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에피소드 1: 망각된 그림자 (Forgotten Shadow)

**[표지]**
(차가운 도시의 밤. 마천루 숲 사이, 한 고층 빌딩의 어두운 창문 너머로 붉은 빛이 일렁인다. 그 아래, 빗줄기가 스치는 황량한 뒷골목에 검은 실루엣이 서 있다. 실루엣의 손에는 낡고 빛바랜 디지털 사진 프레임이 들려있고, 프레임 속에는 한때 밝게 웃던 두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한 남자의 얼굴은 프레임 모서리에 금이 가 흐릿하게 지워져 있다.)

**[장면 1: 텅 빈 빌딩의 메아리]**

**[패널 1]**
(어둠에 잠긴 폐허가 된 고층 빌딩의 내부. 빗물이 새어 들어와 녹슨 철근과 부식된 콘크리트 바닥을 적신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만이 정적을 깬다. 먼지가 쌓인 잔해물들 사이로, 한 줄기 푸른색 홀로그램 빛이 희미하게 깜빡인다.)

**[패널 2]**
(그 빛의 원천은 강하준. 그는 낡았지만 기능적인 검은색 테크웨어 슈트를 입고 있다. 얼굴은 후드와 마스크에 가려져 거의 보이지 않지만, 그 사이로 언뜻 비치는 눈빛은 냉기와 지독한 집중력으로 가득하다. 그의 손놀림은 섬세하면서도 기계처럼 정확하다. 빗물 자국이 선명한 낡은 작업대에 최첨단 해킹 장비들이 정교하게 펼쳐져 있다. 그 장비들 사이에서 푸른 홀로그램 인터페이스가 춤을 추듯 정보를 띄운다.)

**하준 (내레이션)**
…몇 년이 흘렀더라.
모든 것을 잃고, 모든 것을 지워버린 채,
망각된 그림자처럼 살았다.
내 존재를 아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딱 한 놈만 빼고.

**[패널 3]**
(하준의 눈이 클로즈업된다. 그 눈동자에는 고통과 분노가 서려 있지만, 동시에 차갑게 벼려진 칼날 같은 결의가 보인다. 그의 시야에 떠오른 홀로그램 화면은 복잡한 네트워크 구조를 보여주며, 그 중심에는 ‘유진그룹 (YUJIN GROUP)’이라는 로고가 선명하다.)

**하준 (내레이션)**
강하준은 죽었다.
그날, 너의 배신으로.
하지만 내가 죽인 건,
선한 강하준이었을 뿐.

**[패널 4]**
(하준의 손이 홀로그램 인터페이스 위를 스치자, 복잡한 암호화된 데이터 블록들이 빠르게 스크롤된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흘러나오는 푸른빛이 데이터 흐름을 조작하며 하나의 붉은색 타겟 지점을 향해 나아간다. 타겟 지점은 거대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아크로폴리스 타워’의 핵심 서버실을 지시하고 있다.)

**하준 (내레이션)**
이제… 내가 돌아왔다, 최유진.
그리고 나는 더 이상 강하준이 아니다.
너를 파괴하기 위해 재탄생한,
또 다른 그림자일 뿐.

**[장면 2: 아크로폴리스의 심장부]**

**[패널 5]**
(아크로폴리스 타워 최상층, 최유진의 집무실. 도시의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통유리창 너머로 네온사인이 번쩍인다. 넓고 화려한 공간은 최소한의 가구와 예술품으로 채워져 있으며, 모든 것이 미래적이고 깔끔하다. 최고급 가죽 소파에 기대앉아 와인잔을 흔들고 있는 최유진의 모습. 그의 얼굴에는 성공한 자의 여유와 만족감이 가득하다.)

**[패널 6]**
(유진이 들고 있는 와인잔에 비친 그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그의 눈빛은 번득이고,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다. 그의 옆에 서 있는 홀로그램 비서 ‘세라’가 온화한 목소리로 보고한다.)

