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미스터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잿더미 속의 불씨

시장은 언제나 그랬듯 시끄럽고, 동시에 어딘가 죽어가는 듯 고요했다.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한 인파 속에서 세하는 익숙하게 몸을 비집고 나아갔다. 낡은 삼베 보따리를 어깨에 멘 모습은 여느 잡화상과 다를 바 없었지만, 그녀의 눈은 번개처럼 주변을 훑고 있었다. 쾌쾌한 먼지 냄새와 썩어가는 채소 냄새, 그리고 가장 지독한, 절망의 냄새가 공기 중에 가득했다.

“그 녀석들이다!”

누군가의 쉰 목소리가 비명을 질렀다. 동시에 시장의 활기 같던 소음이 뚝 끊겼다. 사람들은 물결처럼 양옆으로 갈라지며 길을 열었다. 그리고 그 길의 중앙으로, 거대한 제국의 검은 철갑을 두른 집행관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어 왔다. 그들의 육중한 발걸음이 돌바닥을 울릴 때마다 사람들의 심장이 함께 내려앉았다.

“제국법 제7조! ‘황제의 위대한 번영을 위한 재물 수집령’에 따라 오늘부로 모든 곡물, 가축, 그리고 제국에 필요한 인력은 전면 징수된다!”

집행관 무리의 선두에 선 자가 투구를 쓴 채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동정심도 없었다. 뒤이어 덩치 큰 병사들이 상인들의 난전에 놓인 물건들을 거침없이 쓸어 담기 시작했다. 고작 보잘것없는 뿌리채소 몇 묶음, 뼈대만 남은 생선 몇 마리, 그리고 지난 겨울부터 아껴왔을 누런 곡식 자루들이 여과 없이 끌려갔다.

“이건 안 돼! 이건 내 식구들 먹일 마지막 양식이야!”

한 노파가 병사의 다리에 매달려 통곡했다. 앙상한 손아귀가 필사적으로 쌀자루를 붙잡았다. 하지만 병사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녀를 발로 찼다. 노파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바닥에 고꾸라졌다.

세하의 주먹이 무의식적으로 꽉 쥐어졌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눈앞이 흐릿했다. 매번 익숙해질 법도 한 풍경인데, 왜 이리 속은 끓어오르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평범한 행인인 척 고개를 숙인 채, 한쪽 눈으로는 집행관 무리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그때였다. 선두의 집행관이 다른 병사들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것이 세하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단순한 징수가 아니라, 무언가를 찾는 듯했다. 그의 둔탁한 손이 상인들의 잡동사니들을 훑으며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틈틈이 주머니에서 꺼낸 작은 양피지 조각을 힐끗거렸다. 그 행동은 여느 징수관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곡식이나 인력이 아니라, *특정 물건*을 찾는 듯했다.

병사의 시선이 잠시 허공에 닿았을 때, 그의 주머니에서 금속성의 무언가가 떨어졌다. 바닥에 ‘딸랑’ 소리를 내며 굴러가는 소리가, 시장의 다른 소음들과 뒤섞여 거의 묻힐 뻔했다. 하지만 세하의 귀에는 너무나 선명하게 들렸다.

그녀는 순간적인 판단으로 비틀거리는 척하며 병사 옆으로 바싹 다가갔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발밑의 떨어진 물건을 재빨리 집어 들었다. 그녀의 손아귀에 잡힌 것은 얇고 납작한 금속 조각이었다. 언뜻 보기에 평범한 옷 장식처럼 보였지만, 그 가장자리에는 정교하게 새겨진, 낯선 문양이 있었다. 늑대의 형상 같기도 했고, 독수리 같기도 했다. 동시에, 병사의 주머니에서 무언가 다른 조각이 스르륵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그가 계속 힐끗거리던 양피지 조각이었다. 세하는 그것을 집으려는 병사의 움직임을 읽고, 더 빨리 몸을 숙여 그것마저 집어 들었다.

