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상세한 애니메이션 대본 및 스토리보드

## 에테르의 메아리 (Echoes of Aether)

**장르:** 스팀펑크 미스터리 스릴러
**시놉시스:** 현대 도시의 평범한 아파트에 살던 일러스트레이터 지아는 어느 날부터 기괴한 폴터가이스트 현상에 시달린다. 단순한 유령 소동이라기엔 너무나 기계적이고 금속적인 그 현상 뒤에는, 도시의 지하 깊숙이 잊혀 있던 고대의 스팀펑크 장치와 지아의 오래된 유품이 얽힌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SCENE 1]**

**INT. 지아의 아파트 – 주방 / 낮**

_화사한 햇살이 드는 아파트 주방. 모던하고 깔끔한 인테리어 속, 낡고 앤티크한 감성의 소품들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특히 주방 한쪽 벽에 걸린, 정교한 톱니바퀴 문양이 새겨진 작은 황동 벽시계가 시선을 끈다._

_이지아 (20대 후반,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편안한 홈웨어 차림으로 식탁에 앉아 태블릿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커피 머신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여유롭고 평화로운 한때._

**지아 (내레이션)**
고요했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내 작은 아파트는 늘, 완벽한 고요를 약속하는 안식처였다. 그때까지는.

_지아가 펜을 놀리다 말고, 문득 눈살을 찌푸린다. 식탁 위, 어제부터 읽던 소설책이 미묘하게 움직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개를 갸웃하며 책을 빤히 바라보지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얌전히 놓여 있다._

**지아**
(혼잣말)
착각인가. 요즘 너무 잠을 안 잤나…

_지아가 다시 그림에 집중한다. 그때,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커피 머신 옆에 놓여 있던 빈 커피잔이 제자리에서 튀어 오르듯 살짝 들썩인다. 지아의 시선이 재빠르게 커피잔으로 향한다._

**지아**
뭐야?

_커피잔은 다시 얌전히 놓여 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커피잔을 집어 들어 확인한다. 깨지거나 금이 간 곳도 없다. 컵이 뜨거워서 열팽창이라도 한 건가? 기우뚱거리며 스스로 합리화한다._

_그때, 주방 벽에 걸린 황동 시계에서 갑자기 ‘째깍- 째깍- 째깍-‘ 하는 시끄러운 태엽 감는 소리가 들려온다. 시계 바늘이 빠르게 뒤로 감기더니, 현재 시간보다 5분 전을 가리키고 멈춘다._

**지아**
(놀라서)
어?

_지아가 멍하니 시계를 바라본다. 시계는 묵묵히 5분 전의 시간을 가리키고 있을 뿐이다. 지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시계로 다가간다. 오래된 수동 시계는 태엽이 풀리면 멈추는 법이지, 스스로 되감길 리는 없다._

**지아**
(황당하다는 듯)
고장 났나?

_지아가 시계 태엽을 손가락으로 건드려본다. 굳게 잠겨 있어 태엽을 되감으려면 전용 키가 필요하다. 벽시계는 건전지가 아닌 태엽식이다. 지아가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시간을 맞춘다. 그리고 돌아선다. 그 순간, 지아의 등 뒤에서 ‘째깍- 째깍- 째깍-‘ 다시 시계 바늘이 뒤로 감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지아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자, 시계는 다시 5분 전 시간을 가리키고 있다._

**지아**
(진심으로 당황하며)
…미쳤나 봐.

_지아는 시계를 노려본다. 황동 시계는 기묘한 광채를 띠는 듯하다._

**[SCENE 2]**

**INT. 지아의 아파트 – 거실 / 밤**

_며칠 후. 밤늦은 시간. 거실은 어두컴컴하고, 노트북 불빛만 희미하게 지아의 얼굴을 비추고 있다. 지아는 초췌한 얼굴로 노트북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검색창에는 ‘아파트 이상 현상’, ‘폴터가이스트’, ‘환청’ 등의 키워드가 가득하다._

_그동안 소소한 이상 현상들은 점차 대담해졌다. 컵은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져 깨졌고, 자기 전에 분명히 잠갔던 현관문은 새벽에 삐걱거리며 열려 있었다. 가장 기분 나쁜 건, 벽 속에서 들려오는 기계적인 소음이었다. 마치 거대한 톱니바퀴가 삐걱거리며 돌아가는 듯한, 쇠가 긁히는 듯한 소리._

**지아 (내레이션)**
처음엔 환각인 줄 알았다. 과로에 의한 스트레스. 혹은 누군가의 장난. 하지만, 이 기이한 금속성 소음과 날마다 심해지는 현상은… 현실이었다.

_지아가 불안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거실 한쪽 벽에는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낡고 거대한 괘종시계가 서 있다. 정교한 황동과 흑단으로 만들어진, 마치 19세기 영국에서 가져온 듯한 디자인의 시계다. 시계의 유리문 안쪽으로는 거대한 황동 추와 복잡한 톱니바퀴들이 어렴풋이 보인다._

