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역사물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잿빛 하늘 아래 첫 발자국

**작품명:** 잔해의 노래 (Song of the Ruins)
**장르:** 대체 역사물, 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기
**에피소드 제목:** 잿빛 하늘 아래 첫 발자국

**프롤로그 (Prologue)**

**나레이션 (태율):**
우리는 종종 잊는다. 이 잿빛 하늘이, 이 갈라진 땅이 한때는 생기로 넘쳤다는 것을. 찬란한 불빛이 밤을 밝히고, 강물은 맑게 흘렀으며, 사람들은 두려움 없이 내일을 꿈꿨다는 것을. 하지만 대격변(大激變)은 모든 것을 삼켰다. 번영했던 역사는 폐허가 되었고, 내일은 오늘을 살아내는 것으로 바뀌었다.
나는 그저, 살아남아야 한다.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이.

**장면 1**

**[배경]**
시간: 아침. 뿌옇게 해가 떠오르는 회색빛 하늘.
장소: 구 서울 외곽 지역의 폐허. 붕괴된 고층 빌딩들이 뼈대만 남은 채 스산하게 서 있고, 바닥에는 콘크리트 조각과 녹슨 철근들이 널려 있다. 멀리 보이는 남산 타워는 그마저도 반쯤 무너져 기형적인 모습이다. 바람에 먼지가 휘날리며 황량함을 더한다.

**[패널 1]**
한 젊은 남자가 폐허의 잔해 위를 조심스럽게 걷고 있다. 낡고 헤진 방진 마스크와 고글을 착용하고 있어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어깨에는 낡은 배낭이, 한 손에는 개조된 쇠 지팡이가 들려 있다. 그의 눈빛은 날카롭고 경계심으로 가득하다.
(강태율 – 20대 초반. 생존자 치고는 체격이 좋고 다부지다.)

**나레이션 (태율):**
50년 전, ‘대격변’이 휩쓸고 지나간 한반도는 죽음의 땅이 되었다. 문명은 무너지고,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 살아남은 자들끼리 작은 공동체를 이루었다. 우리가 사는 ‘새벽마을’은 그중 하나.
나는 오늘, 필수 보급품을 찾아 이곳, 옛 수도의 잔해로 나왔다. 이곳은 죽은 도시이자, 동시에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창고다. 물론, 죽음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패널 2]**
태율이 발아래 깔린 흙먼지를 걷어내며 멈춰 서 있다. 흙더미 속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발견하고 고개를 숙인다. 그의 시선은 날카롭게 한 곳에 고정된다.
**SFX:** (바스락) (흙먼지)

**[패널 3]**
태율의 손이 조심스럽게 흙더미를 헤치고, 거기서 녹슨 금속 조각 하나를 들어 올린다. 오래된 기계 장치의 일부인 듯, 복잡한 회로 흔적과 마모된 기어들이 보인다. 하지만 그가 찾던 것이 아닌지, 짧게 한숨을 쉬며 다시 내려놓는다.
**태율 (독백):**
하아… 이것도 쓸모없군.

**[패널 4]**
태율이 고개를 들어 저 멀리 보이는, 그나마 온전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건물 잔해를 응시한다. 낡은 상점 간판이 바람에 흔들리며 삐걱거린다.
**태율 (독백):**
중앙 보급 창고. 소문에 따르면 아직 쓸만한 물건이 남아있다는데… 매번 실패만 반복하고 있다. 오늘은 운이 좋기를.

**장면 2**

**[배경]**
시간: 정오. 회색빛 하늘은 여전히 무겁다.
장소: 붕괴된 중앙 보급 창고 건물 내부. 어두컴컴하고 습기가 차 있다. 천장 일부가 무너져 구멍이 뚫려 있고, 그 사이로 희미한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선반들은 뒤틀리고 물건들은 대부분 파손되어 알아볼 수 없는 상태다.

**[패널 5]**
태율이 건물 내부로 들어선다. 입구에 걸려 있던 낡은 철문이 삐걱거리며 그의 뒤로 닫힌다. 그는 손전등을 켜고 조심스럽게 내부를 살핀다. 빛줄기가 닿는 곳마다 쥐들이 찍찍거리며 도망간다.
**SFX:** (끼이익- 철문 닫히는 소리) (찍찍!)

**나레이션 (태율):**
이런 폐쇄된 공간은 언제나 위험하다. 예측 불가능한 붕괴의 위험도 있지만… 진짜 위협은, 어둠 속에 숨어있는 것들이다.

**[패널 6]**
태율이 한쪽 구석에 쌓여 있는 상자들을 발견한다. 먼지로 뒤덮여 있지만, 다른 것들에 비해 그나마 멀쩡해 보인다. 그는 지팡이 끝으로 상자를 건드려본다.
**SFX:** (툭- 텅!)

**[패널 7]**
상자 더미를 치우자, 그 뒤편에 숨겨진 작은 공간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찌그러진 금속 용기 몇 개가 보인다. 용기 표면에는 ‘정제수’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새겨져 있다.
**태율 (독백):**
이런 곳에… 정제수라니.

