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역사물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천룡비무대.

거대한 바위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절벽 한가운데, 수천 년의 비바람을 견뎌낸 흑요석 단상이 솟아 있었다. 그 위로 사방에 펼쳐진 거대한 관중석은 고요했다. 수만 명의 인파가 숨죽인 채 단상을 응시했다. 멀리서 불어오는 산바람이 깃발들을 찢어버릴 듯 격렬하게 휘감았지만, 그 소리마저 삼켜버릴 듯한 침묵이 천룡비무대를 지배하고 있었다.

운명 비무.

천하의 운명을 건다는 그 엄청난 무게가 공기 중에 짓눌려 있었다. 천 년에 한 번 도래한다는 ‘묵시의 겨울’을 막을 유일한 존재, ‘운명지기’를 가리는 자리. 모두의 시선은 단상 위에 마주 선 두 인물에게 꽂혀 있었다.

한 명은 검은 도포 자락이 바람에 펄럭이는 무영이었다. 그의 얼굴은 차분하고 고요했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 속에는 굳건한 의지와 함께 오래된 슬픔이 가라앉아 있었다. 그의 허리춤에는 검은 검집에 싸인 낡은 검 한 자루가 매달려 있었다.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그 검은, 마치 무영 자신처럼 존재감이 희미한 듯 보였다.

그의 맞은편에 선 이는 흑룡이었다. 온몸을 뒤덮은 암흑색 무복은 그의 맹렬한 기세를 더욱 부각시켰다. 우람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마치 거대한 암석과 같았다. 그의 눈빛은 굶주린 맹수처럼 번뜩였고, 입술은 비릿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그는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았지만, 그의 두 주먹 자체가 천하를 부술 듯한 살기를 뿜어냈다.

“무영. 네놈의 잔영검법은 그림자처럼 잡히지 않는다고 들었다.” 흑룡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굵었지만, 천룡비무대 전체를 울릴 만큼 강렬했다. “하지만 그림자는 빛이 강해지면 사라지는 법. 네놈의 얄팍한 기교가 나의 흑룡파천장(黑龍破天掌)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무영은 말없이 흑룡을 응시했다. 그의 시선은 흑룡의 압도적인 기세에 흔들림이 없었다. 마치 폭풍우 속의 등대처럼, 그는 고요히 빛나고 있었다.

“천하의 운명 따위는 너희가 논할 자격이 없다.” 흑룡이 비웃듯이 덧붙였다. “힘 있는 자가 곧 운명이자 정의다. 이 천하비무를 통해 내가 그 진리를 증명하겠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흑룡의 전신에서 검은 오라가 폭발하듯 솟구쳐 올랐다. 비무대 바닥의 흑요석이 그의 기운에 눌려 미세하게 진동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어둠의 기운은 용솟음치며 거대한 흑룡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꿈틀거리는 기운은 천룡비무대 전체를 집어삼킬 듯 맹렬했다. 관중석에서는 얕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무영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그의 검은 눈동자 깊은 곳에서, 미세한 빛 한 줄기가 흔들리는 듯했다. 그는 천천히 허리춤의 검에 손을 얹었다. 차가운 쇠붙이의 감촉이 그의 손가락 끝에 닿았다.

“너는 이 비무의 의미를 모른다.” 무영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 속에는 흑룡의 광기 어린 기세조차 잠재울 듯한 단단함이 담겨 있었다. “운명은 힘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켜내려는 의지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흑룡이 움직였다. 그는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속도로 무영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발이 닿는 비무대 바닥이 폭발하는 듯한 소리를 냈다. 육중한 주먹에서 검은 기운이 휘몰아치며 하나의 거대한 용의 머리가 되어 무영을 향해 쇄도했다. 흑룡파천장, 그 첫 번째 일격이었다.

그 순간, 무영의 몸이 흐릿해졌다. 잔상이었다. 그의 검은 아직 검집에 있었지만, 이미 그의 육신은 마치 한 줄기 바람처럼 흑룡의 주먹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흑룡의 주먹이 허공을 가르며 거대한 바람소리를 냈다. 그 압력이 너무나 강해 비무대 바닥의 미세한 먼지가 폭발하듯 흩날렸다.

무영의 움직임은 예측 불가능했다. 그는 흑룡의 등 뒤에 나타났다. 그의 손은 이미 검집에서 검을 뽑아내고 있었다. ‘쉬익’ 소리와 함께 검은 검날이 새벽 어둠처럼 미끄러져 나왔다. 잔영검법, 일검(一劍).

허공을 가르는 한 줄기 섬광. 검은 검날은 빛을 반사하지 않는 듯, 오직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유성 같았다. 흑룡의 등 뒤를 노린 날카로운 일격이었다.

하지만 흑룡은 고작 등 뒤에 나타난 무영의 기습에 흔들릴 위인이 아니었다. 그의 어깨 근육이 불쑥 솟아오르며 등 뒤로 검은 기운의 방패가 순식간에 형성되었다. 무영의 검날이 그 방패에 닿는 순간, ‘쨍강!’ 하는 금속음과 함께 엄청난 충격이 발생했다.

무영의 검이 튕겨 나갔다. 흑룡은 몸을 반 바퀴 돌리며 다른 손으로 거대한 주먹을 휘둘렀다. 흑룡파천장, 이격(二擊). 이번에는 무영의 머리를 정통으로 노린 일격이었다. 주먹 끝에서는 검은 회오리가 몰아치며 찢어지는 듯한 바람 소리를 냈다.

무영은 검을 쳐내자마자 발로 비무대 바닥을 박차고 뒤로 물러났다. 그의 움직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연스러웠다. 흑룡의 주먹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서, 허공이 찢어지는 듯한 기세가 남았다. 그 강력한 기파에 무영의 도포 자락이 격렬하게 휘날렸다.

