍였고,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가 멎자 실내는 기이할 정도로 고요했다.

“밀실입니다.”

옆에 선 이형사가 짧게 내뱉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단정적인 어조가 섞여 있었지만, 그 안에 숨겨진 깊은 좌절감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이형사와 다르지 않은 결론에 도달했다. 아니,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빠르고, 명확하게.

거대한 저택의 서재는 그야말로 완벽한 밀실이었다. 창문은 안쪽에서 걸쇠로 굳게 잠겨 있었고, 육중한 나무 문 또한 안쪽에서 빗장이 내려져 있었다. 문을 부수고 들어선 경찰들에 의해 빗장은 이미 부서진 상태였지만, 최초 발견 당시의 증언은 일관적이었다. “안에서 잠겨 있었습니다.”

방 한가운데, 호화로운 양탄자 위에는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앙상하게 마른 박도준 씨의 시신이 엎드려 있었다. 그의 등에는 서재 장식용으로 쓰이던, 날카로운 은제 서신 개봉용 칼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칼자루에는 희미하게 박도준 씨의 지문이 남아 있었지만, 이형사는 고개를 저었다.

“자살일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치명상을 스스로 찌른 후, 그 자리에서 바로 쓰러졌다면 몰라도… 칼이 너무 깊숙이 박혔습니다. 게다가 박도준 씨는 심장 질환을 앓고 계셨어요. 격한 움직임이나 고통을 감당할 몸이 아니셨습니다.”

민준은 말없이 시신 주위를 맴돌았다. 눈은 허공을 응시하는 듯했지만, 그의 시선은 방 안의 모든 것에 닿아 있었다. 앤티크한 책장들, 먼지 앉은 고서들, 벽난로 위의 낡은 도자기. 그리고, 그 모든 것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들.

“방 안에는 다른 침입 흔적도 전혀 없습니다. 천장이나 바닥, 벽에도 아무런 구멍이나 통로가 없어요. 에어컨 환기구는 사람이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좁고요. 완벽합니다. 범인이 어떻게 이 방을 잠그고 밖으로 나갔을까요?” 정경위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말했다.

민준은 천천히 방문으로 다가갔다. 부서진 빗장 너머, 문고리에 대롱거리는 열쇠가 눈에 들어왔다. “열쇠는 어디서 발견됐습니까?”

“저기에 걸려 있었습니다.” 이형사가 문고리를 가리켰다. “박도준 씨가 평소에 사용하시던 서재 열쇠입니다. 방 안에서 잠겨 있던 문에, 열쇠까지 안쪽에 걸려 있었다니… 도저히 말이 안 됩니다.”

이형사의 설명을 들으며 민준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그의 눈이 날카롭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는 문고리에 걸린 열쇠를 만져보았다. 묵직한 금속의 감촉.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열쇠 구멍 주변에 보이지 않는 먼지들이 제자리를 이탈하려는 듯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잠시만.’

민준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그의 시야가 다시 한번 흐려지려는 찰나, 그는 필사적으로 정신을 집중했다. 모든 감각이 하나의 점으로 수렴하는 듯한 기분. 삐걱이는 마룻바닥 소리, 이형사의 거친 숨소리, 정경위의 웅얼거림. 모든 것이 희미해지고, 오직 서재의 문과 열쇠만이 선명하게 부각되었다.

그리고 보았다.

마치 시간이 반대 방향으로 되감기는 환영처럼, 그의 눈앞에서 아주 짧고, 찰나의 순간이 재생되었다. 열쇠 구멍에 무언가 길고 가느다란 것이 삽입되었다가, 번개처럼 빠르게 빠져나가는 모습. 그리고 그 순간, 안쪽에서 잠겨 있던 문이 스르륵,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는 장면. 너무나 빠르고 정교해서 보통의 시야로는 절대 포착할 수 없는 움직임.

숨을 들이켰다. 가슴속에 시린 공기가 가득 찼다. 그의 능력이 순간적으로 보여준 ‘진실’은, 완벽한 밀실의 허점을 꿰뚫어 보게 했다.

