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역사물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어둠이 짙게 깔린 엘드리아 마법 학원, 고색창연한 석조 건물들은 밤의 장막 아래에서 더욱 거대하고 위압적으로 보였다. 자정의 종이 묵직하게 울린 지 한참, 모든 학생이 침실로 돌아간 고요한 시간. 그러나 그 침묵을 깨고 오래된 서쪽 별관의 복도를 가로지르는 두 그림자가 있었다.

“야, 최지훈! 진짜 괜찮은 거냐? 교수님 순찰이라도 돌다 걸리면 우린 최소 정학이라고!”

박서준은 잔뜩 겁먹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의 심장이 불안정하게 요동쳤다. 언제나 예측 불허의 호기심에 휩싸여 친구를 위험에 빠뜨리는 최지훈의 뒷모습은 언제 봐도 익숙하지만, 오늘은 어딘가 달랐다. 지훈의 눈은 평소보다 깊은 탐색의 빛을 띠고 있었다.

“걱정 마, 서준아. 오늘은 꼭 확인해야 할 게 있어. ‘그 소문’ 말이야. 단순한 괴담이 아닐지도 몰라.”

지훈은 낡은 랜턴을 쥐고 희미한 불빛으로 복도 끝의 먼지 쌓인 창고 문을 비췄다. 오래전부터 폐쇄된 공간이었다. 학원생들 사이에서는 그 창고 아래에 학원의 개교보다 더 오래된 비밀이 잠들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금지된 마법의 흔적’이라느니, ‘어둠의 심장’이라느니 하는 오싹한 이야기들이었다. 서준은 그런 소문은 그저 철없는 학원생들의 장난일 뿐이라 여겼지만, 지훈은 달랐다. 그는 항상 보이지 않는 진실을 꿰뚫으려 했다.

낡은 자물쇠는 지훈이 미리 준비한 해제 주문에 맥없이 풀렸다.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자, 곰팡이 냄새와 함께 눅눅하고 차가운 공기가 코를 찔렀다. 랜턴 불빛 아래 드러난 창고 내부는 온통 거미줄과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버려진 책상과 의자, 깨진 마법 도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여기에 도대체 뭐가 있다는 거야, 지훈아? 그냥 버려진 잡동사니들이잖아.”

서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지훈은 대답 없이 창고 안쪽 깊숙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시선은 바닥에 닿아 있었다. 이윽고, 그는 한쪽 구석에 놓인 낡은 카펫을 걷어냈다.

카펫 아래에는 마모된 석판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석판 한가운데, 희미하게 빛나는 듯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손바닥만 한 크기였다. 단순한 무늬가 아니었다. 언뜻 보면 복잡한 기하학 문양 같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언가를 봉인하려는 듯한 강력한 마법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거… 전에 봤던 기록에서 ‘금지된 봉인’이라고 언급된 문양인데… 설마 진짜로 여기에 있을 줄이야.”

지훈의 목소리에 흥분이 섞였다. 서준은 오한을 느꼈다. 지훈의 말이 맞다면, 이 학원 아래에 소문이 아닌 진짜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었다.

지훈은 주저 없이 손가락 끝에 마력을 모아 문양을 조심스럽게 건드렸다. 푸른빛이 일렁이더니, 석판이 천천히 갈라지기 시작했다. 묵직한 진동이 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서준은 무심코 한 걸음 물러섰다. 갈라진 틈 사이로 어둠이 더욱 깊게 내려앉은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계단에서부터 차가운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저 안으로 들어갈 생각은 아니겠지, 지훈아?”

서준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목소리는 거의 울먹이는 듯했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는 없어. 학원의 가장 깊은 비밀이 저 아래에 있을지도 몰라.”

지훈은 단호하게 말하며 계단 아래로 랜턴을 비췄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나선형 계단이었다. 축축한 이끼가 벽을 뒤덮고 있었고, 퀴퀴한 흙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철분 냄새가 섞여 올라왔다.

서준은 한숨을 쉬며 결국 지훈의 뒤를 따랐다. 지훈이 없었다면 절대 혼자 들어설 수 없었을 곳이었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학원 건물에서 멀어지는 듯한 기이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마치 시간과 공간의 흐름에서 벗어나는 듯한 느낌.

한참을 내려갔을까, 계단은 더 이상 나선형이 아닌 좁은 복도로 이어졌다. 복도의 벽은 매끄러운 검은 돌로 이루어져 있었고, 간간이 기묘한 문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랜턴 불빛이 닿자 문자들이 번뜩이는 듯했다.

“이건 고대어로 적힌 마법 문자들이야. ‘경고’, ‘금지’, ‘침범하지 말라’는 내용이 반복되는군.”

지훈이 중얼거렸다. 경고문은 복도 전체를 따라 이어졌다. 그들의 발소리가 복도에 섬뜩한 메아리를 만들었다. 이따금 어디선가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아주 희미하게 들려오는 웅얼거리는 듯한 소리가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웅얼거리는 소리… 너도 들리냐?”

