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잿빛 노을 아래서

삭막한 바람이 폐허가 된 도시의 뼈대 사이를 휘감아 불었다. 먼지 섞인 공기는 메마른 목을 더욱 조여왔지만, 미나는 익숙한 고통인 양 신경 쓰지 않았다. 오직 눈앞의 파편 조각, 쓰러진 건물 잔해 속에서 겨우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슈퍼마켓 진열대만이 그녀의 목표였다.

“젠장, 아무것도 없잖아.”

낮게 읊조린 목소리가 황량한 공간 속으로 흩어졌다. 먼지가 수북이 쌓인 선반 위에는 텅 빈 통조림 캔들만 굴러다녔다. 누군가 이미 휩쓸고 간 흔적이 역력했다. 며칠째 입에 넣은 것이라곤 딱딱한 말린 고기 몇 조각이 전부였다. 이대로 가다간 굶어 죽는 건 시간문제였다.

미나는 낡은 백팩을 다시 고쳐 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건물의 절반쯤이 무너져 내린 천장 위로 잿빛 하늘이 보였다. 한때는 화려했을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이제 날카롭게 부러진 이빨처럼 흉측한 모습이었다. 밤이 오기 전에 다른 곳을 찾아야 했다. 어둠은 먹이를 찾아 나서는 그림자 괴물들의 시간이니까.

쿵, 쿵.

갑자기 발밑에서 희미한 진동이 느껴졌다. 미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숙여 기둥 뒤로 숨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 낡은 건물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태로웠다. 혹시라도 잔해가 무너지는 소리일까? 아니면…

진동은 더욱 선명해졌다. 이번에는 땅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다가오는 듯한 발소리였다. 규칙적이지 않고, 무언가를 짓밟는 듯한 둔탁한 소리. 그림자 괴물이었다.

미나는 손에 쥐고 있던 낡은 철 파이프를 꽉 쥐었다. 녹슨 부분이 손바닥을 파고들었지만, 고통조차 무감각해져 버린 지 오래였다. 그녀의 유일한 무기이자, 친구이자, 생존의 희망이었다.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복도 끝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일렁였다. 일반적인 그림자 괴물은 아니었다. 크고, 둔탁하며, 마치 돌덩이를 엮어 놓은 듯한 형태였다. 온몸에서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저것은… ‘거석종’. 일반 그림자 괴물보다 훨씬 강력하고 위험한 변종이었다.

젠장, 젠장, 젠장! 운도 지지리 없었다.

거석종은 콧김을 뿜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미나가 숨어 있는 기둥 쪽으로 머리를 기울이는 순간, 그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날려 다른 잔해 뒤로 숨었다. 거석종의 발톱이 방금 전 미나가 있던 자리를 짓뭉개며 콘크리트 조각들을 사방으로 흩뿌렸다.

“흐읍…”

얕은 신음이 터져 나올 뻔한 것을 겨우 참았다. 미나는 더 깊이 숨어들었다. 거석종은 시각보다는 청각과 후각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숨소리마저 죽여야 했다.

하지만 거석종은 집요했다. 킁킁거리는 소리와 함께 둔중한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이대로 가다간 잡히는 건 시간문제였다. 미나는 출구를 찾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미 잔해가 가득 쌓여 길은 막혀 있었다. 사방이 막힌 덫이었다.

거석종의 검은 손톱이 미나를 가리고 있던 잔해를 들어 올렸다. 눈앞에 드러난 거대한 괴물은 핏발 선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섬뜩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크아아아악!”

거석종이 포효하며 거대한 주먹을 휘둘렀다. 미나는 간신히 피했지만, 휘몰아치는 기운에 몸이 휘청거렸다. 낡은 철 파이프를 들어 올렸지만, 저런 괴물에게는 이쑤시개만도 못할 것이다.

그때였다. 그녀의 목에 걸려 있던, 어느 날 우연히 폐허 속에서 발견한 낡은 펜던트에서 희미한 빛이 터져 나왔다. 검고 푸른 보석이 박혀 있던 펜던트. 아무 힘도 없어 보였던 그것은 미나의 생사를 가르는 절체절명의 순간, 갑자기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펜던트가 터질 듯이 빛나며 미나의 피부에 달라붙었다. 온몸의 세포가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살이 찢어지는 고통과 함께 섬광이 그녀의 몸을 감쌌다.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빛이 폭발했다.