“박도준 씨는 살해당한 후, 범인이 밖으로 나가면서 문을 잠근 것이 아닙니다.” 민준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본 자의 확신이 담겨 있었다.

정경위와 이형사의 시선이 동시에 그에게로 향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정경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민준은 천천히 문고리에 걸린 열쇠를 가리켰다. “열쇠는 범인이 밖으로 나가기 위해 사용된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범인은 열쇠로 문을 잠그지 않았어요.”

그는 문 옆에 서서, 이형사에게 손전등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문을 닫았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자, 방 안은 더욱 고립된 느낌을 주었다.

“이 문은 안에서 빗장으로 잠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범인은 이 빗장을 밖에서 조작해 잠그고, 열쇠로 잠그는 척 했던 겁니다.”

“네? 밖에서 빗장을요?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이형사가 눈살을 찌푸렸다.

“불가능해 보이죠.” 민준은 창가로 다가섰다. 그는 굳게 잠긴 창문의 걸쇠를 만져보았다. 그리고 창틀의 아주 미세한 틈을 손전등으로 비췄다. “하지만, 사실 이 방의 창문은 완벽하게 잠겨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그의 손전등 불빛 아래, 창틀과 창문 틈새에 아주 희미한 스크래치 자국이 보였다. 너무나도 옅고 가늘어서, 대충 보아서는 그저 낡은 창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흠집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민준의 눈에는 달랐다. 그의 뇌리에 스쳤던 그 ‘환영’이 스크래치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주었다.

“이 스크래치는 안쪽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밖에서 무언가를 밀어 넣어 생긴 흔적입니다. 아주 가늘고 단단한 물체. 아마도 와이어나 특수 제작된 도구였겠죠.”

민준은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된 것을 확인하고는 말을 이었다.

“범인은 이 창문의 아주 작은 틈새를 이용했습니다. 창문은 안에서 걸쇠로 잠겨 있었지만, 그 틈새로 충분히 얇고 긴 도구를 밀어 넣어 안쪽 빗장이나 걸쇠를 풀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은 있었을 겁니다. 아니, 풀기보다는… 조작할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요.”

이형사가 창문으로 다가와 스크래치 자국을 면밀히 살폈다. 그의 눈이 이내 경악으로 휘둥그래졌다. “이건… 정말입니다. 아주 미세한 홈이 파여 있습니다. 외부에서 억지로 밀어 넣으려 한 흔적이에요!”

“네. 범인은 밖에서 그 도구를 이용해 창문 안쪽 걸쇠를 풀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잠갔죠.” 민준이 덧붙였다.

정경위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민준을 보았다. “아니, 그럼 다시 잠글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그냥 열고 들어와 살해한 뒤, 나가면서 창문으로 도망치면 되지 않습니까?”

“그랬다면 밀실이 아니었을 겁니다.” 민준은 피식 웃었다. “범인의 목표는 완벽한 밀실을 만들어 완전범죄를 가장하는 것이었습니다. 살해 후 도망치는 데 급급했다면 이런 정교한 트릭을 쓰지 않았겠죠.”

그는 다시 문 앞으로 돌아왔다. “범인은 먼저 박도준 씨를 살해했습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갑니다. 그때, 문은 아직 빗장이 내려져 있지 않았겠죠. 밖으로 나간 범인은 문을 닫고, 열쇠 구멍을 통해 다시 특수 제작된 도구를 삽입했습니다.”

민준은 허공에 손가락으로 가느다란 선을 그렸다. “얇고 탄성이 좋은, 예를 들면 강철 와이어 같은 것이었을 겁니다. 이 도구로 열쇠 구멍을 통해 안쪽 빗장을 조작했습니다. 빗장을 위로 올려 잠근 겁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열쇠 구멍으로 빗장을 조작합니까? 각도가 안 나올 텐데요!” 이형사가 소리쳤다.

