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독립적인 단편 소설

증기가 끓어오르는 소리,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찰칵거리는 소리, 그리고 어딘가 깊은 곳에서 울리는 듯한 저음의 진동. 아르카나 학원은 이 모든 소리로 살아 숨 쉬는 거대한 태엽 장치 같았다. 황동색 파이프들이 건물 외벽을 거미줄처럼 휘감고 있었고, 거대한 증기 기관들이 학원 전체에 마력을 공급하며 웅장하게 서 있었다. 이곳은 단순한 마법 학교가 아니었다. 기계와 마법이 완벽하게 융합된, 이 세계의 가장 진보된 과학 기술의 정점이었다.

류는 증기 압력이 새는 밸브를 조심스럽게 조이고 있었다. 기름때 묻은 작업복과 낡은 고글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다른 학생들은 빛나는 마법봉을 휘두르거나 고서적에 코를 박고 있었지만, 류는 언제나 렌치와 망치를 들고 학원의 복잡한 내부 기관 어딘가를 기웃거렸다. 그의 손끝은 언제나 차가운 금속과 뜨거운 증기를 갈망했고, 눈은 복잡한 도면 속에서 길을 찾았다.

“류, 또 그런 위험한 곳에 기어들어 가는 거야?”

친숙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세라였다. 그녀는 언제나 깔끔한 학원 제복에 손때 묻은 고서를 끼고 다녔다. 류의 정비복과는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모습이었다.

“위험? 이건 마력 분배 시스템의 핵심부라고. 작은 균열이라도 생기면 학원 전체가 비상사태에 빠질걸?” 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네가 매일 마법진 분석이나 하고 있을 때, 난 이 학원을 굴러가게 한다고.”

세라는 그의 옆에 서서 벽에 박힌 거대한 황동 파이프를 올려다보았다. 파이프는 희미한 마법 에너지로 빛나고 있었고, 일정한 간격으로 작고 복잡한 태엽들이 회전하고 있었다. “이곳의 마력원은 언제나 미스터리였지. 아무도 그 근원에 대해선 말해주지 않아. 교수님들도 항상 ‘오래된 방식’이라고만 얼버무리고.”

류는 공구 상자에서 휴대용 마력 측정기를 꺼내 들었다. “최하층에 있는 거대한 아케인 코어에서 온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잖아. 문제는 그 코어의 작동 방식이지. 공식적인 설명은 낡은 마법 장치라고 하지만… 최근 들어 미묘하게 마력 파동이 불안정해지고 있어. 내가 수리하는 건 그냥 표면적인 문제일 뿐이야.”

그들이 서 있는 곳은 학원 지하 3층, 학생들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구역이었다. 류는 교묘하게 보안 장치를 우회해 들어왔고, 세라는 그런 류를 걱정하면서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따라온 것이었다.

“이쪽이야.” 류가 발길을 옮겼다. “지난주에 저기, 저 황동 패널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 기계음이라기보다는… 생체적인 맥동 같은 소리. 하지만 학원 설계도에는 아무것도 없어.”

그가 가리킨 곳은 거대한 벽의 한구석에 박힌, 다른 패널들과는 확연히 다른 오래되고 낡은 황동 패널이었다. 주변의 복잡한 증기 파이프와는 달리, 그 패널은 단순하고 견고해 보였다. 마력 측정기를 가져다 대자, 측정기의 바늘이 불안하게 흔들리며 최고치를 찍었다. 동시에, 손바닥에 희미한 진동이 느껴졌다.

“이거 봐. 학원 전체에 퍼져 있는 마력과는 다른 종류의 에너지야. 훨씬 더… 원시적이고 강렬해.” 류는 조심스럽게 패널의 이음새를 확인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숨기려고 한 흔적이 보여.”

세라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잠깐, 류. 내가 도서관에서 발견한 기록 중에 이런 게 있었어. ‘시원한 마력의 샘’이라는 비공식적인 문서였는데, 내용은 거의 지워져 있었지만, 학원 개원 초기에 극비리에 진행된 ‘진리의 결합’이라는 프로젝트가 언급되어 있었어. 그리고… ‘희생’이라는 단어도 함께.”

류는 패널의 틈새에 특수 제작된 렌치를 끼워 넣었다. “희생이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나도 정확히는 몰라. 하지만 그 기록은 현재의 학원 역사와는 너무나도 달랐어. 학원의 번영은 ‘끊임없는 마력의 흐름’ 덕분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그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선… 뭔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암시가 있었어.”

‘끼익!’

류가 렌치를 돌리자, 굳게 잠겨 있던 황동 패널이 마침내 느릿하게 열리기 시작했다.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차가운 금속 냄새나 뜨거운 증기 냄새가 아니었다. 눅눅한 흙먼지와 비릿한 쇠 냄새가 뒤섞인, 마치 오래된 무덤 같은 냄새였다.

패널이 완전히 열리자, 그 안에는 좁고 어두운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통로는 아래로 끝없이 이어지는 듯했고, 벽면은 자연적인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군데군데 억지로 설치한 듯한 낡은 황동 파이프들이 보였지만, 다른 학원 시설처럼 정교하거나 깔끔하지 않았다. 오히려 흉물스러운 땜질 같았다.

