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시간여행)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그림자 오벨리스크》

“함장님, 아무래도 큰일 난 것 같습니다.”

정적만이 지배하던 함교에 박준호 기술 담당관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잠시간의 평화로운 침묵을 깨는, 공포에 질린 외침이었다. 이진우 함장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박 담당관, 보고해. 뭐가 문제지?”

“정확히는 문제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기존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지 않는, 아니, 존재할 수 없는 에너지 시그널입니다! 너무 강해서 다른 모든 감지 기록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침묵은 다시 찾아왔지만, 이번에는 긴장으로 가득 찬, 얼어붙을 듯한 침묵이었다. 아르테미스호는 칠흑 같은 심우주를 수년째 탐사 중이었다. 온갖 기이한 현상과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을 마주했지만, ‘존재할 수 없는’이라는 말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다. 이진우 함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경로 수정. 해당 시그널의 원점으로. 김서연 탐사대장, 전 대원에게 비상 태세를 지시하고 무기 시스템 활성화 준비해.”

김서연 대장의 차분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알겠습니다, 함장님. 하지만 탐사선에 탑재된 센서로는 시그널의 구체적인 특징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너무나 이질적입니다.”

“이질적이라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인가?” 이 함장이 되물었다.

“마치… 어떤 존재가 시공간의 물리법칙 자체를 뒤흔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중력, 전자기파, 암흑 에너지… 모든 것이 뒤섞여 분석 불능 상태입니다.”

그녀의 말에 함교에 있던 모든 대원의 얼굴에 불안감이 스쳤다. 우주선 내부를 감싸던 미세한 기계음마저 잦아든 듯한 착각에 빠졌다. 며칠 밤낮을 쉬지 않고 항해한 끝에, 아르테미스호는 시그널의 원점에 도달했다.

“육안으로 확인됩니다!” 박준호 담당관의 목소리가 전보다 더 격앙되어 있었다. “함장님, 주 화면에 띄웁니다.”

메인 스크린에 나타난 광경은 모두의 숨을 멎게 했다. 거대한 오벨리스크였다. 한 변이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완벽한 정육면체. 표면은 칠흑 같았지만, 빛을 흡수하는 대신 주변의 모든 것을 왜곡하며 불길한 광택을 뿜어내고 있었다. 별들의 빛조차 그 앞에서 휘어지는 듯했다. 우주에 떠 있는 거대한 그림자, 그 자체였다.

“이게… 뭐야?” 한지혜 의료 담당관이 마른침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누가, 언제, 왜 이런 걸…?”

“분석 시도 중입니다만, 모든 센서가 오류를 뿜어냅니다.” 박준호가 말했다. “표면 온도는 절대 영도에 가깝지만, 내부에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이상합니다, 함장님.”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이 함장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시간입니다. 제어실의 시계가… 미묘하게 뒤틀리고 있습니다. 1초가 때로는 0.999초처럼, 때로는 1.001초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다른 장비의 시간 기록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의 흐름이 미세하게 뒤틀린다는 말에 함교 전체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우주에서 시간의 개념은 절대적인 기준이었다. 그 기준이 흔들린다는 것은 곧 존재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의미였다.

“함장님, 저 구조물에서 약한 진동이 느껴집니다.” 김서연이 보고했다. “마치… 숨을 쉬는 것 같습니다. 일정한 주기로.”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 오벨리스크의 표면에서 억누를 수 없는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아르테미스호가 거친 흔들림에 휩싸였다. 비상등이 깜빡이고, 함선 전체에서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젠장! 모든 계기판이 미쳐 날뛰고 있어!” 박준호가 소리쳤다. “에너지 레벨이… 예측 불가능하게 치솟고 있습니다! 함선 방어막에 비상 전력 공급!”

