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저 망망한 심연의 한가운데서, 우주선 ‘해성호’는 미지(未知)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빛 한 줄기 없는 암흑은 가끔 멀리서 깜빡이는 이름 모를 성운의 잔광만이 존재를 알리는 침묵의 대지였다. 수십 광년을 가로지르는 여정은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는 고독한 감옥과 같았지만, 해성호의 승무원들에게는 우주가 선사하는 경이로운 고요함이자, 때로는 숨 막히는 압박감이었다.

“통신장교 김민준, 이상 없음. 모든 시스템 정상 작동 중입니다.”
선실의 푸른빛 조명 아래, 통신장교 김민준이 습관적으로 보고했다.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차분했지만, 깊은 우주가 주는 압도감 때문인지 미세한 긴장이 섞여 있었다. 그는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홀로그램 패널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수천 가지 데이터를 확인했다. 이 광활한 어둠 속에서 인간의 흔적이란 해성호라는 작은 강철 덩어리뿐이었다.

그때였다. 민준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평소와 다른 그래프의 움직임이었다. 미약하지만 분명한, 그 어떤 패턴과도 일치하지 않는 에너지 파형.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데이터를 확대했다.

“함장님, 박선우 대장님. 비상입니다. 설명 불가능한 에너지 파형이 감지되었습니다.”
민준의 목소리에 일말의 당황이 섞였다. 그의 보고는 언제나 냉정했고, 비상이라는 단어를 쓰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뭐라고? 자세히 보고해.”
함장 이지은의 침착한 목소리가 통신망을 타고 흘러나왔다. 그녀는 곧바로 상황실로 향했다. 해성호의 총책임자이자, 수많은 탐사 임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베테랑이었다.

잠시 후, 상황실 문이 스르륵 열리며 이지은 함장과 박선우 탐사대장이 들어섰다. 선우는 해성호의 수석 과학자로, 늘 무언가 흥미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날카로운 눈빛의 소유자였다. 그의 백금발 머리카락은 언제나 단정하게 빗겨 있었지만, 그의 표정은 이미 미지의 것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으로 빛나고 있었다.

“민준, 상황.” 이지은 함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민준은 침을 한번 삼키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약 3AU 전방에서 감지된 파형입니다. 기존에 기록된 그 어떤 천체 물리적 현상이나 인공적인 에너지원과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주파수는 불규칙하고, 강도는 매우 미약하지만, 지속적으로 발산되고 있습니다.”
박선우는 민준이 가리키는 홀로그램 파형을 응시했다. 무질서하면서도 묘하게 질서 정연한 듯한, 모순적인 패턴이었다. “이건… 노이즈가 아니군요. 그렇다면 저 미약한 파형이 뭘 의미하는 거지? 함장님, 접근 허가해 주십시오.”
이지은은 잠시 망설였다. 미지의 것에 대한 접근은 항상 위험을 동반했다. 하지만 인류는 미지를 탐험하며 여기까지 왔다. “최대 경계 태세. 모든 시스템 점검. 탐사선 ‘나래’ 출동 준비.”
“예, 함장님!”

해성호는 서서히 방향을 틀어 미지의 에너지원을 향해 나아갔다. 수천 톤에 달하는 거대한 함선이 검은 심해를 가르듯 나아가는 모습은 장엄하면서도 어딘가 불안하게 느껴졌다. 수 분, 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해성호의 전방 탐사 카메라에 한 점의 그림자가 잡혔다.

“저게… 뭡니까?” 민준의 목소리에 숨 막히는 경외감이 섞여 있었다.
홀로그램 스크린에 나타난 것은 상상할 수 없는 형태의 무언가였다. 거대한, 하지만 그 어떤 기하학적인 형태와도 일치하지 않는 덩어리. 마치 무수한 사면체가 불가능한 각도로 이어 붙여진 것 같기도 하고, 동시에 유기적인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빛을 흡수하는 듯 검붉은 색조를 띠고 있었지만, 특정 각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듯한 색채들이 섬광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우주 공간에 부유하며, 마치 심연 자체가 응축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스캔해 봐. 재질, 크기, 모든 정보를.” 이지은 함장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지만, 그녀의 눈동자에는 설명할 수 없는 경계심이 어렸다.
선우의 얼굴은 이미 감탄과 공포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함장님, 계측기가 오작동합니다! 중력값은 허수(虛數)로 나오고, 에너지 방출량은… 존재하지 않는 주파수에서 감지됩니다. 이 물체는 물리 법칙을 무시하는 것 같습니다!”
“무시한다고?” 이지은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오랜 경험으로도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해성호는 물체로부터 500미터 떨어진 지점에 정지했다. 스크린을 통해 바라보는 그것은 더욱더 압도적이었다. 그것은 어떤 문명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존재 자체가 우주를 왜곡시키고 있는 듯했다.

“민준, 무언가 들리지 않나?” 박선우가 갑자기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만.” 민준은 헤드셋을 확인했다. 모든 통신 채널은 깨끗했다.
“아니, 외부 소리가 아니야… 마치 내 머릿속에서 울리는 것 같은… 저음의 진동.” 선우는 자신의 관자놀이를 누르며 눈을 감았다. “마치… 수억 년 동안 잠들어 있던 거대한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는 소리 같아.”
이지은은 선우의 말을 무시했다. 그는 종종 과학적인 흥분에 심취해 이상한 말을 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녀 자신도, 아주 미약하게, 아니면 착각일지도 모르게, 어떤 불쾌한 저음을 느끼는 듯했다. 그것은 뼈를 울리고, 영혼의 밑바닥을 간지럽히는 듯한 불길한 진동이었다.

“함장님, 물체에서 미세한… 아니, 강력한 정신파가 감지됩니다!” 민준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정확히 어떤 메시지인지는 알 수 없지만, 무의식에 직접적으로… 뭔가를 주입하는 것 같습니다!”
그때였다. 홀로그램 스크린 속의 거대한 유물이 아주 미세하게, 하지만 분명히 꿈틀거렸다. 검붉은 표면을 따라 눈에 보이지 않는 물결이 일렁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해성호 전체에 저음의 진동이 더욱 강하게 울려 퍼졌다. 그것은 이제 더 이상 착각이 아니었다. 승무원들의 몸 전체가, 해성호의 강철 골격 전체가, 알 수 없는 공포의 떨림에 파르르 진동했다.

박선우는 두 손으로 귀를 막았지만 소용없었다. 그 소리는 그의 몸속에서, 그의 뇌 속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 환영처럼, 광활한 심연의 바다와 그 속에 잠겨 있는 거대한 존재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이름도 알 수 없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것의 존재가, 유물을 통해 그들의 의식 속으로 침투하고 있었다.

“함장님… 우리… 뭘 깨운 것 같습니다.” 선우의 목소리는 희미하게 떨렸다.
이지은은 굳어진 표정으로 스크린을 노려봤다. 유물은 이제 정지해 있지 않았다. 느리게, 아주 느리게, 마치 오랜 잠에서 깨어난 거인이 기지개를 켜듯,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회전과 함께, 모든 승무원의 귓가에 섬뜩한 속삭임이 울려 퍼졌다. 그 언어는 인류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의미는 명확했다.

*깨어났다.*
*이제… 보게 될 것이다.*

그 순간, 해성호의 모든 계기판이 미친 듯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선실의 조명이 깜빡이며 꺼져 나갔고, 어둠 속에서 오직 유물의 검붉은 그림자만이, 더욱 거대하고, 더욱 불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시작이었다. 심연의 문이 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