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자욱한 증기와 기계 기름 냄새가 강철심장 도시의 허파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삐걱거리는 금속음과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톱니바퀴의 합창은 이곳의 모든 존재에게 심장 박동과도 같았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굴뚝들은 끊임없이 검은 연기를 뿜어냈고, 햇빛은 그 연기에 가려져 늘 희뿌연 색이었다. 공중을 가로지르는 비행선들의 그림자가 지혁의 작업실 창문을 스치고 지나갔다.

지혁은 낡은 방진안경을 고쳐 쓰고, 콧잔등에 묻은 기름때를 소매로 쓱 닦아냈다. 그의 손끝은 언제나 기름과 납땜 자국으로 거칠었다. 테이블 위에는 온갖 종류의 부품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녹슨 스프링, 금이 간 렌즈, 크기가 제각각인 황동 너트와 볼트, 그리고 정체불명의 회로 기판 조각들까지. 그 모든 것들이 지혁에게는 보물이었다.

오늘 그의 목표는 폐기 직전의 고물상에서 겨우 얻어온 ‘유물’이었다. ‘유물’이라고 불린 이유는 아무도 그 기계의 용도를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거대한 시계의 잔해 같기도 했고, 복잡한 항해 장비 같기도 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황동과 흑철이 뒤섞인 외관은 아름다웠지만, 내부의 동력원은 완전히 멈춰 있었다.

“흐음… 이놈은 대체 뭘까.”

지혁은 작은 확대경을 눈에 대고 기계의 가장 깊숙한 곳을 들여다봤다. 겉으로 보이는 복잡한 기계장치들은 꽤나 익숙한 방식이었지만, 내부로 들어갈수록 알 수 없는 구조가 나타났다. 특히 그의 시선을 끈 것은, 중앙을 지탱하는 거대한 축 주변에 위치한 미지의 공간이었다. 설계도에도 없는,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숨겨놓은 듯한 빈 공간.

“이게… 빈 공간은 아닐 텐데.”

얇고 긴 기계 팔을 조심스럽게 밀어 넣어 틈새를 탐색했다. 손끝에 금속과는 다른,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감촉이 닿았다. 뭔가에 걸린 듯 기계 팔이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지혁의 눈이 호기심으로 빛났다. 그는 작업대에서 가장 정교한 만능 드라이버를 집어 들었다.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외관의 나사 몇 개가 풀리고, 고정 장치 하나가 툭하고 떨어져 나갔다. 묵직한 황동 덮개 하나가 마침내 제자리를 이탈하며 안쪽의 검은 심연을 드러냈다.

먼지가 자욱한 그 공간 속에서, 지혁은 손전등을 비췄다. 그리고 그 순간, 숨을 들이켰다.

그곳에는 아무런 설명도 붙어 있지 않은, 오직 검은색 돌 조각 하나가 박혀 있었다. 돌이라고 하기엔 표면이 너무나 매끄러웠고, 그 위에 새겨진 문양은 기계적이라기보다는 생명체 같았다. 엉켜 있는 실타래처럼, 혹은 오래된 넝쿨처럼 보이는 문양들이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미묘하게 반짝였다. 마치 우주를 담아낸 듯한 깊이를 가진, 알 수 없는 검은 각인석이었다. 주변의 모든 기계 부품과는 이질적인 존재감을 내뿜으며, 수천 년 된 비밀을 간직한 채 그곳에 박혀 있는 듯했다.

지혁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손끝이 각인석의 차가운 표면에 닿는 순간, 작업실 안의 모든 것이 잠시 멈춘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귓가에 울리던 톱니바퀴 소리가 아득해지고, 창밖의 비행선 엔진 소리마저 희미해졌다. 정전이라도 된 듯, 지혁의 머리 위에 매달려 있던 가스등이 푸르스름하게 깜빡이더니, 이내 강렬한 섬광과 함께 터질 듯 밝아졌다. 동시에 그의 손안에 있던 검은 각인석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흘러나왔다.

콰아앙!

멀리서 천둥이라도 친 듯한 굉음이 들려왔다. 작업실 한편에 세워져 있던, 아직 미완성인 자동 인형의 팔이 뚝 떨어져 나가는 소리였다. 지혁은 놀라서 손을 떼었다. 각인석의 푸른빛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가스등은 다시 희뿌연 본래의 밝기로 돌아왔다.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온 듯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각인석을 다시 만져보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심장은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는 방금 자신이 경험한 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이게… 대체….”

지혁의 눈은 검은 각인석에 고정되었다. 그의 머릿속은 복잡한 질문들로 가득 찼다. 이 돌은 무엇인가? 이 기계는 왜 이것을 숨겨두었는가? 그리고 방금 일어난 현상은, 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그는 각인석을 떼어내기 위해 다시 조심스럽게 도구를 사용했다. 마침내 녀석이 고정 장치에서 완전히 분리되는 순간, 각인석은 그의 손바닥 위에서 예상치 못한 무게감으로 존재를 드러냈다. 따뜻하고, 미세하게 진동하는 듯한 느낌. 마치 살아있는 심장을 쥐고 있는 것 같았다.

창밖의 연기는 더욱 짙어졌고, 강철심장 도시의 소음은 다시금 귓가를 채웠다. 하지만 지혁에게는 이제 이 모든 기계 소음조차 다르게 들렸다. 그의 손에 들린 검은 각인석이, 그 모든 것들을 초월하는 고대의 비밀을 속삭이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거대한 미지의 문을 열었음을, 그리고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음을 직감했다.

어쩌면 이 작은 돌 하나가, 강철과 증기로 이루어진 이 세상의 질서를 뒤흔들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