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잊혀진 심연의 별

## 1. 낡은 신당의 메아리

하늘은 언제나처럼 잿빛이었다. 샛별동의 오후는 그 흔한 학교 종소리마저 먹먹하게 만드는 끈적한 습기로 가득했다. 문하윤은 낡은 교정의 후문 대신, 잡초 무성한 담장을 넘어 익숙한 지름길로 향했다. 어깨에 멘 낡은 캔버스 가방이 삐걱거렸지만,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그녀의 목적지는 샛별동 사람들이 ‘어둠골 신당’이라 부르는, 마을 외곽의 버려진 작은 사당이었다.

학교에서 집까지 가는 길은 뻔했지만, 하윤은 늘 다른 길을 택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곳, 시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 잊혀진 듯한 장소들에 유독 끌렸다. 그리고 어둠골 신당은 그런 그녀에게 일종의 성지 같은 곳이었다. 울창한 고목들이 하늘을 가려 한낮에도 어둑어둑한 그곳은, 마치 세상과 단절된 또 다른 공간처럼 느껴졌다.

“흐읍, 흐읍…”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자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신당의 주춧돌 위에 걸터앉았다. 땀으로 젖은 앞머리를 쓸어 올리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혀주었다. 낡은 신당의 목재 기둥에는 이끼가 피어 있었고, 여기저기 삭아버린 흔적이 역력했다. 한때는 마을 사람들의 발길이 잦았을 이곳이 이렇게 잊혀져 버린 이유를 하윤은 알지 못했다. 그저 오래 전부터, 할머니의 할머니 때부터 그랬다는 이야기만 전해질 뿐이었다.

하윤은 가방에서 스케치북과 연필을 꺼냈다. 오늘은 어떤 풍경을 담아낼까. 부서진 기와 조각, 거미줄이 쳐진 석등, 아니면 뿌리를 드러낸 채 바위를 휘감은 고목의 기이한 형상? 텅 빈 스케치북 위에 연필을 가져다 대기 전, 그녀의 시선은 문득 땅바닥에 꽂혔다.

신당 뒤편, 뿌리가 뒤엉킨 나무 밑동 사이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이는 듯했다.

‘뭐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원래 이런 곳에 빛날 만한 건 없었다. 한 손으로 스케치북을 들고 다른 손으로 나뭇가지와 흙을 헤쳐냈다. 이내 손끝에 차가우면서도 매끄러운 감촉이 닿았다. 흙을 좀 더 파내자, 그 정체가 드러났다.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의 은빛 펜던트였다. 오래된 것임이 분명했으나, 흙먼지를 털어내자 묘한 광택을 띠었다. 가장자리는 정교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중앙에는 투명한 듯 불투명한, 마치 잠자는 별을 가둔 듯한 결정체가 박혀 있었다. 결정체는 하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아주 미세한 진동을 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가 펜던트를 완전히 손에 쥐는 순간이었다.

정말 찰나였다. 손 안의 펜던트에서 따뜻한 온기가 솟아올랐고, 결정체에서 섬광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하윤의 머릿속에 엄청난 양의 영상이 쏟아져 들어왔다.

수천, 수만 년은 되어 보이는 거대한 돌기둥들.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나는 벽면의 문양들. 지하 깊숙한 곳에서 울려 퍼지는 웅장한 물소리.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감싸는, 형언할 수 없는 고대의 힘. 이 모든 풍경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거대한 지하 도시, 잊혀진 문명. 알 수 없는 언어로 새겨진 비문들이 그녀의 눈앞을 스쳤다. 압도적인 경외감과 동시에,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갈증이 솟아올랐다.

“으읍…!”

갑작스러운 충격에 하윤은 비틀거리며 신당의 기둥에 등을 기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환상이었을까? 착각이었을까? 눈을 감았다 뜨자 모든 것이 원래대로였다. 펜던트는 여전히 그녀의 손 안에 들려 있었지만,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 평범한 오래된 장신구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귓가에는 아직도 그 거대한 물소리가, 그리고 알 수 없는 언어로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맴도는 것 같았다.

‘찾아라… 잊혀진 심연의 길을…’

너무나도 희미해서 자신이 만들어낸 환청인지, 아니면 정말로 들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에 들린 펜던트만큼은, 더 이상 단순한 유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의 평범한 일상에 균열을 내고, 미지의 세계로 그녀를 이끄는 첫 번째 표식이었다.

하윤은 펜던트를 꽉 쥐었다. 차갑던 은빛 펜던트에서 여전히 희미한 온기가 느껴졌다. 그녀의 눈은 신당을 둘러싼 울창한 숲 너머, 샛별동의 아파트 단지가 희미하게 보이는 곳을 응시했다. 더 이상 그 풍경이 예전처럼 따분하고 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잊혀진 지하 유적? 고대의 힘? 지금까지 그녀가 상상해왔던 어떤 판타지 소설보다 더 현실적이고 강렬하게, 그 목소리가 그녀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어둠골 신당에 다시금 정적이 찾아왔지만, 하윤의 마음속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듯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전에는 없던, 강렬한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무언가 거대한 것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작점에, 문하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