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역사물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밤이 짙게 깔린 숲은 모든 소리를 삼키고 있었다. 고요함 속에서 나뭇잎 스치는 소리만이 유령처럼 떠다녔다. 엘리안 황자는 낡은 망토의 깃을 더욱 바싹 여몄다. 제국 기사단의 눈을 피해 여기까지 오는 길은 언제나 심장을 조이는 고행과 같았다. 이 숲은 빛의 제국과 숲의 종족의 경계, 그 누구도 쉽사리 발을 들이지 않는 금단의 땅이었다.

차갑게 식어가는 공기 속에서 그의 시선은 숲 깊숙한 곳을 꿰뚫고 있었다. 곧 올 것이다. 그가 아는 모든 위험과 제국의 율법을 기꺼이 어기게 만드는 유일한 존재.

나뭇가지 사이로 달빛이 부서져 내리는 순간, 어둠 속에서 푸른빛이 번뜩였다. 날카로운 나뭇가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이어 가벼운 발소리가 들렸다. 엘리안은 무의식적으로 검자루에 손을 얹었다가 이내 힘을 뺐다. 적이 아니었다. 그의 세계의 그 어떤 것도 모방할 수 없는, 가장 아름다운 움직임이었다.

숲의 정령처럼 미끄러져 나타난 것은 리아나였다. 은색 머리카락이 달빛을 받아 신비롭게 빛났고, 밤색 눈동자는 숲의 모든 지혜를 담은 듯 깊고 고요했다. 길고 가느다란 귀 끝이 밤바람에 살짝 떨렸다.

“늦었잖아, 엘리안.”

그녀의 목소리는 새벽 숲의 이슬처럼 청량하면서도, 동시에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단비 같았다. 그의 이름을 부르는 방식은 언제나 그의 심장을 쿵 떨어뜨렸다.

엘리안은 그녀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어깨를 감쌌다. 차가운 숲의 공기 속에서도 그녀의 몸은 이상하리만치 따뜻했다.

“미안하다. 순찰대가 평소보다 많았어. 숲의 종족 영역으로 넘어오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리아나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응시했다.

“그래, 우리 쪽도 마찬가지야. 어제 새벽, 북쪽 감시초소 근처에서 제국 병사들의 발자국을 찾았어. 숲 깊숙한 곳까지 들어오려 한 흔적이야.”

그녀의 눈빛에 우려와 함께 익숙한 분노가 스쳐 지나갔다. 숲의 종족은 침범을 가장 증오했다. 그들의 땅은 곧 그들의 생명이나 다름없었으니.

“제국은 늘 너희 숲의 마력에 탐을 냈지.” 엘리안은 쓰게 말했다. “하지만 이번엔 단순한 탐욕이 아닌 것 같다. 황궁에서 내려온 칙령이… 북방 경계를 강화하고, 숲의 종족과의 모든 교류를 엄격히 금하라는 내용이었어. 이전보다 훨씬 강경해졌지.”

리아나의 얼굴에 어둠이 드리웠다. “우리 장로들도 이상한 징후를 감지하고 있어. 숲의 숨결이 흐트러지고, 오래된 나무들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어. 마치… 무언가 거대한 힘이 숲의 균형을 깨뜨리려는 것처럼.”

그들은 잠시 말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관계는 두 세계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피어난 한 줄기 연약한 불꽃과 같았다. 언제 꺼질지 모르는.

“너무 위험해, 리아나.” 엘리안은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만약 우리가 발각된다면….”

“알아.” 그녀는 그의 손바닥에 자신의 뺨을 비볐다. “하지만 멈출 수 없어, 엘리안. 숲의 예언이…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고 속삭였어. 이 균열 속에서, 너와 나만이 유일한 희망이 될지도 몰라.”

“희망이라….” 엘리안은 헛웃음을 흘렸다. “제국은 너희를 야만적인 존재로 규정하고, 너희는 우리를 탐욕스러운 침략자로 보는데.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것.” 리아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의 눈동자에 흔들림 없는 확신이 서렸다. “서로를 이해하고, 세상의 편견에 맞서는 것. 그것이 시작이야.”

그 순간, 멀리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툭, 툭, 툭.* 정체를 알 수 없는 리듬이었다. 엘리안은 즉시 몸을 낮췄다. 숲의 종족의 사냥꾼들이나 제국 기사단의 발소리는 아니었다. 너무나도 불규칙하고, 무거운 소리.

리아나의 표정이 경직되었다. 그녀는 예민한 귀를 쫑긋 세웠다.

“숲의 울음소리가 아니야.” 그녀가 속삭였다. “이 소리는… 땅을 파헤치는 소리. 동쪽 계곡 방향이야. 제국 병사들이라면 벌써 매복을 했을 텐데… 아니, 병사들의 움직임과는 달라.”

엘리안은 검자루를 꽉 쥐었다. 분명 무언가 평소와 다른 일이었다. 그들이 이 위험한 만남을 위해 정해둔 비밀 장소에, 다른 누군가가 접근하고 있다는 불길한 예감.

“숨어!” 엘리안은 그녀를 끌어당겨 거대한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두 사람의 심장이 격렬하게 울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거대한 그림자가 숲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키가 인간의 두 배는 족히 되는, 검은 털로 뒤덮인 짐승 같기도 하고, 무언가에 홀린 듯 비틀거리는 인간 같기도 한 형체.

그것은 손에 거대한 철퇴를 들고 있었다. 철퇴가 땅에 닿을 때마다 숲이 진동하는 듯했다. 형체는 무언가를 찾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마치 길을 잃은 거인처럼.

엘리안과 리아나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들의 은밀한 만남은 늘 제국이나 숲의 종족 양쪽의 눈을 피해야 하는 이중의 위험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마주한 존재는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 미지의, 그리고 명백히 위협적인 존재였다.

거인이 한 걸음 더 그들 쪽으로 다가왔다. 어둠 속에서도 번뜩이는 붉은 눈이 섬뜩했다. 그것은 숲의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기어 나온 듯한 불길한 존재였다. 그들의 비밀스러운 장소는 이제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았다.

엘리안은 리아나의 손을 꽉 잡았다. 그녀의 작은 손이 그의 손 안에서 떨리고 있었다.

“저건… 무엇이지?” 리아나가 겨우 목소리를 냈다.

엘리안은 침묵했다. 그는 제국의 도서관에서 수많은 고서를 읽었고, 기사단에서 온갖 괴담과 전설을 들었지만, 저런 존재에 대한 기록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미지의 공포가 그들의 심장을 옥죄어왔다. 두 세계의 경계에 드리운 새로운 그림자. 그 그림자는 어쩌면, 두 사람의 금지된 사랑을 삼켜버릴 수도 있는 거대한 재앙의 전조일지도 몰랐다.

그들은 이 자리에서 벗어나야 했다. 하지만 저 존재는 그들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해 보였다. 엘리안은 리아나를 감싸 안으며 생각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이번 만남은 그들의 사랑뿐 아니라, 두 세계 전체의 운명을 흔들 전조가 될 것임을 예감하며, 그는 어둠 속에서 검자루를 더욱 단단히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