콰앙!

거석종의 주먹이 미나가 서 있던 자리에 떨어졌다. 하지만 빛이 사라지고 드러난 곳에는 미나가 없었다. 대신, 검은 먼지가 걷히자 낯선 형체가 서 있었다.

그것은 미나였다. 그러나 미나가 아니었다. 낡은 작업복 대신, 몸에 딱 달라붙는 어두운 색의 전투복을 입고 있었다. 팔다리 곳곳에는 푸른색의 에너지 라인이 흐르고 있었고, 특히 손목 부분에는 방어구 같은 것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녀의 눈은 평소보다 더욱 선명한 푸른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크르르르…”

거석종은 낯선 존재에 당황한 듯 잠시 주춤했다. 미나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믿을 수 없는 변화였다. 팔을 움직이자, 몸 안에서 솟구치는 낯선 힘이 느껴졌다. 단순히 강해진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 기분이었다.

“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

미나는 낮게 으르렁거렸다. 목소리도 평소보다 깊고 단단하게 울렸다. 거석종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미나를 향해 돌진했다. 거대한 몸집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은 여전했지만, 미나는 더 이상 예전의 미나가 아니었다.

‘도망치지 마. 피하지 마.’

새로운 힘이 머릿속에 속삭였다. 미나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 손목의 방어구에서 푸른 에너지가 솟아오르더니, 손바닥을 가득 채우며 작은 구체가 형성되었다. 에너지 구체는 불안하게 일렁였지만, 그 안에 담긴 파괴적인 힘은 미나 스스로도 알 수 있었다.

“이거나 먹어!”

그녀는 망설임 없이 에너지 구체를 거석종을 향해 던졌다.

쉬이이익-!

푸른 빛줄기가 거대한 몸집의 괴물에게 정확히 명중했다. 거석종의 단단한 피부가 닿자마자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괴물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미나는 처음 느껴보는 힘의 쾌감과 동시에 섬뜩한 공포를 느꼈다.

그러나 거석종은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몸통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나를 향해 발톱을 휘둘렀다. 미나는 재빨리 몸을 피했다. 그녀의 움직임은 전보다 훨씬 빠르고 유연했다.

‘아직 부족해.’

미나는 심호흡을 했다. 몸속을 흐르는 에너지가 그녀의 모든 감각을 증폭시켰다. 거석종의 다음 움직임이 예측되는 듯했다. 그녀는 땅을 박차고 솟구쳐 올랐다. 허공에서 한 바퀴 돌아 괴물의 등 위로 착지했다.

“끝내자.”

미나는 온몸의 에너지를 손끝으로 집중시켰다. 푸른 빛이 더욱 강렬하게 타올랐다. 그녀는 괴물의 가장 약한 부분, 즉 몸통에 뚫린 구멍에 손바닥을 대고 남은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콰아아앙!

귀청을 찢는 듯한 폭발음과 함께 거석종의 몸이 산산조각 났다.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며, 거대한 잔해가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미나는 바닥으로 풀썩 주저앉았다.

몸을 감싸고 있던 푸른 에너지 라인이 서서히 사라졌다. 전투복도 낡은 작업복으로 돌아왔다. 목에 걸려 있던 펜던트 역시 평범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모든 것이 마치 꿈을 꾼 듯 아득했다.

미나는 헐떡이며 숨을 쉬었다. 손바닥을 펼쳐 보았다. 여전히 먼지투성이였고, 상처투성이였다. 하지만 방금 전의 싸움은 현실이었다. 그녀의 몸은 여전히 쑤시고 아팠지만, 그녀는 살아남았다.

“이게… 대체…”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잿빛 노을이 폐허가 된 도시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더 이상 거석종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힘이 무엇이든 간에, 이것은 그녀를 둘러싼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이곳은 여전히 황폐한 세계였다. 그리고 그녀는 여전히 이 잔혹한 세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평범한 소녀일 뿐이었다. 단지, 이제는 숨겨진 무기를 하나 더 갖게 된 것뿐이었다.

미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잿빛 노을 너머, 첫 번째 별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어둠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새로운 생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