_그때, 괘종시계에서 갑자기 ‘쿠우우웅… 째깍! 째깍! 째깍!’ 하는 굉음과 함께, 내부의 톱니바퀴들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평소보다 훨씬 더 크고 날카로운 소리다. 추는 미친 듯이 좌우로 흔들리고, 시계 내부에 있는 작은 황동 태엽들이 마치 살아있는 벌레처럼 꿈틀거린다._

**지아**
(숨을 들이쉬며)
흐읍…!

_지아가 놀라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다. 괘종시계는 멈추지 않고 내부 기계들이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아의 눈에, 괘종시계의 유리문 안쪽에서 마치 안개가 낀 듯 희미하게 푸른빛이 깜빡이는 것이 보인다._

**지아**
(떨리는 목소리로)
…뭐야, 너… 뭐야?

_갑자기 괘종시계 주변의 공기가 싸늘해진다. 마치 한겨울 냉기가 들이닥친 듯, 입에서 하얀 입김이 나온다. 지아는 팔을 감싸며 뒷걸음질 친다. 괘종시계는 여전히 미친 듯이 삐걱거리고 돌아가며, 푸른빛은 더욱 선명해진다._

_쿵! 책장 위에서 조용히 놓여 있던 두꺼운 백과사전 한 권이 갑자기 튀어 오르더니, 바닥으로 떨어져 ‘콰당!’ 소리를 낸다. 지아가 비명을 지를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아낸다._

**지아**
(귓속말하듯)
제발… 제발 멈춰…

_하지만 괘종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그 소리는 더욱 커지고, 지아는 온몸으로 뼈를 긁는 듯한 금속성 진동을 느낀다. 마치 아파트의 벽과 바닥 전체가 거대한 기계 장치라도 되는 듯._

**[SCENE 3]**

**INT. 지아의 아파트 – 거실 / 낮**

_다음 날, 낮. 지아는 절친한 친구 수현 (20대 후반, 직장인)을 불렀다. 수현은 팔짱을 끼고 거실을 둘러보고 있다. 괘종시계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묵묵히 서 있다._

**수현**
그러니까, 네 말은… 이 시계가 혼자 막 지랄 발광을 하고, 책들이 날아다니고, 벽에서 쇠 긁는 소리가 났다는 거야?

**지아**
(피곤한 얼굴로)
나도 내가 미친 줄 알았어. 근데 진짜라니까? 내가 왜 거짓말을 해.

**수현**
(코웃음 치며)
네가 그림 그리다 밤새고 헛것을 본 거겠지. 봐, 시계 멀쩡하잖아. 어제 네가 잠꼬대하다가 백과사전을 발로 찼을 수도 있고.

**지아**
(억울하다는 듯)
발로 차긴 뭘 발로 차! 그 무거운 책이 혼자 튀어 올랐다고! 그리고 그 벽에서 나는 소리는… 진짜 섬뜩해.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데, 삐걱거리고, 찰칵거리고, 쇠가 긁히는 듯한 소리…

**수현**
(휴대폰으로 벽을 두드리며)
음… 이건 그냥 건물 노후화 소리 같은데? 오래된 파이프나 환풍기 소리일 수도 있고.

**지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니, 달라. 내가 이 아파트에 몇 년을 살았는데. 이건 정말 다른 소리야. 뭔가 살아있는 듯한 기계 소리랄까…

_수현은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이다. 지아의 어깨를 툭 치며 웃는다._

**수현**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폴터가이스트? 유령? 너 그림도 못 그릴 정도로 잠 못 잤다며. 오늘 내가 같이 자줄게. 아니면… 잠깐 우리 집으로 와 있을래?

**지아**
(고개를 젓는다)
아니… 괜찮아. 잠만 같이 자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뭔가… 뭔가 여기 있어.

_그때, 탁자 위, 지아가 아끼는 작은 황동 나침반이 ‘드드득’ 소리를 내며 제자리에서 반 바퀴 돌아간다. 나침반의 바늘은 미친 듯이 흔들리더니, 어느 한 지점을 강하게 가리키며 멈춘다. 그 방향은 다름 아닌, 거실의 괘종시계를 향하고 있다._

_지아와 수현의 시선이 동시에 나침반으로 향한다. 수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다._

**수현**
(눈을 비비며)
방금… 저거 혼자 움직인 거 아니지?

**지아**
(목소리가 떨린다)
아니… 혼자 움직였어.

_두 사람이 나침반과 괘종시계를 번갈아 바라본다. 괘종시계는 여전히 조용하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알 수 없는 금속성 위압감이 느껴진다._