손에 들어온 양피지는 낡고 바스락거렸다. 그녀는 재빨리 그것을 펼쳐 보았다. 그러나 내용은 글자가 아닌, 이상한 도형들의 연속이었다. 마치 지도의 일부 같기도 하고, 암호 같기도 했다. 복잡하고 난해했다. 그녀는 빠르게 그 도형들을 눈에 담고는, 양피지를 다시 접어 병사의 발치에 ‘실수로’ 떨어뜨렸다. 그리고 금속 조각은 자신의 소매 안으로 감췄다.

“크흠, 미안하다.”

병사는 미심쩍은 눈빛으로 세하를 훑었지만, 그녀의 평범한 행색 때문인지 더는 의심하지 않았다. 양피지를 주워 들고는 다시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세하는 더는 그 자리에 머물 수 없었다. 그녀는 재빨리 인파 속으로 녹아들었다. 심장이 격렬하게 울렸다.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손안의 금속 조각이 뜨겁게 느껴졌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지나, 썩은 내가 진동하는 빈민가의 가장 깊은 곳으로 향했다. 낡은 판잣집들이 서로 기대어 서 있는 미로 같은 길 끝에, 겨우 한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비좁은 틈이 있었다. 그곳으로 몸을 숙여 들어가자, 습하고 어두운 지하 통로가 나타났다. 희미한 횃불 빛이 복도 끝에서 깜빡이고 있었다.

“왔느냐, 세하.”

그림자처럼 어둠 속에 서 있던 한 남자가 그녀를 맞았다. 그의 이름은 ‘그림자’. 이 지하 세계에서, 그리고 제국의 폭압에 맞서 싸우는 ‘불꽃회’의 수장이었다. 그의 얼굴은 언제나 그랬듯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만은 살아있는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네, 그림자님. 오늘 징수 현장에서 이상한 것을 목격했습니다.”

세하는 숨을 고르고, 오늘 겪었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집행관들이 곡물 대신 무언가를 찾는 듯했던 것, 그리고 자신이 우연히 주운 금속 조각과 병사가 들고 있던 양피지에 그려진 기묘한 문양에 대해 이야기했다. 소매에서 꺼낸 금속 조각을 그림자에게 건네자,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건… 제국 특수 첩보대의 문양이다. ‘밤의 늑대’라 불리는 그림자 부대. 황제의 최측근만이 그 존재를 알고 있다는 전설의 부대지.”

그림자의 목소리에 낮게 깔린 긴장감이 흘렀다. 그는 금속 조각을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그들이 곡식이나 백성이 아닌, 무언가 다른 것을 찾고 있었다는 게 중요해. 그리고 네가 본 그 문양… 분명히 어떤 암호이거나, 특정 장소를 가리키는 지도 조각일 게다.”

그림자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다른 불꽃회 단원들도 굳은 얼굴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희망과 불안이 뒤섞여 있었다.

“황제는 지금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거나, 아니면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찾아내려 하고 있어. 밤의 늑대가 움직인다는 건, 그만큼 제국의 심장이 지금 위태롭다는 뜻이다. 그들의 행동을 자세히 파악해야 해. 저들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알아내야 해.”

그림자는 금속 조각을 세하에게 다시 건넸다.

“오늘 밤, 제국 수도의 북부 행정청 기록 보관소에 잠입해라. 그곳은 일반 문서만 취급하기 때문에 경비가 삼엄하지 않다. 하지만 그들의 기록은 이 제국의 모든 것을 담고 있지. 네가 본 그 문양과 밤의 늑대, 이 두 가지 단서와 관련된 기록을 찾아내야 해.”

세하의 심장이 다시 한번 격렬하게 뛰었다. 북부 행정청 기록 보관소라니, 위험천만한 임무였다. 발각이라도 되면 목숨은 물론, 불꽃회 전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끓어오르는 분노와 희망이 그녀를 채웠다. 제국의 거대한 심장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알겠습니다. 그림자님. 반드시 알아내겠습니다.”

세하의 눈빛은 흔들림 없었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작은 몸이 굳건하게 서 있었다. 그녀의 어깨에, 이 거대한 제국에 맞서는 불꽃회의 미래가 놓여 있었다. 밤은 이제 막 시작될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