**[패널 8]**
태율이 조심스럽게 용기 하나를 집어 든다. 생각보다 묵직하다. 귀를 기울여 흔들어보니, 안에서 물이 찰랑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의 얼굴에 희미한 안도감이 스친다. 마을에 가져가면 한동안은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SFX:** (찰랑찰랑)

**[패널 9]**
태율이 용기를 배낭에 넣으려는 순간, 그의 고글이 순간적으로 섬광을 감지한다. 건물 안쪽 깊숙한 곳, 어둠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그림자.
**SFX:** (스윽…) (싸늘한 기척)

**태율 (독백):**
…젠장. 혼자가 아니었나.

**[패널 10]**
태율이 재빨리 몸을 웅크리고 숨는다. 손전등을 끄고, 쇠 지팡이를 꽉 움켜쥔다. 숨소리마저 죽인 채 어둠 속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SFX:** (정적…)

**[패널 11]**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짐승이었다. 하지만 평범한 짐승이 아니다. 회색빛 털은 듬성듬성 빠져있고, 곳곳에 기형적인 돌기들이 튀어나와 있다. 눈은 충혈되어 붉게 빛나고, 이빨은 날카롭게 튀어나와 있다. ‘변종 들개’.
**SFX:** (으르르르…) (낮은 울음소리)

**[패널 12]**
변종 들개 한 마리가 주변을 경계하듯 코를 킁킁거리며 움직인다. 태율이 숨어 있는 상자 더미 쪽으로 천천히 다가온다.
**태율 (독백):**
젠장, 녀석들은 시각보다 후각이 예민해. 바람 방향이… 최악이군.

**장면 3**

**[배경]**
시간: 계속.
장소: 중앙 보급 창고 내부.

**[패널 13]**
변종 들개가 코를 태율이 숨어 있는 상자 더미에 바싹 들이대고 킁킁거린다. 태율은 숨조차 쉬지 못하고 얼어붙어 있다. 들개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그림자 속에서 빛난다.
**SFX:** (킁킁… 끄응…)

**[패널 14]**
들개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으르렁거린다. 태율은 순간적으로 들켰음을 직감한다.
**SFX:** (크르르르르!!!!)

**[패널 15]**
들개가 맹렬히 태율에게 달려든다! 태율은 기민하게 몸을 피하며 지팡이를 휘둘러 들개의 머리를 가격한다.
**SFX:** (콰앙!) (날카로운 파열음)

**[패널 16]**
들개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나뒹군다. 태율은 자세를 바로잡고 들개를 노려본다. 들개의 머리에서 피가 흐른다.
**들개:** (끼잉… 끼이이잉!)

**태율:**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한 방에 끝낼 순 없나.

**[패널 17]**
나뒹굴었던 들개가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선다. 그 뒤로, 어둠 속에서 또 다른 들개 두 마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세 마리의 들개가 태율을 에워싼다.
**SFX:** (으르르르…) (짐승들의 포효)

**태율 (독백):**
세 마리… 이건 좀 힘든데.

**[패널 18]**
태율은 주위를 둘러본다. 탈출할 곳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쇠 지팡이를 꽉 쥐고, 등 뒤의 배낭을 더욱 단단히 잡는다. 배낭 속의 정제수는 포기할 수 없다.
**태율 (독백):**
여기서 죽을 순 없어. 지아에게, 마을 사람들에게 이 물이 필요해.

**[패널 19]**
세 마리의 들개가 동시에 태율에게 달려든다. 태율은 몸을 날려 한 마리의 목덜미를 지팡이로 후려치고, 다른 한 마리의 공격을 피하며 몸을 돌린다. 혼란스러운 격투가 벌어진다.
**SFX:** (퍽! 콰직! 으르르!) (격렬한 전투음)

**[패널 20]**
싸움은 치열해진다. 태율의 팔에 들개의 발톱이 스치며 깊은 상처를 남긴다.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버틴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마을을 위해 싸운다.
**SFX:** (크윽!)

**[패널 21]**
태율은 재빨리 붕괴된 선반 위로 뛰어오른다. 들개들이 아래에서 으르렁거린다. 태율은 잠시 숨을 고르며 주변을 살핀다. 그의 눈에, 천장의 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줄기가 들어온다. 그 빛줄기 아래, 희미하게 빛나는 녹슨 밸브가 보인다. 오래된 배관의 일부인 듯하다.

**[패널 22]**
태율이 밸브로 달려가 힘껏 돌린다. 낡은 밸브가 삐걱거리며 돌아가고, 이내 천장 파이프에서 녹슨 물이 뿜어져 나온다!
**SFX:** (끼이이이익!) (콸콸콸콸!)

**[패널 23]**
녹슨 물이 들개들을 덮친다. 녀석들은 갑작스러운 물줄기에 놀라 비명을 지르며 혼란에 빠진다. 끈적하고 오염된 물은 녀석들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든다.
**들개:** (끼야아아악!) (컥컥!)