서준이 바짝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소리는 마치 많은 사람이 동시에 낮은 목소리로 기도하는 듯했지만, 그 기도에는 간절함 대신 기이한 공포가 스며 있었다.

복도가 끝나는 지점에 다다르자 거대한 철문이 앞을 막고 있었다. 문에는 거대한 육각형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 중심에는 마치 살아있는 듯한 눈동자 모양의 조각이 있었다.

“이 문… 심상치 않아.”

지훈이 조심스럽게 문에 다가갔다. 그는 조각된 눈동자 모양에 손을 얹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과 함께, 끈적하고 기분 나쁜 기운이 손끝을 타고 올라왔다. 그 순간, 눈동자 문양이 붉은빛을 발했다. 그리고 문에서부터 희미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들려오는 비명 소리가 있었다. 사람의 비명은 아니었다. 짐승의 울부짖음과 인간의 고통이 뒤섞인 듯한 기괴한 소리였다.

“이게… 무슨 소리야?”

서준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지훈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그는 즉시 손을 떼려 했지만, 손바닥이 마치 문에 들러붙은 것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붉은빛이 점점 강해지고, 비명 소리는 더욱 커졌다.

“문이… 날 붙잡고 있어!”

지훈이 힘겹게 외쳤다. 그의 손에서 붉은빛이 역류하듯 팔을 타고 올라왔다. 그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때, 철문이 서서히 안쪽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삐걱이는 굉음이 복도 전체를 뒤흔들었다.

문 너머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광경이 펼쳐졌다.

넓은 원형의 공간이었다. 중앙에는 거대한 육각형 제단이 자리하고 있었고, 제단 위에는 거대한 수정 구슬 같은 것이 놓여 있었다. 그 수정 구슬은 마치 살아있는 심장처럼 불규칙적으로 뛰고 있었다. 섬뜩하게도, 수정 구슬에는 여러 가닥의 붉은 촉수들이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 촉수들은 제단을 둘러싼 수십 개의 유리관 안으로 뻗어 있었다.

그리고 유리관 안에는…

“세상에…”

서준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유리관 안에는 인간의 형상을 한 존재들이 부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온전한 인간은 아니었다. 팔다리가 기형적으로 늘어나 있거나, 몸의 일부가 녹아내린 듯 일그러져 있었다. 그들은 모두 눈을 감고 있었지만, 어떤 존재는 희미하게 입술을 움직이며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렸다. 그들의 피부는 핏기 없이 창백했고, 몸에서는 붉은 마력이 흘러나와 촉수를 통해 중앙의 수정 구슬로 빨려 들어가는 듯 보였다.

이것이 학원 아래에 숨겨진 금기였다. 마법 학원 엘드리아의 찬란한 마력은, 살아있는 존재들의 생명력과 뒤틀린 마력을 흡수하여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지훈은 겨우 손을 문에서 떼어냈다. 그의 손목에는 붉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의 시선은 유리관 속의 존재들을 훑었다. 공포와 경악이 뒤섞여 그의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때, 중앙의 수정 구슬이 더욱 격렬하게 고동쳤다. 맥동이 공간 전체를 뒤흔들었고, 유리관 속의 존재들이 일제히 눈을 번쩍 떴다. 핏발 선 눈동자들이 동시에 지훈과 서준을 향했다. 그들의 입에서 동시에 섬뜩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것은 조금 전 문에서 들었던 소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지옥의 문이 열린 듯한 절규였다.

동시에, 제단 뒤쪽의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일렁였다.

“침입자들인가…”

나직하지만 공간을 압도하는 목소리였다.

“감히 여기까지 기어들어 올 줄이야. 너희는 엘드리아의 가장 깊은 비밀을 보았다. 이제 그 대가를 치를 때다.”

두려움에 질린 서준은 지훈의 팔을 붙잡고 외쳤다.

“도망가야 해, 지훈아! 지금 당장!”

하지만 지훈의 시선은 그림자가 드러낸 존재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학원의 최고 권위자이자, 온화한 미소 뒤에 학원생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던 이사장, 알베르트 교수였다. 그의 눈은 차갑게 빛나고 있었고, 손에서는 섬뜩한 보랏빛 마력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알베르트 이사장의 얼굴에 냉혹한 미소가 떠올랐다.

“너무 늦었구나.”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보랏빛 마력이 거대한 족쇄가 되어 지훈과 서준을 향해 맹렬히 뻗어왔다. 그들은 움직일 새도 없이 꼼짝없이 붙잡히고 말았다. 유리관 속의 존재들은 여전히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알베르트 이사장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이제 너희도 엘드리아의 영광을 위한 일부가 될 것이다.”

공포에 질린 지훈의 눈에 마지막으로 담긴 것은, 거대하게 고동치는 수정 구슬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섬뜩한 붉은빛이었다. 그들은 금기를 마주했고, 이제 그 금기 속으로 빨려 들어갈 운명에 처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