“보통의 빗장이라면 어렵죠. 하지만 이 서재의 문 빗장은 어떻습니까?” 민준은 이형사를 돌아보았다. “꽤 오래된 방식의 빗장입니다. 옆으로 슬라이드 해서 잠그는 형태가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내려 꽂는 형태의 빗장이에요.”

이형사는 부서진 빗장 부분을 확인했다. 민준의 말대로, 빗장은 위에서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와 문을 잠그는 방식이었다.

“그럼… 범인은 그 가느다란 도구를 열쇠 구멍으로 밀어 넣어, 위에서 아래로 내려 꽂는 빗장을 밀어 올려 잠그고, 다시 도구를 빼낸 뒤, 열쇠를 문고리에 걸어둔 채 도주했다는 말입니까?” 정경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거의 비슷합니다.” 민준은 고개를 저었다. “범인은 문고리에 열쇠를 걸어두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어설픈 방법으로 밀실을 꾸미지는 않았을 겁니다. 열쇠는 이 안에 있었습니다.”

그는 탁자 위, 박도준 씨의 시신 옆에 떨어진 낡은 책 한 권을 발끝으로 가리켰다. 책 사이에는 얇은 틈이 보였다.

“범인은 밖에서 도구로 빗장을 내려 잠근 후, 그 도구를 열쇠 구멍을 통해 다시 안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그 도구의 끝부분으로 이 열쇠를 건드려, 마치 안에서 열쇠가 저절로 떨어진 것처럼 가장한 겁니다.”

정경위와 이형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민준과 열쇠, 그리고 책을 번갈아 보았다.

“하지만… 잠시만요.” 이형사가 말했다. “열쇠 구멍으로 도구를 넣고 빗장을 잠근 다음, 그 도구로 열쇠를 탁자 위에서 떨어뜨린다고요? 그리고 그 도구는 어디로 갔습니까?”

“열쇠 구멍은 도구가 빠져나올 정도로 충분히 컸으니까요.” 민준은 빙긋 웃었다. “범인은 도구로 열쇠를 떨어뜨린 후, 그 도구를 다시 열쇠 구멍 밖으로 빼냈습니다. 그리고는 유유히 사라졌겠죠. 완벽하게 잠긴 밀실만을 남겨둔 채.”

그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정경위와 이형사의 얼굴에는 경악과 함께 깊은 감탄이 서렸다. 그들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완벽한 밀실이 어떻게 허물어지는지를 목도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 밀실 살인 사건의 트릭은 다음과 같습니다. 범인은 먼저 피해자를 살해합니다. 밖으로 나간 뒤, 특수 제작된 얇은 도구를 열쇠 구멍에 넣어 안쪽의 빗장을 잠급니다. 그리고 다시 그 도구로 열쇠를 건드려, 마치 안에서 떨어진 것처럼 보이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창문 역시 안에서 잠겨 있던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이전에 풀었던 창문 걸쇠를 밖에서 다시 조작해 잠근 것입니다. 모든 것은 안에서 잠겨 있던 완벽한 밀실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치밀한 연극이었죠.”

민준은 서재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혼란스럽게 엉켜 있던 조각들이 정확하게 맞춰졌다. 찰나의 환영이, 그의 ‘천재적인’ 통찰력을 완성시켰다.

“범인은 아마 박도준 씨의 생활 습관이나 이 서재의 구조, 잠금장치의 형태를 아주 잘 알고 있는 인물일 겁니다. 그리고 이런 특수 도구를 제작하거나 구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었겠죠.”

정경위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형사는 허탈한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준 탐정님… 정말이지… 당신은 천재입니다.”

민준은 그저 희미하게 미소 지을 뿐이었다. 그의 뇌리 속에서는, 다음 사건의 미스터리가 찰나의 섬광처럼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그가 걸어가는 길 위에는 언제나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또다시 그 ‘특별한’ 눈으로, 감춰진 진실의 틈새를 찾아낼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