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제목: 심연의 서재 (深淵의 書齋)**
**프롤로그: 하얀 고립**
**[1컷]**
(어둠이 내린 깊은 밤, 거센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낡고 거대한 서양식 저택이 눈발 속에 홀로 우뚝 서 있다. 저택 주변은 온통 새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고,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저택의 불 꺼진 창문들 중 일부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온다. 음산하고 고요한 분위기.)
**[2컷]**
(저택 진입로에 경찰차 몇 대가 비상등을 번뜩이며 서 있다. 쌓인 눈 때문에 바퀴 자국이 뚜렷하다. 경찰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 한 명의 형사가 눈밭을 헤치며 휴대폰으로 통화하고 있다.)
**최형사 (30대 후반, 날카롭고 현실적인 인상):** (휴대폰에 대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네, 박반장님. 현장입니다. …예, 밀실입니다. 완벽한 밀실이에요. …창문, 문, 모두 안에서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외부 침입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3컷]**
(최형사가 통화를 끝내고 깊은 한숨을 내쉰다. 거친 눈발이 그의 얼굴에 부딪힌다. 그의 시선은 저택의 2층 창문, 어둠 속에 잠긴 어느 한 곳을 향한다. 불길한 예감.)
**최형사 (독백):** 젠장, 이건 또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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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깨진 환상**
**[4컷]**
(시간이 조금 흐른 후, 저택 내부 복도. 비싸 보이는 고풍스러운 가구들과 그림들이 보이지만, 노란색 폴리스 라인 테이프가 그 모든 것을 무심하게 가로지르고 있다. 복도 끝, 서재 문 앞에 형사들이 모여 있다. 모두 침통하거나 난감한 표정.)
**[5컷]**
(복도를 걸어오는 한 남자. 백이현. 30대 초반. 단정하게 정돈된 검은 머리칼, 차분하고 어딘가 비현실적인 푸른빛이 도는 눈동자. 무심한 듯 보이는 표정 뒤로 날카로운 지성이 번뜩인다. 고가의 코트 위로 눈가루가 살짝 앉아 있다. 그는 주변의 소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시선이 닿는 곳만을 응시하며 걷는다.)
**백이현 (나레이션):** 인간은 보는 것을 믿는 존재다. 하지만 때로는, 보이는 것이 가장 교묘한 함정이 되기도 한다.
**[6컷]**
(최형사가 백이현을 발견하고 반색한다. 하지만 얼굴엔 여전히 난감함이 가득하다.)
**최형사:** 백 탐정님! 늦은 밤중에 죄송합니다. 길이 워낙 험해서…
**백이현:**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습니다. 상황은요?
**최형사:** (한숨을 쉬며) 난감합니다. 희대의 미술품 수집가, 윤태식 씨입니다. 서재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는데… 보시다시피, 완벽한 밀실 살인입니다.
**[7컷]**
(백이현이 서재 문을 응시한다. 문틈으로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불빛이 그의 눈동자에 반사된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문고리에 손을 뻗으려다 멈칫한다.)
**백이현:** 문은 어떻게 잠겨 있었습니까?
**최형사:** 안에서 걸쇠가 채워져 있었고, 문 아래에서 열쇠가 발견됐습니다. 사망자가 직접 잠근 후 열쇠를 떨어뜨렸거나… 뭐, 그랬겠죠. 외부 침입 흔적은 전혀 없었습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때,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강제로 열었습니다.
**[8컷]**
(백이현이 서재 안으로 들어선다. 컷은 서재의 전경을 보여준다. 고풍스러운 가구, 벽을 가득 채운 책들, 그리고 중앙에 놓인 커다란 원목 책상. 책상 위에는 앤티크한 스탠드와 서류들이 흩어져 있고, 그 앞에 윤태식 씨(60대 중반, 흰 머리의 중후한 인상)가 엎드려 죽어 있다. 등에는 칼 같은 것이 박혀 있다. 바닥에 피가 흥건하고, 공기는 차갑고 묵직하다.)
**백이현 (나레이션):** 죽음의 냄새는 늘 한결같다. 하지만, 이번 죽음은 유난히 이질적이다.
**[9컷]**
(백이현의 시선이 천천히 서재를 훑는다. 책상 위, 바닥의 열쇠, 그리고 창문. 특히 창문에 오래 머문다. 두 개의 창문은 두꺼운 커튼에 가려져 있고, 일부만 걷혀 있다.)
