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호러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천명지겁(天命之劫)**

**에피소드 제목: 칠흑의 잔향 (漆黑의 殘香)**

**[장면 1]**
**배경:** 고요하고도 웅장한 ‘황천의 결투장’. 수천 년 된 듯한 검은 돌벽에는 낡은 문양들이 새겨져 있고, 거대한 원형의 투기장이 중앙에 자리한다. 하늘은 기이하게도 붉은 노을과 먹구름이 뒤섞여 음산한 빛을 뿌리고 있다. 관중석은 인산인해를 이루었으나, 그들의 표정에는 열광보다는 알 수 없는 침묵과 기이한 기대감이 서려 있다. 공기 중에는 희미하게 쇠 비린내 같은 것이 감돈다.

**나레이션:**
천하의 운명이 걸린 비무(比武)라 했다.
승자는 천하를 구원할 ‘천명(天命)’을 얻고, 패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했다.
허나, 이 핏빛 노을 아래, 웅장한 침묵이 흐르는 이곳은… 내가 알던 무림의 대회가 아니었다.
그것은 흡사… 거대한 제물 의식 같았다.

**[장면 2]**
**배경:** 결투장 한편의 대기실. 련(련)은 팔짱을 낀 채 결투장 중앙에 설치된 거대한 수정 구슬을 응시하고 있다. 수정 구슬에는 현재 진행 중인 비무가 생생하게 투영되고 있다. 그의 눈빛은 날카롭지만, 그 안에 혼란이 깃들어 있다.

**나레이션:**
사흘 전부터, 기이한 패자들이 속출했다.
그들은 단순히 패배한 것이 아니었다. 혼백이 뜯겨나가고 생기가 소진된 듯한 모습.
모두가 침묵했지만, 그 기묘한 현상이 단순한 무공의 영역이 아님을 직감하고 있었다.

**[장면 3]**
**배경:** 수정 구슬 속 화면. 압도적인 기세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한 사내, 묵혼(默魂)의 모습이 클로즈업된다. 그의 전신에서는 옅은 검은 안개가 피어나는 듯하며, 눈빛은 깊은 심연처럼 고요하다. 그의 상대는 한때 ‘광풍검’이라 불리던 중년의 고수였으나, 지금은 혼비백산하여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광풍검:** (비명에 가까운 신음) 끄윽… 이건… 이건 무공이 아니야!

**묵혼:**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차가운 목소리) 무(武)의 끝은 언제나 초월에 닿아있지. 범부가 이해할 영역이 아니거늘.

**나레이션:**
묵혼. 그는 이번 비무에서 가장 이질적인 존재였다.
그의 무공은 빠르고 강했으며, 섬뜩하리만치 아름다웠지만… 동시에 피와 절규로 물들어 있었다.
그의 주위엔 늘 검은 기운이 감돌았고, 그것은 상대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듯했다.

**[장면 4]**
**배경:** 다시 대기실. 련은 숨을 멈추고 수정 구슬을 바라본다. 묵혼이 광풍검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순간이다. 묵혼의 손이 광풍검의 심장을 향해 뻗어가자, 검은 아지랑이가 치솟으며 광풍검의 몸을 휘감는다. 광풍검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지고, 피부가 급속도로 생기를 잃어가는 것이 보인다. 그의 눈은 핏발이 서서히 사라지며 텅 비어버린다.

**광풍검:** (마지막 비명) 아아아악!! 내 혼백이… 뜯겨나간다…!

**[컷 전환 – 충격적인 클로즈업]**
광풍검의 얼굴이 급격히 주름지고, 머리칼이 새하얗게 변하며 바싹 마른 미라처럼 변해간다. 그의 눈은 공포에 질린 채로 텅 비어버린다.

**[장면 5]**
**배경:** 결투장 중앙. 광풍검은 마른 나뭇가지처럼 쓰러진다. 묵혼은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거두고, 검은 기운은 다시 그의 몸 안으로 스며든다. 관중석에서는 탄성 대신 낮고 기묘한 웅성거림이 울려 퍼진다. 마치 승리를 축하하는 소리가 아니라, 제물이 바쳐진 것에 대한 만족감 같은 소리다.

