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호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차가운 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텁텁한 흙먼지와 어딘지 모르게 비릿한, 곰팡이 냄새가 뒤섞인 퀴퀴한 냄새가 코를 쑤셨다. 강준호는 헬멧의 조명등을 켜고 앞을 비췄다. 그의 조명 불빛을 따라 서지연과 민수의 헬멧에서도 빛줄기가 터져 나왔다. 세 개의 빛은 어둠 속을 헤치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조금씩 드러냈다.

“이런… 세상에.” 서지연의 목소리는 경외감과 함께 미묘한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거대한 원형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적어도 족히 20미터는 됨직한 천장은 아득했고, 벽면은 매끄럽게 다듬은 검은 돌로 이루어져 있었다. 돌 틈새마다 희미하게 빛나는 푸른 이끼 같은 것이 얼룩덜룩하게 붙어 있었는데, 그 빛이 너무 약해서 오히려 공간을 더욱 기이하고 음침하게 만들었다.

“이게… 유적이라고요?” 민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눈은 경계심으로 가득했다. “어떤 문명도 이렇게 지하 깊숙이 이런 걸 만들었을 리가 없어요. 이건… 자연적으로 생성된 동굴도 아니잖아요.”

“그래. 이 정도 규모의 지하 구조물을 지으려면 상상을 초월하는 기술력이 필요했을 거야.” 준호는 낮게 중얼거렸다. 그의 눈은 벽면을 훑고 있었다. “지상에 어떤 기록도 없는 문명. 아니, 애초에 문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존재들일 수도 있어.”

그들이 뚫고 들어온 것은 불과 몇 시간 전, 지표면에서 500미터 아래의 폐광에서 우연히 발견된 의문의 균열이었다. 그 균열을 따라 내려가자, 마치 누군가가 정교하게 깎아 만든 듯한 지하 통로가 나왔고, 그 통로의 끝에서 이 미지의 원형 공간과 조우한 것이었다.

“저기 좀 봐요!” 지연이 갑자기 숨을 들이켰다. 그녀의 조명은 원형 공간의 중앙을 비추고 있었다.

거대한 돌 제단이었다. 주변의 검은 돌과는 다른, 붉은빛이 감도는 어두운 돌로 만들어진 제단은 마치 살아있는 심장처럼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맥동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제단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 표면에는 기괴한 문양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사람의 형태를 닮은 것 같으면서도 동물의 형상을 띤, 그러나 그 어느 쪽도 아닌 듯한 추상적인 형상들이 뒤엉켜 있었다. 그 문양들은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끄는 섬뜩한 힘이 있었다.

“저 문양… 처음 봐요.” 지연이 제단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섰다. “어떤 고대 문명의 상형문자와도 달라요. 이질적이야.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준호는 지연의 뒤를 따랐다. 그의 손에는 항상 들고 다니는 손도끼가 쥐어져 있었다. 탐사 장비라기보다는 유사시 자신을 지키기 위한 무기에 가까웠다. 그는 이곳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본능이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

“서지연 박사님, 너무 가까이 가지 마세요.” 민수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제단에서 한참 떨어진 입구 쪽에 서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뭔가… 기분이 나빠요. 마치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요.”

“환청일 거야, 민수.” 준호는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도 평소보다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의 눈은 제단의 문양을 훑었다. 기하학적이면서도 유기적인, 이해할 수 없는 패턴들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쉬이이이익…*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분명히 밀폐된 지하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넓은 들판을 가로지르는 듯한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세 사람의 몸이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방금… 무슨 소리였죠?” 민수의 목소리가 떨렸다.

준호는 재빨리 뒤를 돌아봤다. 헬멧 조명 불빛이 어둠을 찢고 통로의 입구를 비췄다. 아무것도 없었다. 바람도 멎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무것도 없어.” 준호가 말했다. 그러나 그의 등골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아니요, 있었어요!” 민수가 소리쳤다. 그의 조명등이 통로 입구의 천장 구석을 가리켰다. “저기… 그림자가 움직였어요. 정말이에요!”

준호와 지연의 시선이 민수의 조명을 따라갔다. 어둠은 다시 그 자리에 짙게 깔려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민수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민수, 진정해.” 준호가 말했다.

“하지만…” 민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눈은 여전히 통로 입구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그곳에서 뭔가가 다시 나타날까 봐 두려워하는 듯했다.

지연은 다시 제단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그녀의 눈이 크게 뜨였다.

“이게… 뭐야?”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제단 표면에 새겨진 문양들 중 일부가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내부에 열이 가해진 것처럼, 붉은 돌의 색조가 더욱 선명해지며, 문양의 틈새로 푸르스름한 빛이 스며 나오는 듯했다. 그리고 그 빛은 점차 강렬해졌다.

“서지연 박사님! 뒤로 물러나요!” 준호가 급히 외쳤다. 그의 손도끼가 저절로 앞으로 향했다.

문양의 빛은 이제 확연했다. 제단의 표면에 흐르는 혈관처럼, 기괴한 문양들이 살아 숨 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 빛의 떨림과 함께, 잊고 있던 미세한 진동이 다시 느껴지기 시작했다. 처음 지하 통로에 들어섰을 때부터 있었던, 그러나 너무나 미미해서 무시했던 그 진동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웅… 웅… 웅…*

낮게 깔리는 진동음이 온몸을 울렸다. 마치 거대한 심장이 이 지하 공간의 가장 깊은 곳에서 뛰고 있는 것처럼. 헬멧의 조명등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전압이 불안정해지는 것 같았다.

“이… 이봐요!” 민수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그의 손가락은 벽면의 특정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들이 들어온 입구의 반대편 벽면이었다. 거대한 검은 돌벽의 중앙이 마치 석회반죽처럼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리는 듯했다. 검은 돌의 표면이 일렁이고 뒤틀리면서, 마치 어둠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문이 서서히 열리는 것처럼 보였다. 녹아내린 틈새 저편에는 더욱 짙은, 그야말로 무(無)에 가까운 절대적인 어둠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흐으으으으읍… 끄으으으으읍…*

무언가가 아주 느릿하게, 그러나 깊게 숨을 들이쉬는 소리였다. 마치 수억 년 동안 잠들어 있던 거대한 존재가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세상의 공기를 빨아들이는 듯한, 아득하고 묵직한 소리였다.

세 사람의 얼굴은 공포로 굳어버렸다. 준호는 손도끼를 든 손에 힘을 주었지만, 이미 그의 몸은 얼어붙어 있었다.

지연의 눈은 그 열린 어둠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저 안에서… 뭔가… 우리를 부르고 있어.”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열린 어둠 속에서 섬광 같은 것이 번쩍였다. 푸르스름하면서도 핏빛이 섞인 기이한 빛이었다. 그리고 그 빛이 사라지는 순간, 열린 문의 가장자리에서 무언가 기어 나오는 듯한 거대한 형체가, 아주 잠시, 아주 흐릿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돌벽이 닫히기 시작했다. 녹아내렸던 돌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듯 다시 굳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닫히는 틈새로, 마지막 순간까지 그 거대한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숨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가, 아니면 무언가가, 그들을 향해 나지막하게 이름을 부르는 듯한, 알아들을 수 없지만 분명한 *속삭임*이었다.

그리고 그 속삭임은… 바로 자신들의 심장박동처럼, 머릿속에서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