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독립적인 단편 소설

우주선 ‘헤르메스 호’의 갤럭시아 스위트.

별들이 흩뿌려진 암흑 속을 유영하는 억만장자들의 초호화 유람선, 그 가장 상층부에 위치한 개인 집무실은 그야말로 요새였다. 세 겹의 생체 인식 잠금장치, 외부 압력 감지 센서, 미세한 기류 변화까지 포착하는 보안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갤럭시아 테크의 CEO 박성태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강하준 탐정님,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 방은 외부에서 침입이 불가능합니다. 박성태 회장님이 직접 안에서 잠그셨고, 저희 시스템 로그에 어떤 침입 기록도 없습니다. 심지어 환기 덕트나 통신 포트도 성인 남성이 통과할 수 없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헤르메스 호 보안팀장 이솔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했다. 그녀의 눈은 불안하게 흔들렸지만, 강하준은 미동도 없었다. 우주의 먼지 한 톨까지 놓치지 않을 듯한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는 집무실 내부를 훑었다. 방은 흐트러짐 없이 깔끔했다. 고급스러운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는 꺼져 있었고, 서류는 정리되어 있었다. 박성태는 고성능 인체공학 의자에 앉은 채 발견되었다. 목에는 마치 레이저로 도려낸 듯 정교하고 깨끗한 절개 자국이 나 있었다. 핏자국은 거의 없었다.

“이거 참… 재미있군.”

강하준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읽히지 않았지만, 이솔아는 그 목소리에서 묘한 기대감을 읽었다.

“재미있다구요? 지금 사람이 죽었는데…”

“그래, 죽었지. 그리고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고, 아무도 나가지 않았어. 그럼 범인은 어디에 있을까? 유령인가?”

강하준은 시체 주변을 맴돌며 손에 든 소형 스캐너로 공간의 미세한 에너지 파장을 측정했다. 일반적인 범죄 수사관들은 놓칠 만한, 하지만 강하준에게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아주 미세한 데이터였다.

“솔아 팀장, 이 방의 모든 환기 시스템 기록, 전력 사용량, 그리고 박 회장님의 마지막 24시간 생체 데이터 로그를 뽑아 오세요. 그리고 용의자들, 갤럭시아 테크의 임원 김민수 이사, 박 회장님의 전 부인이자 사업 파트너인 최지윤 대표, 그리고 최근 박 회장님과 마찰이 있었던 스타게이트 인더스트리의 정우진 박사. 이 세 명에 대한 모든 정보를 준비해두세요.”

“알겠습니다!”

이솔아는 재빨리 복명하고 자리를 떴다. 강하준은 다시 시체에 집중했다. 절개 부위는 너무나 깨끗했다. 마치 정교한 의료용 메스나 극초단파 레이저로 절단한 듯했다. 격렬한 저항의 흔적은 전혀 없었다.

‘살해당했다기보다는, 마치 스스로 칼을 댄 것처럼 깔끔해. 아니, 스스로가 아닌데… 스스로는 저항했을 테니.’

강하준은 손에 든 스캐너로 절개 부위 주변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일반적인 스캐너로는 감지되지 않는, 아주 미세한 에너지 잔류물이 포착되었다. 극히 짧은 시간 동안 활성화된 고밀도 에너지가 남긴 흔적이었다. 그리고 그 에너지 스펙트럼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크기의 희귀 금속 동위원소 흔적도 함께 발견되었다.

“이건… 나노 입자 잔류물인가? 그것도 아주 특이한.”

그때, 이솔아가 다시 집무실로 돌아왔다. 그녀는 홀로그램 패드를 들고 있었다.

“탐정님, 박 회장님의 비서 말로는, 오늘 오전 박 회장님이 선상 의료실에서 정기 검진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김민수 이사가 직접 박 회장님의 일정을 관리했고요. 최지윤 대표와는 어제 밤늦게까지 격렬하게 통화했다고 합니다. 지적 재산권 분쟁이 해결되지 않았다고요. 정우진 박사는…”

“정우진 박사는?” 강하준이 물었다.

“최근 갤럭시아 테크가 스타게이트 인더스트리의 핵심 사업 입찰을 방해해서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고 합니다. 정 박사가 박 회장님에게 격한 항의 메시지를 보낸 기록이 있습니다.”

강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용의자들의 동기는 충분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떻게’였다. 그는 손에 든 스캐너를 이솔아에게 내밀었다.

“이 에너지 스펙트럼과 금속 동위원소 흔적, 스타게이트 인더스트리나 정우진 박사의 연구 데이터베이스와 교차 확인해보세요.”

이솔아가 패드를 받아들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정 박사와요? 하지만 그는 박 회장님이 이 방에 들어간 후 내내 자신의 연구실에 있었습니다. 모든 보안 카메라에 기록되어 있어요.”

“그렇겠지. 어서 해보세요.”

이솔아가 데이터를 입력하자, 패드 화면에 빠르게 분석 결과가 나타났다. 잠시 후, 그녀의 눈이 더욱 커졌다.

“이, 이건… 정우진 박사의 미발표 나노기술 연구 보고서와 일치합니다! 극초소형 자가분해 나노 블레이드… ‘섀도우 엣지’ 프로젝트에 사용된 금속 동위원소와 에너지 파형이 정확히 일치해요!”

“역시나군.” 강하준은 작게 읊조렸다.

“그럼 정 박사가 범인이라는 말씀이신가요? 하지만 그는 이 방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솔아 팀장, 용의자 세 명을 모두 이리로 불러오세요. 이제 진실을 이야기할 시간입니다.”