**최형사:** 창문도 확인했습니다. 두 개 모두 안에서 걸쇠가 이중으로 잠겨 있었습니다. 작은 환기창까지도 완벽하게요. 지문도 확인했지만, 피해자 것 외에는 딱히…
**[10컷]**
(백이현이 걷혀 있는 커튼 틈새로 손을 넣어 창문의 잠금장치를 만져본다. 낡았지만 튼튼해 보이는 황동색 걸쇠. 그의 손끝이 섬세하게 걸쇠의 감촉을 느낀다. 바깥은 눈보라가 여전히 맹렬하다.)
**백이현:** 창문 외부에는요? 훼손 흔적이 없었습니까?
**최형사:** 전혀요. 외부에서 누군가 침입하려 했다면 눈밭에 발자국이라도 남았을 텐데… 보시다시피, 창문 아래는 완벽한 백지 상태입니다. 지금 막 내린 눈처럼 깨끗해요.
**[11컷]**
(백이현의 푸른 눈동자가 번뜩인다. 그의 시선은 창문 외부의 ‘완벽한 백지 상태’라는 말에 꽂힌다. 그는 손전등을 들어 걸쇠 하나하나를 비춰본다. 다른 형사들은 그가 뭘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웅성거린다.)
**형사 1 (속삭임):** 뭘 저렇게 자세히 보는 거야? 다 확인했던 건데…
**형사 2 (속삭임):** 천재 탐정이라더니, 똑같은 거만 보고 있네.
**[12컷]**
(백이현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그의 눈은 마치 현미경처럼 작은 흔적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예리하게 움직인다. 그는 특히 두 개의 걸쇠 중, 유독 하나에 집중한다. 그리고 아주 미세한, 실오라기 같은 흔적을 발견한다.)
**백이현 (나레이션):** 백지 상태. 그 완벽함이야말로, 가장 큰 위화감이었다.
**[13컷]**
(클로즈업된 창문 걸쇠. 낡은 황동 걸쇠의 표면에,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미세한 흠집, 마치 아주 가는 실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간 듯한 긁힌 자국이 보인다. 그리고 그 긁힌 자국의 끝자락에, 희미하게 빛나는 은빛 가루 같은 것이 묻어 있다.)
**[14컷]**
(백이현이 그 흔적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려다 멈춘다. 그의 얼굴에 미묘한 미소가 스친다. 그것은 확신에 찬 미소였다.)
**백이현:** 최형사님. 이 창문… 바깥 공기는 들이지 않고, 안의 공기만 내보내는 특성이 있습니까?
**최형사:** (황당한 표정) 그게 무슨… 창문이 다 그렇습니까? 안에서 잠갔으면 밖에서 못 여는 거고…
**[15컷]**
(백이현이 고개를 천천히 젓는다. 그의 시선은 다시 창문 밖의 눈밭으로 향한다. 새하얗게 뒤덮인 눈밭의 한구석, 창문 바로 아래에 아주 작고 희미한, 얼핏 보면 눈이 쌓이다 만 것 같은 미세한 요철이 보인다.)
**백이현:** 밀실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16컷]**
(백이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최형사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든다. 주변의 형사들은 웅성거림을 멈추고 백이현을 바라본다. 그의 푸른 눈동자는 창밖의 흰 눈과 대비되어 더욱 선명하게 빛난다.)
**최형사:**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창문도, 문도, 모두 안에서…
**백이현:** (최형사의 말을 끊고 차분하게) 아니요, 최형사님. 이 완벽한 백지 상태의 눈밭 아래에, 분명히 누군가의 흔적이 지워진 자리가 보입니다. 그리고 이 창문은… 안에서 잠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밖에서 완벽하게 조작된 겁니다.
**백이현 (나레이션):** 인간은 보고 싶은 것을 본다. 그리고 범인은, 그 맹점을 완벽하게 이용했다.
**[17컷]**
(백이현이 창문 걸쇠의 미세한 흠집을 가리킨다. 그의 손가락이 정확히 그 지점을 가리킨다. 그의 뒤로 최형사와 다른 형사들의 놀란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이야기는 다음 에피소드로 이어진다.)
**백이현:** 이 작은 흠집이, 그 환상을 깨는 단서입니다.
**[에피소드 1 끝]**
**[다음 에피소드 예고]:** 범인은 어떻게 밀실을 만들었는가? 천재 탐정 백이현의 추리가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