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어둠 속을 가르는 것은 단지 항해사의 눈에 보이는 빛뿐만이 아니었다. ‘에우노이아’ 호는 미지의 심해를 유영하는 거대한 고래처럼, 텅 빈 우주 공간을 조용히 가르고 있었다. 그들이 탐사 중인 성계는 인류가 마지막으로 발자국을 남긴 곳에서 수천 광년 떨어진 미답의 영역. 이곳의 침묵은 때로는 경외심을, 때로는 섬뜩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함장님,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선실의 정적을 깬 것은 수석 과학자 서지영 박사의 차분하지만 어딘가 긴장 어린 목소리였다.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그녀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함장 강민준은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몸을 돌렸다. 그의 눈빛은 깊은 우주만큼이나 침착했지만, 옅은 불안감이 스쳐 지나갔다.

“뭐가 말입니까, 서 박사?”

“규칙적인 신호입니다. 아주 약하지만, 명확하게 존재해요. 그런데… 어떤 종류의 전파인지 분석이 안 됩니다. 자연 발생적인 것이 아니에요.”

이태식 조종사가 옆에서 중얼거렸다. “인공물이라고요? 이런 망망대해에서?”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이 신호…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복합적인 파형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 박사의 눈이 흥분으로 반짝였다. 그녀에게 미지는 언제나 도전이자 유혹이었다.

엔지니어 박수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외계 문명의 흔적이라는 겁니까? 여기서? 우리 인류가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종류의…?”

그때, 조용히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던 탐사 전문 승무원 김유리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어딘가… 슬픈 소리 같아요.”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김유리는 이 미션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이었지만, 그녀의 직관은 종종 상상 이상의 정확도를 보였다.

“슬프다고요? 무슨 소리입니까, 김유리 씨.” 강 함장이 물었다.

유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그렇게 느껴져요. 멀리서 울리는 종소리 같은데, 듣고 있으면 가슴이 아파요.”

서 박사가 유리의 말에 잠시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감성적인 판단은 뒤로 미루고, 일단 탐사 드론을 보내서 육안으로 확인해봐야 합니다. 함장님.”

강 함장은 한참을 망설였다. 미지의 신호, 그리고 유리의 알 수 없는 감각. 모두 본능적인 경고를 보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인류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이태식 조종사, 좌표를 확인하고 최저 속도로 접근해. 박수현 엔지니어는 드론 발사 준비.” 강 함장의 지시가 떨어지자 선실에는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

몇 시간 뒤, ‘에우노이아’ 호는 신호의 근원지 가까이 접근했다. 주 스크린에 포착된 이미지는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세상에… 이건 대체….” 이태식 조종사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드넓은 우주 공간, 그 어디에도 별도 행성도 없었다. 오직 거대한 수정 같은 물체 하나가 홀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것은 정교하게 세공된 조형물처럼 보이기도 했고, 살아있는 유기체의 심장처럼 맥동하기도 했다. 짙은 보라색에서 푸른색으로, 다시 영롱한 금빛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빛이 망망한 어둠을 수놓고 있었다.

“물질 분석 결과, 현재까지 인류가 발견한 어떤 원소와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순도는 거의 100%에 가깝고… 이 빛은…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성하는 것 같습니다.” 서 박사의 목소리가 상기되어 있었다. 그녀의 눈은 이미 그 미지의 존재에 완전히 매료된 듯했다.

“저게 바로 그 신호의 근원지입니까? 도대체 뭘까요, 박사님.” 박수현 엔지니어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눈에도 경외와 함께, 깊은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김유리는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녀는 그 물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마치 오래전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은 듯한 기묘한 기시감, 그리고 온몸을 휘감는 익숙한 슬픔. 가슴속에서 웅웅거리는 진동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드론, 근접 탐사 시작!” 서 박사의 명령에 따라 소형 탐사 드론이 에우노이아 호에서 분리되어 미지의 물체로 향했다. 드론이 가까워질수록 물체의 빛은 더욱 강렬해졌다.

삐비빅-!

경고음이 선실을 가득 채웠다.

“드론 통신 두절! 갑자기 에너지 필드가 강해졌습니다!” 이태식 조종사가 다급하게 외쳤다.

스크린 속 드론의 모습은 지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치 종잇장처럼 구겨지더니, 그 거대한 수정체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져버렸다. 흔적도 없이.

“함장님! 강력한 에너지 파동입니다! ‘에우노이아’ 호의 실드에 충격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박수현 엔지니어가 절규했다.

선체가 크게 흔들렸다. 메인 스크린에 연결된 물체는 섬뜩하리만치 거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빛은 단순한 광선이 아니었다. 마치 살아있는 존재가 내뱉는 고함 같았다.

“젠장! 회피 기동! 당장 회피 기동!” 강 함장이 소리쳤다. 그의 침착함은 온데간데없었다.

이태식 조종사가 필사적으로 조종간을 움직였지만, ‘에우노이아’ 호는 마치 거대한 자석에 이끌린 쇠붙이처럼 움직임이 둔해졌다. 미지의 물체는 점점 더 격렬하게 맥동했다.

그때, 김유리의 귀에 선명한 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오직 그녀에게만 들리는 속삭임. 거대한 외침 속에서 가늘게 떨리는 낮은 음성이었다.

[*나를… 찾아와 줘…*]

그 소리와 함께, 미지의 물체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일순간 응축되더니, 가느다란 섬광으로 변해 선실로 곧장 내리꽂혔다. 다른 승무원들은 가까스로 몸을 피하거나 실드 장치 뒤로 숨었지만, 김유리는 홀린 듯 그 빛을 피하지 못했다. 아니, 피할 수 없었다. 마치 빛이 그녀를 향해 이끌리듯이.

쿠우웅-!

선실 전체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진동과 함께 잠시 정전이 되었다. 비상등이 깜빡이며 어둠을 걷어냈다.

“김유리 씨!”

강 함장의 다급한 외침이 어둠을 갈랐다. 빛이 사라진 자리에 김유리가 쓰러져 있었다. 그녀의 몸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옷깃 사이로 언뜻 드러난 목덜미에, 이전에는 없었던 낯선 문양이 흐릿하게 새겨지는 것이 보였다. 마치 별 조각을 이어 붙인 듯한, 고고하면서도 신비로운 문양이었다.

“괜찮아, 유리 씨?! 정신 차려 봐!” 서 박사가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흔들었다.

하지만 유리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깊은 잠에 빠진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기묘한 평온함과 함께, 옅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 순간, 미지의 물체에서 마지막 파동이 밀려왔다. ‘에우노이아’ 호는 한 번 더 격렬하게 요동쳤고, 선내의 모든 모니터가 일제히 먹통이 되었다.

“함장님, 시스템 먹통입니다! 엔진 출력이 불안정해요!”

박수현 엔지니어의 절규가 메아리쳤다. 거대한 침묵 속에서, 이제 ‘에우노이아’ 호는 암흑 속을 표류하는 고장 난 고래가 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 미지의 힘에 잠식된 김유리가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었다.

그녀의 꿈속에서, 미지의 수정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아주 작고 연약한 소녀의 형체가 그녀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다음 화에 계속]