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스릴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한 형사님, 이쪽입니다.”

강력계 반장 최혁재 경감이 땀으로 축축한 손수건을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오랜 경험으로 다져진 노련함 대신, 풀지 못할 매듭을 만난 듯한 당혹감이 역력했다. 그가 안내한 곳은 강남의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펜트하우스, 그중에서도 가장 안쪽에 자리한 서재였다.

“피해자는 강동식 씨, 향년 50세. IT 업계의 거물이었죠. 은퇴 후에는 외부 활동 없이 혼자 지내셨고, 희귀 골동품 수집에 몰두하셨다고 합니다.”

최 경감의 설명은 한서율의 귓가를 스쳤을 뿐이다. 서율은 이미 눈으로 모든 정보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 검은색 테 안경 너머로 차분하고도 예리한 시선을 던졌다. 깔끔하게 정돈된 머리카락과 흐트러짐 없는 정장 차림은 살벌한 살인 현장과는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서재는 유럽의 어느 고성을 옮겨놓은 듯 고풍스러웠다. 벽면 가득 고서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고, 중앙에는 육중한 서재용 책상이 자리했다. 그리고 그 책상에, 강동식은 엎드린 채 미동도 없었다. 등에는 예리하게 빛나는 은제 편지칼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피가 끈적하게 굳어 책상 위를 얼룩지게 했지만, 서율의 눈길은 그 너머에 있었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는 이렇습니다. 어젯밤 10시경, 비서가 퇴근하며 문을 잠그고 나갔습니다. 오늘 아침 9시, 출근한 비서가 강 씨가 인기척이 없자 이상하게 여겨 문을 열려고 했으나, 문이 안에서 잠겨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관리사무소 직원을 불러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들어갔는데, 보시다시피 이런 상태였습니다.”

최 경감의 목소리에는 답답함이 배어 있었다.

“서재 문은 이중 잠금장치입니다. 외부로 통하는 유일한 출입구인데, 안에서 빗장이 걸려 있었고, 열쇠도 안쪽에 꽂힌 채 잠겨 있었습니다. 창문은 모두 이중으로 닫혀 있었고, 낡았지만 워낙 견고한 구조라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은 전혀 없었습니다. 내부에는 강 씨의 지문 외에는 다른 지문도 발견되지 않았고요.”

최 경감은 한숨을 쉬며 덧붙였다. “완벽한 밀실입니다. 범인은 어디로 사라진 건지, 어떻게 나간 건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지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만….”

서율은 아무 말 없이 시체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그의 시선은 바닥의 미세한 먼지, 책상의 배열, 심지어 벽난로 위에 놓인 낡은 태엽 인형에까지 닿았다. 그러다 그의 발걸음이 문 앞에서 멈췄다. 그는 고풍스러운 문고리와 굳게 잠긴 자물쇠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열쇠가 안에 꽂혀 있었군요.” 서율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왠지 모를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네, 보시다시피요. 안에서 잠그고 그대로 둔 겁니다.” 최 경감이 답했다.

서율은 손전등을 켜고 자물쇠 주변의 미세한 틈새와 나무결을 훑었다. 잠시 후, 그의 시선이 문틀과 문 사이의 좁은 틈에 머물렀다. 그는 손전등 빛을 비추며 그 부분을 응시했다. 마치 그곳에 우주 전체의 비밀이라도 숨겨져 있는 듯했다.

“흠…” 서율은 짧게 콧소리를 냈다. “최 경감님, 이 문은… 범인이 나갈 때 닫은 문이 아닙니다.”

최 경감과 옆에 서 있던 젊은 형사들의 얼굴에 혼란스러운 기색이 스쳤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강 씨가 안에서 잠그고 아무도 못 들어오게 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젊은 형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가능성은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는군요.” 서율은 부드럽게 고개를 저었다. “강 씨는 살해당했습니다. 즉, 스스로 문을 잠글 수 없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렇다면 범인이 안에서 잠그고 나갔어야 하는데, 말씀하신 대로 그럴 방법이 없다는 거죠.”

서율은 다시 문틈을 가리켰다. “여기 보십시오. 문틀과 문 사이의 틈에 미세한 먼지들이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문이 완전히 닫혔을 때 생기는 자국과, 살짝 덜 닫혔을 때 생기는 자국이 미세하게 겹쳐 보입니다.”

