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액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강진혁은 숨을 멈췄다. 낡은 조종석 안, 끈적한 땀이 흐르는 손으로 닳아빠진 조이스틱을 꽉 쥐었다. ‘방랑자’의 육중한 기체는 폐허가 된 고층 빌딩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긴 채 미동도 없었다. 엔진은 최소 출력으로 겨우 돌아가며 낮은 굉음을 뿜어냈고, 진동은 낡은 강철 프레임을 타고 그의 척추까지 전해졌다. 외부 센서가 포착한 열원은 세 개. 분명 사람의 것은 아니었다.

“젠장… 이 시간에 왜.”

진혁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의 눈은 낡은 스크린에 고정되어 있었다. 지직거리는 영상 속에서, 황폐한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느릿하게 움직이는 강철 약탈자의 실루엣이 선명하게 잡혔다. 저 크고 육중한 기체는 단순한 고철 덩어리가 아니었다. 폐허의 잔해 속에서 짐승처럼 날뛰는 저들에게 걸리는 순간, 살아남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의 방랑자는 산업용 작업 로봇을 개조한 기체였다. 뜯어낸 장갑판과 녹슨 보강재,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은 기워낸 패널들이 기체의 정체성을 대변했다. 한때 폐기 직전이었던 이 고철 덩어리를 움직이는 건 순전히 진혁의 집념이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저 도심 한복판에 추락한 수송선에서 빼낼 고성능 에너지 코어였다. 방랑자의 동력원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진혁은 이를 악물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그는 조심스럽게 방랑자의 관절을 움직였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폐허의 정적을 깨뜨릴까 두려워, 아주 미세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었다. 고철 파편이 굴러떨어지는 소리조차 주변의 메아리가 되어 크게 울리는 공간이었다. 강철 약탈자들은 진혁이 숨어있는 방향과는 반대편으로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스크린 속 약탈자들의 움직임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 정찰이라기보다, 무언가를 찾는 움직임이었다.

“설마… 그 녀석들도 코어를 노리는 건가?”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수송선 추락 지점은 진혁의 은신처에서 겨우 2킬로미터 남짓. 하지만 그 2킬로미터는 지옥을 가로지르는 길이나 마찬가지였다. 붕괴된 빌딩 잔해와 널브러진 차량들, 그리고 언제 매복해 있을지 모르는 미확인 기체들까지.

그때였다. 찌이익-! 노이즈 섞인 경고음이 조종석을 채웠다. 센서에 포착된 또 다른 열원. 이번엔 훨씬 가까웠다. 진혁은 본능적으로 방랑자의 몸을 틀어 무너진 주유소 건물 뒤로 바싹 붙였다.
쾅! 쾅! 쾅!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폐허를 흔들었다. 눈앞의 스크린이 다시 한번 번쩍였다. 두 대의 강철 약탈자였다. 이들은 기존의 경로에서 벗어나 진혁이 숨어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빌어먹을! 들켰나?”

진혁은 서둘러 무장을 확인했다. 방랑자의 오른팔에 장착된 것은 낡은 산업용 드릴을 개조한 진동 블레이드였다. 왼팔에는 고철 더미에서 겨우 찾아낸 자동 기관포가 달려있었지만, 탄약은 스물 발 남짓. 근거리에서 겨우 견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 무장으로 강철 약탈자와 정면 승부를 벌이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그들의 두터운 장갑은 방랑자의 블레이드로 쉽게 뚫리지 않을 터였다.

두 대의 약탈자 중 한 대가 주유소 건물 코앞까지 다가왔다. 거대한 금속 발이 아스팔트를 밟고 멈춰 섰다. 쩍쩍 갈라진 유리창 너머로 약탈자의 기체에 달린 붉은 센서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게 보였다. 녀석이 고개를 돌려 폐허 속을 스캔하는 동안, 진혁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심장이 귓가에서 격렬하게 울렸다.

약탈자는 스캔을 멈추고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완전히 멀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건물을 한 바퀴 돌며 수색망을 좁히는 움직임이었다. 진혁은 이대로 갇힐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젠장, 들이받는 수밖에!”