갤럭시아 스위트의 응접실, 긴 소파에 세 명의 용의자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김민수 이사는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었고, 최지윤 대표는 냉정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있었다. 정우진 박사는 여전히 의아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강하준은 그들을 차례로 응시했다.

“박성태 회장님은 완벽하게 밀폐된 공간에서 살해당했습니다. 외부 침입 흔적은 없고, 내부적으로도 무기를 찾을 수 없었죠. 처음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사건이었습니다.”

그의 시선이 정우진에게 향했다.

“정우진 박사님, 당신의 ‘섀도우 엣지’ 프로젝트는 놀랍습니다. 극미세 나노 블레이드를 통해 특정 대상을 정확히 절단하고, 임무 완료 후에는 스스로 분해되어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맞습니까?”

정우진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네? 그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연구입니다. 그리고 그게 이 사건과 무슨 관계가…”

“관계가 깊습니다. 박 회장님의 목에서 나온 절개 흔적은 당신의 나노 블레이드가 남긴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에너지 잔류물과 금속 동위원소 흔적을 남겼더군요.”

정우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말도 안 돼! 저는 결백합니다! 저는 박 회장님이 방에 들어간 이후 내내 연구실에 있었어요!”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직접 살해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기술은 살해에 사용되었죠. 문제는 ‘어떻게’입니다. 누가 당신의 기술을 훔쳤을까? 아니면 누가 당신의 기술을 이용해 살해를 지시했을까?”

강하준은 이제 김민수에게 시선을 돌렸다.

“김민수 이사님, 박 회장님의 모든 일정을 관리하셨죠? 특히 오늘 오전 선상 의료실에서의 정기 검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을 겁니다. 박 회장님은 평소 특정 영양 보충제를 섭취하셨다던데, 맞습니까?”

김민수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직접 챙겨드렸습니다.”

“그 보충제에 무엇이 들어있었을까요? 아니면 박 회장님의 피부에 붙이는 패치에 무엇을 몰래 주입했을까요?”

김민수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탐정님, 저는… 저는 아무것도…”

“당신은 박 회장님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기 직전이었죠? 그리고 정우진 박사와 은밀하게 접촉하여 갤럭시아 테크의 기밀 정보를 넘기려 했다는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강하준은 김민수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정우진 박사, 당신은 박성태 회장에게 복수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손을 댈 수 없었고, 당신의 기술은 완벽한 익명성을 보장했죠. 김민수 이사는 박 회장을 제거하고 싶었고, 당신의 기술을 얻기 위해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겁니다. 아니, 어쩌면 당신이 먼저 김 이사에게 제안했을 수도 있고요.”

정우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게 무슨… 저는…”

“김민수 이사는 박 회장님이 섭취하는 영양 보충제나 피부 패치에 극미량의 나노 블레이드를 주입했습니다. 그것은 박 회장님의 혈액 속을 떠다니며, 특정 시점까지 대기하고 있었겠죠.”

강하준은 잠시 말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박 회장님은 오늘 오전 정기 검진을 받으셨고, 그 자리에서 나노 블레이드가 주입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김민수 이사는 박 회장님의 일정을 정확히 알고 있었죠. 박 회장님이 오후에 개인 집무실에서 중요한 법률 자문을 받기로 되어 있었고, 그 시간 동안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 방을 완벽히 밀폐한다는 것을.”

이제 모두가 강하준의 말에 집중했다. 최지윤 대표마저 처음의 냉정을 잃고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노 블레이드는 특정 시간, 혹은 특정 환경 조건에서 활성화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외부와의 통신이 완전히 차단되고 내부 기압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는 완벽한 밀폐 환경이 조성될 때 말입니다.”

강하준은 김민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박 회장님이 자신의 방을 완벽하게 밀폐했을 때, 나노 블레이드는 그제야 활성화된 겁니다. 박 회장님의 혈관을 타고 목의 경동맥까지 이동한 후, 극히 짧은 시간 동안 블레이드를 형성하고 절단 임무를 수행했겠죠. 그리고 임무를 마친 후에는 흔적도 없이 스스로 분해되었습니다. 어떤 외부 무기도 필요 없었고, 어떤 침입자도 필요 없었습니다. 밀실은 완벽하게 유지되었죠.”

김민수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푸르스름하게 변해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부인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정우진은 충격에 휩싸여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의 기술이 살인에 사용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죄책감과 공포가 그의 얼굴에 역력했다.

“박 회장님의 사망 시각은, 그가 스스로 밀폐된 공간에 들어간 직후였습니다.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그 공간에서, 자신의 몸속에 심어진 죽음의 씨앗이 발아한 거죠.”

강하준은 이솔아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솔아 팀장, 김민수 이사와 정우진 박사를 체포하세요. 이 사건은 두 사람의 합작품입니다. 정 박사는 기술을 제공했고, 김 이사는 그 기술을 실행했습니다.”

이솔아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뒤 보안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김민수는 결국 흐느끼며 체념했고, 정우진은 망연자실한 채 끌려나갔다.

강하준은 다시 텅 빈 집무실을 바라보았다. 우주선 밖의 별들이 희미하게 빛났다. 완벽한 밀실 살인. 하지만 이 우주에서 완벽한 밀실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밀실에는, 결국 범인의 흔적이 남게 마련이었다. 아주 미세한, 아무도 보지 못할 것 같은, 그러나 천재 탐정의 눈에는 보이는 그런 흔적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