**나레이션:**
묵혼의 승리였다.
그리고 또 한 명의 고수는, 죽음보다 더 끔찍한 방식으로 사라졌다.

**[장면 6]**
**배경:** 대기실. 련은 충격으로 주먹을 꽉 쥔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도 아픔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련:** (낮게 읊조리듯) 저건… 흡혼지법(吸魂之法)…? 아니, 그보다 더 사악한…

**[장면 7]**
**배경:** 련의 옆, 한 여인이 피식 웃으며 비스듬히 기대선다. 그녀는 날렵한 체구에 시니컬한 눈빛을 지닌 ‘금아(琴雅)’였다. 련과 마찬가지로 다음 비무를 기다리는 참가자 중 하나다.

**금아:** 어린 도련님, 뭘 그리 놀라십니까? 이 비무는 원래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곳. 겉만 번지르르한 천명지겁(天命之劫)이라지만, 속내는 다를 것이라 짐작하지 않으셨소?

**련:** (금아를 돌아보며) 금아 낭자… 당신은 알고 있었습니까? 이 비무의 본질을.

**금아:** (어깨를 으쓱하며) 내가 아는 건 그리 많지 않소. 허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 천하의 운명? 그걸 결정할 정도의 ‘천명’이라면, 그 대가가 어찌 평범하겠소? 저기 쓰러진 광풍검처럼, 혼백이라도 바쳐야 얻는 거겠지.

**련:** (눈을 가늘게 뜨며) 당신도… 언젠가 저런 위협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금아:** (무심한 듯 웃으며) 그래서 내가 저 사내와 대결하게 될 땐, 반드시 이길 것이오. 내가 저 사악한 힘의 제물이 될 바엔, 차라리 내가 저 힘을 이용할 테니.

금아의 말은 차갑도록 현실적이었다. 련은 그녀의 눈에서 희미하게 비치는 광기를 보았다. 이곳의 모든 참가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이 기이한 공포에 적응하고 있었다.

**[장면 8]**
**배경:** 련의 시선이 다시 수정 구슬로 향한다. 묵혼은 이제 관중들을 향해 고개를 들어 올리고 있다. 그의 눈에서 섬뜩한 검은 빛이 번뜩인다. 그 빛이 련의 눈에 직접적으로 닿는 듯한 착각에 련은 몸을 움찔한다.

**나레이션:**
그의 시선이 마치 심장을 꿰뚫는 것 같았다.
그것은 단순한 적의가 아니었다. 굶주림… 그리고 멸시.
마치 우리 모두를… 하찮은 사냥감으로 여기는 듯한 시선이었다.

**[장면 9]**
**배경:** 결투장 전체에 쩌렁쩌렁 울리는 사회자의 목소리.

**사회자:** (기계적인 목소리) 다음 비무! 강룡파(降龍派)의 련(련) 대… 현천문(玄天門)의 묵혼(默魂)! 두 분은 결투장으로 입장해 주십시오!

**[장면 10]**
**배경:** 련의 얼굴 클로즈업. 그의 눈빛이 혼란에서 결의로 바뀐다. 그는 조용히 허리에 찬 검의 손잡이를 움켜쥔다.

**련:** (나지막이 읊조리듯) 올 것이 왔군.

**나레이션:**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이 비무의 진실이 무엇이든, 나는 여기서 물러설 수 없다.
내게 부여된 임무. 그리고… 잊혀진 가문의 비밀.
이 끔찍한 어둠 속에서, 나는 기필코 해답을 찾아낼 것이다.

**[장면 11]**
**배경:** 련이 대기실 문을 열고 결투장을 향해 걸어 나간다. 그의 발걸음은 굳건하다. 결투장의 거대한 문이 열리자, 음산한 붉은빛과 웅성거리는 기괴한 소리, 그리고 섬뜩한 한기가 련을 맞이한다.

**[장면 12]**
**배경:** 결투장 중앙. 묵혼은 이미 그곳에 서서 련을 기다리고 있다. 그의 주위에는 여전히 검은 기운이 맴돌고, 그의 눈은 련을 향해 깊은 심연의 빛을 뿜어낸다. 련이 묵혼을 마주 본다. 거대한 결투장 위로 붉은 노을이 더욱 짙게 드리워진다. 공기 중의 쇠 비린내가 더욱 강렬하게 코를 찔러온다.

**묵혼:** (아주 낮고 섬뜩한 목소리로) 새로운 제물이군.

**련:** (묵혼의 시선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나는… 제물이 아니다.

**[최종 컷]**
묵혼의 얼굴에 섬뜩한 미소가 번진다. 련의 눈빛은 결연하지만, 그 안에 알 수 없는 공포가 스친다. 결투장 전체가 침묵 속에서 두 사내의 대결을 기다리는 듯, 거대한 그림자처럼 존재한다.

**나레이션:**
칠흑 같은 어둠이 드리운 무대 위.
이 밤, 또 하나의 별이 떨어지거나… 혹은 지옥의 문이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