흑룡은 놓치지 않고 무영을 추격했다. 그의 발걸음은 하나하나가 천둥 같았고, 팔은 쉴 새 없이 휘둘러지며 검은 파동을 만들어냈다. 마치 움직이는 거대한 재앙 같았다. 그는 무영을 몰아붙였다. 무영이 아무리 빠르게 움직여도, 흑룡의 맹렬한 공격은 그의 숨통을 조여왔다.

무영은 수십 합을 오직 피하고 막아내는 데 집중했다. 그의 잔영검법은 방어에 특화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흑룡의 무자비한 공격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냈다. 그의 검은 마치 살아있는 그림자처럼 흑룡의 공격 사이를 유영했다. 검날은 때로는 방패가 되고, 때로는 흑룡의 빈틈을 찌르는 날카로운 창이 될 준비를 했다.

“피하기만 할 셈이냐, 무영!” 흑룡이 포효했다. 그의 얼굴에는 짜증과 함께 득의양양한 미소가 번졌다. “네놈의 잔영검법이 아무리 빠르다 한들, 나의 힘을 영원히 피할 수는 없어!”

흑룡은 양손을 모아 거대한 검은 구체를 만들어냈다. 암흑의 기운이 압축되어 만들어진 구체는 마치 작은 블랙홀처럼 주변의 빛을 빨아들이는 듯했다. ‘천마강뢰(天魔降雷)!’ 흑룡이 외치자, 구체는 무영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했다. 공기마저 뒤틀리는 굉음이 비무대 전체를 뒤흔들었다.

피할 수 없는 일격이었다.

무영은 두 눈을 감았다. 그의 심장이 고요히 뛰었다. 수많은 밤을 새워가며 단련했던 검술, 가문의 핏줄에 새겨진 잔영검법의 진정한 의미가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검은 단순히 적을 베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마음의 반영이었다.

그가 눈을 떴을 때, 그의 눈동자에는 더 이상 슬픔이나 고요함이 없었다. 오직 강철 같은 결의만이 번뜩였다.

무영은 검을 잡은 손에 모든 기운을 모았다. 그의 몸에서 잔잔한 푸른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흑룡의 암흑과 정반대되는, 고요하고도 강인한 빛이었다. 검은 기운으로 뭉쳐진 구체가 눈앞까지 다가온 순간, 무영이 검을 휘둘렀다.

잔영검법, ‘환영개벽(幻影開闢)’.

무영의 검은 하나가 아니었다. 찰나의 순간, 검은 검날이 수백 개의 잔상으로 나뉘어 허공을 채웠다. 섬광처럼 빛나는 잔상들은 흑룡의 거대한 암흑 구체를 향해 마치 폭풍처럼 쇄도했다. 수백 개의 검날이 동시에 암흑 구체를 꿰뚫고 파고들었다.

‘콰아아앙!’

귀를 찢을 듯한 폭음이 천룡비무대를 뒤흔들었다. 암흑 구체가 마치 유리 조각처럼 산산조각 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흑룡의 검은 기운과 무영의 푸른 기운이 뒤섞이며 거대한 에너지가 충돌했다. 비무대 바닥의 흑요석이 균열하기 시작했다.

흑룡은 자신의 강력한 공격이 흩어지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무영이 파고들었다.

잔상으로 가득 찬 비무대 위에서, 무영의 진정한 검이 번개처럼 흑룡의 심장을 겨냥했다. 그의 검은 흑룡의 모든 방어를 뚫고 지나갈 듯한 기세였다.

“감히!” 흑룡은 분노에 찬 외침과 함께 최후의 발악처럼 온몸의 기운을 심장에 집중했다. 그의 몸에서 피처럼 붉은 기운이 솟아올랐다.

무영의 검날이 흑룡의 심장을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나갔다. 피할 수 없는 일격. 모든 관중이 숨을 멈췄다. 이 순간, 천하의 운명이 결정될 터였다.

검날이 흑룡의 심장에 닿는 순간, 흑룡의 눈이 광기 어린 빛을 발하며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네놈의 검은 겨우 심장만을 꿰뚫을 뿐.” 흑룡의 목소리는 피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나의 힘은… 천하 전체를 집어삼킬 것이다!”

동시에 흑룡의 몸에서 거대한 검은 기운이 다시 한번 폭발했다. 이번에는 이전의 공격과는 차원이 다른, 마치 살아있는 지옥의 불꽃과 같은 암흑의 파동이었다. 그 파동은 무영의 검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천룡비무대 전체를 잠식하려 했다.

무영의 눈이 흔들렸다. 그의 검은 흑룡의 심장을 꿰뚫었지만, 흑룡의 육체는 그조차 뛰어넘는 강력한 생명력과 어둠의 힘으로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이 폭발적인 암흑 기운은 무영 자신을 포함한 천룡비무대, 아니, 천하 전체를 파괴할 수도 있는 끔찍한 것이었다.

그의 검이 흑룡의 심장을 깊이 파고들수록, 흑룡의 입꼬리는 더욱 섬뜩하게 올라갔다.

“네놈은… 천하를 구할 수 없다!” 흑룡의 목소리가 비웃듯이 울려 퍼졌다.

무영은 이를 악물었다. 그의 선택은 단 하나였다. 검을 거둘 것인가, 아니면 천하를 지키기 위해 자신마저도 이 암흑의 폭풍에 기꺼이 던져 넣을 것인가. 그의 손에 쥔 검이 푸른빛을 더욱 강렬하게 발산했다.

운명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었다.

무영의 눈빛이 흔들리지 않는, 차가운 결의로 빛났다. 그는 검을 거두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그의 입술 사이로 단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아니, 나는 지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