**세라 (홀로그램, 음성)**
“회장님. ‘프로젝트 제니스’의 최종 점검이 완료되었습니다. 내일 오전 10시, 예정대로 글로벌 런칭 행사가 진행됩니다.”

**최유진**
(느긋하게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수고했어, 세라. 역시 예상대로군. 이 세상은 늘 내가 옳았다는 걸 증명해 주지.”

**[패널 7]**
(유진이 창밖의 도시를 내려다본다. 그의 시선은 마치 이 도시 전체가 자신의 소유물인 양 거만하게 느껴진다.)

**최유진**
“하아… 강하준. 네가 옆에 있었다면, 얼마나 더 빨리 이 모든 걸 손에 넣었을까. 아니, 어쩌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지도 모르지. 네놈의 그 고리타분한 윤리 의식 때문에.”

**[패널 8]**
(유진의 얼굴에 스쳐 지나가는 경멸과 조롱의 표정. 그의 손가락이 공중에 한 번 튕겨지자, 홀로그램 비서가 사라지고 투명한 패널에 ‘프로젝트 제니스’의 핵심 기술 개요가 띄워진다. 그것은 인간의 뇌와 기계를 직접 연결하여 의식을 확장하고, 모든 네트워크를 통합 제어하는 혁명적인 인터페이스 기술이었다. 한때 하준과 유진, 두 사람이 함께 꿈꾸던 인류의 미래였다.)

**최유진**
“네가 그토록 고귀하게 여겼던 ‘인류의 진보’는 결국 내 손에 들어와 ‘권력의 정점’이 되었군. 아이러니하지 않나, 친구?”

**[장면 3: 잠식과 발작]**

**[패널 9]**
(다시 하준의 은신처. 홀로그램 인터페이스에 유진그룹의 보안망이 거대한 거미줄처럼 펼쳐져 있다. 하준의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 보이지 않는 침투 경로가 한 줄기 빛처럼 뻗어 나간다. 보안망의 붉은 방화벽들이 하나둘씩 푸른색으로 바뀌며 뚫린다. 마치 생체 조직이 감염되는 것처럼.)

**하준 (내레이션)**
네가 훔쳐간 건 단순한 기술이 아니었다, 유진.
우리의 꿈이었다.
우리가 함께 쌓아 올린 미래의 청사진이었다.
그리고 그 미래는, 너 때문에 지옥으로 변했지.

**[패널 10]**
(하준의 눈이 번뜩이자, 홀로그램 화면에 ‘프로젝트 제니스’의 핵심 제어 시스템이 나타난다. 수많은 서버들과 연결된 거대한 신경망처럼 보이는 시스템이다. 그는 망설임 없이 특정 코드를 입력한다. 그 순간, 시스템 곳곳에 붉은 경고등이 깜빡이기 시작한다.)

**하준 (내레이션)**
네가 이룩한 모든 것은,
네가 나에게서 앗아간 모든 것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니 이제, 그 기반을 무너뜨릴 시간.

**[패널 11]**
(아크로폴리스 타워 내부, 유진그룹 중앙 통제실. 수십 명의 기술자들이 모니터 앞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갑자기 모든 스크린이 일제히 붉은색 경고 메시지를 띄우기 시작한다. ‘CRITICAL ERROR!’, ‘SYSTEM OVERLOAD!’, ‘DATA CORRUPTION DETECTED!’.)

**[패널 12]**
(기술자들의 얼굴에 경악과 당황이 스친다. 한 직원이 다급하게 소리친다.)

**기술자 1**
“말도 안 돼! 제니스 프로젝트 메인 서버가… 해킹당했습니다! 데이터가, 데이터가 손실되고 있어요!”

**[패널 13]**
(중앙 통제실 천장의 거대한 홀로그램 디스플레이가 혼란스럽게 지직거린다. ‘프로젝트 제니스’의 아름답던 시뮬레이션 영상은 이제 깨진 유리 조각처럼 산산조각 나며 엉뚱한 이미지와 에러 코드들을 마구잡이로 뿜어낸다. 로봇 팔들이 오작동하며 엉뚱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보안 시스템이 경보음을 울리며 요란하게 번쩍인다.)