오벨리스크에서 뿜어져 나온 파동은 단순한 충격파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존재의 근원을 흔드는 듯한, 형언할 수 없는 무엇이었다. 모든 승무원은 마치 거대한 보이지 않는 손에 짓눌리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때, 일어났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메인 스크린이 섬광으로 뒤덮였다. 눈을 감았다 뜬 순간,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함교는 여전히 아르테미스호의 함교였지만, 어딘가 이질적이었다. 패널 곳곳에 금이 가 있고, 불꽃이 튀는 전선들이 노출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스크린에 비치는 바깥 풍경이 달랐다. 칠흑 같은 우주 대신, 불타는 잔해와 함께 거대한 행성의 파편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이게… 뭐야…?” 한지혜가 넋이 나간 듯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 멀게 들렸다.

이진우 함장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비볐다. 분명 방금 전까지 오벨리스크 앞이었는데, 눈앞에 펼쳐진 것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그 순간, 그의 시야 한구석에 믿을 수 없는 것이 잡혔다.

불타는 잔해들 사이로, 부서진 채 표류하고 있는 거대한 우주선.

그것은… 아르테미스호였다. 그들의 우주선과 똑같은 모습의, 완전히 파괴된 잔해였다.

“이건… 환상인가?” 박준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니… 너무나 생생해.”

스크린 너머의 파괴된 아르테미스호에서, 흐릿한 형상이 보였다. 산산조각 난 함선 내부에서 표류하는 승무원들의 모습.

그리고 그 순간, 이진우 함장의 눈에 정확히 포착된 것은, 그 불타는 잔해 속에서 끔찍하게 일그러진 채 떠다니는 자신의 얼굴이었다. 그의 심장이 얼어붙는 듯했다.

“함장님! 긴급 경고! 모든 시스템이 불안정합니다! 시간장이… 시간장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박준호의 절규가 귓가에 울렸다.

메인 스크린은 다시 한번 섬광을 터뜨렸다. 눈앞의 지옥 같은 풍경이 사라지고, 다시 거대한 오벨리스크가 그들의 아르테미스호 앞에 불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모든 것이 원상 복구된 듯 보였지만, 모두의 얼굴에는 경악과 공포가 뒤섞여 있었다.

“방금… 뭘 본 거지?” 김서연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이진우 함장은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살아있는 자신의 손이었다. 방금 전 스크린 속에서 보았던, 파괴된 함선 속의 차갑고 일그러진 얼굴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생생한 감각은, 단순한 환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강렬했다.

오벨리스크는 여전히 그 자리에, 미동도 없이 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단순한 외계 유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미래의 재앙을 보여주는 거대한 예언서이자, 동시에 시간을 뒤트는 악마적인 존재로 변모해 있었다.

“함장님…” 한지혜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방금 제가 본 건… 제가 죽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불에 타서… 산산조각 나는… 제 동료들과 함께…”

이 함장은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들 모두가, 같은 것을 본 것이었다. 미래의 파멸. 아르테미스호의 종말.

오벨리스크는 조용히,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빛을 왜곡하며 침묵하고 있었다.

“후퇴…” 이 함장이 쉰 목소리로 명령했다. “최대 속도로, 당장 이 지점을 벗어난다. 이 괴물 같은 것을 피해…”

하지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오벨리스크의 표면에서 불길한 빛의 문양이 천천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눈이 뜨이는 듯, 우주를 압도하는 압도적인 위압감이 그들을 덮쳐왔다. 그리고 그 빛의 문양이 완전히 완성되는 순간, 아르테미스호 전체를 집어삼키는 거대한 중력장이 형성되었다.

“젠장! 함선이 움직이질 않습니다!” 박준호가 비명을 질렀다. “강제로 끌려가고 있습니다! 오벨리스크 안으로!”

모든 것이 암전됐다. 중력에 짓눌리는 듯한 엄청난 압력과 함께, 아르테미스호는 오벨리스크의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진우 함장은 마지막 순간, 눈을 감기 직전, 불길한 빛의 문양 안에서 무수히 많은 시간의 조각들이 뒤섞이고 합쳐지는 환상을 보았다.

그것은 시작이었다. 알 수 없는 미래로, 혹은 이미 파괴된 과거로 향하는, 예측 불가능한 시간 여행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