**[패널 24]**
그 틈을 타 태율이 선반 아래로 뛰어내린다. 그는 망설임 없이 출구를 향해 전력 질주한다. 뒤에서 들개들의 분노에 찬 울음소리가 따라붙지만, 그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SFX:** (타다다닥!)

**장면 4**

**[배경]**
시간: 오후. 해가 서쪽으로 기울며 하늘이 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장소: 새벽마을. 폐허가 된 건물 잔해들을 방벽 삼아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움집들. 중앙에는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몇몇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패널 25]**
태율이 지친 몸을 이끌고 마을 입구에 도착한다. 그의 팔에서는 피가 흐르고, 옷은 흙먼지로 얼룩져 있지만, 그의 배낭은 묵직하다.
**SFX:** (헉… 헉…) (거친 숨소리)

**[패널 26]**
마을 입구를 지키던 노인이 그를 발견하고 반갑게 달려온다. 노인의 얼굴에 안도감이 스친다.
**노인:**
태율아! 무사했구나! 걱정했다…

**[패널 27]**
그때, 한 소녀가 달려와 태율의 품에 안긴다. 태율의 여동생 같은 존재인 ‘지아’다. 그녀의 눈은 걱정과 기쁨으로 가득하다.
**지아 (울먹이며):**
오빠! 너무 늦어서… 또 다쳤잖아!

**[패널 28]**
태율이 한 팔로 지아를 안고, 다른 손으로 지아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의 얼굴에 비로소 긴장이 풀린 듯한 희미한 미소가 떠오른다.
**태율:**
괜찮아, 지아. 별거 아니야.
(배낭을 내려놓으며)
봐라, 오늘은 아주 귀한 걸 구해왔지.

**[패널 29]**
태율이 배낭에서 찌그러진 정제수 용기들을 꺼낸다. 마을 사람들의 눈이 일제히 빛난다. 촌장이 다가와 용기를 들어 올린다.
**촌장:**
정제수… 정말 귀한 걸 구해왔구나, 태율아. 덕분에 한동안은 걱정 없겠어. 고맙다.

**[패널 30]**
마을 사람들이 기쁨에 찬 얼굴로 태율을 바라본다. 아이들은 환호하고, 어른들은 고마움에 고개를 숙인다. 태율은 그들을 바라보며 지친 미소를 짓는다.
**SFX:** (와아아!) (웅성웅성)

**나레이션 (태율):**
이 작은 공동체가, 이 황량한 세계에서 내가 살아가는 이유다. 하루하루가 생존을 위한 투쟁이지만, 이들의 미소가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패널 31]**
지아가 태율의 상처 난 팔을 치료해준다. 그녀의 손길은 조심스럽고 따뜻하다. 태율은 지그시 눈을 감고 그녀의 온기를 느낀다.
**지아:**
오빠, 다음에는 정말 무리하지 마. 알았지?

**태율:**
(눈을 뜨며)
알았어.

**[패널 32]**
태율이 지아의 손을 잡는다. 노을이 지는 하늘은 여전히 잿빛이지만, 마을의 모닥불은 따뜻하게 타오른다. 멀리 보이는 폐허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다.
**태율 (독백):**
이곳은 끝없이 우리를 위협한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낼 것이다. 대격변이 모든 것을 바꾸었지만, 인간의 의지까지 꺾을 수는 없을 테니까. 언젠가는 이 잿빛 하늘 아래에서도, 푸른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패널 33]**
태율이 지아와 함께 모닥불을 바라본다. 불꽃이 어둠을 가르고 피어오른다.
**나레이션 (태율):**
오늘도, 우리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내일도, 우리는 살아남을 것이다.

**에필로그 (Epilogue)**

**[배경]**
시간: 밤.
장소: 새벽마을. 모든 불빛이 꺼지고, 태율과 지아의 움집 안에 희미한 등불 하나만 빛난다.

**[패널 34]**
태율이 잠든 지아의 머리맡에 앉아, 오늘 구해온 정제수 용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자신의 팔에 난 상처를 조용히 매만진다. 그의 눈빛은 고요하지만, 깊은 결의가 담겨 있다.
**SFX:** (밤벌레 소리) (정적)

**나레이션 (태율):**
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세계를 알지 못한다. 다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속에서 찬란했던 과거를 상상할 뿐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우리가 살아낼 미래를 위해, 오늘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잿빛 하늘은 여전히 무겁고, 위험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노래는 계속될 것이다. 이 잔해의 땅 위에서, 우리의 생존을 노래하는.

**[패널 35]**
어둠 속에서, 멀리 보이는 옛 서울의 폐허들이 희미하게 실루엣을 드러낸다. 그 위로, 핏빛 노을이 아직 남아있다. 폐허는 여전히 거대하고 위협적이지만, 그 아래 작은 마을의 불빛은 꺼지지 않고 빛나고 있다.

**나레이션 (태율):**
우리의 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에피소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