**수현**
(작게 중얼거린다)
헐…

**[SCENE 4]**

**INT. 지아의 아파트 – 거실 / 밤**

_며칠 후. 아파트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깨진 컵 조각, 찢어진 책 페이지, 박살 난 전등 갓. 지아는 한쪽 구석에 웅크려 앉아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다. 폴터가이스트 현상은 이제 지아의 눈앞에서, 대담하고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었다._

_공중에서 책들이 찢어지듯 날아다니고, 접시들이 쟁반 위에서 춤추듯 돌아다니다가 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 났다. 모든 소음이 금속성으로 변했다. ‘쿠드득! 쨍그랑! 삐걱! 쾅!’ 마치 거대한 기계 공장 한가운데 있는 것만 같았다._

**지아 (내레이션)**
수현은 도망쳤다.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병원에 가보라고 소리치면서. 하지만 난 알아. 이건 내 환각이 아니야. 이건… 살아있는 어떤 존재의 울부짖음이야.

_괘종시계 주변의 푸른빛은 이제 거실 전체를 은은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싸늘했던 공기는 이제 피부가 아릴 정도로 차가워졌다. 지아는 이불 속에서 덜덜 떨며 숨을 고른다. 괘종시계의 유리문 안에서는 황동 추와 톱니바퀴들이 더욱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다. ‘덜컥! 덜컥!’ 마치 심장이 뛰는 소리 같다._

_이불을 뒤집어쓴 지아의 눈에, 괘종시계 주변을 맴도는 희미한 형체가 포착된다. 뼈대가 드러난 듯한 기계적인 형상. 수많은 톱니바퀴와 황동 파이프가 엮여 있는 듯한 투명한 모습이다. 환상인가? 아니, 현실이다. 온몸의 털이 곤두선다._

**지아**
(이를 악물고)
…누구야, 너… 뭐야…

_기계적인 형상이 괘종시계 주위를 맴돌다가, 지아를 향해 천천히 다가온다. 그 형체가 움직일 때마다 ‘삐그덕! 찰칵!’ 하는 금속음이 들린다. 차가운 냉기가 지아의 얼굴에 와닿는다. 마치 거대한 기계의 숨결 같다._

_이불 속에서 지아의 눈이 번뜩인다. 괘종시계! 이 모든 현상은 저 괘종시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유품으로 남긴, 오래된 괘종시계._

**지아 (내레이션)**
이상하게도, 이 공포 속에서도 뭔가 알 수 없는 확신이 들었다. 저 시계가 모든 것의 중심이다. 저 기계가… 이 모든 것을 부르고 있어.

_지아는 공포를 이겨내고 이불을 걷어낸다. 괘종시계를 향해 천천히, 하지만 결의에 찬 눈으로 다가간다. 기계 형상은 지아를 향해 팔을 뻗는 듯한 움직임을 취하지만, 지아는 흔들리지 않는다._

**[SCENE 5]**

**INT. 지아의 아파트 – 거실 / 밤 (클라이맥스)**

_지아가 괘종시계 앞에 선다. 괘종시계는 이제 거의 폭주 직전이다. 내부의 모든 톱니바퀴와 태엽들이 미친 듯이 돌아가고, 황동 추는 좌우로 격렬하게 흔들린다. 푸른빛은 거실 전체를 집어삼키고, ‘쿠우우우우웅-! 째깍째깍째깍-!’ 하는 굉음이 아파트 전체를 뒤흔든다._

_기계 형상이 지아의 바로 뒤에 서서, 마치 경고하듯 ‘쉬이익-‘ 하는 증기 소리를 낸다. 지아는 무시하고 괘종시계에 손을 뻗는다. 유리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안쪽을 들여다본다._

_시계 내부의 복잡한 기계 장치들이 육안으로도 확연히 보인다. 황동 파이프, 증기 구동 장치, 그리고 중앙에 박혀 있는, 오묘하게 빛나는 ‘에테르 코어’ 같은 푸른색 수정체. 그 수정체에서 모든 기계적인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듯하다._

**지아**
(중얼거린다)
이게… 할머니의 시계라고?

_그때, 괘종시계 뒤쪽 벽이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푸른빛이 더욱 강렬해지며, 벽이 마치 액체처럼 일렁인다. 벽 뒤로, 또 다른 공간이 희미하게 드러난다. 거대한 기계 장치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증기가 뿜어져 나오며, 낡고 오래된 금속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공간. 마치 지하 깊숙한 곳에 숨겨진 비밀 공방 같았다. 스팀펑크 시대의 유물._

_지아의 눈앞에서, 그 공간 속의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아파트 지하 깊숙한 곳에 잠자고 있던 ‘시간 증폭 장치’가 깨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아의 할머니는 단순히 골동품 수집가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_