그의 설명에도 최 경감은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육안으로는 도저히 식별하기 어려운 흔적이었다.

“범인은 이 방에서 강 씨를 살해한 후, 곧바로 이 문을 통해 나갔습니다.” 서율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문을 완전히 닫지 않은 채, 아주 미세한 틈을 남겼죠.”

젊은 형사가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하지만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열쇠도 안에 꽂혀 있었는데… 어떻게 그 틈으로 나갔단 말입니까?”

“나간 것이 아니라, 그 틈을 통해 잠금장치를 조작한 겁니다.” 서율의 눈이 번뜩였다. “범인은 강동식 씨를 살해한 후, 안에서 빗장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열쇠를 자물쇠에 꽂아 돌려 잠갔습니다.”

모두가 그를 쳐다보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럼 어떻게 나갔습니까?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는데?” 최 경감이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범인은 나갈 때, 자물쇠에 실이나 가는 철사 같은 것을 묶었을 겁니다. 열쇠 손잡이에 튼튼하고 가는 실을 단단히 묶은 뒤, 문을 살짝 연 상태에서 밖으로 몸을 뺀 겁니다. 그리고 나서 문을 거의 닫고, 그 미세한 틈을 통해 밖에서 안쪽의 빗장을 다시 한번 조작했습니다. 아주 얇고 긴 도구를 사용해서 말이죠.”

서율의 설명에 모두의 얼굴에 상상이 그려졌다. 얇고 긴 도구로 빗장을 조작한다면, 밖에서도 안쪽 빗장을 잠글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열쇠는? 열쇠는 안에 꽂혀 있지 않은가.

“하지만 열쇠는요? 열쇠는 안에서 잠겨 있었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젊은 형사가 손짓하며 반문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열쇠는 밖에서 조작되었습니다.” 서율이 작게 미소 지었다. 그의 미소는 섬뜩할 정도로 예리했다. “범인은 밖으로 나온 후, 문을 완전히 닫기 직전, 열쇠에 묶어둔 실을 잡아당겨서 열쇠를 돌려 잠근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실을 조심스럽게 문틈 사이로, 혹은 열쇠 구멍을 통해 빼낸 거죠.”

정적이 흘렀다. 최 경감과 형사들은 서율의 말을 곱씹으며 문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놓쳤던,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가능성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얇은 실, 정교한 도구, 그리고 완벽한 타이밍. 범인의 치밀함이 소름 끼치게 다가왔다.

“이것 보십시오.” 서율은 문틀과 문의 경계선에 있는 아주 미세한, 실에 의해 생긴 듯한 긁힌 자국을 가리켰다.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자물쇠 안쪽의 먼지 상태를 보십시오. 열쇠가 완전히 잠긴 후, 아주 가는 무언가가 마찰하며 빠져나간 흔적과 미세한 먼지 흐트러짐이 보입니다.”

최 경감은 서율이 가리키는 곳을 필사적으로 쳐다봤지만, 쉽게 분간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에는 이미 확신이 들어차 있었다. 서율의 설명은 마치 꿰뚫어 보는 듯 명쾌했고, 논리적으로 완벽했다.

“결국 밀실은 아니었던 거군요…” 최 경감이 멍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우리가 덫에 걸린 겁니다.”

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한 밀실은 없습니다. 다만, 우리의 인식을 속이는 교묘한 트릭이 있을 뿐이죠.” 그의 시선은 다시 강동식의 시체로 향했다. “이제 남은 건, 이 정교한 트릭을 꾸민 자가 누구이며, 왜 이런 잔인하고 치밀한 방법을 택했는지 알아내는 겁니다. 아마 그 답은… 피해자가 수집했다는 ‘희귀 골동품’ 속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서율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밀실의 트릭을 깨는 순간은 그에게 언제나 가장 즐거운 유희였다. 하지만 진짜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범인의 심리를 꿰뚫고, 그가 남긴 미세한 흔적들을 따라가는 여정은 언제나 그의 오감을 자극했다. 그의 다음 발걸음은, 강동식의 서재 어딘가에 숨겨진 또 다른 퍼즐을 찾아 나설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