“이런 곳이… 있었다니.” 세라가 경악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류는 휴대용 램프를 켜고 조심스럽게 통로 안으로 발을 디뎠다.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알 수 없는 불길한 기운이 그들을 감쌌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학원 전체를 지배하던 증기와 기계음은 멀어지고, 대신 희미한 맥동음이 점점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심장이 뛰는 소리 같기도 하고, 거대한 무엇인가가 숨 쉬는 소리 같기도 했다.

통로는 한참을 이어졌다. 마침내 그들은 넓은 공간에 도달했다. 램프 불빛이 비추는 곳은 온통 암반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동굴이었다. 동굴 중앙에는 거대한 ‘핵’이 있었다. 황동 파이프와 알 수 없는 유기체가 뒤섞인 채, 마치 살아있는 심장처럼 불규칙하게 수축하고 팽창하는 끔찍한 형상이었다. 그 핵은 희미하게 자주색 빛을 발하고 있었고, 그 빛은 동굴 전체에 기분 나쁜 그림자를 드리웠다.

핵 주변으로는 수십 개의 투명한 유리관이 꽂혀 있었는데, 그 안에는 흐릿한 액체가 차 있었고, 더 충격적인 것은… 그 안에 무언가 담겨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액체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형상은 분명 인간의 모습이었다. 젊은, 혹은 어린아이의 형상. 그들의 몸은 창백했고, 눈은 감겨 있었으며, 온몸에 가느다란 마력 흡수 장치들이 연결되어 거대한 핵으로 이어져 있었다.

“이건… 대체…” 류의 목소리가 떨렸다.

세라는 입을 틀어막았다. 그녀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기록에… 기록에 나와 있던 ‘희생’이 설마…”

그때, 등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 깊숙이 들어왔군. 아르카나 학원의 가장 은밀한 진실에 말이야.”

두 사람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카이 교수님이 서 있었다. 평소의 온화한 미소는 사라진 채, 그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의 뒤로는 류가 익히 보던 학원의 감시 오토마톤 몇 대가 묵묵히 서 있었다.

“교수님… 이게 대체 뭡니까?” 류가 분노와 충격이 뒤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카이 교수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이것이 바로 아르카나 학원의 모든 마력의 근원이다. ‘심연의 핵’. 우리의 지식과 기술로는 이 막대한 마력을 온전히 통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 핵이 스스로 마력을 생성하는 방식을 연구했고… 결국 알아냈지. 이 핵은 살아있는 존재의 순수한 마력을 흡수하여 스스로를 강화하고, 그것을 다시 학원 전체에 공급하는 순환 시스템이라는 것을.”

세라가 흐느꼈다. “그럼 저 유리관 속의 사람들은…!”

“졸업반 중에서도 특히 마력 잠재력이 뛰어난 학생들. 혹은 학원에 ‘기부’된 고아들. 우리는 그들의 희생으로 아르카나의 영광을 유지해 왔다. 우리의 모든 위대한 발견과 마법은 이들의 희생 위에서 꽃피운 것이다.” 카이 교수의 목소리는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차분했다. “자네들이 평생 쌓을 수 없는 마법적 성취를 저들은 한순간에 이룩하게 해 주었으니, 영광스러운 희생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나?”

“말도 안 돼… 이건 살인입니다! 사람을 연료로 사용하다니!” 류가 소리쳤다.

“살인이라니? 우리는 단지 마력의 순환을 도울 뿐이다. 학원의 번영, 이 세계의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지. 저 아이들은… 어차피 큰 뜻을 펼치지 못할 평범한 존재들이었어. 하지만 이곳에서, 그들은 가장 고귀한 목적을 위해 존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카이 교수가 비틀린 논리를 펼쳤다.

“그리고 자네들 둘은 이제 이 순환의 일부가 될 차례다.”

카이 교수가 손을 들어 올리자, 오토마톤들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류는 재빨리 공구 상자에서 휴대용 전자기 충격기를 꺼내 들었지만, 오토마톤의 육중한 강철 장갑에겐 역부족이었다. 세라는 손에 든 고서를 떨어뜨리며 뒷걸음질 쳤다.

“도망쳐, 세라!” 류가 소리쳤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오토마톤의 강력한 팔이 류를 들어 올렸고, 다른 한 대가 세라의 팔을 붙잡았다. 류는 발버둥 쳤지만, 강철의 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그의 눈은 다시 거대한 심연의 핵을 향했다. 핵은 마치 그들의 공포를 흡수하려는 듯 더욱 격렬하게 맥동했다. 유리관 속의 희미한 형상들은 여전히 고요했다. 그들의 침묵은 살아있는 자들의 비명보다 더 큰 절규처럼 느껴졌다.

“자네들의 마력 잠재력은 꽤나 높더군. 특히 류, 자네는 이 핵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려 했으니, 분명 좋은… 연료가 될 것이다.” 카이 교수의 입가에 비열한 미소가 떠올랐다.

류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이대로 끌려갈 수 없었다. 학원의 모든 영광과 거짓말이 이 끔찍한 진실 위에 세워졌다는 것을 세상에 알려야 했다. 그의 눈빛은 절망 속에서도 결코 꺼지지 않는 작은 불씨를 품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 힘을 다해 충격기의 출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오토마톤의 약점을 노렸다. 작은 불꽃이 튀었지만, 그것이 이 거대한 어둠을 뒤집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지하 깊은 곳에서 울리는 심연의 핵은 멈추지 않고 맥동했다. 아르카나 학원의 빛나는 명성 아래, 끔찍한 금기는 영원히 숨 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