**기술자 2**
“방화벽이 뚫렸습니다! 침입자가 시스템 깊숙이 들어왔어요!”

**[장면 4: 불청객의 흔적]**

**[패널 14]**
(다시 유진의 집무실. 그의 홀로그램 비서 ‘세라’가 창백한 얼굴로 다급하게 나타난다.)

**세라 (홀로그램)**
“회장님! 비상 상황입니다! 제니스 프로젝트 메인 서버에 치명적인 침입이 발생했습니다! 현재 시스템 전체가 마비되고 있습니다!”

**[패널 15]**
(유진의 얼굴에서 여유로운 미소가 사라지고, 순식간에 분노와 당황함이 뒤섞인다. 들고 있던 와인잔이 그의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지며 바닥에 깨진다.)

**최유진**
“뭐라고?! 무슨 소리야! 제니스 프로젝트는?! 내일 런칭이라고 했잖아! 누가 감히 내 시스템에 손을 대?!”

**[패널 16]**
(유진이 책상으로 달려가 다급하게 홀로그램 패널을 조작한다. 화면에는 통제실에서 보던 것과 같은 아비규환의 상황이 펼쳐진다. 데이터 손실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것이 보인다. 그의 눈이 격렬하게 흔들린다.)

**[패널 17]**
(그 순간, 유진의 눈앞에 있는 모든 홀로그램 패널과 심지어 도시 전역의 전광판, 그리고 유진그룹의 모든 디스플레이 시스템에 지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단 하나의 이미지, 단 하나의 글자가 번개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그것은 한때 유진과 하준이 함께 만들었던 초기 프로토타입의 로고, 그리고 그 아래 흐릿하게 새겨진 이니셜 ‘K.H.J.’였다.)

**[패널 18]**
(유진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린다. 그의 눈빛은 공포로 가득 차고, 숨을 헐떡인다. ‘K.H.J.’… 강하준. 그는 그 이름을 떠올리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낀다.)

**최유진**
(떨리는 목소리로)
“강… 강하준…? 설마… 네가…?”

**[장면 5: 복수의 서막]**

**[패널 19]**
(다시 하준의 은신처. 홀로그램 인터페이스에는 유진그룹 시스템의 파괴된 잔해가 데이터 파편처럼 흩어져 있다. 하준은 침착하게 장비들을 해체하며, 그의 얼굴을 가리던 마스크를 천천히 벗는다. 그의 얼굴은 냉정하고 차갑지만, 그 속에는 오랜 고통과 결의가 뒤섞여 있다.)

**[패널 20]**
(하준의 눈이 클로즈업된다. 그의 눈빛에는 지독한 허무함과 동시에 불타는 복수심이 공존한다. 창밖의 도시에는 여전히 유진그룹의 전광판이 빛나지만, 그 위에 일시적으로 나타났던 ‘K.H.J.’라는 이니셜은 사라진 지 오래다.)

**하준 (내레이션)**
(속삭이듯이)
그래. 나다. 강하준.
네가 죽였다고 생각했던 그 강하준이,
네가 짓밟아버린 그 자리에서,
네게 복수하기 위해 돌아왔다.

**[패널 21]**
(하준이 낡은 테이블 위, 금이 간 디지털 사진 프레임을 집어 든다. 프레임 속의 사진은 여전히 유진과 하준이 어깨동무를 하고 활짝 웃는 모습이다. 그는 그중 유진의 얼굴이 있는 부분을 엄지손가락으로 서서히 지운다.)

**하준 (내레이션)**
이건 그저 시작에 불과해, 유진.
네가 나에게서 앗아간 모든 것을 돌려받을 시간이야.
우리의 꿈, 나의 명예, 그리고 나의 모든 것.
그리고 그 대가는…
네가 잃을 모든 것이 될 거다.

**[패널 22]**
(하준이 프레임을 내려놓고, 폐허가 된 빌딩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깨진 창문으로 향한다. 그의 등 뒤로 도시의 번쩍이는 불빛이 펼쳐진다. 그의 실루엣은 도시의 그림자 속에 완전히 스며든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망설임 없이, 차가운 복수의 칼날처럼 빛난다.)

**하준 (내레이션)**
네가 나를 지옥으로 밀어 넣었으니,
이제 그 지옥에서 네 손을 잡고 함께 내려갈 차례다.
준비됐나, 친구?


**[에피소드 1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