_액체처럼 일렁이던 벽의 경계가 더욱 선명해지더니, 그 틈 사이로 수많은 톱니바퀴와 황동 파이프가 엮인 거대한 기계 팔이 삐져나온다. 마치 이 차원문을 넘어 지아의 세상으로 나오려는 듯한 움직임이다. ‘끼이이이잉-!’ 하는 끔찍한 쇠 긁는 소리가 귓가를 찢을 듯 울린다._

_지아는 본능적으로 안다. 이 장치가 완전히 깨어나면, 이 아파트는, 아니 어쩌면 이 도시 전체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혼돈에 빠질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방아쇠는, 지금 눈앞에 있는 괘종시계다._

_지아는 떨리는 손으로 괘종시계 내부의 ‘에테르 코어’를 향해 손을 뻗는다. 코어는 뜨거웠지만, 묘한 끌림이 있었다. 지아가 코어를 잡으려는 순간, 뒤에서 기계 형상이 ‘쉬이익!’ 하며 날카로운 증기 소리를 내고 지아의 어깨를 붙잡는다. 그 기계 팔은 차가웠지만, 묘하게 익숙한 감각이었다._

**지아**
(몸을 떨며)
놔! 이건… 이건 막아야 해!

_지아가 힘껏 코어를 잡아 돌린다. ‘끼이이이익-!’ 하는 끔찍한 마찰음과 함께, 코어가 서서히 돌아간다. 괘종시계 내부의 모든 톱니바퀴가 멈칫하더니, 방향을 틀듯 역회전하기 시작한다. 괘종시계 뒤의 차원문도 불안정하게 일렁인다. 기계 팔이 몸을 옥죄는 고통이 느껴진다._

_지아가 온몸의 힘을 다해 코어를 완전히 돌린다. ‘철컥!’ 하는 거대한 소리와 함께, 괘종시계 내부의 모든 기계 장치가 멈춘다. 푸른빛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멎는다. 뒤편의 기계 형상도 마치 증기처럼 사라진다._

_그리고, 괘종시계 뒤에 열려 있던 차원문도, 벽과 함께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아파트 거실은 다시 평온하고 고요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깨진 조각들만 남아, 방금 전의 광란이 현실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_

_지아는 털썩 주저앉는다. 온몸의 힘이 빠져나간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다._

**[SCENE 6]**

**INT. 지아의 아파트 – 거실 / 낮**

_며칠 후. 깨진 파편들은 모두 치워져 있다. 지아는 차분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 조용히 서 있는 괘종시계를 바라본다. 괘종시계는 이제 움직이지 않는다. 바늘은 멈춰 있고, 내부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저 낡고 고요한, 평범한 괘종시계일 뿐이다. 그러나 지아에게는 더 이상 평범하지 않다._

_그날 이후, 아파트에서는 더 이상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벽 속의 금속성 소음도 사라졌다. 완벽한 고요. 하지만 지아는 안다. 고요는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것을._

_딩동-! 현관 벨이 울린다._

**지아**
(작은 미소를 띠며)
들어와, 수현아.

_김수현이 문을 열고 들어선다. 손에는 마실거리를 들고 있다. 수현은 들어서자마자 거실을 스캔한다._

**수현**
(안심한 표정으로)
봐, 아무 일도 없잖아. 내가 괜히 네 걱정해서 잠도 못 자고… 이제 괜찮은 거지? 진짜 아무 일도 없어?

**지아**
(고개를 끄덕인다)
응. 괜찮아.

_수현은 괘종시계를 힐끗 본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괘종시계. 수현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한다._

**수현**
음, 역시 네가 과로해서 환각을 본 거였어. 잘됐네. 이제 푹 쉬어.

_지아는 수현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지만, 그 시선은 다시 괘종시계로 향한다. 괘종시계의 황동 표면이 햇살을 받아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그 안에는, 이제는 침묵하는 ‘에테르 코어’가 잠들어 있다. 지아는 이제, 이 현대 도시의 지하에 흐르는 숨겨진 톱니바퀴의 맥박을 느끼는 듯하다._

**지아 (내레이션)**
세상은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깊은 비밀을 품고 있었다. 현대의 매끄러운 외피 아래, 낡고 녹슨 태엽들이 여전히 돌아가고 있는… 스팀펑크의 심장을 가진 도시. 그리고 나는, 그 심장의 울림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언제 다시 그 거대한 톱니바퀴가 돌아갈지 모르지만,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적어도, 이 괘종시계가, 침묵 속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안다.

_지아가 괘종시계를 향해 희미하게 미소 짓는다. 괘종시계는 묵묵히 그 자리에 서 있다. 하지만 지아의 귀에는, 세상의 모든 기계들이 잠시 멈춘 채, 다음 박동을 기다리는 듯한 미세한 ‘째깍’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_

**FADE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