그는 조이스틱을 힘껏 밀었다. 방랑자의 엔진이 격렬하게 굉음을 내며 잠시 주춤하더니, 이내 낡은 기체를 맹렬하게 앞으로 밀어냈다. 우우웅-!
쿵! 진혁은 주유소 건물의 잔해를 부수며 튀어나갔다. 예상치 못한 돌진에 약탈자들은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바로 그때였다.

“이거나 먹어라!”

진혁은 왼팔의 기관포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탕! 붉은 화염을 뿜어내며 기관포탄이 약탈자의 장갑에 박혔다. 스파크가 튀었지만, 의미 있는 손상은 아니었다. 그저 녀석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견제 사격이었다.
약탈자 중 한 대가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붉은 센서가 진혁의 방랑자를 향했다. 녀석의 오른팔에서 거대한 철퇴가 튀어나왔다. 묵직한 강철 철퇴가 위협적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젠장, 저걸 맞으면 끝장이야!”

진혁은 오른팔의 진동 블레이드를 켜고, 낡은 기체를 약탈자의 옆구리로 돌진시켰다. 웅웅거리는 진동 소리와 함께 블레이드가 최대 출력으로 돌아갔다. 그는 약탈자의 팔 다리 같은 주요 관절부를 노렸다. 방랑자의 속도는 느렸지만,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의 돌격이었다.
콰앙! 진동 블레이드가 약탈자의 무릎 관절을 강하게 강타했다. 찌이익-! 날카로운 금속음이 폐허를 갈랐다. 두꺼운 장갑이 겨우 살짝 긁혔을 뿐, 파고들지는 못했다. 하지만 순간적인 충격으로 약탈자의 기체가 휘청거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진혁은 방랑자를 빠르게 후진시켰다. 다른 한 대의 약탈자가 철퇴를 휘두르며 진혁이 있던 자리로 내리쳤다. 콰아앙! 아스팔트가 박살나며 거대한 균열이 생겼다.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진혁은 비틀거리는 방랑자를 조작하며 폐허 속으로 다시 몸을 숨겼다. 약탈자들은 추격했지만, 붕괴된 건물 잔해와 무너진 도로들은 방랑자의 왜소한 몸집에는 은신처가 될 수 있었어도, 거대한 약탈자들에게는 방해물이나 다름없었다.

잠시 약탈자들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지만, 진혁의 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뛰었다. 조종석은 땀으로 흥건했고, 손은 통증으로 저렸다. 방랑자의 기체는 무릎 관절에 충격을 받아서인지, 움직임이 더 둔해진 듯했다. 전력 잔량은 경고등이 깜빡일 정도로 줄어 있었다.

“젠장… 이래서는 수송선까지 가지도 못해…”

절망감이 밀려왔다. 그때, 낡은 스크린 한 귀퉁이에서 미세한 신호가 잡혔다. 광신자들의 주파수와는 다른, 희미한… 무언가 알 수 없는 미약한 신호였다. 추락한 수송선 방향에서부터 오는 신호였다.

“이건… 또 뭐야?”

진혁은 신호의 발신지를 확대했다. 지직거리는 영상 속에서, 무너진 수송선 잔해 바로 옆에 작은 그림자가 보였다. 약탈자들과는 다른 모양의, 훨씬 왜소하고 날렵한 기체였다. 그리고 그 기체의 코어를 스캔하자, 진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것은… 에너지 코어였다. 완전한 상태로. 그것도 두 개씩이나.
하지만 그 기체는 강철 약탈자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기체였다. 마치… 어떤 고대의 유물처럼, 폐허 속에서 홀로 빛나는 듯한 미지의 메카였다. 그리고 그 작은 메카의 조종석 해치 위로,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연기가 보였다. 마치 누군가 그 안에 갇혀 아직도 버티고 있는 것처럼.

진혁은 숨을 들이켰다. 강철 약탈자들이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두 개의 코어. 그리고… 미지의 기체. 안에 살아있는 존재라도 있는 걸까.
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진혁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얽혔다.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기회를 잡을 것인가.
그는 다시 조이스틱을 꽉 쥐었다. 심장이 다시 격렬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린 움직임으로, 방랑자는 다시 수송선이 추락한 지점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미지의 메카가 있는 그곳으로. 약탈자들이 모여드는 그곳으로.

이 폐허에서, 또 다른 지옥이 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