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신선)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연오의 발걸음은 첩첩산중 깊숙이, 지도에도 없는 길을 헤치고 나아갔다. 수십 년 전, 기연(機緣)을 찾아 헤매던 한 은둔 고수가 흘려 말한 ‘고대 제국의 심장’이라는 단어는 연오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세상은 그저 미신이라 치부했지만, 연오는 달랐다. 닳아빠진 고서를 뒤적이며 밤을 새우고, 이따금 마주친 기인들에게 술잔을 기울이며 실마리를 모았다. 그리고 마침내, 거대한 폭포수 뒤에 숨겨진 동굴 입구를 찾아낸 것이다.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코를 찔렀다. 동굴 안은 예상보다 넓었고, 입구 근처까지는 햇빛이 미미하게 스며들었지만, 깊숙한 곳은 암흑 그 자체였다. 연오는 망설임 없이 ‘청월화(靑月火)’ 인장을 손가락 끝에 맺었다. 푸른 달빛 같은 영기(靈氣) 불꽃이 그의 손바닥에서 피어올라 어둠을 밝혔다.

“흐음, 꽤나 견고한 폐쇄 진법(陣法)이군. 단순한 바위산인 줄 알았더니.”

벽면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검은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곳곳에는 알아볼 수 없는 고대 문자가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연오의 시선은 한 지점에 꽂혔다. 동굴 입구에서 약 백 보 떨어진 곳에 거대한 바위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그 위로는 수천 년의 세월이 흐른 듯한 낡은 진법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삭아버린 영석(靈石)의 잔해가 진법의 심장부에 박혀 있었지만, 이미 그 힘은 바닥난 지 오래였다.

“이 정도면… 깨트리는 것보다 풀어내는 게 낫겠군.”

연오는 바위문 앞에 쪼그려 앉아 손가락으로 진법의 흐름을 짚어보았다. 얽히고설킨 영기의 실타래를 풀듯, 섬세한 영력(靈力)을 주입하며 진법의 맥을 찾아 나섰다. 한 시진(時辰)이 넘게 집중하자, 굳게 닫혀 있던 바위문에서 서서히 굉음이 울려 퍼졌다. 거대한 바위문이 모래를 긁는 듯한 소리를 내며 안쪽으로 밀려들어가기 시작했다.

문이 완전히 열리자, 연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거대한 원형 공간. 천장은 수십 길 높이로 아득했고, 벽면은 온통 정교한 부조와 채색 벽화로 뒤덮여 있었다. 벽화 속에는 인간 같기도 하고, 신선 같기도 한 존재들이 알 수 없는 의식을 행하고 있었다. 그들의 머리 위에는 찬란한 빛이, 발아래에는 어둠이 깔려 있었다.

“이런… 세상에. 고작 은둔 고수의 헛소리 따위가 아니었군.”

연오의 눈이 빛났다. 그의 손에서 피어오른 청월화가 공간을 환하게 비추자, 벽화의 색채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벽화는 고대 문명 혹은 종족의 흥망성쇠를 담고 있는 듯했다. 번영하던 시기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건축물과 무수한 영수(靈獸)들이 그려져 있었으나, 마지막 벽화에는 모든 것이 무너지고, 하늘에서 검은 비가 내리는 참혹한 광경이 묘사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 단 하나의 문구가 붉은색으로 새겨져 있었다.

「심연이 열리면, 모든 것이 회귀하리라.」

연오는 벽화 아래, 중앙에 덩그러니 놓인 거대한 제단으로 시선을 돌렸다. 제단은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었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미약하게 고동치는 듯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제단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깊게 파인 홈과 균열들이 마치 무언가를 강제로 뽑아낸 흔적처럼 보였다.

“심연? 회귀? 그리고 이 제단…”

연오는 제단에 손을 얹었다. 차갑고 단단한 감촉. 하지만 그의 영력이 제단에 닿자, 내부에서 잠자고 있던 고대의 힘이 꿈틀거리는 듯한 미약한 진동이 느껴졌다. 단순히 진법을 해제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거대하고 낯선 힘이었다. 제단은 어떤 강력한 존재의 심장과 같았다.

그 순간, 연오의 발치에서 돌연 섬광이 터져 나왔다. 제단의 표면에 새겨져 있던 낡은 문양들이 푸른빛을 발하며 흐릿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단 전체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서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연오는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제단 아래, 바닥이 갈라지며 거대한 균열이 드러났다. 균열 속은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마치 누군가의 한숨처럼 아래에서부터 불어 올라왔다. 바람은 기묘한 소리를 내며 연오의 귓가를 스쳤다. 마치 오래된 영혼들이 속삭이는 듯한, 혹은 경고하는 듯한 소리였다.

“이게… 심연이라는 건가? 제단은 봉인 같은 거였나?”

연오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심장이 거세게 울리기 시작했다. 미지의 힘, 알 수 없는 고대 문명의 유산,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지하의 심연. 연오는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한 비밀의 문을 열어버렸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의 눈앞, 심연의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무언가가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잠에서 깨어난 거대한 눈동자처럼, 연오를 응시하는 듯했다.

“젠장… 벌써부터 이렇게 재밌으면 어쩌자는 거지?”

연오는 피식 웃었다. 그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함께, 감출 수 없는 탐구심과 모험심이 서려 있었다. 손에 든 청월화는 더욱 강렬한 빛을 뿜어냈다. 과연 저 심연 속에서 무엇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